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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15 16:08:13
Name cheme
Subject [일반]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8 (완)
이 글은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혹시 도배성 글로 느껴져 불편하셨을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1편 : https://pgr21.net../freedom/88059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2편 : https://pgr21.net../freedom/88063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3편 : https://pgr21.net../freedom/88065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4편 : https://pgr21.net../freedom/88066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5편 : https://pgr21.net../freedom/88067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6편 : https://pgr21.net../freedom/88073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7편 : https://pgr21.net../freedom/8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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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일본의 쇠망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지난 2012년 ‘일본 전자 반도체 대붕괴의 교훈’이라는 책을 펴낸, 전직 히타치제작소 반도체와 엘피다 메모리에서 20년 넘게 일한 엔지니어이자, 현 일본 반도체 산업 전문 컨설턴트인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지난 2019년 8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특히 반도체 산업 관련 소재, 부품, 장비 수출 규제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그 영향력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아예 빠르면 5년 이내로 소멸할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관련 제품 수출 규제 조치 시행은 결국 제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며, 오히려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로 하여금 대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유노가미 소장은 경고하기도 했죠.

또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 오던 양국의 반도체 산업 관련 글로벌 가치사슬이 붕괴됨으로 인해, 먼저 조치를 취한 일본의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이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로 하여금 일본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대체재 찾기를 가속화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일본의 스텔라케미파, JSR, 스미토모화학 같은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수익률은 전년에 비해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용 소재 관련 회사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전 세계 불화수소 (HF) 시장의 70% 이상, 99.9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의 95% 이상을, 일본의 모리타 화학 (森田化学工業株式会社, Morita Chemical Industry Co.)과 양분하고 있는 업계의 최강자이기도 한 스텔라케미파 (ステラケミファ, Stellachemifa Corporation)는 한국에 대한 수출에 규제가 걸리면서, 전년 대비 31.7% 급감한 영업 이익을 보였습니다. 규제된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의 안정화를 위해 한국은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같은 한국 회사들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스텔라케미파의 빈 자리를 적극 메꿨으며, 이는 이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각각 6.15% 111.1% 67.4%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초미세 패터닝 공정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전문 기업 JSR (ArF 레이저 기반 DUV 용 포토레지스트 전문, 포토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 24%) 역시 영업 이익이 급감했습니다. 전년도 대비 27.4%의 영업 이익 감소율을 보인 것이죠. 플렉시블 반도체 기판의 핵심 재료이기도 한 고분자 소재 폴리이미드 (polyimide) 전문 기업인 스미토모 화학 (住友化学株式会社, Sumitomo Chemical Company)의 경우, 1,426억엔에서 1,277억엔으로 영업이익이 10.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포토레지스트와 폴리이미드 소재의 대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미국의 거대 화학회사 듀폰 (Dupon)과 미국의 화학 스타트업인 인프리아 (Inpria)로, 폴리이미드는 한국의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프리아로 공급망을 확대한 것은, 기존의 고분자 기반 포토레지스트 (Chemically Amplified Resists, CAR)에서 금속산화물기반 포토레지스트 (non-Chemically Amplified Resists, non-CAR)로 초미세 패터닝 기술이 바뀌고 있는 기술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10 nm 이하, 차세대 초미세 반도체 패터닝 공정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에피텍셜 웨이퍼 (epitaxial wafer) 의 경우,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품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간 일본의 웨이퍼 생산 기업 섬코 (Sumco)가 지배하던 시장에 한국의 웨이퍼 생산 기업 SK실트론이 진입하여 7 nm 로직 반도체 용 에피택셜 웨이퍼를 삼성전자 등의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7 nm 급 로직 반도체에 들어가는 에피택셜 웨이퍼는 전력관리반도체 (PMC), 이미지센서, 마이크로프로세서 (MPU) 등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성이 우수하고 전망도 밝습니다. SK실트론은 2019년 9월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5,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는데, 특히 듀폰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고온, 고전압 안정성을 요구하는 전력용 반도체 및 전기자동차 용 PCU (Power Control Unit)에 쓰이는 반도체 시장으로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일본이 노렸던 한국 반도체 산업, 특히 그 뿌리부터 흔들려고 했던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의 기업들의 신뢰도 저하와 수익륙 급감이라는 자충수가 되었으며, 한국은 이를 기회로 반도체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단기 안에 회복하여 성공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도체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완성품은 물론 소재와 부품 같은 기초 생태계에서조차 그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일본의 반도체 왕국은 바야흐로 뚜렷한 쇠망의 기로로 접어든 형국입니다. 이는 이웃나라이자, 일본에 대해서는 업계 후발 주자, 다른 이웃나라인 중국에 대해서는 선발 주자인 셈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과거에도 그럤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그 변동성이 심해질 전망입니다. 일본의 짧은 반도체 산업 흥망의 역사에서 보듯,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매년 수요와 공급 변동의 폭이 심하며,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역시장이 되어 벌어질 경우, 치킨게임이 빈발함으로써 많은 업체들이 구조조정의 신세가 됩니다. 설사 자금력과 과감한 투자가 따른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약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딘가에서 싹트고 있을 혁신적 기술을 감지하지 못 할 경우, 현 세대의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는 오히려 재고만 늘리는 매몰비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즉, 잘못된 경영 판단과 투자는 의도와는 다르게 사업에 극약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의 순위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습니다. 