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9/29 21:12:15
Name 한국화약주식회사
Subject [일반] 병원에서 지내는 추석명절 이야기
추석명절이다 뭐다해서 다들 정신이 없어야하지만 내과병동은 차분합니다.
????
명절을 맞이해서 퇴원하실 분들은 조금 일찍 퇴원해서 그런지 5인실에 2명이 있네요. 아마 내일부터는 혼자서 쓰게 될 듯 합니다.




약물 치료로 전환하고 나서는 약물때문에 하루에 몸 한군데가 이상해지긴 해도 (갑자기 고열이 생기다가 또 괜찮아 지던가, 다리가 붓다가 괜찮아 지던가, 소화가 안되다가 괜찮아 지던가) 처음 입원했을때만큼 고통스러워 잠도 못자고 그렇지는 않네요. 수치가 좋아져서 약을 좀 줄이긴 했어도 아침에 20알 가까이 되는 약만 보면 입맛이 떨어지고, 먹고 나면 또 자다가 점심먹고 자다가 저녁때쯤에야 맨정신이 돌아오고 입맛이 돌아오고 그냥 반쯤 사육당하는 기분입니다.

거기에 주기적으로 항생제를 맞고, 잠들다가도 새벽 5시쯤되면 피를 뽑고 몸무게 재러 갔다가 종종 X레이 검사 받으러 검사실 갔다가 숙면을 취하긴 어려운 환경이긴 하죠. 뭐 아침에 결과가 나오려면 가장 좋은 검사시간이 새벽일테고, 한 달 반 넘게 그러다보니까 이젠 적응되서 그런가보다 합니다.

테블릿으로 게임이나 할까하고 했는데 무선키보드가 진짜 사무용 그 자체가 게임 굴리기도 뭐하고... (삼국지 3 하다가 전투를 하는데 키패드가 없는 미니 키보드라 도저히 못하겠네요. 걍 GG 쳤습니다.) 인터넷 웹서핑이니 유튜브니 웹소설이니 컨텐츠도 바닥이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고대병원에서는 왜 고대빵을 안파는가부터 시작해서 (편의점에서 마카다미아 연세우유는 파는걸보니 내부에 누군가가 있는게 아닐까 하다가 그냥 병원안에 빵집에서 비싼 빵 사먹으라는 결론을 내린다거나) 왜 병원밥에 나오는 소고기 무국의 소고기 함량은 입원이 길어질수록 줄어드는가 같은 소소한 의문점에서 한국형 항공모함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것인가 같은 저기 계룡대에 계신 분들이나 해야할 별 쓰잘대기 없는 생각이나, 퇴원하고 포터 개조한 캠핑카를 몰고 다니려면 얼마가 들려나 같은 미래생각에 아 생각해보니 나 카드값이랑 핸드폰값 어쩌지 하는 현실 생각까지 뭐... 그냥 할 거 없으면 머리만 굴리게 되요. 그나마 카드는 큰 병으로 입원했다고 하니까 조금 감안해주긴 하더군요.

환자는 많이 없지만 면회객들은 연휴를 맞아 엄청 늘어나겠죠. 가족단위로 오는데 코로나 때문에 1인당 1명, 그것도 오래 면회를 못하는 환경임에도 어떻게든 출입구부터 출입증 없이 뚫고 들어오는 근성의 아저씨 아주머니들보면 존경을 해야하나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보안요원 말에 오히려 정색하는데 그러다 환자들한테 코로나 퍼지면 어쩌려는지 참 대단하신 분들 많아요. 환자는 적어도 직원분들 힘든건 오히려 더 힘들거 같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처럼 단체로 교회에서 와서 5인실 6인실에서 기도회 하는 환경은 없어진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죠.

하필 가족들도 이사를 하는 바람에, 아직 이사 마무리가 안끝나서 추석 연휴때 이사 마무리하고 그 뒤에 면회를 온다고 합니다. 아마 명절기간동안 병원에서 특선 영화나 찾아봐야할거 같은데 TV는 휴게실에서 어르신들이 쓸테니 그냥 가입해놓은 웨이브에서 이것저것 찾아봐야죠.






그래도 약물치료 잘 끝나면 3주정도 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원치료를 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그때 다시 입원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약이 잘 듣는? 그런 상황이라 약 투여양을 줄이고도 수치가 좋아지면 비싼돈 내고 입원할 필요도 없을테니까요. 평소 감기약조차 멀리해서 그런건지 (약먹고 멍한 그 느낌을 워낙 싫어했거든요) 뭐 약빨이라도 잘 듣는다니 다행입니다. 야구했으면 MVP는 몰라도 골든 글러브는 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생각해보다가도 약물 진행중 해도 못하는 사람은 못하니까 뭐 모르죠.


