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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29 01:10:49
Name 티타늄
Subject [일반] 전세계적인 출산률은 왜 감소할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수정됨)
"최근 서구권의 출산율 추이와 한국에 시사하는 점(https://pgr21.net../freedom/87824?page=2)"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이 듣고싶어서 덧글로 적었던 내용을 보완하여 게시글로 다시 적습니다.


1. 사람들은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장점이 명확하고 대체불가능하면 선택한다.

전세계적인 출산률 감소 현상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설명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있지만, 어떤 이론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경제적인 요인만 고려하는 전통적인 접근은 여러 반례가 등장하며 더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지요. 소셜미디어 확대나 불평등 같은 개념이 또다른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그저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일뿐, 미래를 예측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요즘 출산률에 대한 분석의 기조가 너무 출산을 안하는 이유에만 치중되어있다는 사실이 문제해결을 방해하고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세계적으로 출산률이 줄어드는 이유가 [출산의 단점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장점이 모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롤에서 야스오가 망하기 쉽고 위험부담도 크고 컨트롤도 좋아야하며 밴도 잘되고 사회적으로 무시도 당하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높은 픽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장점이 매우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보기에 멋지고 재미있으니까. 누군가는 야스오가 1티어라서 픽이 많이 된다고 말할수도 있겠으나, 모두 아시다싶이 야스오는 5티어든 1티어든 픽률이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장점이 명확하고 대체불가능하면 선택합니다. 출산을 안하는 이유는 물론 단점이 많아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체불가능한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대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빼앗긴다는 점에서 출산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연애를 대다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은 해보려고 하는 이유는 연애가 주는 대체불가능한 무언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전통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벗어나서.

학계에서 출산률 감소의 원인을 찾는데 집중하는 이유는 (다른 학문에서도 대체로 그렇듯) 어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면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보완하는 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원인을 제거해서 결과를 바꾸는 방법은 전통적인 문제해결 기법이지만... 때로는 올바른 접근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는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과 관계없는 또다른 원인에 의해서 해결되기도 하니까요.

이런 종류의 문제해결 기법으로 유명한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회사에서 공사판 인부들이 보안경을 잘 쓰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너무 불편한 보안경과 인부들의 안전의식 부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었고, 회사에서는 실용적인 보안경을 개발하여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으니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안경을 너무 쓰기가 싫게 생겼다는 의견이 나왔고, 안경을 인기있는 선글라스 디자인으로 바꾸자 착용률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분명 그 안경은 더 불편했고, 인부들의 안전의식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안경이 멋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모든 단점을 무시하고 착용률을 높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법은 WHO에서 했던 프로젝트에서도 나오는데, 후진국에서 비누로 손을 씻지 않는 이들을 교육하기위해 비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비누의 유용성에 관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정기적으로 강연하는 대신, 향기가 더 좋은 비누로 교체했더니 비누 사용률이 급증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비누의 사용의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후진국에서 접하기 힘든 좋은 향기라는 압도적인 장점이 덮어버린 것이지요.

지금까지 전통적인 문제해결 방법으로 출산률 문제를 접근하는 것에서 큰 소득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문제해결 기법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은 "출산을 안하는 이유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보다 "출산을 할 이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출산이 갖는, 아이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될 것이구요.