일례로, 2018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오랫동안 고수하던 삼성전자가 2019년에는 인텔에게 그 자리를 내어 준 사례도 있습니다.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0년 14%에서 2018년 24%까지 높아진 이후, 2019년에는 19%를 기록함으로써,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하기도 하였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감소분을, 2010년 2%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보였던 중국의 업체들이 2019년 5%로 올라섬으로써 인수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1986-1996년의 10년 동안, 미-일 반도체협정이 발효됨으로써 다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미국은 2010년대 이후에도 줄곧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45% 이상으로 강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의 시장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점유율이 거의 10년만에 하락했다는 사실은 결코 한국 입장에서 좋은 신호는 아닙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은 과거의 관습과 문화를 벗어 던지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자랑했던 일소현명의 철학과 기술자를 극진히 우대하던 장인정신, 개인이 아닌 조직을 앞세운 톱니바퀴 같은 회사 문화가 한 때 그들에게 큰 영광을 가져다 준 장점이 되었던 동시에, 나중에는 그들의 몰락을 재촉한 채찍이 되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 개발만큼이나 급격히 바뀌는 시장의 변화를 읽어 내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한 마케팅 인력을 키워야 하며, 이에 대한 이노베이션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 특히 설립자나 창업자의 그늘에서 언제든 과감하게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하며,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하는 회사 문화를 키워야 합니다. 과거의 익숙함과 관습이 가지고 있는 관성의 무게를 벗어 던져 버려야 하며, 뻔하고 낯익은 길에서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기초 과학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게을리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는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1년 뒤 더 풍성한 열매를 가져다줄 볍씨를 삶아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2020년대는 바야흐로 각국이 첨단 기술을 자국에서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입니다. 이미 2020년 초반에 팬더믹이 된 COVID-19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각국은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국가 주도로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대 중국 반도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제재 조치를 입안하였거나 시행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맞서 기술굴기를 외치며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자력갱생을 위해 SMIC 같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장, 나아가 차세대 4차산업혁명 관련 하이테크 시장에서 자국 기업 위주의 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감으로써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왕좌를 내어 준 일본 역시 반도체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로 여전히 자국의 기업과 해외 기업의 합작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재진입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예전보다 훨씬 더 전향적인 자세로 자국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인텔과 TSMC의 차세대 공정 라인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로비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한국의 업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각국의 기술 전쟁 분위기는 비단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로서 '4차산업혁명'을 자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투자 역시 4차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개발로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드론,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 (IoT),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의 각 기둥에 해당하는 분야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정부 투자, 세제 개편, 연구개발 지원과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이 분야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절치부심하고 있을 다른 나라들의 맹추격도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먼저 반도체 산업과 전자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에게 그 왕좌를 내어 준 일본이 언제든 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을 것이고, 이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된다는 것을 예전부터 파악하고 있던 미국 역시 앞으로도 그 산업의 주도권을 절대 쉽게 내어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급격히 성장한 화웨이, 알리바바, SMIC, 화홍, 칭화유니그룹, 텐센트 같은 IT 대기업들의 엄청난 자금력, 그리고 정부 주도가 주도하는 기술 굴기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서유럽 각국 역시 스마트팩토리와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를 통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 싸움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1980-90년대의 격심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한 세대가 지난 2020년대 다시 재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한국의 경제 체급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 4차산업혁명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통신 기술과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 물리학, 화학, 재료과학 등 관련 분야의 차세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 연구개발 성과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은 중국과 비교할 때 그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며, 특히 중국 정부의 반도체 및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 올인 기조로 인한 앞으로 더 집중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임을 감안하건대, 향후 한국의 차세대 반도체와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 경쟁은 대외적으로 더욱 극심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공통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와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전력제어 반도체 같은 특수 용도의 반도체를 요구하는데, 이 기술은 각 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술력과 선행 연구개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파생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서 저질렀던 실수가 한국의 산업계에서 다시금 반복될 경우, 한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 그리고 생태계를 이루고 있던 중소규모 업체들과 4차산업혁명 관련한 벤처 업체들은 황금 같은 사업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 싸움에서 밀리는 모양새를 연출하여, 최악의 경우 일본의 전자 및 반도체 산업이 쇠망했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일본 반도체 왕국의 쇠망사를 직접 그 보고 체험해 왔고, 그 기록을 소중한 사료로서 참고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입니다. 