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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31 22:44:19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잡담] 새로 부활한 흑룡회는 뭐하는 단체인가?

흑룡회는 1901년 우치다 료헤이하라오카 고타로가 함께 결성한 일본의 극우단체였습니다. 본래 극우 불교단체 현양사를 모체로 하고 있으며, 과거 현양사는 김옥균 등을 지원하여 갑신정변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기도 했었지요. 흑룡회의 주 이념은 대아시아주의로,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연합이었습니다. 이는 후일 대동아공영권으로 발전하여, 태평양전쟁 전 일본제국의 이념적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흑룡회는 조선에서 송병준과 이용구를 포섭하여 일진회를 결성하였고, 이들을 통해 한일합방 청원운동 등을 전개하는 등 한일병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한일합방 이전에도 이미 큰 성과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본래 흑룡회는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첩보 및 공작 조직으로, 러일전쟁 개전 전야, 만주에서 러시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공작 활동을 벌였습니다. 러일전쟁의 일등공신 중 한명인 아카시 모토지로 또한 이 단체의 회원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과거 PGR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https://pgr21.net../freedom/84291). 

러일전쟁 후 흑룡회의 활동범위는 점점 넓어졌고, 중국의 쑨원을 지원하고 또 필리핀의 아기날도를 지원하는 등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흑룡회의 지부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터키, 모로코, 에디오피아, 중남미 등지로 확산되었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슬람 운동을 지원하면서 서구세력에 대항하는 의식을 키웠으며, 중남미에서는 반미운동 등을 지원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본토에도 진출하여 미국 흑인운동을 지원하면서 미국 사회에 균열을 가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흑룡회의 활동이 발각되어 1942년 관련자들을 체포한 적이 있습니다.  

흑룡회의 회원수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정계와 군부에 유력한 인사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또 만주와 중국 등지에 폭넓은 첩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일본제국의 비공식적인 첨병이 되어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1945년 패전 후 미군정에 의해 단체는 해산되었고 그들의 활동 또한 금지당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난 2008년, 하라오카 고타로의 증손자 다나카 다케유키가 이 단체를 부활시켰더군요. 이름도 옛 이름 그대로 흑룡회. 일본 위키피디아를 뒤져보니 현재 구 현양사흑룡회 멤버들의 유족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라고 나와있습니다. 이들은 희한하게도 현재 [유라시아주의]를 주장하면서 러시아에도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나카 다케유키 본인부터가 아시아 내셔널리즘 전문가이자 러시아 전문가이기 때문인데 러시아에 학술행사 및 문화교류 등의 사업에 적극적이라고 하네요. 또한 [중국의 봄]이라는 단체를 통해 천안문 사건 이전부터 중국의 반체제 인사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곽조직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아시아신문이라는 기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또 자유인도태평양연맹(Free Indo Pacific Alliance)이라는 조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자유인도태평양연맹 웹사이트는 형편없기 그지 없으나, 조직이 인상적인데 위구르인이 조직의 수장이며, 그외 티벳인과 몽골인 그리고 대만인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뭔가 그림이 딱 그려지는 거 같은데.... 실제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사실 아시아신문이라는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이 또한 굉장히 볼품없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며, 기사도 신문이라고 자처하는 것 치고는 뭐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난 행사 등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만주국 건국 기념일 및 우치다 료헤이 성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있더군요. 우치다 료헤이 성묘나 야스쿠니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만주국 건국기념일도 챙긴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시아신문 사이트는 여기입니다. : https://www.asia-shimbun.com/

혹시나해서 양 사이트 아시아신문과 자유인도태평양연맹에 들어가서 뭐 특별한 게 있나 싶었는데, 결론은 "딱히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웹사이트만 보면 되게 영세한 단체처럼 보이는데, 구 흑룡회의 유족과 그의 직계 자손이 차린 단체라면 분명 이보다 더 큰 무언가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입니다. 

