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왕 루이 14세는 국왕의 권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무대를 연출하고 메인 발레리노로 등장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사실 애초에 태양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스스로 발레의 주연을 맡으면서 태양신 아폴로로 분장했기 때문이죠.
사실 이러한 무대를 연출하기 전, 루이 14세는 큰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프롱드의 난"이 불린 귀족들의 반란이었는데, 당시 루이는 11세의 소년이었고 그는 섭정이었던 어머니 왕후와 근위대와 함께 파리를 탈출하고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귀족들의 난은 진압되었고, 이 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루이는 파리를 싫어했고 그래서 파리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베르사유에 새로운 왕궁을 짓고자 했던 것입니다.
루이 14세가 본격적인 발레리노로 데뷔한 것은 Ballet de la nuit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Jean Baptiste Lully가 만든 작품으로, 국왕의 위엄과 영광을 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곡이었습니다.
무려 12시간에 달하는 곡으로, 이 곡에 조연으로 참여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대단한 고역이었을 것입니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이 곡은 어둠이 세상을 잠식할 때 태양이 나타나 어둠을 무찌르며 세상을 밝게 비추는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여기서 어둠은 프롱드의 난을 일으킨 귀족을 의미하며, 태양은 루이 14세를 의미합니다.
특히 극중 프롱드의 난에 참여했던 여러 귀족들을 요정으로 분장시켜 태양신 아폴로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치는 조연으로 등장시켰는데, 이는 이들에게 굴욕감을 더욱 명확하게 안겨다주는 동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이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위 동영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이 지긋한 귀족이 어린 왕에게 음악에 맞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
루이14세와 발레의 관계를 다룬 좋은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Le Roi Danse(왕의 춤)"인데, (왓차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영화 장면들이며 모두 루이14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춤을 통해 강력하고 위엄있고 용맹한 모습을 연출하는 왕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여담이지만 춤과 사냥 등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 덕분인지 참 오래 살기도 했죠...당대 의료수준으로 76세까지 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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