일본의 패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자국 내 첨단 기술 생태계의 확장 및 기반 강화에 더욱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정부차원의 제도 개편 및 기초 과학연구 중흥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문호를 외국에 개방하여 각국의 인재를 한국의 기업 인재로 확보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혁신과 더불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칩 설계 능력 양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 미-중 간 반도체 기술 전쟁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하여, 수출-수입 다변화 정책과 더불어 소재와 부품 공급망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하며, 특히 특정한 한 회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탈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대 이후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미-중 반도체 기술 전쟁입니다.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은 제재 대상인 중국에게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던 화웨이나 SMIC 같은 중국의 고객사를 잃어버릴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에게 역시 큰 타격이 될 것입니다. 이 상황은 한국의 반도체 업계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 컨설팅 회사인 보스톤컨설팅그룹 (BCG)은 2019년 상반기부터 입안되어 2020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미국 정부 주도의 화웨이 제재 기조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기반을 깎아 먹는 패착이 될 수도 있음을 이미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18%, 매출액 점유율은 무려 37%에 달하는데,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이 거대한 시장 점유율을 고스란히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미국내 반도체 산업 고용 인력 축소와 더불어, 이익 감소로 인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향후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바람대로, 2025년까지 중국 자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70%까지 향상될 경우, 이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최소 2%에서 최대 5%까지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5월 이후, 미국의 상위 25개 반도체 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4-9% 감소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제제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5년 내 세계 시장 점유율은 8% 감소하고, 매출은 16%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는 현재 45%를 넘나드는 미국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40%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소재, 장비 수출은 물론, 반도체 전반에 걸친 모든 기술과 상품 거래, 인력 이동이 정지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최대 18%, 매출은 37%까지 급감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도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는 자국 반도체 업계의 급속한 수익성 약화와 시장 지배력 감퇴를 동시에 불러오는 악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는 전반적으로 그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추가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의 틈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미 격차를 유지해 오고 있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와 파운드리 업체들에게는 더 큰 기술 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술력 있는 중소규모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인수와 합병 기회가 자주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소재와 소자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 기회도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보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 노력도 더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하기 어려운 기초 과학 분야 연구를 정부는 더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후보군인 양자컴퓨터, 스핀트로닉스, 광컴퓨터 등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상업화 수준과 거리가 있으며, 기초 연구가 충분히 누적되어야 하는 분야죠. 이에 대한 연구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하기 어려우나, 정부 주도로 연구중심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인력을 늘리고 프로젝트 규모와 기안을 확대함으로써 감당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또한 그 연구개발 성과가 반도체 산업 분야 기업으로 잘 연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술사업화 프로젝트, 예를 들어 현재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있는 브릿지사업 같은 기술사업화 과제를 더 많이 발족하고 더 많은 연구자와 개발진이 연계될 수 있는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구축하여 관리해야 합니다. 기술거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연구소, 대학, 중소기업의 특허 출원, 등록, 거래 비용에 대한 보조 정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야 하며, 무엇보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관련 표준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및 선행 기술 개발에 대해 대기업의 집중적인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큰 이벤트가 없다면 앞으로도 연평균 4-5% 내외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수위권으로 진입하기도 어렵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망사를 자세히 살펴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일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본의 여러 반도체 회사의 쇠망사를 반면교사 삼아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기술의 경쟁력을 키우며 더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되, 어느 한 기술에 올인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구축, 그리고 풀뿌리 생태계가 그물망처럼 엮일 수 있는 창업 환경 구축과 더불어, 연구중심대학과 연구기관으로부터 파종되는 기술의 씨앗을 잘 관리하고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여기까지 발전해 온 것만 해도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적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적을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할 수 있는 준비를 확실히 해야 어떤 상황에서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기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긴 시리즈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의 부록과 번외편을 시차를 두고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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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nyDaddy
20/09/15 16: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추게로!
