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자게를 통해 영창이 사라진다는 글을 보고 처음으로 그렇게 무겁다는 글쓰기 버튼을 눌러봅니다.
군대야 워낙 다양하고 특이한 병과들이 있는데, 제가 근무했었던 영창도 항상 주변에 이야기하면 재미있어하던데 어떠하실지 모르겠네요
덩치가 큰 게 보기 좋았는지 공군 훈련소 입소 후 의장대에 잡혀갈 뻔 했는데 다행히(?) 꺼부정하게 서있었던 덕분인지 헌병으로 뽑히고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딱 마침 T/O가 나왔던 교도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도병을 찾아보시게 되면 항시 운영하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문에서 지키는 헌병을 하다가 필요시 교도병으로 착출되어 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저희 소대는 특이하게 미결수들이 재판을 받기 전까지 대기를 하는 장소로도 같이 쓰였기 때문에 사실상 연중무휴인 영창입니다.
(복무 중 징계로온 병사나, 미결수가 단 한명도 없었던 적은 1년에 하루 이틀 정도...)
특히나 미결수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이다보니 가자마자 다들 OJT 매트릭스 등 다양하게 불리우는 업무 메뉴얼을 습득하여야 하는데, 저희는 도착하면 적당한 사이즈의 책을 받게 됩니다.
책 제목은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재미로야 읽겠는데 막상 이걸 다 습득하려고하니 머리 아프더라구요
그리하여 2년간 머무르면서 생긴 몇가지 에피소드를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1.
공통: 난 죄가 없어
우선 이곳에 오는 미결수들의 90프로 정도는 성추행/성폭행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외에는 뇌물, 항명, 탈영, 폭행 등 대동소이합니다.
네, 미결수니 아직 형이 확정된 기결수도 아니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일반인 대하듯이 상대해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사실 이게 제일 열불 터집니다. 재판에 같이 가거나, 변호사 면회, 해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건의 내용의 대해 알게되는데, 모두가 하나 같이 죄가 없다고 합니다. 근데 들어보면 어떻게 그런말을 할 수 있지 싶은 케이스가 대부분이고요.
2.
병장 13호봉
병장 13호봉 보셨습니까? 저는 봤습니다. 말년에 잡혀들어온 병사인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보니 재혼한 아버지의 아내, 즉 새어머니와 함께 여동생이 들어왔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여동생의 중요 부위를 온갖 물건들로 장난치고, 나중에는 지속적인 성폭행도 일삼으며, 혹시나 임신할까봐 하고나서 비누로 빡빡 씻겼답니다. 이게 수년에 걸쳐 기억하기로 약 7~8년간 진행되었는데, 결국 여동생이 신고를 해서 잡혀 들어오게되었습니다. 뭐 이런 XXX가 있나 싶지만 본인은 억울하다고 하는데, 여동생이 어려서부터 원조교제를 일삼고 일탈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무력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참..
결국 말년에 잡혀들어와서 1심까지 약 8개월 정도 있었는데, 공군 병사였기 때문에 이미 5개월차 정도에 들어와서 나갈땐 병장 13호봉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1심 결과는 유죄여서 민간 교도소로 이송이 되었고요.
3.
별님
부대가 계룡대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군 본부가 다 있고, 덕분에 밖에서는 중/대령만 와도 부대가 난리난다고 하던데 저희기준으론 거의 동네 아저씨 처럼 보게 되었습니다. 밤하늘을 왜 봅니까 부대 안에 있다 보면 별들이 이렇게 반짝이는데,,,, 일년에 두 번씩 국군의날과 임관식 때는 VIP인 대통령도 오시는데요...
여튼 워낙 별들이 많다 보니 중령이나 대령이 들어왔었어도 소대에서는 별 다른 특이사항 없이 일반적인 간부 대하듯이 하고있었는데 오밤중에 급히 수감자가 오고 있으니 청소하고 세팅하라고 합니다. 아 무슨 청소냐 그러면서 꿍시렁대고 있는데 수감자 서류를 보니 원스타....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적당히 잘 치우고 예의있게 행동하면 어차피 수감자도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이 조용히 계시는데
문제는,, 원스타로 계시는 동안 쌓아온 인맥들이... 별들의 잔치를 벌였네요. 준장, 소장, 중장 차례차례 면회가 오는데 일반적으로 1일 1회만 면회가 허락되기 때문에 하루에 별 하나씩 이 누추한 소대를 찾아오는데, 저희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매일매일 덕분에 출근해서 광내고 청소하고 평소에 얼굴도 안보이던 중대장 대대장은 풀세팅 중무장한 채로 함께 지냈는데 진짜 군복무중 두번째로 힘든 시기가 이때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4.
해병대 대환장 파티
앞서 스타크래프트로 인하여 두 번째로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럼 제일 힘들었던 적은 언제냐라고 하면 해병대와의 에피소드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창의 생김새는 반원으로 중간 센터지점에 근무자가 근무를 보고 근무자를 중심으로 약 4~5평되는 크기의 방들이 돌아가면서 있는데 (저희기준 일반방 3개 여군방 1개) 모든 방들 또한 당연히 근무자들을 향하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근무자는 각 방을 감시하면서 혹시나 불순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하면 제지하여야 하고, 미결수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물, 도서 반납 등) 요청하는 시스템입니다.