저는 이런 의미에서 최근에 피지알에서 봤던 덧글인 [아이들은 짐이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고 활력소가 되는 인식이 좀 늘어났음 좋겠습니다.]와 같은 인식이 매우 바람직하고 더 강조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가 갖는 대체불가능한 의미가 무엇일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별 생각없이 어머니께 "엄마는 나 왜낳았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원래 가질생각이 없었지, 아무래도 애가 생기면 제약이 생기니까. 근데 어쩌다가 아이를 낳게됐는데, 나는 그게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일이라고 생각해. 일단 아이를 낳고 들었던 생각은 내 생각보다 정말 아이가 약하다는 거였어. 부모없이는 아이는 먹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잖아. 그때 아, 이 아이는 내가 아니면 살아갈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강한 책임감이 생겼고, 예전보다 몸도 조심하게 됐어. 운전을 할때도 별생각 없이 하던것을 아, 내가 없으면 내 아이는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더 조심하게 됐고. 나 스스로를 훨씬 소중하게 여기게 됐던 것 같아."
"그리고 너, 내 아이가 의외의 면에서 나와 비슷한 것을 볼때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또, 내가 아이를 키우니까 걸어가다가 보이는 아기들이 너무 귀엽고 아이들 웃는모습만 봐도 행복해졌어. 나도 결혼하기 전에도 아이들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도 물론 했지만, 내 아이를 키워보고나서 남의 아이를 보니 너 낳기 전이랑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 분명 힘든점도 많고 네가 말안듣고 그럴때 엄청 속상했지만, 너 낳은 것은 후회되지 않더라"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이 전까지는 굳이 애를 낳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인생의 동반자로 결혼은 하고싶지만 글쎄? 애는? 이라는 생각을 갖고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기점으로 아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내 삶에 아이가 생기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자유로운 삶만큼이나 아이와 함께하는 삶도 가치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되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아이를 낳는 [의무]를 할테니 국가에서 내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관점보다, 내가 아이를 낳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의무를 수행해달라는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적확한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느낌은 아마 이해하실 듯 싶습니다.




3.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

제목에 거창하게 적었는데, 여러 커뮤니티들을 돌아보며 그냥 제가 했던 생각들을 나열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젊은세대의 출산에 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해야할 일은 출산이 애국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무책임하고 애국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낳은 아이에 대한 책임을 알아서 더욱 낳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책임의 무게만 알뿐, 그것이 주는 기쁨과 의미있는 가치, 행복은 잘 모릅니다. 이점을 양쪽이 명확하게 이해해야, 아이를 낳기를 설득하는 이들과 젊은세대가 모두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국가는 출산률 문제에 경제적인 부분 못지않게 정신적인 부분도 중요한 요소임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인 지원은, 아이를 낳고 싶으나 현실적인 비용 문제때문에 포기하는 이들에게는 강한 유인이 되겠지만, 애초부터 출산에 별 유인이 없었던 이들에게는 그저 잠재적인 가능성만 조금 더 늘려주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문제에 앞서 들었던 예시의 선글라스나 향기 좋은 비누처럼 구체적인 좋은 아이디어가 무엇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제해결방법에 대한 관점을 일단 바꿔보겠다는 공감대가 생기면, 이것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정신적인 가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또한, 국가는 덮어놓고 출산을 미화할 것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 그리고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부모로서 삶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또한 선배부모들은 마찬가지로 덮어놓고 출산과 육아를 미화할 것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가 준 많은 시련과 괴로움과 그럼에도 출산이 가치있다고 느낀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평소부터 아이가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젊은세대도 출산과 육아에 덮어놓고 편견가득한 시선으로 보고있다면,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경청하고 출산과 육아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부모님을 보면서 느꼈던건데,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너를 낳았기에 내 삶이 정말 행복해졌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또한 그저 거짓으로 지어내는게 아니라 아이가 내 삶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만들어 주었던 순간순간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을 모아 진정으로 아이가 주는 의미를 가치있게 생각을 해야합니다. 이도 많은 사유와 성찰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아마 이러한 노력은 피곤하고, 지루하며,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고, 때때로 다양한 갈등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멈추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지금 아주 좋지 않은 상황에 있고, 우리가 각자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족들. - 본문에 넣을 자리가 없어서 그냥 구겨넣습니다.
1. 위와같은 이유로 저는 피지알에서 결혼해서 애낳고 알콩달콩 잘사는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오는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이곳에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회의감이 널리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글에 대해 높은 추천수가 박히는 이유는 아마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출산의 장점에 대해 강조하자! 라는 생각때문이 아니더라 할지라도, 이런 글들이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걸 직감적으로 사람들이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새는 그런 게시글이 좀 뜸해져서 아쉽습니다.

2. 예전에 자살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하신 어느 학자분의 책에서 "사람은 세상에 오직 자기 자신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가 존재하고, 그것에 책임을 가질 때 강한 삶의 의지와 정신력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에 덧붙여, 이러한 이유로 삶의 마지막까지 연구해야할 학문이 있는 학자들이 비슷한 조건의 일반인들보다 평균 수명이 높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는 대다수가 평범한 사람인데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한테 딱 그 사람만 수행할 수 있는 과제가 존재할 수 있는건지?' 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요즘은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 그런 과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본인밖에 없으니까요.