20/09/15 16: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여행가요
20/09/15 16:39
수정 아이콘
오늘도 지식이 1 늘었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20/09/15 16:48
수정 아이콘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배상품권
20/09/15 16:46
수정 아이콘
르네사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적이 있었습니다. 웨이퍼 생산 공장이었는데, 80년댄가에 생산된 도스 노트북으로 기계 컨트롤 하는거 보고 기겁헀던 기억이 납니다. 삼성과 하이닉스, 그 외에 관련 기업들이 힘내길 바랍니다.
20/09/15 16:49
수정 아이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오죠. 하이닉스도 몇 년 전 고난의 행군할 때 이전 세대 노광 장비의 뽕을 극한까지 뽑아서 버틴 전례가 있습니다.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때 버틴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술 자산이 되었겠죠.
담배상품권
20/09/15 16:54
수정 아이콘
하.. 도쿄 일렉트로닉에서 부품 찾아보려니 '그게 뭡니까'란 대답 들었을때 생각나네요.
20/09/15 16:56
수정 아이콘
크크크
블리츠크랭크
20/09/15 16:47
수정 아이콘
이제까지 긴 글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20/09/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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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시야가 좁고 지식이 한정적이라, 강호 제현의 의견도 듣고 정보를 보강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코멘트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Conan O'Brien
20/09/15 18:08
수정 아이콘
조만간에 중국 반도체 쇠망사? 혹은 패망사?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09/15 18:34
수정 아이콘
그게 꼭 한국에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잠만보
20/09/15 18:52
수정 아이콘
벌써 일본편이 완결이라니... 선생님의 글솜씨와 더불어 빠른 타이핑 능력도 참 부럽습니다

본문 중간에 말씀하신대로 요즘 산업, 특히 최신 산업들은 [규모의 경제]로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상대적으로 체급이 작은 한국에서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반도체는 그래도 아직까지 잘 나가고 있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쇠락했지만 여전히 반등 가능성이 충분한 일본, 현재까진 잘 나가고 있지만 기술격차, 미국 제제로 인해 주춤거리지만 여전히 무서운 공룡 중국

두 나라 사이에서 한국이 잘 살아남길 바랍니다 우린 한국인이니까요
20/09/15 20:24
수정 아이콘
아직 번화와 부록이 남아 있습니다.^^
실시간 타이핑한 것은 아니고, 예전에 써둔 원고를 하나씩 풀어서 올렸습니다.
한국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나름 오랫동안 버텨 왔으므로 그렇게 쉽게 소멸할 나라는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산업 구조의 혁명적인 변화가 도래하고 있지만, 또 적응하게 되겠죠.
오클랜드에이스
20/09/15 18:54
수정 아이콘
연재속도가 빨라서 좋습니다 크크
20/09/16 09:20
수정 아이콘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수리의습격
20/09/15 19:41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풀어서 쓰시는 것도 능력인데.....부럽습니다.
20/09/15 20:21
수정 아이콘
저도 정리하며 새로 알게 된 내용이 많습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15 19:47
수정 아이콘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는 과학이네요
20/09/15 20: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저지와는 결국 개구리 밖에 못 된다는 것은 진리죠.
