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0/04 14:25:51
Name 김익명
Subject [일반] 전기자전거 한달 사용기
한달 전쯤에 지방으로 이직을 했는데 직장이 차를 타기는 애매하고 대중교통을 타기도 애매한 거리에 있습니다. 한 3km 정도인데 걷자니 40분이요 아침부터 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거리를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좀 그렇고, 오토바이를 사는 건 아닌 거 같고, 버스로는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요. 그래서 뭔 킥보드라도 사야 하나 싶다가 이 기회에 중학교때 타고 말았던 자전거나 다시 타보자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자니 또 자전거라는 게 결국 사람이 힘을 들여서 움직이는 거잖아요. 기본적으로 출근길에는 그냥 무기력하게 얹혀 가고 싶은데 자전거를 타고, 또 출퇴근길에 경사가 좀 있는데 야트막한 언덕일지언정 출근길에서는 에베레스트급 업힐인데.. 자전거로 해결이 될까? 그냥 스쿠터 타는 게 낫지 않을까? 근데 스쿠터는 또 위험하고.. 이러다가 결론을 내린게 그래 전기자전거를 사자 였습니다.

근데 또 전기자전거가 종류가 많더라구요. 아 복잡합니다 인생이 왜 이런지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네요.

1. 스로틀형: 오토바이처럼 레버 당기면 지 알아서 가는 방식. 이건 사실 전기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에요. 원동기로 취급되어서 면허가 필요하고 자전거도로를 타서도 안 됩니다.

2. PAS(Power Assist System)형: 페달 밟으면 모터가 보조만 해주는 방식입니다. 원동기로 취급되지 않아서 자전거도로를 탈 수 있습니다. 대신 발을 움직이는 노동이 필요합니다.

3. 스로틀/PAS 듀얼형: 스로틀의 장점과 PAS의 장점을 동시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PAS를 타는 이유 중 하나가 자전거도로를 탈 수 있고 + 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된다는 것인데.. 이놈은 스로틀이 되기 때문에 면허를 따야 됩니다.. 솔직히 어중간함.

이 중에서 저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싶었으므로 PAS형, 자전거는 A/S가 중요하므로 국내 브랜드, 그리고 굳이 MTB형을 타고 싶지 않아서 미니벨로로 골랐습니다. 결국 삼천리 팬텀 시리즈중에서 미니벨로형인 F를 사게 되더라구요(뒷광고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타고 다니고 있는데 여러가지 느낀 점이 있어 공유합니다.

장점: 편하다
처음에 전기자전거를 살 때 고려했던 점이 과연 전기자전거가 내가 생각한 것 만큼 편할 것인가, 즉 파워 어시스트가 얼마나 강할 것인가? 였습니다. 근데 주위에 물어보니까 아무리 강하게 해도 7:3정도로, 결국 네가 페달을 밟는게 중요하지 뭐 약간만 움직였다고 쭉쭉 나가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많이 실망했죠. 그걸 감안하고 사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까 전혀 다릅니다. 1~5단이 있으면 대충 1단은 나의 힘:엔진의 힘 비율로 9:1 정도라면 2단은 8:2정도입니다. 그런데 3단은 6:4, 4단은 거의 4:6 정도고 5단이면 2:8정도인 거 같아요 체감상. 5단쯤 되면 경사 한 15~20도 되는 언덕도 평지에서 느릿느릿하게 가는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그냥 20~25km로 올라가버리고 평지에서 5단 밟고 있으면 금방 25km 되어버려서 빨라서 주체를 못하는 지경입니다.
이러다 보니 자출 같은 건 사실 교통비 아끼기에 운동하기 이런 측면도 있는데 그런 게 다 사라집니다. 그냥 3~4단으로 올려서 편하게 걸어가듯이 슥슥 밟고 있으면 시속 20km로 순식간에 직장에 도달해버리게 됩니다. 자전거가 운동수단이 아니라 차, 오토바이와 같은 이동수단이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단점
1. 충전을 많이 해줘야 한다
저는 보통 하루에 자전거로 10km정도를 움직입니다(출퇴근 6~7km, 마트나 산책 4~5km). 그리고 이 동안 보통 2~3단으로 올려서 다녀요. 그러다보니 50km짜리 배터리가 2~3일이면 금방 바닥납니다. 주에 두번씩 충전을 해줘야 하는 셈인데 이게 은근히 귀찮습니다. 배터리 다 바닥났는데 깜빡잊고 충전 안 하면 다음날에 1단이나 엔진 안 키고 출퇴근 해야 하는데 일반 자전거였다면 괜찮겠습니다만 전기자전거는 일단 은근히 무겁고.. 게다가 시속 16km정도면 그냥 걷는거보다 더 편하게 힘도 안들이고 휙휙 가던 거에 맛들려있는데 그 속도를 인간 본연의 힘으로 내려고 하면 은근히 힘들어요. 언덕길 만나면 죽을맛..

