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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30 17:08:41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일본 주류의 역사관과 대외관에 대한 몇가지 생각 (수정됨)

1. 이번에 가네하라 노부카츠 前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차장의 책을 읽으면서, 사실 그닥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래도 적나라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나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가 내세우는 주장들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고, 이미 일본 서점에 각종 베스트셀러 책들이 여러번 이야기한 주제들입니다. 작년 오사카에 갔을 때도 현지 최대서점에 오선화(고젠카)씨의 책이 당당하게 베스트셀러 순위권으로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또 레파토리처럼 등장하는 일본 극우 시각의 시사관련 책 또는 역사책이 여럿 있었습니다. 우리가 태평양전쟁이라고 부르는 그 전쟁을, 그들은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르고, 이와 결부된 역사관은 도쿄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박물관인 유수칸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2. 일본 우익 주류가 메이지 일본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구열강이 세계를 지배하던 당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하고, 또 힘을 길러 주변국을 제압하고 또 방대한 번역 작업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어휘 대부분을 만든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죠. 조선 포함 중국과 베트남의 유학생들이 일본에 가서 공부했고, 쑨원장제스 등 중국의 걸출한 영웅들 또한 일본에서 활동했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메이지 일본의 영광을 찬양하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으며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대하소설 "언덕 위의 구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3. 그런데 그러한 자부심은 어디까지나 타자와의 관계에서 설정된 것으로, 서구라는 거대한 존재에 맞서 일본이 성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타자의 시선과는 무관하게 내부적인 성찰과 수양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령 유럽인들이 자랑하는 "개인의 발명"이나 "민주주의적 원칙" 또는 "천부인권" 등은 남이 평가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 그것이 선이고 올바른 것이기 떄문에, 그리고 그것이 진정 인류의 복지에 공헌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바꿔 말하면, 남들이 봤을 때 "오오 민주주의 대단해!!" 라고 평가해주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는 게 아니고, 그게 그냥 자기네들이 봤을 때 너무 당연한 선(善)이니까 자부심을 갖는 것입니다. 유럽인들의 민주주의나 자유주의에 대한 관념은 타자(타국)와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자기네들 스스로 투쟁하고 논쟁하면서 나온 결과인 것입니다. 반대로 일본의 자부심은 어떤 "추상적인 관념"에 대한 이상향을 이정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서 나오는데, 이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게 청일전쟁, 러일전쟁, 그리고 1차세계대전 후 국제연맹 상임이사국 진출 등입니다. 