20/09/15 23:00
수정 아이콘
정저지와입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20/09/16 09:19
수정 아이콘
커헉...이런 오타를...수정했습니다.^^
카랑카
20/09/15 23:03
수정 아이콘
대만 반도체도 궁금하네요.
20/09/16 09:20
수정 아이콘
대만 반도체 이야기도 시간이 되면 해 보겠습니다.
치킨은진리다
20/09/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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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나 아는게 없는 저같은사람도 술술 읽히네요. 이런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16 09:21
수정 아이콘
졸문인데도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다면 그것만으로 보람이 있습니다.
어강됴리
20/09/1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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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혹한 시장이네요 반도체업계는..
조금의 정주도 허용치않고 패달을 밟아야 쓰러지지않는 자전거처럼
20/09/16 09:20
수정 아이콘
비단 반도체 뿐만이겠습니까? 그런데 반도체는 그중에서도 유독 돈놓고돈벅기 싸움이 격심한 주기로 일어나는 곳이라...
윌모어
20/09/16 08:52
수정 아이콘
와...매번 정독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1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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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돌
20/09/16 12:03
수정 아이콘
이제 한국 반도체 왕국의 전망을 쓰실 차례입니다.
20/09/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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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쓰고 있습니다.^^
아리쑤리랑
20/09/16 12: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최근 화웨이는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쪽을 포기하고 자동차산업으로 돌린다는 소식도 들려와서 벌써 자금이나 기술력에서 바닥을 보이고 있다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0/09/16 12:40
수정 아이콘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매출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게 생겼는데, 투자금은 쌓여 있으니 사업을 다각화하는 수 밖에요. 말씀드렸듯, 이제 중국 기술 굴기 phase에 맞춰서 통신, 이동수단, 항공, 우주쪽으로 문어발 사업 확장을 할 겁니다.
아리쑤리랑
20/09/1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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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 이미 사실 확장하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온갖 견제를 뚫으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통한 자본 확충을 해야하는데 난관이겠죠. 특히 항공 우주등에서 미국의 입지는 상상초월이니까요 ( 전세계 항공 우주 산업 시총 73%).
20/09/16 13:06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반도체 전쟁은 이제 기술 大戰의 1막일 뿐이고, 하이라이트는 아직 시작도 안 했죠. 희토류에 매달리면 굉장히 우스운 모양새가 될 것이고, 몇 년 안에 실현될 스타링크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뼈아픈 부분이죠. 도시를 알루미늄으로 덮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리쑤리랑
20/09/16 13:08
수정 아이콘
네 희토류는 예전에 저도 쓴바 있지만 미국이 90년대까지 세계 최대 생산국이었던 별로 희귀하지 않은 자원인데다 전세계 희토류 시장이 기껏해야 10억달러에 불과하니까요.
20/09/16 13:23
수정 아이콘
사실 희토류 의존도도 굉장히 과장되었는데, 중국은 그것을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지도 좀 궁금했습니다. 그와는 별도로, 중국이 그나마 미국에 반발짝 앞서 있다고 자평하는 분야가 궤도정지위성을 이용한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중첩을 이용한 통신 기술인데, 이 부분은 차세대 통신 기술은 물론, 보안 기술과도 맞닿은 부분이라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아리쑤리랑
20/09/16 13:36
수정 아이콘
독재자들의 인의 장막에 의한 결과라 봅니다. 처음엔 선전용으로 그렇게 했다가 외부 정보를 차단한 상황에서 선전용 정보에만 계속 노출이 되니 진심으로 그걸 믿어버리는. 네 이번에 무슨 100배 빠른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자평은 하던데 실제로 검증도 없고 아직 제대로 된 논문도 안나온 상황이라 지켜는 봐야할것으로 보입니다. 학문중에서 중국이 그나마 유일하게 경쟁이 되는게 공학이랑 재료과학쪽일테니까 이 부분은 그래도 어느정도 따라가는거까진 성공할거 같은데 추월하는지 어떨지는 지켜봐야죠.
