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지도 벌써 40일이지나 50일이 되어갑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니 각종 검사나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시는 분들이 입원해서 병원도 시끌벅적 합니다.
처음에는 이식으로 준비했다가, 이식 대기가 점점 밀려나다보니 내과 치료로 전환하게 되면서 한달 동안 일상은 똑같습니다.
새벽에 피 뽑아 수치 검사하고, 가끔 엑스레이 찍고 혈압이랑 온도, 체중같은 기초 검사하고 잠깐 또 자다가 아침먹고 약 20알 정도 먹은뒤에 자고, 그리고 점심먹고 약 조금 먹고 또 빈둥거리다가 저녁먹고, 또 빈둥거리다가 입이 심심해서 낮에 병원에서 줬지만 짱박아둔 간식 먹고 그러다가 자고... 중간 중간 항생제 맞고...
수치 변동을 매일 봐야하는데다가 병원을 매일 오가기도 뭐한 상황이라 결국 입원하면서 지켜보는 거고, 수치가 안정되면 이제 일주일 단위로 병원에 왔다갔다하는 통원치료를 하게 되겠지요. 물론 간상태가 안좋은만큼 약은 계속 먹으면서 수치를 억제하는거고 결과적으로 조금만 삐끗하면 다시 이식 준비를 해야하겠다는군요. (그러니 평생 술은 입에도 대면 안됩니다. 음식도 가급적 저염식으로...)
그런데 사실 간이 안좋을때 나타나는 현상중 하나가 복수입니다. 보통 배에 물이찬다고 하는데, 다른 증상으로 복수가 차는건 심각한 상황이지만 간은 지방간 상태에서도 차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당연히 간이 안좋으니 복수가 차게됩니다.
복수가 차게 되면 뱃속에 물통을 넣은 샘이죠. 그러니 위나 장 같은 내부 장기들도 제자리가 아니라 이상하게 되고, 배는 단단히 부풀어 오릅니다. 당연히 음식 섭취도 제대로 못하게 되다보니 밥도 조금 먹게되고, 그러다보니 배고프니 중간중간 간식을 먹게되는데다가 화장실에 가도 제대로 싸지 못하니 여러번 들락날락 하게 됩니다. 누워서 자려고 해도 배에 압박감이 심하다보니 제대로 누워 자기도 어렵더군요.
입원 후에도 두어번 복수를 빼긴 했으나 그때에는 많아야 1리터 정도였고, 복수가 문제라 다른 부분들이 워낙 아파서 이 고통을 못느꼈는데 다른 부분의 고통이 좀 나아지니 이걸로 오는 불편함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또 하필 심해지기 시작한 시점이 추석연휴 시작쯤이였다는게 문제인겁니다.
입원 시점에서는 의료 파업이 있고, 이번에는 추석연휴가 있고... 결국 연휴기간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하며 이뇨제를 많이 먹는 방법으로 버텼죠. (몸에 수분을 빼내다보니 늦추는 효과가 있어서 조금 나았습니다.)
보통 일반적이면 어렵지 않으나 간과 콩팥이 안좋은 관계로 인해 잘못 바늘을 넣으면 혈액 응고가 늦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초음파 검사가 필요했는데, 연휴기간에는 가능하지 않다보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주사 꽂은 곳에 생긴 멍이 일주일 넘게 가고, 피 한번 나면 멈추는데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인데 내부 출혈이라도 일어나면 큰일이니까요.
그리고 대망의 오늘, 복수를 뽑기 위해 초음파 검사실로 갔고 가자마자 제 배를 만져보더니 "이 정도면 5리터.. 아니 7리터도 될거 같은데.." 라고 하십니다. 제 뱃속에 생수병 패트 2.5개 정도는 들어있다..... 상상해보니 공포입니다. 근데 진짜 리터 단위로 들어있는건지 겁주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뽑아내고 4kg 정도 몸무게가 줄어든거 보면 리터가 맞...겠죠?
결국 초음파로 검사를 마치고 10cm 쯤 되는 큰 바늘을 뱃속으로 찌릅니다. 마취 그런거 없습니다. 처음에는 죽을듯 아팠는데 몇 번 뽑다보니 몸도 적응을 했는지 무비자로 놀러간 여행객마냥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호스와 연결하고 복수를 뽑아내기 시작합니다.
거의 3주 가까이 쌓였던 복수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뭔가 시원하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결국 2시간 정도 지나서 그만 나올때쯤 되니 이미 5리터쯤은 나온 모양입니다. 의사가 더 나올수 있을거 같은데 평소 운동을 좀 하시지.... 이러는거 봐서는 생각보다 더 있었나 봅니다.
뽑아내고나서는 약간 기분이 상쾌함 + 기진맥진이라 점심도 거르고 누워 있다가, 한시간쯤 지나 장기들이 자신들의 위치로 간건지 그동안 못한 일들을 시작합니다. 화장실에 앉았다가 일어나려면 또 나오고를 반복하고 위장은 미친듯이 먹을걸 부르짖습니다. 배가 아파서 할 수 없었던 행동, 깊게 숨을 들어마시는 행동을 하니 두뇌의 전두엽이 "나는 행복합니다." 를 부릅니다. 스테로이드를 먹어서 퉁퉁 부어있던 발의 부종이 많이 가라앉아 걸어도 다리가 덜 아픕니다.
약물을 줄였고, 각종 수치들도 좋아지고 있으니 복수가 이렇게 찰 일은 앞으로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 상태가 워낙 안좋아서 뺄 상황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뭐 그래도 배에 호스꽂고 사는건 아니니까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아마 통원치료를 하더라도 당장 직장일을 다시 구해서 시작하는것은 무리일테고, (매주 평일에 하루씩 비워야하는 신입사원이 되기도 그렇고, 서울에 방을 빼놨는데 다시 구해서 혼자 사느니 몸이 괜찮아 질때까지 요양하는게 더 낫다는 것이 생각이니까요) 돈벌이는 어디서해야하나 고민하다가도 일단은 건강에 좀 충실하자는 생각입니다. 천만다행인지 하늘이 도운건지 죽기 직전에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고, 약물치료가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의료 파업과 연휴도 남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수월하게 넘겼다라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봐도 되나 라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그럼 앞으로 더 좋은 소식으로 글 올려드리겠고...
입원해서 드는 생각이지만 사람은 평생 마실 술은 정해져있는것 같고, 술은 자기가 마실만큼 적당히 마시는게 좋습니다. 사람 만나는게 좋다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술과 친해지다가 병원과 친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육개장과 편육 대접을 하게 될 수도 있는게 술입니다. 왜 사람만나는걸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는데 너무 후회가 됩니다.
그리고 의사 말은 따르는게 좋습니다. 가끔 심각하게 오시는 분들 계시는데 이 분들 무슨 민간요법이다 뭐다 이런거 시도하다가 폐인이 되어서 입원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처음에 건강에 좋다며 해독주스니 뭐니 챙겨오시던 부모님이 그거 보시고는 약이랑 병원밥이나 잘 먹으라며 뭐 먹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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