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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05:11
인간을 일종의 정밀기계로 보는, 유물론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그런데 본문의 저자가 잘 읽어주길 바란 독자들은 이 글을 보다가 뒤로가기를 눌러버릴 것 같은 느낌이...크크크크 나라면 어떤 이슈에 대해 backfire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봤는데 어느날 나사에서 갑자기 '우리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것이 있는데, 지구는 사실 평평하고 둥근 접시처럼 생겼음.' 이라는 발표를 한다면 그걸 순순히 믿는 대신 구글에 나사 음모론부터 검색해볼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크크크
20/08/08 05:27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내가 믿던 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면, 나는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져봤는데, 경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실을 알 방법도 없었고 짐작조차 할 계기가 없었던 경우: 예를 들어서, 죽고 났더니 인생이 VR 게임이었다? 조금 허탈할 것 같지만, 이걸 미리 깨닫지 못했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 같진 않습니다. 진실을 알 방법은 없었지만 짐작해볼만한 계기는 있었던 경우: 죽고 났더니 기독교가 진실이었고 난 이제부터 지옥에 가야 한다? 뭐 조금 분하고 창피할 것 같긴 한데, 시간을 돌려도 선택을 달리할 것 같진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싶습니다. 진실을 알 방법도 있었고 옆에서 진실을 설파하던 사람도 있었던 경우: 알고보니 트럼프가 진정한 애국자였고 미국의 배나온 총덕후 아저씨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도의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솔직히 조금 많이 창피할 것 같습니다. 이건 정보가 분명히 제 눈 앞에 있었는데 제가 아집에 사로잡혀서 이해하지 못한 거니까요 흐흐흐
20/08/08 05:28
신경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기제가 발동되는걸 느끼면
그걸 인터셉트해서 새끼발가락화해서 생각하겠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기계의 반대 아닐까요 흐흐
20/08/08 05:28
좋은 글이네요. 수많은 심리학 연구가 있지만, 이런 연구야말로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좋은 연구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피지알 댓글들을 보면,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설득할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는 것 같고 설득되지도 않을텐데 왜이리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대대대댓글을 달까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크게 3+1가지 동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배설 욕구/카타르시스: 막 쓰다보면 뭔가 후련하고 뿌듯해지는게 있죠. 2. 동지 찾기: 야 너두? 3. 자존감 올리기: 반대 주장을 가진 사람에게 훈계를 하면, 뭔가 내가 더 훌륭한 사람임을 증명한거 같고, 자존감이 살짝 오를수도?? 4. 약올리기: 반대 진영사람들 열받을 것 같은 내용을 적고, '얼마나 열받을까? 크크'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도 클 것 같네요. 인터넷 방송들 도네이션 보면 상당수가 방송인 열받을만한 영상보내고 리액션 보려고 하는게 많더군요 (예: 케인TV). 이 4번째가 의외로 메인 동기일수도??
20/08/08 06:45
네가지 모두 맞네요. 원래 목적인 "0. 이해시켜 우리편으로 만들기(교화)"는 보통 뒷전이죠. 이걸 위한다면 정말 예의있게 설득해야하는데...
20/08/08 06:56
"본인의 신념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신체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같더라는 거야"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예전에도 한 개인이 정치 신념을 바꿀 때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는 글을 본적이 있긴 한데, 이게 '신체 위험'이라고 표현되니 그 강도나 감각이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군요.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자유로운 개인 간의 자유로운 언어의 교환에 의한 사회정의의 구성을 지향했던 근대 자유주의-계몽주의자들의 이상이란 것에 얼마나 견고한 현실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네요. 뭐 딱딱한 집들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규격과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아닌 만큼 소통의 여지야 있는 것이겠지만요....
20/08/08 07: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용은 좋은데 전형적으로 실패한 만화네요. 이런 유형의 실패 만화를 많이 보는데 뭔가 설득력을 높이겠다고 애 달래듯이 온화하게 빙빙 둘러서 얘기하면서 공백은 커지고 컷은 길어지고...이게 실제 대화였다면 설득에 아주 도움이 되는 태도일지 몰라도 만화나 글로는 전달력이 떨어지죠. 만화를 이렇게 책갈피 여러개 붙여놓은 것처럼 그리면 안됩...
담긴 내용에 큰 호의를 갖고 읽었는데도 집중하기가 힘들었네요. OrBef님이 번역해주신 텍스트만 읽었으면 훨씬 집중이 잘됐을듯.. 이걸 보니까 제가 인터넷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10년전에 다니던 커뮤니티 사이트에 교인이랑 공격적인 무신론자랑 키보드 배틀이 났거든요. 무신론자가 계속 뿔난듯이 들이박는데 교인분이 1시간 내내 천사같이 온화한 태도로 신앙을 방어하더군요. 억지로 참는 것도 아니고, 가식적이고 딱딱한 태도도 아니고 정말로 온화하게. 결국 무신론자 분이 "당신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 인격을 존경한다." 고 하면서 논쟁이 마무리 되었는데...이겨도 XX, 져도 XX 라는 인터넷 논쟁에서 제가 평생 본 유일한 '승리자'였습니다.
20/08/08 12:24
사실 이 만화가가 개그물이 본업입니다. 개그물은 정말 눈물날 정도로 웃기게 잘 그리는데, 가끔 진지 드시고 이런 만화를 그리면 확실히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긴 해요.