20/09/16 13:41
수정 아이콘
사실 기초과학쪽, 특히 물리학쪽은 제가 많이 걸치고 있는 분야라서 지난 20년 간의 중국의 발전 속도가 놀랍기만 합니다. 10년 전만해도 그들의 연구 논문 데이터의 신뢰도나 퀄리티가 미국이나 일본, 서유럽에 확실히 못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0년대 10년 동안 정말 무섭게 발전했습니다. Nature Physics나 Nature Nanotech, 그리고 물리학 최고 권위지 Physical Review Letters에도 이제는 한자를 병기한 중국 저자들의 비율이 20%를 넘어 가고 있죠.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무서운 것은 이들이 반도체 소재는 물론, 이론물리학, 핵물리학, 양자광학, 정보물리학, 생명물리학 등, 물리학과 연관된 모든 분야로 전방위적으로 연구의 프론티어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양자컴퓨터는 실증 모델이 나와 봐야 판단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중첩 쪽은 거대한 투자에 힘입어 미국과 대응한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학계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그럴듯한 회사는 아직 없지만, 언제든 막대한 규모의 투자로 제 2의 화웨이를 만들어 양자컴, 양자통신 쪽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양자컴 뿐만 아니라, scientific computing 쪽의 그들 내공도 이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죠. 이러한 부분은 아마도 2020년대의 10년 동안 더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텐데, 과연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 제재가 이런 기초과학기술 뿌리까지 미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리쑤리랑
20/09/16 13: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컴퓨터 공학 공학 재료공학 이 3분야는 매우 비약적인 성장을 했더군요. 하지만 그외 22분야는 아직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에게도 밀리는 경우가 있듯 국가 주도 성장의 선택 집중적인면이 보이긴 합니다.

결국 기초과학기술 역량도 경제력이 일취월장하며 그에 따른 학문 인프라와 역량 축적인데 안된다면 최근 부진하는 일본 학계처럼 시들시들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 2의 화웨이는 만들겁니다. 다만 계속 추적당하며 제재 될 것이고 거기 연관된 사람들의 계좌 출입금까지 동결시키는등 집요하게 물어뜯겠죠. 이전까지 미국이 어떻게 적성국에 대해 타격를 줬는지 전례를 생각해보면요. 게다가 저번에도 말씀드렸듯 중국의 재정 또한 한국보다야 막대하지만 화수분이 아니고 실제 인공지능 투자는 19년 전년대지 7할이상 폭락한걸 생각하면 어떻게 흘러가냐 달라지겠지만 현 추세로는 절대적 규모가 감소하지 않더라도 증가율등이 감소를 겪는건 불가피라고 생각합니다.
20/09/16 13:50
수정 아이콘
아리쑤리랑 님// 물론 소재과학, 물리학, 화학에서의 탑 클래스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분야의 발전 속도 역시 무시무시합니다. 보통 기초과학과 산업의 연계 사이의 시차를 20년 전후로 본다면, 2040-2050 즈음에 지금의 성과가 가시화될 수도 있는 것이죠. 전혀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고, 특히 중국의 연구자들이 질과 양으로 전 세계 학술지 시장을 (퍼블리셔, 편집진, 리뷰어, 저자 모든 분야) 장악하고 있는 현 추세를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은 일부 분야는 이미 중국에 대해 학술적으로 종속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 한 번 종속이 시작되면 그로부터 탈피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손 놓고 있을 때는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아리쑤리랑
20/09/16 14:02
수정 아이콘
cheme 님// 2020년 7월 21일자 한국 연구재단 주요국.피인용 상위1% 논문 실적비교에서 중국이 1위인곳은 재료과학 컴퓨터과학 공학이며 화학 수학 물리학 융합분야 약학 생물학임상의학 농업과학 경제학 분자생물/유전학 지구과학 식물학 사회과학 미생물학 신경/행동과학 환경 생태학 심리학 면역학 우주과학에서 미국이 1위고 이 중 17개 분야는 중국이 아예 5-6위 혹은 장외 7위이하라 아직 미국과는 격차가 아득하다봅니다.

물론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는 있습니다만 중국이 무한성장하고 미국등이 견제를 안하는것이 아닌 이상 이 속도는 둔화 혹은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으니까요. 일본등이 그랬고요.