뭐 흑룡회가 다시 부활했다고해서 해서 [일본회의]와 어떤 차별성이 생길지 의문이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미국이 내세우는 인도태평양전략의 공식명칭은 Free and Open Indo Pacific Initiative은데... 얘네가 주장하는 건 여기서 Open이 빠지고, Initiative가 Alliance로 바뀐건데.... 이게 어떤 의미일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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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0/07/31 22:55
수정 아이콘
크큭..
룰루vide
20/07/31 22:58
수정 아이콘
순간 흑풍회로 보고 클릭했네요
독수리가아니라닭
20/07/31 23:03
수정 아이콘
크큭...내 안의 야마토다마시가 꿈틀거린다...
20/08/01 01:09
수정 아이콘
강철비2 보고 오셨구만유 크크크
동년배
20/07/31 23:26
수정 아이콘
일본 특유의 개항이후 우리가 아시아를 대표한다 라는 사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궁금하긴 합니다.
중국이 아무리 지금 미국에 두들겨 맞아도 2위 자리를 뺏기지는 않을테고 결국 인구의 힘으로 일본에게는 계속 우위 잡을 것 같은데...
aurelius
20/07/31 23:30
수정 아이콘
개항 이전부터 국학자들 중심으로 이미 갖고 있던 사상입니다. 일본판 중화관념이에요.
동년배
20/07/31 23:36
수정 아이콘
자기나라 왕을 천왕이라고 부르는데서 이미 드러나지만 그걸 근대정치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정치사상의 일부로 삼는건 또 다른 문제라고 봐서요. 그리고 중국의 중화주의도 그것의 근대적인 표현형태는 결국 민족주의로 수렴된다고 보는데 일본의 아시아주의는 민족주의적인 점이 없지만 않지만 세계가 아니라 유럽-서양을 상대하는 아시아 문명의 대표를 자처하는 점에서 정말 독특합니다.
Je ne sais quoi
20/08/01 08:58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이외의 세계는 수탈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 서구권만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세계관에 넣고 나머지와 구분하는 일종의 일본식 인종주의로요.
20/08/01 11:34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서구가 상. 나머지는 하.

우리일본은 상을 빨리만나서 하에서 벗어났다

우리정도면 중상이다


이게 기본인식이고

일본특유의 위는 아래에게 뭐든 마음대로 해도된다..도 작용합니다

즉 상인 서양이 자기들 일본에 마음대로 해도 받아들이는데, 대신에 중상인 자신들도 하에 마음대로 해도된다.. 뭐 이런 사고방식인거죠
양념반후라이
20/07/31 23:45
수정 아이콘
왼손에 붕대 감고 다니나요 ?
-안군-
20/08/01 00:24
수정 아이콘
흑염룡이 날뛰어서 말이지. 크큭
므라노
20/08/01 00:21
수정 아이콘
저런거 보면 참 신기해요.
지금이야 궁상맞게 저게 뭐하는 짓거리냐 싶은데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실제 저런 단체들이 진짜로 국제질서에 영향을 끼쳤다는게요.
(괴뢰)단체나 인물 + 지원으로 내정간섭하던게 제국주의의 전매특허였으니.
20/08/01 01:14
수정 아이콘
저러다가 국제정세변화 및 자금력, 군사력이 갖춰지면 ISIS가 되는거죠.
사이비 종교나 다를바 없는 무리들...
20/08/01 02:27
수정 아이콘
걍 듣보오브듣보 단체 아닌가요. 별 의미부여 할 필요조차 안보이는데
aurelius
20/08/01 12: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유인도태평양연맹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레비야 카디르는 듣보잡 인물이 아닙니다.
https://namu.wiki/w/%EB%A0%88%EB%B9%84%EC%95%BC%20%EC%B9%B4%EB%94%94%EB%A5%B4
https://en.wikipedia.org/wiki/Rebiya_Kadeer
부자손
20/08/01 05:12
수정 아이콘
각시탈에 나왔던 그 단체인가보네요
그랜즈레미디
20/08/01 07:30
수정 아이콘
카.... 카..... 칵.....씨...타아아아아아......알!!!!!!!
이웃집개발자
20/08/01 08:13
수정 아이콘
이름 멋있는거봐
20/08/01 09:41
수정 아이콘
저런거보면, 근대의 일본이 가지고있던 세계적 관점은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aurelius
20/08/01 12:25
수정 아이콘
근대 일본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일본도 글로벌하긴 합니다. 물론 근래 갈라파고스적 면모가 없었던 건 아니나, 권력 상층부의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꽤 방대해요. 최근 소개해드렸던 가네하라 노부카츠의 인맥도 무시할 게 못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새로운 글로 설명해보겠습니다.
young026
20/08/01 17:35
수정 아이콘
'부활'이라고 할 건덕지가 있나 싶었는데 아예 연결고리가 없는 것까지는 아니군요. 그래 봤자 딱히 큰 의미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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