4. 한편 우리가 흔히 일본의 [탈아입구]를 비판하면서 일본인들이 유럽인 워너비라고 조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 우익은 결코 유럽/서구 워너비가 아닙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서구라는 것은 정서적으로 거리가 아주 멀고, 완전히 이상하거나 경계해야할 타자입니다. 그들이 본 서구열강은 지구를 정복한 외계인과 같은 존재로, 그들은 세계를 식민지로 삼아 수탈하고 점점 아시아인들을 옥죄여와 급기야 마지막 남은 중국과 일본까지 먹으려고 한 극악무도한 깡패들입니다. 이러한 정서는 다른 일본의 역사서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서유럽 역사나 대항해시대, 전국시대를 다루는 책에서도 유사한 정서가 감지되고, 또 얼마전에 보았던 NHK 다큐멘터리에서 스페인/포르투갈과 일본 전국다이묘들 간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는데 인트로부터가 무슨 비장한 음악이 깔리면서 세계를 제패한 거대한 스페인 제국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일본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런 멘트로 시작합니다. 만화 진격의 거인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거인을 마주했을 때 느낀 압도감, 내지 경외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5. 그런에 일본은 정작 서구문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 가치관 내지 종교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심합니다. 서양과의 교류가 그렇게 오래되었음에도 기독교 신자는 인구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독교라고 밝히는 것은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일입니다. 전후 일본의 재건을 이끈 요시다 시게루조차 죽기 직전까지 가톨릭이라는 사실을 숨겼을 정도입니다. 외형적으로는 서구문물을 굉장히 많이 받아들이고, 온갖 종류의 외래어를 남발하는 듯하지만, 사실 서구와는 전혀 다른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고, 또 그 다름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구는 영원한 타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메이지 시대 당시에도 일본의 지도자들은 공식 석상에서만 양복을 입고, 사석에서는 일본의복을 입었습니다. 즉, 서양과 교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복을 입지만, 결국 이는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의 제도 또한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6. 다른 한편 일본이 아시아에 대한 갖고 있는 우월감(?)은 사실 근대화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나름 뿌리가 오래된 것입니다. 도쿠가와 막부 때부터 일본의 논객들은 일본을 [중화]라고 지칭했고, 나머지 국가들을 야만국 취급했습니다. 천황을 중심으로 한 만세일계의 신국(神國) 일본. 신성한 황제가 다스리는 신성한 나라에 대한 개념은 개항하기도 이전에 국학자들 사이에 퍼진 것으로, 이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만국과 병립/병존하는 것이라기보다 남들보다 우월한 나라로 보았으며, 또 동시에 신국을 위협하는 서양의 야만국을 상대하기 위해 가까운 만주와 필리핀 연해주 등을 점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2차대전 중 갑자기 생긴 게 아니며 일본 밖에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요시다 쇼인이 이미 주장하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요시다 쇼인보다 먼저 이미 18세기 말부터 대외팽창을 해야 한다는 논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논객에 따르면 그러한 팽창의 목적은 국가방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7. 이러한 대외관은 오늘날에도 일본 보수 본류의 역사관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러한 세계관에서 지정학적 역학관계와 국가방위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것이 꼭 사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고, 사실 국제정치에는 응당 그러한 성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일본의 경우 그러한 세계관이 필요 이상으로 견고하고 강합니다.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것이 원나라의 일본침공, 만주족의 중국정복으로 인한 안보불안 등입니다. 한편 18세기말부터 19세기 내내 러시아에 대한 거의 편집증적인 공포증이 있었는데, 이는 이와쿠라 사절단을 동행하여 곧 [미구회람실기]를 저술한 쿠메 쿠니타케의 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오히려 외국물 잔뜩 먹은 그는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공포심은 과장되었고 망상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은 즉, 오늘날 일본의 정책결정자들도 매 사안을 안보의 관점에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지정학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8. 그런데 냉정히 말하면 그런 지정학적 사고는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결여되어 있는 부분이죠. 18세기(즉, 1700년대) 일본에는 세론가(世論家), 즉 세상을 논하는 논객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들은 오늘날로 치면 방구석 키보드워리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방위나 국가전략 등에 대한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그 중에서는 완전히 허황된 것도 있었고, 또 꽤나 진지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또 서양에서 들여온 백과사전이나 세계지도를 보면서 온갖 종류의 땅따먹기 상상을 하기도 했었죠. 위에 언급한 요시다 쇼인이라든지 이런 인물들도 다 그런 세론가 중 한 명입니다. 같은 시기 조선에서 세상을 무대로 이런 상상을 해본 논객이 있었다는 점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우리나라도 그러한 지정학적 상상력을 키워, 상대방의 수를 다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9. 본론과는 무관한 여담이지만, 일본은 한국을 여전히 지정학적 게임에서 진지한 플레이어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한국은 객체이지 주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주체가 아닌 객체이지만, 언제든 잠재적국의 영향 아래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변수로 바라보고 있으며, 일본은 이를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한국은 그냥 bypass하고 한국의 주변국들과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중국과 러시아와 1대1로 교섭 끝내고 나서 판 다 짜놓은 후에 조선을 위협했습니다. 바로 막무가내로 조선과 1대1 게임을 한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일본에게 보편적 가치관은 딱히 없는 것 같지만 지정학적 상상력과 실행력은 오래전부터 잘 연마해온 게 사실이고, 그러한 세계관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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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레첸
20/07/30 17:16
수정 아이콘
4/5. 한국보다 보편주의 성향이 약하고 일본주의를 외치고 갈라파고스화된 것도 그런 면모에서 나왔죠.