20/09/16 14:19
수정 아이콘
아리쑤리랑 님// 그렇군요. 저는 2016-2018년 일본의 보고서를 참고했습니다.
https://pgr21.net../freedom/87968?sn1=on&divpage=18&sn=on&keyword=cheme
그래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위 1%는 아니고, 상위 10% 논문 점유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이 중국을 확실하게 앞선 분야는 임상의학, 기초 생명과학 두 분야 뿐입니다. 화학, 재료과학, 수학 및 계산과학, 공학은 중국이 확실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물리학과 지구과학은 미국이 다소 앞서는 형국입니다. 말씀처럼, 노벨상에 근접하는 상위 1% 연구논문의 경우 여전히 미국의 우위가 확실하지만, 그것의 저변을 이루는 상위 10%, 그리고 전체 과학기술 연구 논문의 중국 점유율 상승세는 무섭습니다. 학계의 종사자이자, 업계에 발을 걸친 사람으로서, 저는 이러한 경향이 과연 미국의 일방적 견제만으로 충분히 제어되는 수준일까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기술과는 달리, 학문의 진보는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그 냉전 시대에도 소련은 미국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물리학과 수학의 발전 만큼은 놀라웠죠. 물론 그를 뒷받침하는 응용과학과 공학의 발전이 미진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산업적 경쟁에서 철저하게 패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중국에 대한 견제가 기술적 측면에서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학문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어려울 뿐더러, 학자들은 그러한 견제를 아마도 정치적 탄압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기술 진보를 수출입 규제로 막을 수는 있지만, 아이디어의 흐름과 학문적 논의는 아마 막을 수 없을 거에요. IEEE 등이 이런 비슷한 조치를 취하려다 학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죠. 학문은 국경선을 명확하게 긋기 어려운 속성이 있는데, 종속되는 관계는 명확히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기초 학문, 기초 연구 투자를 주의깊게 봐야 하는 것이죠.
아리쑤리랑
20/09/16 14:29
수정 아이콘
cheme 님// 네 그런데 소련의 세계 2위 아니 몇몇 분야에선 미국마저 추월한 1위였던 아성이 무너진것은 그걸 뒷받침할 경제엔진의 붕괴였으니까요. 물론 이는 미국에도 적용되지만 현 세계체제상 세계대전에서의 대패가 아닌이상 많이 힘들겁니다.

그래서 1. 중국이 무한성장 가능한가. 2. 중국이 어떤 견제도 쉽게 뿌리칠수 있는가인데 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한 사안이라 전 최소 둔화 최대 감소까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20/09/16 14:33
수정 아이콘
아리쑤리랑 님// 네. 동의합니다. 본래 50점에서 80점 가는 것보다, 80점에서 90점, 90점에서 95점 가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죠. 그리고 기술의 혁신은 바로 그 5점, 1점에서 갈리는 경우가 허다하구요. 그런데 학문의 성장세는 다른 나라가 견제한다고 제어되는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생적으로 학문 투자가 둔화되거나, 학생들이 그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줄어 들거나, 연구원들의 직업 유지 정도가 짧아지면 둔화, 그리고 쇠퇴가 시작되겠죠. 그런 관점에서, 중국의 학문 둔화 내지 쇠퇴는 미국이 굳이 손을 대지 않더라도, 중국 정부의 투자가 예전만 못 해지고, 중국의 학생들이 예전만큼 이공계 선호를 하지 않을때 가시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리쑤리랑
20/09/16 14:37
수정 아이콘
cheme 님// 네 그래서 전 중국유학생 차단도 차단이지만 더 큰 타격은 경제적으로 중국을 말려죽이는게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학문도 비지니스라 거기에 꾸준한 투자가 있어줘야 되니까요.
20/09/16 14:38
수정 아이콘
아리쑤리랑 님// 네. 그렇죠. 학문도 투자가 없으면 망조에 들죠. 멀리 갈 것 없이 일본의 케이스를 보면 됩니다. 산업의 경쟁력 약화 이면에는 이미 한국보다 먼저 시작된 이공계기피, 그리고 연구원 숫자 감소 경향이 자리잡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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