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아시듯 히어로즈는 현대 유니콘스가 망하면서 농협과 KT 등 몇 차례의 깨진 딜을 거쳐 이장석이 만든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에 의해 2008년 급하게 인수(해체 후 재창단)되었습니다. 이장석의 누나는 미국에서 이름난 자산가(조단위 자산)로 알려져 있으나 이장석 본인은 그렇지 못했나봅니다. 서울 입성을 위해 유망주를 몇 명 팔았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자금난에 시달리자 홍성은이라는 사람에게 자금을 투자받고 히어로즈의 지분을 주기로 약속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장석은 거의 사기에 가까운 말장난으로 히어로즈의 지분을 뺏기지 않습니다. 심지어 사기혐의 역시 무죄가 선고됩니다. 이 소송에 관해서도 정말 재미있는 쟁점과 이야기들이 나오겠습니다만 분량이 길어 접어두고, 다만 이장석은 이 과정에서 밝혀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받게 됩니다. 즉 이장석은 감옥에 있지만 히어로즈의 오너(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KBO는 2018년 9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장석을 2018년 11월에 자격정지 시킵니다. 하지만 KBO 규정보다 민법과 상법이 위에 있고 KBO는 이장석의 히어로즈 지분을 뺏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KBO는 이장석의 지분은 인정하되 경영권 행사를 못하게, 즉 실제 야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밖에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이장석이 노골적으로 본인의 아바타(예를 들어 부인이라든지 친구라든지..)를 내세워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술적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정말 파국으로 간다면 KBO가 히어로즈를 아예 리그에서 제명시켜버리고, 나머지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질테니 그 때 다른 기업을 찾아서 창단시키는 식으로 할 수도 있겠죠.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초강수입니다만 이장석이 아예 막장으로 군다면 생각할 수 있는 카드이기는 하지요.
어쨌든 이장석은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막장으로 굴지는 않았습니다. 2018년 12월 이장석은 허민을 히어로즈 경영의 감시역인 사외이사로 앉히는 KBO의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그리고 히어로즈는 새로운 스폰서인 키움과 함께 2019시즌을 치룹니다. 그리고 2019 시즌이 끝나던 무렵 기사가 하나 터집니다.
그 기사는 이장석이 사실상 옥중에서 자유롭게 경영을 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기사의 여파는 컸고, 이로 인해 박준상 대표이사와 임은주 부사장 등이 물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 허민의 고양원더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하송이 대표이사가 됩니다. 그리고 당해 히어로즈의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감독 역시 옥중경영에 이사로 같이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재계약 없이 떠나게 됩니다.
2019년이 끝나고 벌어진 일련의 그 일들을 허민이 계획한 것인지는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것은 허민이 원하는 그림으로 완성됩니다. 평소 야구 덕후이자 부자이며 프로야구단을 가지고 싶었던 허민은 실제로 지분 하나 없이 프로야구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른 명분과 팬들의 지지 역시 생겼습니다. 여러 인터뷰들에서 드러나듯 처음에는 본인과 친분이 있는 손혁을 수석코치로 심어 선수단쪽을 좌지우지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장정석이 이를 거절하고 키움은 손혁을 감독으로 선임하여 2020 시즌을 맞이합니다.
여기부터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제 추측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건 뇌피셜이며 소설입니다.