3. 혹 아이를 키우시는 피지알러분이 있으시다면 아이를 낳고 어떤 삶의 변화가 있었는지 덧글로 이야기를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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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9 01:2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국력입장에서야 늘어나는게 좋다고 하지만 전세계적으론 굳이 인구가 늘어날 필요가 있을까 싶음
늘어나서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지 않을까요?
한사영우
20/08/29 01:30
수정 아이콘
어차피 정보를 전해주는 수단이 SNS 와 미디어라고 볼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사회가 어떤걸 더 권장하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동료 직원들 지갑속 가족 사진과 자식들과 찍은 소풍 사진을 보던 시대에서 동료 직원의 해외 여행 인스타 보는 시대로
가족의 소중함을 외치는 한지붕 세가족 ,아들과 딸 같은 드라마에서 성공한 여성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드라마로
자기 밥그릇은 알아서 챙겨 나온다는 막연한 믿음에서 세세한 수치까지 나오는 너무 답답한 금액의 육아비로

자동차 운전에 예를 들면
요즘은 운전대를 잡아보기도 전에 , 교통사고 사망률 , 자차 운영비 , 세금 , 운전의피곤함 , 심부름꾼 걱정 , 난폭 운전 , 주차 걱정 등등
무시 무시한 정보만 계속 듣고 있죠.

결혼과 육아도 딱 이런꼴이라고 봅니다. 사회가 정보라는 핑계로 필요없이 디테일하게 겁주고 있어요.
Hard Rock Cafe,
20/08/29 01:37
수정 아이콘
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장점을 부각하는 전략이 청소년 흡연 공익광고에서 적용된 걸 보았습니다. 담배를 피지않는 학생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광고 자체가 세련된 느낌이고 집중도 잘되더라구요. 흡연의 폐해만을 가르치던 이전의 교육 방식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거라 예상합니다.
지탄다 에루
20/08/29 01:37
수정 아이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LightBringer
20/08/29 01:44
수정 아이콘
이건 확실히 신선한 방식이네요
HYNN'S Ryan
20/08/29 02:50
수정 아이콘
옳습니다.
감전주의
20/08/29 03:0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늦은밤이라 추천만 누르고 갑니다.
아기돼지
20/08/29 07: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공감되네요.
출산율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고 생긴 변화와 알게된 것이 있습니다.

1. 변화
아이를 낳고 생긴 삶의 변화는 ‘살아있다’ 입니다.
쓰고 보니 사족 2에 나왔네요. 제가 그 가설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겠군요.

아이는 기쁨입니다.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서 살게 하네요.

2. 알게된것
나의 과거(?), 인생에 대한 고찰 등인데 모두 유전자 관련한 이야기네요.

제 유전자와 마눌님의 유전자가 만나 나온 첫 아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였습니다. 외모와 하는짓이 저 같았거든요. 정말 제 과거가 생각 났습니다.
아이를 하나만 낳아서 기르자던 마눌님께 ‘님 닮은 아이를 보셔야 합니다.’ 라고 할때 첫 아이도 자기 닮았다고 괜찮다던분이 지금은 둘째를 보며 ‘쟤가 확실히 날 닮았다.’라고 하시며 눈에서 꿀떨어지네요.

저는 딸이 둘이고 나이차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직합니다. 성격상 곰과에 속합니다. 세상 살며 손해 많이볼 스타일이죠. 둘째는 여우과 입니다. 이쁜짓을 가르치지 않아도 합니다. 둘째라 그런것 아니냐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고고다이노를 좋아한다길래 제집 tv에 틀어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다보고 큰애랑 통화하는데 둘째가 갑자기 ‘아빠 고고다이노 보여줘서 고마워요.’라고 합니다. 36개월짜리가 어떻게 저렇게 이쁜말을!!!

사실 둘째 낳고 계속생각했습니다. 세상엔 이쁨받을줄 아는 사람이 있구나
난 아니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암튼 낳으세요.