7. 유라시아 북동부, 태평양 서측이라는 대륙의 끝 위치가 외부 변화에 민감한 일본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외부 충격이 곧바로 근대화로 이어졌고요.

8. 한국을 생략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미일동맹을 유지하려면 한국과의 협조가 필요한데(지소미아 건에서도 보듯) 이렇게 어그로 끌면 계획대로 안 돼죠. 거기에 일본의 한국사 학자인 미야지마 히로시에 따르면 일본 학계에서의 한국사는 자국사, 중국사, 미국사 유럽사는 물론 중동사 인도사 동남아사보다도 밀린다고 하는데, 이런 수준의 낮은 인식은 대한관계는 물론 문화적, 외교적 인식에 큰 방해가 될 겁니다.
aurelius
20/07/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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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상대방에 대해 집요하게 분석하는 일본 치고,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듯 합니다.
레게노
20/07/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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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동맹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일본은 그냥 그 자체로 미국에게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갖습니다. 지소미아는 오히려 '한일 공조가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정확히 알려준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8월에 연장기한인데 또 어떤 개드립을 보여줄지 기대되긴 합니다만.
이리스피르
20/07/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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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8번은 반대 아닌가요? 오히려 지정학적으로 보면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면 포기하지 일본을 포기할 수가 없는 위치니까요.
간단히 말해서 일본이 미국과 동맹 유지하는데는 한국이 있든 없든 상관 없죠... 오히려 일본이 그 동맹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한국이 미국에게 필요없어지는거 아닌가요?
미국이 지금과 같은 공세적인 전략을 취할때는 우리나라 일본이 필요하고 방어적인 전략을 취할때는 우리나란 없어도 되지만 일본은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20/07/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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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간과하시는것중에 하나가

