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8/08 00:01
한국에게 미국(서양이라고 하셨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죠)은 조선시대의 청나라와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이 청나라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오랑캐놈들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애들이라 숙이고 가야했던 절대자) 기본적으로 양키놈들이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지만 어찌됐건 그 힘을 도저히 인정하지 않고선 배기지 못할 상대정도라고 봅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미국과 직접 전쟁을 치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일본에 비해서 근본적인 거부감은 덜하다고 봐야겠죠. 어쨌든 우리를 해방시켜줬고 그 뒤로 우리를 실컷 이용해 먹었지만 이 정도 먹고 사는것도 미국 덕분인건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다 인정하는 분위기라 감히 덤벼볼 생각도 안 하는 나라? 일단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 직접 붙어봤거나 붙고 있는 나라들이고, 자연스레 근본적인 거부감이라는게 있을수 밖에 없는 나라들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일본 대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국가의 체급이라는게 있다보니 우리나라처럼 넘사벽이라는 이미지보단 '매우 강대한 적'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일본같은 경우 2차대전 이후로 철저하게 미국에게 굴복하긴 했지만 미국도 기존 일본의 정치체제를 완전히 뒤엎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봤고, 그게 일본의 트라우마가 됐을지언정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까지 부정될 정도는 아니었던지라 그 근본적인 거부감이 완전히 거세되지는 않았죠. (차라리 천황제가 없어지고 국체 자체가 개박살이 났으면 우리가 미국 생각하는 것처럼 그랬겠지만 미국도 일본을 통치하려면 일본의 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보니.....) 중국이야 장제스 시절에나 같은 연합군이었지 그 뒤로는 진영도 다르고 체급이 커진 후에는 사실상 자기들을 막을만한 유일한 나라다보니 거부감이 셀 수밖에 없고요.
20/08/08 00:04
청이라고 보기보단 명이라고 보는게....솔직히 한국인들 대다수에게 미국은 '좋은 나라'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줬는데요. 띠꺼운 부분들이 있긴하지만 그것도 가부장적 부모 밑의 자식같은 느낌이고. 청은 현 중화인민공화국이라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20/08/08 00:07
일단 한물간 점이 있지만 명백하게 미국을 띠꺼워 하는 세력이 한국 정계에 아직도 있고, 심지어 그 세력들이 태도는 좀 유해졌을지언정 현재 정권 중심부에 일부나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상국-제후국 관계였던 명-조선과는 차이가 좀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조선이 만동묘 관리하듯 우리가 맥아더 동상 관리하진 않잖아요. 그리고 미국도 어찌보면 우리를 완전히 자기네 영향권으로 편입한 제후국보다는 가끔 말 안 듣는, 그래서 항상 관리가 필요한 애들로 보고 있고요.
20/08/08 00:13
음 갑자기 실없이 얘기해서 죄송하긴 한데 미국이 명처럼 망해버리고 중공이 한국을 위성국가 삼기 시작하면 진지하게 맥아더 동상에 절하는 사람 들 나오기 시작할거라고 봅니다...흙흙흙
조금 진지하게 말하면 지금이 임란 끝나고 광해군이 정권 잡은 무렵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명분이냐 실리냐.
20/08/08 07:01
네 말씀하신 것처럼 명과는 다른부분이 많죠.
근데 그래도 청보다는 명에 더 가깝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둘다 현재 미국과는 차이점이 있지만요.
20/08/08 00:08
동의합니다. 한국인에게 미국은 명나라 같은 존재이지요. 공적 자리에서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신성모독이지요.
20/08/08 00:33
1. 한국이 한중일 중 제일 (서구)보편주의 성향이 강한 건 말하신대로 서구에 좋은 인상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물론 체급 문제도 있지요. 중국, 일본 모두 이러다 미국 뛰어넘는거 아냐? 소리 나왔거나 나오고 있는 체급은 되는데, 한국은 쨉도 안 되니 명이든 미국이든 헤게모니에 복종하는 게 최선입니다. 바로 위에 체제경쟁하는 나라를 뒀기 때문에 더더욱.
2. 그런 면에서 일본 극우들에게 미일동맹 + 평화헌법은 큰 굴욕이지요. 한때 미국 뛰어넘는다 소리 나오던 나라의 민족주의자에게, 군사작전할 군대도 없고 주체적 외교의 폭이 제한된다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그래서 보통국가화를 주장하는 일본인들 심리가 많이 이해가요. 3. 대만과 홍콩의 서구관과 중국을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같은 중화권도 체제와 국제정치 원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좋은 선례니.
20/08/08 00:36
한국이 서양에게 호의를 갖는건 한중일 삼국 중에 아시아국가때매 망해버린 곳이 한국 하나라서 그런 탓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만큼은 서양이 해방자였죠. 그게 미국이든 소련이든 간에, 해방자이자 물주이자 정신적 자산의 토대.
20/08/08 00:39
그렇겠네요. 보통 한중일에는 빠지지만 대만도 일본에 넘어갔는데, 여기도 꽤나 친서방인 걸 생각하면... 양안관계 문제까지 따지면 엄청 복잡한 문제이긴 한데, 크게 보면 그렇습니다.
20/08/08 00:43
한국보다 더한 케이스로는 홍콩이 있죠. 유일하게 서양이 식민지배의 성공사례이자 자부심으로 내세울 수 있는 도시고,
그 국민들조차도 국민성이 모순 그 자체고요.
20/08/08 02:04
그리고 중국과 일본은 각기 자국이 천하의 중심이라 생각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은지 오래 됐고 그랬던 적도 별로 없죠. 외왕내제 한 기간조차 긴 편은 아니니까. 물론 한국도 민족주의가 약한 나라는 아니고, 여전히 환빠들도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데 거리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봅니다. 경제적으로도 인구, 내수시장 규모가 중일과 현저히 차이나는데다 전쟁으로 인프라도 박살나서 외국에 대한 관심을 접을 수도 없었고.
서브컬쳐를 봐도 여전히 국뽕이 잘 먹히긴 하지만 과도한 국뽕은 호불호가 갈리는 시대가 되었고. 오히려 주인공이 미국 같은 다른 강대국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호가호위 하는 식의 전개가 적지 않게 보이게 됐는데. 일본이나 중국 창작물에서도 다른 나라 캐릭터들이 세계관 최강자로 나오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고, 일본 쪽은 심지어 외국인이 넘사벽 최강자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공이 아예 자국에서 벗어나서 다른 집단에 들어가려 하는 구도가 흔하지는 않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