20/08/08 07:23
이거에 관해서 친구들과 토론한적이 있는데
"생각은 유연해야하고, 자신의 신념을 확실하게 하려면 반대쪽 의견을 이해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반박해야 한다."와 "어느정도 확실해진 가치관은 신뢰해야하고, 계속해서 반대쪽 의견을 반박해가는것은 생산적이지 못한 에너지 소모다." 였는데 저는 당연히 첫번째가 옳다고 생각했는데 듣다보니 두번째 말도 일리 있더라구요. 이미 저도 지구 평평론 같은건 당연히 말도안된다고 생각해서 자료같은걸 찾아보려하지 않죠. 인터넷에서 주장하는 모든 진실에 대해서 관련근거를 파헤치지 못하는 만큼 언제 내 생각을 바꿀만큼 노력해야할지 고민하게되네요.
20/08/08 08:11
그러게요.
뭐 사실 저도 지구 평평론이나 안티백서들의 논거들을 신중히 검토해보고 반박한 뒤에 그 사람들이 바보라고 결론내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견을 검토하는데 쓰는 노력 자체가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는 건데, 그쪽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 있겠죠. 근데 저만 그런게 아니라, 주류 vs 비주류가 확실한 경우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검증해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주류 의견을 따를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것도 생각하기를 멈췄다는 면에서는 본문에서 비판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는 없죠. 다만 저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신념 중에서 '이걸 바꾸면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됨' 일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많지 않도록 노력은 하는 편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게 있어서 "내 가족과 친구들은 나한테 소중하다" 정도를 빼면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가치란 것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20/08/08 08:44
나와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면 "본능적인" 적대감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꾸준한 교육을 통해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차별적인 생각이나 적대감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누군가는 계몽주의적이고 교조주의적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답은 교육 (특히 신경가소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렸을 때의 교육) 밖에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08/08 09:37
[우리가 가진 믿음에는 등급이 있어. 버려도 그만인 것들이 있고 버릴 수 없는 핵심적인 믿음이 있지.]
정치학에 있어선 이 통찰이 중요한데 버클리대의 가브리엘 렌즈라는 학자가 2012년에 쓴 Follow the Leader?라는 책이 이쪽에 있어 두각을 보인 최근 연구입니다. 대체적으로 유권자들은 모든 이슈들에 있어 당 강령과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이 속한 가족,종교,계급,인종을 배경으로 뚜렷한 정당 선호성를 가지게 되면 자기의 정체성이나 핵심적인 가치관에 위협을 주지 않는 선 내에선 지도부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부차적 현안들에 있어서는 많은 유연함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정당이나 후보를 먼저 선택하고 많은 세부적인 것들은 그것에 끼어맞춰 함몰시킨다는 거죠. 트럼프 이전 공화당이 자유무역적이었던게 쉽게 보호무역 정당으로 돌변한게 대표적인 예가 될겁니다. 요즘같이 정체성 정치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다이내믹이 예전보다 훨씬 강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겠고요.
20/08/08 11:07
만화에선 답을 모르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처음 집을 지을 때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유연한 집을 짓도록 "교육"하는게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암살단의 신조를 되뇌어봅시다.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20/08/08 12:16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종교나 정치인 혹은 정당이 상식과 다르게 행동할때도 다수의 지지자들이 제3자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옹호 하는 이유가 저래서란 생각이 듭니다. 맹목적인 반감과 증오도 마찬가지고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도 이런 종류겠죠. 어찌보면 자신의 comfort zone을 만들어지면 벗어나길 무서워 하는게 인간 본성인것 같습니다. 젊을때는 그나마 변화에 거부감이 적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점점 무서워지고요
20/08/08 13:39
이걸 역으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쌓아놓은 신념의 벽을 하나만 무너뜨려도 전체 사상을 개조(?)할 수 있다는 무서운 얘기가 되죠.
본문에 나온 워싱턴의 노예 틀니설(?)만 해도, 처음엔 거부감을 갖겠지만 근거자료를 계속 들이대고, 삼인성호처럼 주변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로 채워가다 보면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고, 워싱턴의 업적들마저 부정하게 되고, 종국에는 "조시워싱턴은 천하의 xxx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는거죠. 소위 말하는 "테라포밍"도 이런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요.
20/08/10 11:59
잘 읽었습니다! 내용도 좋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공감되네요.
근데 신경과학 전공자로서 한가지 오류에 대해 지적하자면,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주장을 들을때와 신체적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편도체(amygdala)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 두 종류의 자극이 동등하다는 것을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두 자극은 다르다는게 밝혀져 있습니다. 신체가 느끼는 각종 pain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있고, 그것들은 fMRI와 같은 저해상도 이미징으로 관찰하면 구분이 불가능하지만 (예: 둘 다 amygdala 부분이 활성화) electrode나 calcuim imaging 같은 더 정밀한 관측 방법을 사용하면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pain의 종류의 따라서 각각 다른 neuronal ensemble이 활성화되는 걸 최근 스탠포드의 mark schnitzer 그룹에서 보인 바 있어요. 요약하자면, 심리적인 pain과 신체적인 pain이 같다고 주장하는 각종 자료들은 이제는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0/08/11 01:52
아하 재미있는 부가 설명 감사드립니다. 저도 fMRI 의 해상도 문제는 어렴풋이 알았던지라 약간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증명이 되어있는 부분이었군요. 뭐 본문의 주 논지는 꼭 amygdala 실험이 성공해야만 성립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 싶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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