미-일 관계에서

일본의 목에 걸어둔 방울이 한국이기도 합니다

미국입장에서 일본은 제아무리 자신들의 충실한 속국이라 해도, 과거의 적이었던걸 잊지는 않거든요

일본에게 모든힘을 몰빵해두는건 좋은선택은 아니죠

괜히 독도문제같은걸 방치해 두는게 아니에요

한국과 일본이 필요할땐 협력하지만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하는게 미국입장에서는 두나라를 조종하기에 쉽죠
20/07/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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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국입장에서 한번 서봤(었)는데 그걸 쉽게 놓기는 어렵겠죠.
+) 책은 어디서 구하셨길래 읽고서 후기를 올릴 수 있었나요 ?
aurelius
20/07/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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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일본어 책 코너에서 구매했습니다 :)
20/07/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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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어 번역이 되지 않은 상태인가 보군요. 감사합니다.
-안군-
20/07/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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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영미]는 2차대전때 생긴게 아닌 유구한 전통이었군요...
담배상품권
20/07/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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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이 핵심입니다. 일본은 한국을 주체적인 국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자민당 주류는요.
실제상황입니다
20/07/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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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일본 주류 사학계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나요? 일본 우익 사관은 말씀하신 것처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정작 주류 사학계의 이야기는 잘 못들어본 것 같네요
aurelius
20/07/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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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실 주류 사학계의 입장은 잘 모르곘습니다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이나 저자의 주장 등을 살펴보면 최소 학계의 주류는 그래도 우리가 이해하는 상식대로 말하는 듯합니다. 극우적 관점에서 집필된 책들은 주로 [통념]을 깨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말이죠. 적어도 통념은 우리가 수긍할 수 있는 사관인듯합니다.
계층방정
20/07/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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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전해들은 얘기이긴 하지만 일본의 주류 사학계의 통설은 한국 사학계에서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소수파들이 사회적, 정치적인 이유로 학계에서의 입지는 좁은 것과 별개로 많은 일반 일본인들에게 먹히는 게 문제인데 한국도 환빠나 5·18 역사왜곡 주장 같은 거 보면 일본 비웃을 처지는 아닌 것 같고요. 의외로 중국 쪽도 그놈의 마르크스 만능주의 빼면 주류에서도 과한 민족주의뽕 그만 좀 빨아라 라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서 한국이나 일본과 큰 무리 없이 교류할 수 있는데 중국은 한국 일본보다도 더 학문이 정치에 봉사하는 기능이 더 강해서 어용학자들의 주장이 훨씬 더 주류를 잠식하는 정도도 크고 문제도 심각합니다...
블랙번 록
20/07/30 17:41
수정 아이콘
한국도 일본을 가장 낮춰보는 나라지만 일본도 한국에 대해 그러하죠 어제 피지알 글에 평창 조형물에 대한 댓글보면 적어도 극우들에게는 아직도 일본이 언제나 가볍게 한국수준은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에 머물러 있다고 봅니다
20/07/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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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일본 본토에 들어가서 전쟁이 어떤건지 뼛속까지 새겨줬으면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뭄득 드네요.가미카제한 나라라서 큰 차이 없으려나요
aurelius
20/07/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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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쿄대공습 등 일본 본토 자체는 폭격으로 초토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전후 미군점령기 당시 35만명에 달하는 미군이 일본을 점령했고요. 문제는 신정부를 리버럴 성향의 정치인들로 채웠어야 하는데, 구 정권의 기득권층을 그대로 기용했었죠. 천황제를 없애고, 일본공화국을 세워 공화주의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로 신 정부가 구성되었다면 역사가 아주 다르게 흘러갔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혹자는 그럼 일본도 적화되서 공산권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하겠지만 (실제 일본 보수 측이 주장하는 말...)
20/07/30 18:16
수정 아이콘
그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된 줄은 미처 몰랐네요.미국이 현지의 체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게 참 아쉽습니다.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네요.
625라도 안 터졌으면 보다 큰 그림을 그려서 천천히 진행해 나갔을지 모르는 일인데 참 아쉽네요
한종화
20/07/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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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덴노였죠. 덴노를 폐하고 대통령제로 갔다면 지금의 일본 민주주의는 사뭇 달랐을 겁니다.
-안군-
20/07/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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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총옥쇄 vs 소멸작전... 가슴이 웅장해진다.
20/07/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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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은 많이 공감하는데 3번 같은 경우는 사실 한국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을 강조하며 저걸 개최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고, 실제로 언론이나 정치인들도 그렇게 여겼거든요.

그리고 그런 '가치보다 성과라는' 시선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세계 xx위 안, 세계에 인정받는 한류, k-방역 등... 그나마 우리가 격동의 정치사를 거치며 만들어낸 가치이자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자생적 민주주의조차 때때로 '아시아에서 가장'이라는 성과에 간간이 묻히곤 하니까요.
aurelius
20/07/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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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국뽕 컨텐츠나 일본의 국뽕 서적 “대단해 일본!”, “세계 주목하는 일본!” 등 기저의 정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권력과의 투쟁 과정에서 생긴 민주적 의식과 아울러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식된 기독교적 세계관이 일본과는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young026
20/08/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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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게 '서구'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편적인 현상이겠죠.
시원한녹차
20/07/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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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일본은 외부 정세에 매우 민감하다. 외부 정세를 살피고 외부와 다른 자신의 문화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 자부심은 타국의 비교 우위에서 비롯되며 대략 도쿠가와 막부 부터 시작되어서 18세기 말쯤 되어서는 조선이건 청나라건 내려다 보았다.

근데 갑자기 지구를 점령할 기세의 외계인(서양인)이 나타났다. 이제는 이 외계인들에 맞서 일본 본토를 방위하고, 그 외계인 못지 않은 성과와 무력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다보니 외계인처럼 식민지와 신식 군대와 높은 경제력을 얻었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또한, 외계인들과는 다른 일본만의 문화를 유지하며 해낸 성과다. 마! 이게 일본이다! 크아! 국뽕에 취한다!

