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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26 22:50:30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 일본 NSC 차장이 보는 "역사의 교훈" (수정됨)
오늘 교보문고 구경하다가 참신한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아베총리의 측근이자, 일본 NSC 차장을 역임한 가네하라 노부카츠가 최근에 저술한 책인데요, 제목은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는 도쿄대 출신으로, 외무성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NSC 차장까지 역임하고 현재 은퇴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최근 2020년 5월 역사의 교훈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소책자를 써서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해서 일단 목차만 조금 살펴보았습니다. 저도 한국인인지라, 이 사람의 책을 굳이 돈을 주고 사야할까 좀 갸우뚱해서 서점에서 대충 조금만 읽었죠. 

일단 목차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제1부 세계사 속의 근대 일본
제1장 - 역사를 보는 관점
역사란 무엇인가 / 우리는 어디에 서있는가 / 일본은 무엇을 잘못했나 / 보편적 가치관을 담당하는 일본

제2장 - 근대 일본 외교의 여명기
지구적 규모로 확대된 서구문명 / 서구문명의 원류는 게르만계 유럽의 정신 / 노예무역과 카리브해 식민지 제국
산업혁명과 아시아의 식민지 전락 /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 혁명 / 나폴레옹군대와 쵸슈의 기병대(키헤이타이)
메이지유신의 세계사적 의의 / 일본에게 한반도란 무엇인가? / 이토히로부미의 전쟁지도, 무쓰무네미쓰의 외교수완
러일전쟁 당시의 국제정세 / 영일동맹과 러일전쟁 / 일본의 조선통치 검증하기 / 대륙경영 노선과 일본의 파멸

제1차 국방정책 / 열화판 제국의 국방정책 
제3장 - 중국에 대한 21개조 요구와 영일동맹 소멸 그리고 통수권 독립
21개 조라는 실책 / 중국의 항일건국신화의 원점 / 러시아혁명의 충격 / 전체주의의 3가지 패턴
영일동맹 소멸이 가져온 것 / 일본인에게 와닿지 않았던 미국의 신사고 외교 / 민족자결과 인종차별철폐 결의안 / 일본헌정 사상 최대의 실패

제4장 - 국제협력의 종언과 대동아 전쟁 
반동과 혼란의 1930년대 / 만주사변은 하책 중의 하책 / 상하이사변과 중일전쟁의 발발 / 왜 일본은 히틀러 편을 든 것인가 
독소불가침조약과 일본 / 삼국동맹으로 가는 길 / 마츠오카 외상 히틀러에게 휘둘리다 / 무서운 국제감각 부족 / 와신상담은 어디에?
도조 히데키의 고뇌 / 전술적으로 큰 성공, 전략적으로 대실패, 진주만공격 / 왜 아무도 전쟁을 멈추지 못했나 / 
마지막까지 분열한 육군과 해군 / 대동아회의 / 스즈키 간타로 총리

제5장 - 민족자결과 인종차별 철폐 공산주의의 붕괴
전후 국제질서의 원초적 형태 / 제도화된 평화 / 자위권 행사 요건이 정반대인 일본과 독일 / 핵무기 등장과 비확산금지조약
간디의 충격 /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을 위해 싸운 일본군인 / MLK의 민권운동과 인종차별철폐 / 미중국교정상화
공산주의의 종언 / 20세기에서의 교훈은 무엇인가?

제2부 - 일본의 외교전략을 생각한다 

제6장 - 보편적 가치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총, 돈, 그리고 언어 / 20세기 인류를 움직인 원동력 /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동일한 것 / 자유와 민주주의 / 원리주의적 개인주의에서 태어난 타협의 민주정치 

제7장 일본의 전략을 구상하는 "가치의 외교"
국익이란 무엇인가 / 가짜 자유주의에서 진짜 자유주의적 질서에 / 최대 문제는 중국 / 보편적 가치의 대두를 읽지 못했던 근대일본
일본의 가치관과 보편성 / 부드러움과 따뜻한 마음 / 법의 지배의 전통 / 아시아연대의 부활 / 해양국가 전략이라는 선택 
해운에 의존하는 국가가 해야할 일 / 투자 국가로 변모한 일본 / 중국의 일대일로와 일본의 인프라 투자 / 맺음말, 21세기 일본의 역할 


서점에서 조선 관련 파트랑 게르만 어쩌고 하는 부분, 그리고 맺음말만 읽었습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서구문명의 충격을 이야기할 때 아직까지도 서구열강의 노예무역이나 아시아의 여러나라의 식민지배를 열거하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뚝 선 일본 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아직 세계관이 메이지 시대에 있나 싶습니다... 특히 서구문명의 원형을 게르만정신에서 찾는 것도 완전 이해할 수 없고, 서구문명을 이해하고 있는건가 의심스럽기도 한데... 왜냐하면 서구문명을 이해하려면 ROMANITAS를 이해해야하고, CHRISTIANITAS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혈통적 게르만 어쩌고... 이건 완전 (...) 