2. 일반 자전거에 비해 위험하다
엔진 켜놓은 상태로 페달만 움직이면 파워 어시스트가 들어오는 방식인데 이게 은근히 급발진이 심합니다. 4~5단으로 올려놓고 무심코 페달 밟으면 갑자기 2~3m쯤 발진해버리는 거라 신경 안쓰면 위험해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20km 이상 나가는데다가 자기가 힘을 줘서 밟는게 아니다보니 주위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지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스피드가 있다보니 위험하죠. 얼마 전에도 술먹고 타다가 구르고 모자 날아가는거 잡다가 구르고.. 4~5단으로 안 밟고 있어서 다행이지 20km 넘게 올리고 있었으면 어디 부러졌을 듯.

여튼 이런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은 2개고 장점은 1개지만 장점이 단점을 뒤덮는 상황입니다. 일단 본인이 신경을 써주면 되는 부분이라..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삼천리 기준 일반 미니벨로 20만원선, 전기자전거 미니벨로 90만원선) 솔직히 고려해볼 만 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10/04 15:11
수정 아이콘
전기자전거 이것저것 많이 타봤고 지금도 파스형 잘 타고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배터리 보호 안되는 기종의 경우 배터리만 훔쳐가는 놈들이 꽤 있더라고요.
김익명
20/10/04 15:13
수정 아이콘
헉;; 기상천외한 발상이네요. 제 모델은 배터리 보호가 안되는데.. 뭐 이사온 곳이 CCTV 많아서 집에서는 괜찮을 거 같은데 바깥에 대놓을때는 조심 좀 해야겠네요..
20/10/04 15:22
수정 아이콘
전기자전거 카페가봐도 피해자가 꽤 많고 배터리가 비싸고 훔쳐가기 쉬워서 그런거같습니다.
coolasice
20/10/04 15:32
수정 아이콘
엄북동은 아날로그,디지털을 가리질 않는군요
lifewillchange
20/10/04 15:31
수정 아이콘
혹시 접이식 펫바이크 형으로 전기자전거 하나 추천 받을수 있을까요? 구매욕이 지금 최고인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익명
20/10/04 15:48
수정 아이콘
제가 펫바이크는 잘 모릅니다 흑흑
지하생활자
20/10/04 16:03
수정 아이콘
접이식 팻바이크가 있나요??

요즘 간단한 전기 동력 추가해주는 시스템은 뒷바퀴에 모터만 따로 달아주는 형태로 나오고 있는 것 같긴 하던데..
불대가리
20/10/05 23:27
수정 아이콘
알아보셨겟지만 랑케레이시꺼만큼은 사시면 안됩니다

자전거가 주행중 무려 반으로 쪼개지는(접는부분불량) 사건 2건있음
공기청정기
20/10/04 16:25
수정 아이콘
근데 그거 재미있나요?

동내 영감님이 타고 다니시는거 본적은 있는데 뭔가 묘하게 재미있어 보이더라구요.
MissNothing
20/10/05 09:39
수정 아이콘
엄청 재밋습니다 크크 밟으면 쭉쭉 나가는게 시원하고 좋더라구요. 자도 딱히 살 이유는 없어서 주변에서 산거 한번밖에 안타봣는데, 출퇴근이나 뭐 껀덕지 있었으면 바로 삿을 것 같습니다.
나눔손글씨
20/10/04 16:50
수정 아이콘
술 드시고 자전거 타시면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단속 걸리시면 과태료 나갑니다. 일반자전거, 전기자전거 다 음주 후 운행은 금지입니다. 끌고 가야죠.
하늘하늘
20/10/05 07:3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차와 오토바이같은 이동수단이 된다고 하시면서
음주운전을 하셨다니 주의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오니
20/10/04 23:30
수정 아이콘
어제 1시간 30분동안 한강라이딩을 따릉이로 해보니까...
이제는 전기자전거 타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더라구요...;;;
(그놈의 지나갑니다...는......)