한번은 해병대들이 각자 다른 죄목 (살인, 성폭행1, 성폭행2, 사기)로 들어왔는데 하루중 유일하게 티비를 시청할수 있는 저녁시간이 되면 다 같이 다닥다닥 창살로 붙어서 티비를 보게 되고 또 매일 점심 이후 한시간씩 야외 활동(작은 운동장 걷기)을 하는데 하루이틀있는것도 아니고 이 미결수들이 2~3개월씩 겹치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지나게되면 서로 얼굴도 알겠다 장난질이 시작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은 분명히 미결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유죄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대해주어야 하고, 저희가 제지를 하는 것 또한 말로만 ~~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리면서 하는것일뿐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광란의 파티. 저녁 이후 간부들이 퇴근을 하게되면 그때부터 영창이 미쳐 돌아갑니다. 시작은 해병대 기수 줄새우더니 윗 기수가 노래 시키면 다른 쪽 방 아랫 기수가 노래를 부르고 또 그 옆방에서 그 아랫 기수가 따라 부르고, 샤워하러 이동할 때 (영창 구조가 1호실-2호실-3호실-여군실-샤워실) 갑자기 똥이 급하다더니 복도에다가 똥을 싸고 (근무자가 치워야 됨) 하지 말라고 말로 제지하면 하지마라구우우 거리면서 따라하면서 열 받게 하는데, 이때 너무 난동이 심해서 일지를 통해 남겨 놓으면 간부들이 이것도 제지 못하냐고 핀잔주는 게 일상 다반사였는데, 드디어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됩니다.
미결수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가끔씩 올수 있는 여군 미결수들을 대비하여 소대장 밑에 간부 3명중 1명은 남군 중사 2명은 여군 하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와서 한번 보라고 맨날 핀잔 주는 간부에게 도움 요청하였고 어김없이 그날도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여 간부가 들어가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너네 난동 부리는거 기록 작성 되면 재판에서 불리하다 등등 말해주었고 이 말을 들은 해병대 무리들은 분위기 잠잠해지는 듯 했으며. 우리 여 간부님 당당한 표정으로 흥 거리며 우리를 뭐라 할려 하시는데,, 갑자기 해병대 한명이 창살을 타고 올라가서 (천정높이가 3미터는 넘습니다) 우끼끼거리면서 원숭이 흉내 타잔놀이를 하기 시작하였고 이내 다시 제지하러 들어온 여군 간부를 보자마다 다같이 “얼싸얼싸” 거리면서 창틀에 매달린 채, 바지를 내리고 스스로를 위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거보고 여 간부 충격 먹고 멘탈 나가고 저희 내무반와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왜 병사 내무반에....)
뭐 제지를 하려고해도 자기들 맘에 안 든다고 이상한 걸 트집 잡아서 인권위에 편지 보내고 그러니 또 뒤집혀지고 간부들도 통제가 안 되고 진짜 매일매일 개판인 시기를 겪었는데 어찌 시간은 한달 정도 흘러 각자 재판에서 유죄 판결 받고 민간교소도로 흩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도소 분위기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근무하면서 매 이벤트 발생시 “00:00 X호실 미결수 XXX 화장실 이용“와 같이 기록을 남기는데 평소 밤 근무시 기록이 미결수가 아무리 많아도 3~5줄 정도만 적혔는데 이 기간 동안 하루에 A4 3~4장씩 나왔으니... 지나고 나서 보면 정말 대환장 파티가 여기였구나 싶네요.
아 이 사건이후 저희 멘탈 나갔던 여 간부는 전근신청을 했는지 얼마 뒤 다른 부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늦게 군대를 가서 (20대 중반) 여군 하사들이 다들 저보다는 한두살 어린 동생들이였는데 좀 미안하긴 하더라고요.
또 새로 입소되는 미결수들이나 징계받고 오는 병사들은 꼭 소속확인하였고 해병대가 들어온다고하면 다들 공포의 분위기에 빠져있기도 했었네요.
5.
앞서 누가봐도 억울하다고 했었던 케이스는 해병 중사의 케이스인데
새로 부임한 해군 하사가 여자였었고 둘이 뭐 친하게 지내고 그랬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부대 전체 회식이 있었고, 당연히 술은 진득히 마시고 그랬는데 여군 하사가 본인 허벅지에 손을올리고 쓰다듬질 않나, 잠깐 밖에 나가니까 키스를 해오지 않나, 손가락을 빨지 않나 그래서 뭐.. 자연스럽게 모텔로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사 후 샤워하는데 여자가 없어져서 뭔가 하고 있었는데 헌병 잡혀들어왔네요. 죄명은 강간.
물론 이 중사의 경우 와이프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하긴 했고 바람피운 것으로 보면 막장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솔직히 강간으로 들어오기에는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중에 미결수로 있는 와중에 와이프가 임신하게 되었다고 (보통 5주 되에 알게 되니...) 연락도오고 또 중간에 부모님중 한분이 돌아가시도해서 진짜 이때 이 미결수 감시를 철저하게 하라고 지시를 받기도 했네요.