한편 그렇다면 이장석은 감옥 안에서 어땠을까요? 회사를 눈뜨고 뺏겨 눈이 뒤집혀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장석 입장에서는 다시 이사회를 본인의 편을 들어줄 사람들로 장악해야 합니다. KBO는 이장석의 경영을 막을 수는 있지만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이사회(경영진)를 꾸리는 것까지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만기출소가 2021년 6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초범인 이장석은 6개월~1년정도 가석방으로 미리 나오는게 가능한데, 만약 6개월만 줄어든다 해도 올해 12월이라 본인의 체제로 2021 시즌을 꾸리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허민의 쿠데타는 삼일..아니 1년천하로 끝날까요? 저는 오늘 점심까지는 이장석 출소 이후에 일어날 경영권 다툼은 허민이 대충 여론이나 기사를 동원해 이장석의 경영 복귀를 막는 언플을 하는 정도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허민은 가만히 있으면 이사회에서 축출되고 모든 컨트롤을 잃게 됩니다. 손혁 역시 이장석이 임명한 새 대표이사와 단장에 의해 성적부진이나 팬들의 요구 등을 구실삼아 경질되었겠죠. (손혁은 이러나 저러나 어떻게든 감독에서 물러날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허민은 타이밍을 앞당겨 선빵을 칩니다. 바로 손혁을 경질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수가 될 수 있는가 하면, 차기감독 선임이 이장석과의 협상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장석이 출소하기 전에 허민이 새 감독을 선임하는데, 예를 들어 4년 40억에 계약금 20억을 주고 대충 무난한 누군가, 하지만 이장석의 말을 잘 듣지는 않을 사람을 선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거기에 추가로 대표이사가 갈리고 회사측 의사로 계약 4년을 채우지 않을 경우 구단이 위로금으로 100억을 지급한다 이런 조항을 넣을수도 있겠네요. 이런 감독 후보는 한국에 있을수도 있고 메이저에 있을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되면 이장석 입장에서는 굉장히 골치아파집니다. 감옥에서 나와서 허민을 몰아내도 가장 중요한 선수단을 어떻게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장석에게 필요한건 메이저 포스팅으로든 FA 보상금으로든 계속 흑자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야구인데, 이 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장석은 최근 계속해서 본인의 네임밸류나 커리어가 크지 않아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감독인 염경엽/장정석을 선임해왔습니다. 염경엽은 이장석이 컨트롤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이별한 것이고요.
물론 허민 역시 그렇게 감독을 선임하게 되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허민에게 필요한건 그냥 계속 KBO에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프로선수들한테 너클볼 던지고 접대야구 받고 캐치볼도 하고... 이장석을 괴롭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닌 이상, 제가 보기에 이 선빵은 선전포고라기보다는 협상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민은 히어로즈 이사회에 특정 권한을 계속 가져가고 이장석은 빼앗겼던 경영권과 선수단 컨트롤을 되찾는 목적의 협상이겠지요.
제 생각에는 아마도 이 물밑협상이 타결된다면 히어로즈의 다음 감독은 그게 장정석이든 다른 사람이든 이장석이 원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올해 스토브리그는 FA나 선수단 구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아주 시끄럽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 모든건 다 저의 뇌피셜이기 때문에 그냥 예상으로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던 중 허민에 대한 기사가 몇 개 나와버려서 허민이 프로야구판에 붙어있는데에 걸림돌이 하나 더 생기긴 했네요. 하지만 그렇게 치명적인 기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그 기사들의 취재 소스는 이장석의 주변일까요? 혹은 다른 소스일까요?) 주기적으로 공신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엠스플이라..
어쨌거나 야구 경기만 보기에도 짜증나는데 외적인 일까지 골치아파진 히어로즈 팬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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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이 구단주이자 대주주말고 단장으로만 쓰고싶은 생각이 절실합니다.
구단 운영 정상화하고 경영 감시하라고 앉혀놓은 놈이 이장석에 뒤지지 않는 만행들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
네오플 때부터의 이야기나 원더스 때 이야기 등등으로 들은건 있지만 설마 KBO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인 이 구단에 와서까지 이 지랄할 줄은 몰랐네요. 진짜로 팬들 입장에서는 "이장석이 차라리 낫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팬들 입에서 "이장석이 나았다" 소리 나오게 만들었으면 충분히 무능한거죠. (2)
구단 재무지표 확인하는것도 모자라 이제 사내 정치싸움까지 신경써야하는 구단... 그냥 누가 됐던 빨리 끝나서 야구에만 집중하게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야구 더 잘 아는 사람의 승리로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