이 글 보고 자전거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네요.
김익명
20/10/04 23:42
수정 아이콘
운동용으로는 절대 사지마세요
안프로
20/10/04 23:40
수정 아이콘
제가 전기자전거 5년 인생인데 운동 생각이 있으신분은 절대 맛들이셔선 안됩니다
한번 맛들이면 전기자전거 타기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힘듭니다
그냥 어쩌다 일반자전거 한번만 타도 이게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져요
김익명
20/10/04 23:43
수정 아이콘
진짜 그렇다니까요 타는 순간 자전거는 교통수단이 됨 택시 버스 지하철 자동차로 어떻게 운동을 합니까?
지니팅커벨여행
20/10/05 08:1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나도 한 번? 했다가 댓글 보고 접게 되네요.
20/10/05 06:30
수정 아이콘
전기자전거 뽕맛 장난없죠 그냥 자전거 타다가 전기타고 라이딩 나가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지경입니다 쓰로틀의 경우는 전 생각이 좀 다른데 12월에 원동기 제한이 풀릴것이라고 (나무위키에 의하면)예상하기 땜에 좀 기다렸다가 제한이 풀리면 pas/쓰로틀 혼합방식을 사는것도 좋아보입니다 사실 킥보드 제한이 풀리면 쓰로틀과 별반 차이가 없는거라 전기자전거만 제한하는건 불공평하거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316 [일반] 10월 1차 전통주 갤러리 시음 후기 + 죽력고 소식 [32] 치열하게8713 20/10/07 8713 6
88314 [일반] 다들 RTX 3080은 구하셨습니까 [44] 토니파커9054 20/10/07 9054 2
88310 [일반] 제품 개발과 사력을 다하면 성공한단 말의 괴리감 [44] 그랜즈레미디9428 20/10/07 9428 9
88307 [일반]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70] 두부두부11852 20/10/07 11852 61
88304 [일반] 쌀쌀해지는 가을밤에 쓰는 플레이리스트 [5] FLUXUX7631 20/10/07 7631 4
88303 [일반] 순문학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왜 드물까 (제목 수정) [54] 데브레첸9055 20/10/06 9055 1
88300 [일반] 우리 아이는 자폐아가 아닐거야 [35] 청자켓15805 20/10/06 15805 16
88299 [일반] 유튜브 K-Pop 아이돌 그룹 뮤비 및 공연 동영상 댓글들 읽고 느낀 것들.. [22] 아난10131 20/10/06 10131 4
88298 [일반] 우리 아버지 자랑 [23] 及時雨8478 20/10/06 8478 29
88297 [일반] 주님, 정의로운 범죄자가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50] 글곰14489 20/10/06 14489 52
88294 [일반] 위크 포인트 [6] 거짓말쟁이8676 20/10/06 8676 10
88293 [일반] P2P 투자 조심하세요 [56] BTK11578 20/10/06 11578 6
88292 [일반] 예방접종한 당일에 목욕해도 될까? [60] Timeless13154 20/10/06 13154 32
88291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8] 공기청정기6779 20/10/06 6779 3
88289 [일반] 복수를 뽑아내고 만족감을 찾다 [12] 한국화약주식회사8644 20/10/05 8644 21
88288 [일반] 지금까지 써본 카메라 이야기(#04) – Ricoh GR-D2 [14] *alchemist*8207 20/10/05 8207 8
88283 [일반] 7000억 쏟아부은 경남 로봇랜드…1년 만에 버려졌다 [115] 와칸나이21530 20/10/04 21530 9
88280 [일반] [음악] 세계최고밴드 테임임팔라의 Currents와 The Slow Rush 1편 [10] Charli7290 20/10/04 7290 1
88279 [일반] 여러분의 지방세는 안전하십니까?!! (지방세 내고 혜택 받기) [9] 피쟐러9526 20/10/04 9526 1
88278 [일반] 전기자전거 한달 사용기 [18] 김익명12514 20/10/04 12514 12
88277 [일반] 2020년 7월 기준, 지역별 아파트 전용 59/84 평균가격 순위 [22] Leeka10700 20/10/04 10700 3
88276 [일반] 친구 간 금전 거래를 하면 안되는 이유 (feat. 친구론) [44] 잠만보18530 20/10/04 18530 13
88274 [일반] [팝송] 앨리샤 키스 새 앨범 "ALICIA" [8] 김치찌개7605 20/10/04 760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