육아 돈 얼마 안듭니다. 내가 어릴때 공부 안했습니까? 우리애도 그럴껍니다. 마케팅에 속지말고 엄마 아빠의 과거를 돌아본뒤 욕심을 버립시다.
단 노력하면 유전 능력의 최대치발현 할껀데 그건 자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흥미를 갖게 해주세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요새 영상통화 할때 폴가이즈 이야기 하고싶어서 눈이 반짝반짝하는 큰애가 귀엽습니다. 아 폴가이즈 시킨건 접니다. 좋아할줄 알았으니까요.
제가 큰애에게 요새 하는말은 ‘엄마가 요구하는걸 들어주고 나면 당당하게 게임할 수 있다. 그러니 게임하느라 다른것 못해서 엄마한테 혼나지 말고 미리 다하고 게임해라’ 입니다.

결혼보다 육아가 재미있습니다.

꼭 낳으세요!!!

P.S. 결혼할 때 이야기 많이 하세요. 하고나서도 많이하세요.
티타늄
20/08/29 14:10
수정 아이콘
[36개월짜리가 어떻게 저렇게 이쁜말을!!!]
을 읽으면서 절로 웃음이 나네요.

좋은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답이머얌
20/08/30 08:32
수정 아이콘
자식 서열에 따른 성향

첫째는 과묵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둘째는 반항적이지만 눈치도 빠르고 제살길 잘 찾고

이게 환경에 따른 학습인 줄 알았습니다. 부모의 기대(노골적이던 암시적이던)와 둘러싼 환경(첫째가 용돈부터 시작해서 학비까지 지원을 많이 받죠. 물론 실험적 대상이라 시행착오도 몸빵해야 하지만) 탓에 그런 성향이 길러지는 줄 알았는데...

키워보니까 아니더군요. 그냥 선천적이더군요. 근데 왜 그런 성향이 선천적으로 나타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뇌에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어서 둘째 이하는 '난 첫째보다 불리하니 이쁜 행동 많이 해야한다. 여기서 이쁜 행동이란 어쩌구저쩌구...'가 입력되어 있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새강이
20/08/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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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Quantum21
20/08/29 08: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이를 가지것이야말로 대체불가능한 "기쁨"을 주는 종류의 것이죠.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삶을 돌이켜보며 그동안 수행했던 인생 퀘스트를 되돌아 보았을때 아이키우기보다 더 크게 다가올수 있는건 별로 없을 겁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더라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되었을때 자연스럽게 아이를 가지고, 받은 사랑을 물려주려고 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쩌면,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아주 길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자연선택의 흐름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피곤하고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짜증내려는 순간, 그래! 그런 장구한 흐름에 기여를 하려면 내가 여기서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합니다.
티타늄
20/08/29 14:29
수정 아이콘
[이것이 어쩌면,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아주 길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자연선택의 흐름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데, 아직은 완전한 확신은 없어서 본문에 적지는 않았습니다.
기존에 물질적인 것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이들이 선택되는 구조에서,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연히 정신적인 것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이들이 선택되는 구조로 넘어가는 흐름인게 아닐까 하는...
그러나 진화에는 필연성이 없고, 거기에 함부로 필연성을 부여하는 일은 의도치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서 아직은 좀 더 신중히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Quantum21
20/08/29 16:52
수정 아이콘
진화에 필연성을 부여하면서 누군가에게 의도치않은 상처를 주는 상황이 생기는것은, 진화의 방향이 어디인지 [더 나은세상]이라는게 무엇인지를 미리 결정해버리는 우를 범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정신이나 물질이나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 진화적으로 더 유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만 생각해보면, 진화적집단이 가진 다양성의 크기가 생존경쟁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구성원이 많을수록 더 유리하다는 원리는 꽤 명확합니다. 결국 진화적 필연성에 대한 확신은 특정 방향이 아닌, 얼마나 무수한 방향을 집단내에 수용하며 더 다양해질 수 있느냐가 거시적인 진화적 우위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큰틀에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가 결국 진화적 필연성의 방향에 꽤 가깝지 않을까라고 믿습니다. 단기적인 방향성은 너무나 혼파망이기에 그걸 넘어서는 장구한 큰 흐름에 대해서는 사실, 일종의 믿음의 영역이 되지 않고서는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티타늄
20/08/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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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가 진화의 종착이라는 생각은 여러 근거로 이미 논파된 상태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왜냐하면 구성원이 서로를 배려하는 이들(giver)이 득세하는 세상에는 무임승차족(taker)가 진화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임승차족이 득세하는 세상에는 합리주의자 (giver한테는 giver/ taker한테는 taker)들이 진화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어, 이는 돌고도는 구성을 띄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팃포탯 : https://namu.wiki/w/%ED%8C%83%ED%8F%AC%ED%83%AF
게임이론 : https://namu.wiki/w/%EA%B2%8C%EC%9E%84%20%EC%9D%B4%EB%A1%A0
다음 자료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있으므로, 참고하시면 좋을듯 합니다.