이제는 이 성과를 우매한 아시아인들에게 전수하여 대동아 공영권을 만들겠다. 그러면 서구에 대항하는 세력의 수장이 될 수 있고 일본의 방위 또한 더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대략 이 정도로 이해했는데 맞나오?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일본이 18세기 말부터 자부심이 대단했던 이유가 뭔가요? 솔직히 조선보다 잘나간건 인정하는데 청나라가 떡하니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추상적인 부분이 약하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병적으로 중시하는 그 문화랑 관련이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한 근본 원인이 무엇일지도 참 궁금합니다

사실 일본의 저런 생각은 이해는 가요. 저도 일본인이었다면 저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근거없는 우월함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흔한 현상이나까요. 또한 시대 흐름에 휩쓸려서 도덕성을 놓치는 것도 사실 흔한 일입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도 어른들 말씀이 당시에는 부랑인들을 그렇게 강제로 잡아다 넣는걸 원래 그런거다라고 생각했다는 분들이 많아요.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지만요...
aurelius
20/07/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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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은 왜 조선과 중국을 무시했나? -> 설명하자면 조금 복잡하긴 한데, 일본이 본격적으로 조선을 하찮게 여기게 된 계기는 임진왜란입니다. 일본은 명나라에 패배했다고 생각했지 조선에게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은 당시 협상대상으로 오직 명나라만을 상대했지, 조선을 상대하지 않았어요. 특히 파죽지세로 북상해서 거의 정복할 뻔했다는 기억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명나라로 대표되는 [중화]에 대해서는 경외감 및 열등감 등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그 명나라가 만주족(참고로 일본도 만주족을 오랑캐라고 업신여겼습니다)한테 탈탈 털리는 것을 보고 중원도 별 것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망해버린 명라나에 대한 감정, 그리고 오랑캐 만주족에 대한 감정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의 문화 만큼은 높게 사서 중국으로부터 사서를 계속 구입하고, 또 중국에서 손님이 오면 귀하게 대접하곤 했습니다.
LightBringer
20/07/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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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한명도 못이기고 쩔쩔매다가 도망쳐놓고 쫀심만 쎄네요
므라노
20/07/3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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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간에 중국의 중체서용이나 한국의 동도서기론은 정신적인 것을 배제한 채 서구의 기술만을 받아들이려 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배웠지요.
근데 일본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자유니 인권이니 민주주의니 같은게 일본에서 정치적 레토릭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대는 그렇다치고 특히 근대화 당시에요.
cienbuss
20/07/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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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백년 전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던 상공업적 격차, 더 빠른 서구화 및 근대화. 기술력, 번역능력 등을 보면 우리보다 서구화가 많이 됐을 것 같고. 입점하는 브랜드 같은거 봐도 우리보다 최신 유행하는 물건들이 빠르게 수입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막상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생각보다 외국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외국에서 일본인보다 중국인이나 한국인 유학생이 많이 보이게 된 것도 꽤 오래 됐고. 물론 일본의 자신감이 전부 근자감이라기엔 대단한 나라인 건 부정 할 수 없지만.