그리고 조선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방파제로, 원나라가 조선을 통해 일본을 공격했듯이, 또는 만주인들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 에도막부가 굉장히 불안해했던 사정... 그리고 러시아의 남하를 두려워해서 어쩔 수 없이 조선을 방파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든지 뭐 그런 익히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통치 과정은 아니나 다를까 역시 일본 덕분에 근대문명에 편입된 조선, 일본이 다른 식민제국에 비해 잔혹하기는 커녕 아주 문명적이었다 등의 논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우파 주류 쪽 사관이 그러하니까 익스큐즈하고 패스... 아 물론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데, 일본에서 진보적 지식인 등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이라고 부르고, 우파쪽은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저자의 역사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그리고 맺음말에서는 일본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가치의 연대를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과 협조하고 또 아시아의 대만 및 인도 등과 협조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며 이를 위해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과연 정말 보편적 가치를 마음 속으로 이해하면서 말하는걸까 싶긴 합니다. 왜냐하면 서구문명의 핵심인 기독교적 보편주의 (서구의 무신론자도 넓은 의미에서 기독교적 보편주의의 영향 아래 있는..) 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보편주의를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와닿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한국은 그의 그림에 빠져있는거 같은데... 현재 양국 관계를 보면 당연한거 같지만서도, 한편으로 그 정도 중량감 있는 인사가 좀 더 괜찮은 대안을 제공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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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세오날
20/07/26 23:22
수정 아이콘
저런 시야를 제공 혹은 동조했기 때문에 차장까지 올랐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담배상품권
20/07/26 23:37
수정 아이콘
일본 관료, 정치인들의 시각은 저 책의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을겁니다. 특히 자민당이라면 거의 100퍼센트 벗어나질 못할거구요. 요즘은 일본 국민들의 대다수 관점으로 보이더군요.
두부빵
20/07/27 00:37
수정 아이콘
세계화 시대인데 관점이 좁고 유연하지 못해요.
이제는 촌스러운 수준이죠.
신천지는누구꺼
20/07/27 02:17
수정 아이콘
일본은 시대란 말을 자주 사용해요. 시대가 어쩔수없지.. 시대의 흐름인가.. 이런시대다..

그리고 말합니다. 지금이 평화의시대니까 과거에 도덕적잣대를 들이밀수 있는거라고..

불과 70년전만해도 나라가 나라를 지배하고 나라가 나라를 굽는게 당연했다..

깜짝놀랐어요
Jedi Woon
20/07/27 03:29
수정 아이콘
일본 만화나 소설 등을 보면 독일을 자신들의 워너비로 삼는 것 같더군요.
독일 배경이나, 독일식 이름 등이 많이 등장하는것부터 해서 개항시기에 독일제국에 뭔가 홀딱 반해서 그 콩깍지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느낌?

지극히 일본적인 책이지만, 이런 책들도 번역되서 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파악하는게 좋은데, 과연 저런걸 읽고 생각해볼 외교부 관계자나 정부 관계자가 있을까 싶네요.
aurelius
20/07/27 09:59
수정 아이콘
번역이 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100퍼 공감합니다.
DownTeamisDown
20/07/27 11:47
수정 아이콘
경제적인 이유에서는 번역이 안될겁니다.
구지 보고 싶은 일반인들은 없을꺼라...
이선화
20/07/27 09:37
수정 아이콘
서구문명의 원류는 그리스-로마 아니었던건가요... 설마 로마가 게르만 민족에게 멸망하고 흡수되면서 원류가 바뀌었다, 뭐 그런? 자세한 건 읽어봐야 알겠지만 굉장히 낡은 시각으로 느껴지네요.
aurelius
20/07/27 09:59
수정 아이콘
사실 그걸 떠나서 게르만이라는 단어를 콕 찝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 서구인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워딩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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