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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09 14:44:42
Name 미고띠
Subject [일반] 군대의 쉬쉬하고 넘어가기 (수정됨)
군대 얘기가 또 여러모로 핫한 것 같아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 경험담 하나를 써봅니다.

저는 05년 5월 군번이고, 전방의 유명 메이커부대의 FEBA 부대의 81M 박격포 출신입니다.

화기 중대에서는 가끔씩 (분기에 한번?) 정도 축사탄 사격이라고,  
일종의 공포탄과 같은 연습용 탄을 쓰는  훈련을 합니다. 사거리는 짧지만, 포 방열과 FDC 의 계산 등을 훈련하는데 목적이 있겠죠?

자주 하는 사격이고, 실제 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제 고폭탄보다는 좀 더 나이브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주특기 훈련 / 사격인 만큼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고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 분위기 안에서 제 동기가 탄을 받으러 갔는데,
탄을 분출하던 (제 동기와 친했던) 하사가 장약을 삽입한 축사탄을, 동기한테 받으라고 던졌습니다.
당연히 양손으로 받으려고 했던 제 동기는 반응이 늦어져 탄을 받지 못했고요. 발 밑에서 축사탄이 폭발하게 됩니다.

파편이 전투화를 뚫고 들어가 발가락을 일부 절단하고, 얼굴로도 튀어 눈 위쪽 ~ 눈썹까지 거대한 흉터들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하사 및 간부들 : 징계받지 않음
- 공식 사건 기록 : 남지 않음
- 제 동기 : 훈련에 열심히 참가한 모범 병사가 되어 포상휴가 4박 5일 받음. 평생 얼굴에 상처가 남음.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게, 폭약이 든 탄을 던져서, 그것에 맞은 병사가 응급차까지 불러서 병원으로 실려가 얼굴 수십바늘을 꼬맸던 사안이,
내부적으로 그냥 쉬쉬해라, 암말하지 마라 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고요.
(물론 휴가와 얼굴 상처를 맞바꾼 선택을 한 제 동기도 안쓰럽긴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주임원사는 제 동기를 보고 짜집기... (얼굴 흉터 실로 짜집기했다고) 라고 불렀습니다.

그때야 저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라 좀 그렇네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미친 집단이었던 거 같아요.

그냥 군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외박 탈영 - 휴가 대체 건과는 비교도 안되게 심각했던 사건을 눈앞에서 모두 보고,
그게 아주 깔끔하게 은폐되는 것까지 봤던 기억이 떠올라 글 써보았습니다.
졸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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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 14:46
수정 아이콘
아무리 축사탄이어도 그걸 어떻게 던질 생각을 하지.... 미쳤네요.
미고띠
20/09/09 14:47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요. 던진 하사도 아무 일 없이 군생활 마친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전역해서 잘 모르지만 크크. 중사 진급하는 건 봤네요.
만약 한 1cm ~ 2cm 정도만 파편이 아래로 튀었어도 실명할 수 있는 위치였거든요 상처가.
뜨거운눈물
20/09/09 14:49
수정 아이콘
발가락 절단이면 장애 아닌가요? 근데 기록에 안남고 그냥 넘어가다니 와..
타는쓰레기
20/09/09 14:51
수정 아이콘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미친 집단이었던 거 같아요."
이거 레알...진짜 세상 물정 모르고 끌려가가지고 정말 2년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애초에 왜 거길 강제로 가야되는지부터 해서 그 안에서의 다양한 부조리들 생각하면 얼척이 없네요.
저는 의경이라 그래도 상관들이 민간인이자 경찰공무원이라서 그나마 나았을거라 보는데,
군대에서 장교들 및에서 생활한 분들은 얼마나 이상한 걸 많이 봤을지....
20/09/09 14:52
수정 아이콘
인트라넷에 올라오던 사고사례보면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 많았죠
06군번 입니다
20/09/09 14:55
수정 아이콘
아이고... 돌이켜보면, 그런 XX 집단이 맞아요, 그전에는 더 했었던거 같구요,
요즘은,,그런식으로 덮는게 작아지고 줄어들고 있지만,,,그렇다고해서 나아지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20/09/09 14:56
수정 아이콘
저희 부소대장은 훈련 나갔다 방독면 잃어버렸는데 어디서 새거 받아오더군요. 제가 그랬다면... 그말싫
미고띠
20/09/09 15:0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이거 얘기해주셔서 생각났는데, 위에 저 하사가 이후에 훈련갔다가 96K 를 잃어버렸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병사들이 자기 96K 를 숨겼다고 생각하고 숙영지에서 텐트치고 있는데 군장 다 걷어서 군장 뒤기지 시전(...)
아무리 뒤져도 안나오니까 저희들한테 화냈다가, 애원했다가, 욕하다가... 하다가 결국 전령이랑 같이 행군길 되돌아가기를 시전(...)

