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다 뭐다해서 다들 정신이 없어야하지만 내과병동은 차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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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이해서 퇴원하실 분들은 조금 일찍 퇴원해서 그런지 5인실에 2명이 있네요. 아마 내일부터는 혼자서 쓰게 될 듯 합니다.
약물 치료로 전환하고 나서는 약물때문에 하루에 몸 한군데가 이상해지긴 해도 (갑자기 고열이 생기다가 또 괜찮아 지던가, 다리가 붓다가 괜찮아 지던가, 소화가 안되다가 괜찮아 지던가) 처음 입원했을때만큼 고통스러워 잠도 못자고 그렇지는 않네요. 수치가 좋아져서 약을 좀 줄이긴 했어도 아침에 20알 가까이 되는 약만 보면 입맛이 떨어지고, 먹고 나면 또 자다가 점심먹고 자다가 저녁때쯤에야 맨정신이 돌아오고 입맛이 돌아오고 그냥 반쯤 사육당하는 기분입니다.
거기에 주기적으로 항생제를 맞고, 잠들다가도 새벽 5시쯤되면 피를 뽑고 몸무게 재러 갔다가 종종 X레이 검사 받으러 검사실 갔다가 숙면을 취하긴 어려운 환경이긴 하죠. 뭐 아침에 결과가 나오려면 가장 좋은 검사시간이 새벽일테고, 한 달 반 넘게 그러다보니까 이젠 적응되서 그런가보다 합니다.
테블릿으로 게임이나 할까하고 했는데 무선키보드가 진짜 사무용 그 자체가 게임 굴리기도 뭐하고... (삼국지 3 하다가 전투를 하는데 키패드가 없는 미니 키보드라 도저히 못하겠네요. 걍 GG 쳤습니다.) 인터넷 웹서핑이니 유튜브니 웹소설이니 컨텐츠도 바닥이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고대병원에서는 왜 고대빵을 안파는가부터 시작해서 (편의점에서 마카다미아 연세우유는 파는걸보니 내부에 누군가가 있는게 아닐까 하다가 그냥 병원안에 빵집에서 비싼 빵 사먹으라는 결론을 내린다거나) 왜 병원밥에 나오는 소고기 무국의 소고기 함량은 입원이 길어질수록 줄어드는가 같은 소소한 의문점에서 한국형 항공모함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것인가 같은 저기 계룡대에 계신 분들이나 해야할 별 쓰잘대기 없는 생각이나, 퇴원하고 포터 개조한 캠핑카를 몰고 다니려면 얼마가 들려나 같은 미래생각에 아 생각해보니 나 카드값이랑 핸드폰값 어쩌지 하는 현실 생각까지 뭐... 그냥 할 거 없으면 머리만 굴리게 되요. 그나마 카드는 큰 병으로 입원했다고 하니까 조금 감안해주긴 하더군요.
환자는 많이 없지만 면회객들은 연휴를 맞아 엄청 늘어나겠죠. 가족단위로 오는데 코로나 때문에 1인당 1명, 그것도 오래 면회를 못하는 환경임에도 어떻게든 출입구부터 출입증 없이 뚫고 들어오는 근성의 아저씨 아주머니들보면 존경을 해야하나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보안요원 말에 오히려 정색하는데 그러다 환자들한테 코로나 퍼지면 어쩌려는지 참 대단하신 분들 많아요. 환자는 적어도 직원분들 힘든건 오히려 더 힘들거 같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처럼 단체로 교회에서 와서 5인실 6인실에서 기도회 하는 환경은 없어진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죠.
하필 가족들도 이사를 하는 바람에, 아직 이사 마무리가 안끝나서 추석 연휴때 이사 마무리하고 그 뒤에 면회를 온다고 합니다. 아마 명절기간동안 병원에서 특선 영화나 찾아봐야할거 같은데 TV는 휴게실에서 어르신들이 쓸테니 그냥 가입해놓은 웨이브에서 이것저것 찾아봐야죠.
그래도 약물치료 잘 끝나면 3주정도 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원치료를 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그때 다시 입원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약이 잘 듣는? 그런 상황이라 약 투여양을 줄이고도 수치가 좋아지면 비싼돈 내고 입원할 필요도 없을테니까요. 평소 감기약조차 멀리해서 그런건지 (약먹고 멍한 그 느낌을 워낙 싫어했거든요) 뭐 약빨이라도 잘 듣는다니 다행입니다. 야구했으면 MVP는 몰라도 골든 글러브는 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생각해보다가도 약물 진행중 해도 못하는 사람은 못하니까 뭐 모르죠.
여하튼 올해도 한가위입니다. 작년 한가위가 엊그제 같은데 1년이 지나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회원분들도 추석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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