6.
훈련소 EFFECT
흔히 인터넷에 도는 밈들로 남자들의 우정력이 폭팔 하는 최고의 시기중 하나가 훈련소 끝나고 자대배치 받기 전 모두 계속 연락하고 제대하고도 만나자는둥 우정력이 우주를 돌파한다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해병대 케이스처럼 서로 장기간 있다보면 친해지는 미결수들이 많은데 먼저 나가는 사람이 편지도 보내주고, 심지어 면회도 오더라구요. 훈련소와 똑같이 대부분 얼마 안가서 또 서로 연락이 끊기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여기서도 그런 우정력이 폭팔할 줄이야..
7.
일반 병사들의 영창
미결수들 에피소드들로 말씀드렸는데, 물론 미결수들이 주 관리 대상이지만 영창이기 때문에 가끔씩 병사들도 영창처분을 받고 옵니다. 미결수들에 비하면 워낙 양반이라 에피소드도 별로 없긴한데, 짧게는 3일 길게는 14일 정도까지 있다가 징계가 끝나게 됩니다.
예전에야 뭐 영창가면 뚜들겨 맞고 일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고 전해는 들었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구타도 없고 일 시키는 것도 없구요. 문제는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서 책만 볼 수 있는데 이게 하루 잠깐이야 할만하지 3일쯤 지나면 모두다 고통스러워 합니다.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눞지 못하고 책사하나 펼쳐놓고 바닥에 양반다리하고 앉아 있어야 되는데 진짜 점점 사람이 미쳐가더라구요. 저희도 이런점은 알고있어 징계로 온 병사들은 철저히 자세교정을 시키지만 (짧게 있는 케이스라 저희가 뭐라해도 통제가 잘됨) 장기간 있는 미결수들은 벽에 기대있게 해주는 특혜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 병사들은 제발 밖에서 뭐 일 시키꺼 없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눈 치우거나 낙엽 쓰는일이 있을 때 소대장이 같이 불러내서 일시키는데 세상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일을 하는데...
그리고 또 부대내 병사가 징계받고 오는거다보니 가끔 저희랑 만나는데 인사하는 경우도 있고 피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어떤 병사는 고생한다고 PX에서 만나니 과자도 사주던 일이 있었네요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남자들의 수많은 군대 이야기 중 일부다~ 라고 생각하시고 심심풀이용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쓰다보니 더 다이내믹 했었던 일들도 있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민감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썼는데 영창관련해서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답변해 드려 보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간부 지시받고 심부름했는데 감찰때문에 간부가 문제되니 지시불이행으로 뒤집어쓰고 영창 10일 갔다 왔었습니다.
사령부내 영창에 있었는데 헌병대 근무자가 종교행사가면 니네 부대때문에 헌병대가 빵을 못먹는다면서 다른 입창자들보다 더 많이 갈구더군요.
내내 성경을 봐야했는데 저와 저와 함께 간 입창동기만 90도로 책들고 보라고 하더군요. 한번은 간부가 그 모습을 보더니 책을 편하게 안보고 왜 그렇게 힘들게 보냐고 해서 이를까 싶었는데, 뒤에서 근무자가 인상쓰고 있어서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90도로 책들고 본다고 했던 기억이...
팬티는 꼭 10일동안 안갈아입고 싶었는데, 7일째인가 걸려서 공용으로 돌려입는 썩은내나는 팬티로 갈아입었던 기억도 나네요...
99년에 있었던 일인지라........
제가 있던 영창도 미결수, 징계병이 함께 있었습니다. 간부미결수방도 따로 있었구요.
제 기억에는 대략 방이 6개정도 있었는데, 1개가 징계병 1개는 간부 4개는 미결수 이렇게 있었던 듯...
속옷, 수건은 영창갈때 세면백에 싸가지고 갔습니다만, 가져간 거 대신에 공용팬티, 공용수건 주던데요.
저도 공군 헌병 출신이라(물론 교도병은 아니고 교도병과 같은 중대에 소속되는 게이트 지키는 헌병반 소속이었던...) 영창 관련해서 게이트 지원 근무 왔던 교도반의 선임, 후임들과 많이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확실한 것은 영창에 사람이 들어오면 교도반이 영창 근무로 빠지니 게이트 근무에도 영향이 크게 가서 교대 근무가 빡빡해졌던 것 때문에 당분간 영창에 사람이 안 들어왔으면 했던 생각을 매번 했었습니다 크크
(수정됨) 제가 징계수용으로 5일 지냈던곳 같은데 크크크..... 잘 지내다 나왔습니다
근데 전 벽에 기댈때마다 쿠사리 먹었던것 같은데.. 그래도 밥이 원부대보다 맛있었던건 기억이 나네요
드시던 밥이랑 같은 걸로 오는거죠? 먹으면서 밥 이거해주는거 정말 귀찮으시겠다 하던 기억도 나네요
책이 하루에 세권밖에 안되서 읽었던 책 다시 읽었던것도 기억이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