또한, 생명과학의 주류 관점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개체간의 변이(=차이)를 줄여나가는 과정입니다. 선택이란 선택지를 점점 줄여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양성이 무기라는 말씀은 인문학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했고 생각해볼 내용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명과학의 주류관점에서 본 자연선택과는 거리가 있는 개념입니다.
답이머얌
20/08/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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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환경에 너무 잘 적응한 종은 역으로 환경이 변화했을때 절멸하기 딱 알맞죠.

다른 면으로 보면 자연환경적으로 인간은 열대에서 극까지, 물위에서 산꼭대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맞춰 살아갑니다. 즉, 지구 환경이 어떤 식으로 바뀌던(빙하기 또는 온난화 등) 살아남을 종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문학적으로도 독재에서 민주정까지 다양한 인간 사회에서 살고 있죠. 어떤 정치체제 인간은 거기맞춰 살아가죠. 즉, 사회환경이 어떤 식으로 바뀌건 살아남을 종이겠죠.

고기부터 푸성귀까지 다양한 음식을 먹을수 있는게 인간이란 종이죠. 즉, 지구 자체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는한 뭐든 먹고 살지 굶어 죽지 않을 종이겠죠.

대충 살펴보았는데 지구 자체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뒤집어지지 않고서는(유기화합물, 신진대사는 물을 기반으로) 인간이 어느 정도 진화된 개체로는 유연성이 가장 넘치는듯 싶어요.
강미나
20/08/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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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막연하게 '김동완 류 드라마'라고 부르는 휴먼드라마들이 있는데,
출산율을 위해선 그런 드라마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 아기들 나와서 돈 펑펑 쓰면서 위화감 조성하는 게 아니라요.
-안군-
20/08/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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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와서 오히려 맑스가 주창하던 "유물론"이 더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영혼이니 감정이니 뭐니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결국은 물질과 환경에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는 거죠,
즉, 예전에는 막연하게 "애가 있으면 좋으니까", "대를 이어야 하니까", "사람은 자기 먹을건 가지고 태어난다더라" 이런게 통했다면,
지금은 "자식을 가졌을 때의 손익", "자녀를 키우는데 드는 육아비용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 매몰비용", "자녀가 장성했을 때 내게 돌아올 금전적 이익"
거기다가 자녀를 키우려면 방이 적어도 3개는 있어야 하고, 월 소득은 얼마 이상이어야 하며,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도 위축될거고... 등등등..
뭐 이런걸 생각하기 시작하니 100% 손해거든요. 그런 인식이 점점 더 커져가는 느낌입니다.
모데나
20/08/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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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자식들이 노후생활을 책임져 주지 않는 사회가 됐거든요. 이렇게 개인의 출산필요성이 줄었으면 그만큼 애 키우는 부담도 줄어야 출산율이 유지될텐데, 우리사회는 반대로 아이키우는 비용과 노력이 예전보다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으면 예전보다 더 대충 키워도 되는데, 그런 사회가 되지는 못했죠. 자녀들의 미래가 걱정되고, 안정적으로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합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부모들이 성인자녀의 삶에 대한 책임감이 강합니다. 거기다 출산뿐만 아니라 결혼의 필요성도 확 줄어서 혼인율도 많이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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