여하튼 올해도 한가위입니다. 작년 한가위가 엊그제 같은데 1년이 지나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회원분들도 추석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민들레
20/09/29 22:03
수정 아이콘
갤럭시 폴드 추천드립니다.
시원한녹차
20/09/29 22:37
수정 아이콘
치료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저도 입원해봤는데 복잡한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서 독서를 못하겠더라구요. 4차산업혁명에 대한 책들을 읽으려고 했는데 몸아프고 약기운 도니까 도저히 눈에 안들어봐요. 그냥 만화나 봤습니다 크크
20/09/29 22:45
수정 아이콘
멀쩡한 사람도 병원에 입원하면 살 빠지고 힘들죠. 부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뜨시고 기운차려서 완치되었다는 글 보기를 기원합니다. 기운가득 한가위가 행운을 가져다 주시길~*
커티삭
20/09/29 23:11
수정 아이콘
쾌유를빕니다
blood eagle
20/09/29 23:31
수정 아이콘
금방 쾌차하실겁니다. 한국화약주식회사님의 건강을 기도드리고 완치했다는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20/09/30 09:32
수정 아이콘
쾌차하시고, 병원이지만 추석 잘 보내세요
유목민
20/09/30 10:00
수정 아이콘
"한국화약주식회사"님도
명절이고 뭐고 없이 근무하는 병원 의료진들도

풍요롭고 한가한 명절
건강한 연휴 즐기시길 바랍니다.
러블세가족
20/09/30 13:58
수정 아이콘
경과가 좋다니 다행입니다.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VictoryFood
20/09/30 19:53
수정 아이콘
3주 후엔 일주일에 한번 통원치료 한다니, 3달 후에는 한달에 한번, 1년이 지난 후에는 3개월에 한번 통원치료 하시게 될겁니다.
견우야
20/10/03 16:41
수정 아이콘
빠른 쾌유 바라며 항상 건강하시고. 빠른 시간안에. 완치 글 올려주실거라. 믿습니다. 파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273 [일반] 아이가 심장 문제로 수술하고 있습니다. [197] chamchI15152 20/10/03 15152 93
88272 [일반] [서브컬처/스포있음] 블리치 완결 이후 소설에서 밝혀진 내용들 대충 정리 [17] TAEYEON20931 20/10/03 20931 4
88271 [일반] 철원에 가볼만 한 산 추천 '소이산' [27] 치열하게8949 20/10/03 8949 8
88270 [일반] 한국형 경항모 사업과 밀덕들이 주장하는 7만톤 사출 항모의 허황함 [51] 그랜즈레미디13413 20/10/03 13413 5
88269 [일반] 요즘 근황. [13] 공기청정기9233 20/10/03 9233 0
88267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9] 공기청정기10538 20/10/03 10538 8
88266 [일반] 희안과 제제 [1] 7199 20/10/02 7199 0
88265 [일반] KING스포-영화 담보 후기 [15] 그랜즈레미디8774 20/10/02 8774 0
88262 [일반] [팝송] 케이티 페리 새 앨범 "Smile" [8] 김치찌개7826 20/10/02 7826 0
88261 [일반] 할머니 할아버지와 조상 사이의 간격 [27] 치열하게11645 20/10/02 11645 12
88260 [일반] 소셜 미디어, 기울어진 광장, 요란한 빈 수레 [10] 마스터충달10386 20/10/01 10386 19
88258 [일반] 피지컬 갤러리의 가짜사나이 2기 1화 후기적어 봅니다.(약 스포) [88] 삭제됨14770 20/10/01 14770 7
88257 [일반] 레드 벨벳의 웬디 - 복면가왕 노래들 [6] 아난8473 20/10/01 8473 1
88256 [일반] [팝송] 제시 웨어 새 앨범 "What's Your Pleasure" [2] 김치찌개7482 20/10/01 7482 1
88255 [일반] 지난 하소연 이후 이야기. [22] 용자마스터11491 20/10/01 11491 0
88254 [일반] [미국 대선] 트럼프-바이든 1차 토론회 요약 [133] OrBef22522 20/09/30 22522 13
88253 [일반] 집에서 혼술로 닭발 해먹어보기.jpg [8] 살인자들의섬10986 20/09/30 10986 3
88251 [일반] 화물열차와 자동차가 충돌하는 실제 영상 (YouTube, 사상자 없음) [23] Means12339 20/09/30 12339 0
88250 [일반] [부고] 유튜버 '디젤집시' 최창기님 사망 [31] 서린언니21954 20/09/29 21954 6
88249 [일반] 병원에서 지내는 추석명절 이야기 [10] 한국화약주식회사10031 20/09/29 10031 19
88245 [일반] 귀성길 루트 이야기(서울-창원) [37] giants8416 20/09/29 8416 4
88244 [일반] 교양과학서를 읽어보자 [48] 숨결10114 20/09/29 10114 26
88243 [일반] 아는 사람은 다 알 대전 및 청주 맛집.txt [115] 쿠보타만쥬16775 20/09/29 16775 3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