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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02 01:36:15
Name
앎과모름의차이
Subject
[일반] 한 사람의 음악 취향사 들춰보기 (수정됨)
다른 모든 인간들이 그렇듯, 저도 까마득한 오래전부터 음악을 들으며 살았습니다.
길거리를 걸어가면 상점들이 음악을 틀고, TV를 틀면 음악이 나오고, 엄마와 함께 간 배스킨 라빈스에서도 음악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음악을 의식적으로 찾아서 듣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였습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활발하게 보급될 때였고, 엄마는 중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라고 여겼지만
제가 하도 조르자, 음악 재생 기능이 달려있는 아이리버 전자사전을 사주었습니다.
그 전자사전은 원래의 용도 대신, 제 MP3로 사용되게 됩니다.
그때 제가 가장 관심있었던 건, 음악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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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엔 run devil run이 원래 소녀시대의 곡인지도, 가사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확성기 퍼포먼스가 팔팔 끓는 중학생 시절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나는 가수다> 에 나온 윤도현의 다른 곡들을 찾아듣기 시작하고,
점차 윤도현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들의 곡도 섭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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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회를 빠지지 않고 챙겨봤던 <나는 가수다> 는, 앞으로의 제 음악 취향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나온 가수들 상당수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음악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이외에도 제 아이리버엔 게임 Ost나, 애니메이션 Ost를 많이 저장했던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그 아이리버는 바닥에 한 번 떨어져 충격을 받아 꺼지더니, 작동을 아예 정지해 버렸거든요.
엄마랑 같이 고치려고 A/S 센터에 찾아가봤는데 세상에 수리비가 원값보다 비싼 바람에, 눈물을 먹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글 쓰면서 제 방에 아이리버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는 걸 보니 쓰레기 매립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튼 고등학교 때 엄마가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제 음악 취향사는 또 한번의 격변을 맞게 됩니다.
음악을 자유로이 찾고 저장할 수 있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는 특징이 몇 가지 있었는데,
1) 내가 음악을 찾으면,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관련된 음악을 추천해 준다.
2) 유튜브는 1영상 1음악으로,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시각적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저는 좋은 음악이 있는 게임 트레일러나 뮤직 비디오 위주로 음악을 감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앨범이란 개념이 있는지는 알았지만, 가수들은 주로 앨범 단위로 작업하고 곡을 발매한다는 사실을 좀 나중에 알게 됩니다.
이때 저는 E3, 게임스컴, 블리즈컨에서 발표되는 게임 트레일러들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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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똑같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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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트레일러들은 주로 CG를 사용해 만들어진 세련된 시네마틱 영상이 많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인상깊은 음악과 함축적인 스토리를 넣는 경우가 많았죠.
고등학교 시절의 저는 이 게임 트레일러들을 많이 돌려봤습니다.
게임도 하고 싶었는데, 학생 시절엔 돈이 없었고 게임샵이란 것의 존재도 몰랐을 뿐더러
게임을 사더라도 그걸 돌릴 수 있는 적절한 사양의 컴퓨터나 콘솔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벽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신 게임 소식이나, 메타크리픽 평점이나, 게임 트레일러 영상을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들을 소비하면서, 주로 트레일러 -> ost를 듣는 식으로 음악을 소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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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트레일러, 아래는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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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본편 트레일러, 아래는 DLC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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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소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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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 and the blind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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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ow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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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S. 좋으시면 pt 2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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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주로 듣던 음악들은 가사가 없는 Game Ost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웅장하거나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 치면 나오는 epic 이나 instrumental 류의 음악들 말이죠.
그런데 사실 게임 트레일러를 좋아하는 취미는 우리 학교에서 좀 마이너한 편이었기에, 친구들 앞에서는 그냥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는 척했습니다.
이후 영화를 자주 보는 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도 좀 마이너한 영화를 많이 찾아보는 영화광이었기에, 통하는 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고등학교 생활 동안 그 친구와 함께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게 되었습니다. 영화관에서도 봤고 VOD로 다운받아서도 보았죠.
그러면서 서서히 제 관심은 게임 ost에서 영화 ost로 옮겨 갑니다.
(싱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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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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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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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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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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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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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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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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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커버곡이지만 커버곡 중 가장 좋은 것 같아서 많이 들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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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월요일까지 장마라는데 몸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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