물론 우리도 국수주의 같은 게 없진 않고 여전히 돈벌이도 되지만,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는 아닌 것 같거든요. 자학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국뽕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뭔가를 수입했을 때 우리는 현지화 보다 걍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고.
Jedi Woon
20/07/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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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 자민당계 인사들의 생각을 이럴 겁니다.
아시아의 넘버1. 아시아에 우뚝 솟은 일본.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숙적이 되고, 한국은 걸리적거리는 이웃이 되는 거죠.
그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경험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기에 두고두고 활용될 것입니다.
만약 청일전쟁에서 패하고, 우리나라를 병합하지 않았다면 일본의 지식인과 지배층의 인식이 바뀌었겠지만,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았죠...
20/07/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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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의문스러웠던게 열도는 왜 반도를 대륙 세력이 열도를 찌르는 칼 끝으로 인식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역사적으로는 열도가 반도를 수차례나 위협하여 한번은 심대한 피해를, 한번은 점령할뻔도 했고 또 한번은 완전하게 휩쓸어 수십년간 지배하였으며 대륙까지 넘봤는데 그 반대의 상황은 잘해봐야 몽골의 침략 한번뿐이고 그것도 크나큰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열도가 반도에게 대단히 위협이 된다는 건 몇번씩이나 반복되어 증명되었는데 대륙이 반도 타고 열도 찌르는 것은 시도조차 거의 없었고 성공도 못하였음에도 소개해주신 책에서도 똑같은 인식이 나오는군요.
Chandler
20/07/3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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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로 남 불은 인간의 종특..
안스브저그
20/07/30 21:33
수정 아이콘
섬나라가 비슷한 정서를 가자고 대외전략을 꾸려나가는듯 랍니다. 영국도 고립된 섬나라 정서로 유럽 대륙의 정세를 바라보는 눈이 비슷햇죠. 다만 이쪽은 후발주자엿지만 생산력의 급속한 증진으로 세계구급 식민지 경영을 햇고 반대쪽은 후발주자인데다가 기존 서구열강과 지리적으로 한창 동떨어졋을 뿐이라 봅니다.
충동가입
20/07/30 23:25
수정 아이콘
어느 나라든 어떤 복잡한 역사가 있어도 결국 자국은 정당하다 라는 합리화를 하기마련이기에 일본을 이해할 때도 기본적으로 과거의 행동이 명분있고 정당했다고 보려는 방향성을 가지면 해석이 쉬워진다고 봅니다.
별개로 한국 역시 일본의 중요도가 어느정도인지 곰곰히 따질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지금까진 어찌되었든 먼저 근대화, 산업화를 성공하여 문화적으로도 융성한 싸가지없는 일진 선배였지만 이젠 그 열도가 가지는 지정학적 가치가 얼마나 있을까요? 시장은 중국과 동남아 나아가 인도에 비하면 훨씬 작고, 해양세력으로는 이미 동맹인 미국이 있습니다. 세계와의 문화적 교류는 더이상 일본을 통하지 않아도 되고, 실제로 학계에는 더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죠.
한국이 그리는 세계에 일본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요
이리스피르
20/07/3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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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젠 한국이 그리는게 아니라 미국이 세계를 그리게 될거라는데 있겠죠. 미국 입장에선 우린 포기해도 일본은 절대 포기 못하는 곳이구요
충동가입
20/07/30 23:49
수정 아이콘
그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당연히 일본 열도가 가지는 군사적 중요도가 변할 순 없지만, 그 이외의 다른 롤은 무엇일까요? 제가 말한 한국이 그리는 세계라는 건 당연히 미국 주도하의 세계 질서입니다만 그 안에서 일본이 지켜낼 자리와 지켜낼 수 없는 자리, 그리고 우리가 대신할 수 있는 자리와 차지하지 못할 자리를 따져야하지 않을까라는 의미였습니다.
20/07/3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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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본 시장이 썩어도 준치라고 구매력에서 동남아랑 인도는 아직까지 쨉이 안됩니다. 동남아랑 일본은 우호관계고....그리고 미국입장에서 사실 대한민국은 이승만이 약팔아서 해양세력 최전방으로 만들어놓은거지 자기네들 인식으로는 일본보다 중요성이 훨씬 떨어져요.
충동가입
20/07/31 00:10
수정 아이콘
외교대전략 차원에서 미래를 따져보자 정도의 입장이지 사실 Aimyon 님 말씀이 맞습니다. 일본은 준치 수준을 넘는 대국이고 한국은 당장 20년 뒤에 현재 일어나는 내부갈등과 인구구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선진국막차수준이지요. 하지만 그래도 아마 앞으로 10년에서 20년은 세계 속 한국의 인식을 변화시킬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서 포지션을 잘 잡았으면 해요.
드러나다
20/07/31 08:08
수정 아이콘
기업내 조직문화에 공부하는 사람인데요. 3번이 와닿네요. 한국과 일본 기업의 비전과 미션 선언문을 보면 스스로 개성을 드러난 게 잘 없어요. (대충 좋은게 좋은거라는 비전) (대충 돈버는게 애국이라는 비전) (대충 좀 더 열심히 일하자는 미션) 요렇게들 뿐입니다.
스스로가 고민하여 가치를 개발하고 그 가치에 헌신한다기보다는, 그냥 상황에 대응해서 그때그때 잘살자! 로 끝나는게 아닌가 싶어서 아쉬웠는데, 그런 마인드가 오래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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