결국은 행군하다 흘린거였고, 후속 행군하던 타 대대에서 주워서 연락와서 받아왔네요.
20/09/09 15:40
수정 아이콘
저는 이등병때 혹한기 훈련 갔는데 야삽을 잃어버렸습니다. 선임 일병(그때 4호봉?)한테 이야기하니까 화이바로 대갈통 한 대 맞고는 화기중대 가더니 하나 주워갖고(?) 오더라구요...
20/09/09 16:32
수정 아이콘
혹시 저희부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부소대장이라니 아닌것 같네요. 저희는 한 병사가 방독면을 떨어뜨렸고 차가 깔고지나갔었습니다. 당연히 다 망가졌고요. 근데.... 어떠한 방법을 통해 새걸로 채웠었네요. 흐흐.
총도 어쩌면 제가 모르는방식으로 땜빵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제힘으론 어려우나 남의힘 빌려서라면 총 빼고는 모든 보급품 채워넣을 수 있었습니다.
20/09/09 16:34
수정 아이콘
gop 있을 때 ceoi 잃어버렸던것도 어떻게 넘어가더군요 허허 이번엔 소대장이었습니다
20/09/09 16:42
수정 아이콘
아 뭔지 알것 같습니다. 뭐... 간첩이 가져간것만 아니면 흠흠..
저는 보급계일도 했기땜에, 서류에 안잡히는 보급품들 여러개 쟁여뒀는데, 가끔씩 필요한경우가 있더라구요.
트윈훈
20/09/09 15:17
수정 아이콘
현직 감자국 군의관입니다.
부대에서는 원칙적으로 2인이상 설사를 하면 보고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상급부대에서 50명 이상 설사환자가 나왔습니다.
당직도 아닌 / 심지어 권역도 다른데 단지 예하부대라는 명목으로 군의관한테 전화와서 들어와서 진료 보랍니다. 물론 안갔죠
나중에 물어보니 신고도 안하고 아무도 보고를 안했답니다.

교류하고 신고예정입니다 ^^
겨울백작
20/09/09 15:19
수정 아이콘
글쓴이 님이 올린 얘기는 옛날 예적이고 추미애 장관님 아드님은 최근 이야기고 카투사 이니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선화
20/09/10 09:52
수정 아이콘
이건 정치얘기 아닌데 왜..?
20/09/09 15:23
수정 아이콘
무사고(밖에선 모르니 아무튼 무사고)
담배상품권
20/09/09 15:33
수정 아이콘
발가락 일부를 절단했는데 휴가로 퉁쳤다고요?
미고띠
20/09/09 15:58
수정 아이콘
엄지 발가락이 일부 절단되어 붙였습니다... 발가락 상처가 이후 모르겠지만 얼굴은 남아서, 얼굴에 대한 이야기로 썼습니다.
20/09/09 15:37
수정 아이콘
저희도 여단내 대대편성이었는데 옆대대에서 5톤 뒤에서 담배피는거 모르고 운전자가 시동 걸고 후진하다 담배피단사람 죽었는데
아무 발표도 없었...진짜 개죽음이에요. 보도도 안되고 죽은사람만 불쌍합니다..
20/09/09 16:01
수정 아이콘
저도 공병출신인데.. 같은중대 고참 손가락하나 잘렸다 다시 붙이고 별일도 없고 잘 전역하더군요.
의가사 시켜준다고 해도 안하더라고요
20/09/09 16:37
수정 아이콘
제가 군생활때 가장 없었던 경험들

대대 군수과에서 근무하던 부사관이
여단 지원과로 전출간 후, 예전 근무하던 우리대대에 합동 검열나온겁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허용해주던 몇몇가지들을 잡아내는데, 진짜 세살에 저런사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흐흐흐
행보관 선에서 겨우 넘어갔었네요.

또 하나는 위에도 잠깐 적었지만, 총 빼고는 다 채워넣을 수 있는 군대 시스템.. 물론 쉽지는 않지만 가능합니다.
미고띠
20/09/09 16:5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이건 꼬장온거 아닌가요. 결국은 행보관 투입되어 넘어갔네요....? 크크크크
20/09/09 17:07
수정 아이콘
제가 부대전입오기전에 여단으로 갔던사람인데, 더 자세히 말하면 너무 특정되는것 같아서요. 근데 자기있을때 가라로 해놓았던걸 트집잡으니 정신못차리겠더라구요. 근데 상급부대에서 검열나온 상사를, 군수담당관 짬먹은 중사가 뭉갤수도없고, 그사람 있을때도 원사였던...행보관이 잘 달래고 넘어갔었죠. 근데 더 웃긴건 몇달뒤에 검열이 또 나왔는데 이번엔 신교대에서 되게 무서운 교관이던분이 오는겁니다. 아니 교관님이 왜 여기오세요? 니가 왜 여기있냐? 그분은 진급은 늦게나마 했었지만 솔직히 뭘 알겠습니까. 또 서로 좀 민망하기도하고. 검열나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가심. 교관하다가 지원과도 가는구나 싶었었네요. 그건 좌천이 아닌강..
20/09/09 17:09
수정 아이콘
희대의 막장 집단이죠. 편의적인 강제적 군역으로 굴리는.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20/09/09 18:08
수정 아이콘
이거 어디 제보하시지 ㅠ 이건 정도가 심하네요
미고띠
20/09/09 20:12
수정 아이콘
15년쯤 된 일 이고 본인이 선택한거니까요. 그 당시에는 동기의 사고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주였지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도 안했고요. (지금만큼) 동기 본인은 결과적으로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크크...
스칼렛
20/09/09 21:02
수정 아이콘
부사관들중에 아니 저사람은 정말 겁이라는게 없나? 싶은 사람들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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