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03 19:21:37
Name M270MLRS
Link #1 https://pgr21.com/humor/402778
Subject [일반] 죽을꺼면 확실하게, 빨리 죽어라.
해당 글을 보고 나서 갑자기 그때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서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는 날짜가 많이 흐릿해져서 작년 5월경이라는 것밖에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방 안에서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후, 몰래 집 밖으로 끈과 핸드폰만을 가지고 하염없이 걸으면서 "어디 적당한 곳이 없을까..."라는 생각만으로 동네를 헤멨습니다. 그렇게 헤메기를 두시간 정도...였을까요? 어자피 죽을꺼, 제3자에게라도 한풀이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1393에 전화하게 되었습니다.

-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원래 1393 전화하면 죽어라 전화 안 됩니다. 항상 예산은 부족하고(대체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모자라고 전화하는 사람은 많다보니까요. 다른 전화도 있긴 한데, 그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추어 봤을 때 제발 이런데 좀 예산 왕창 투입해서 전문 상담사 로테이션으로 돌리면 자살율 못해도 하루평균 2~3명은 줄일 수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예산을 확대 편성해서 보건소마다 있는 정신건강보건센터에 야간 당직이라도 세워서 그쪽으로라도 통화를 넘기던가요.

어쩌다보니, 아니면 그때 뒈지지 말라는 초월적 존재의 개입이였는지 몰라도 한번에 연결이 되고, 다른 동네 공원의 구석진 곳에 전화기를 붙잡고 울면서 어언 1시간 넘게 통화하던 와중에 주변에서 경찰차 사이렌이 왔다갔다 하더군요. 알고보니 상담사분께서 핸드폰 위치추적을 통해 경찰에 협조요청을 했던것 같습니다. 그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는 오죽 놀래서 급하게 전화를 끊고 나는 아닌 척 걷다보니 한 30분 정도를 계속 경찰차가 돌아다니더군요.

그때 생각이 참 복잡해지더랍니다. 어자피 죽을껀데 뭐하러 신경쓰냐, 그런데 한번 실패하지 않았냐... 일단 이번은 조용히 넘기고 다음에 확실하게 재시도를 하는게 낫지 않겠냐, 라는 두가지 생각이 계속 충돌하다가 결국 경찰서에 가서 자수 비슷하게 이야기를 하고 통보를 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대신 다음날 바로 관할 구 보건소에 있는 정신건강보건센터로 가는 조건으로요. 그 이후는... 하루하루 어찌어찌 눈은 뜨고 있네요.

그때 일로 느낀 것은...

1. 전문상담사들에게 묵념입니다.
2. 생각보다 나라에서 사람 죽는거 많이 싫어합니다. 바로 경찰 보낼줄은 몰랐어요...

-------------------------------------------------------------------------

TV도 별로 안 보다보니 잘 모르는 분이였지만 이번에 또 한 분이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나중에서야 봤습니다.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지만, 부디 영면하시길 빌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히히힣
20/11/03 20: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사셔서 다행입니다.
저는 사실 큰 우울증 같은 증상이나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 뭐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11/04 09:11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는 워낙 주민등록이 잘 되어있어서 힘들지만

일본은 주민등록이 우리나라만큼 빡세지 않아서 이른바 증발(?)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저도 가끔씩은 사라지고 싶네요.
20/11/03 20:07
수정 아이콘
당장 아무런 행복도 희망도 보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루하루 숨 쉬고 밥 먹고 약도 챙겨먹어보고 힘겹게 잠들고 깨다 보면,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넘기실 수 있는 때가 오실 거라 믿습니다. 언젠가는요 그렇더라고요.
후마니무스
20/11/03 21:19
수정 아이콘
태어나는 이유는 보고 듣고 만지기 위해서라고 하죠

에너지 상태로만 있어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살아가주세요.

생각보다 누릴것도 느낄만한 것도 많습니다.
20/11/03 21:29
수정 아이콘
제가 오늘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라는 책을 읽었어요. 윌 듀런트라는 역사가가 여러 지성인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편지로 물어보고, 그들이 보내온 답변을 엮은 책인데요.. 똑똑하든 멍청하든 국적이 어디든 직업이 무엇이든 사는 이유는 거기서 거기더군요... 가족, 직업, 성취, 종교, 친구 등등... 작은 것들에서 위로를 얻으며 살아간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들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그냥 작은 즐거움 발견하며 살면 되는 거 같습니다. 힘내시고요.
김경호
20/11/03 21:45
수정 아이콘
저도 죽을까 싶다가도 어찌저찌 버티고 있습니다

하소연할데라도 있으면 덜 힘들텐데 혼자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고 있네요
20/11/04 03:05
수정 아이콘
조용하게 혼자만 짊어지다가 쓰러지는 것보단 난리를 피우는 편이 낫지 싶어요. 죽겠다 힘들다 엄살 부리고 시끄럽게 하면 주변에서도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의도치 않게 도움도 받을 수도 있구요. 한국 문화에서는 힘들어도 참고 안 드러내고 이런게 사회적 미덕이라고 보고 소란부리는걸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데, 죽을 정도로 힘들면 안 참고 좀 드러내고 이러는 게 더 낫다고 봐요.
-안군-
20/11/04 17:23
수정 아이콘
예전에 너무 힘들어서 순환도로 위 육교에서 발 아래로 씽씽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며, "여기서 뛰어내리면 참 편해지겠다..."라는 생각을 했더랬죠.
그래서 거기서 사진을 한방 찍고, "죽기 좋은 날이네..."라고 SNS에다가 글을 올렸더랬죠.
그러고나서 5분도 안돼서 친구들과 선후배들한테 문자랑 전화가 쏟아지고, 근처에 사는 사장님이 거기로 뛰어오시더라고요;;
그때 뭐랄까...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과 애정을 주고 있고, 날 필요로 하는구나... 내가 이렇게 죽을건 아니구나...

누구에게나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하찮게 여겨지더라도 말이죠.
화요일에 만나요
20/11/05 12:21
수정 아이콘
글쓴분처럼 한시간 넘게 통화를 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연결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한방에 돼서 다행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648 [일반] 누구나 탱크 하나 쯤은 집에 있잖아요? [58] 만렙법사10616 20/11/05 10616 4
88645 [일반] [게임] 창세기전 리메이크 [32] levi762281 20/11/05 62281 1
88644 [일반]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12] 及時雨9146 20/11/05 9146 9
88643 [일반] 군대 해군 나오신분들 존경스러운게, 정말 대단하십니다 [39] 허스키13754 20/11/05 13754 0
88642 [일반] 코로나시대를 살아갑니다 [22] Janzisuka9191 20/11/04 9191 8
88641 [일반] 얼마전에 계약한 첫차를 오늘 만났습니다. [59] 픽킹하리스72716 20/11/04 72716 12
88639 [일반] VR게임을 할 땐 왜 눈이 많이 피곤할까? [16] SkyClouD11771 20/11/04 11771 3
88638 [일반] 로마와 미국과 파벌 이야기 [10] 블랙번 록7125 20/11/04 7125 2
88637 [일반] CGV등 영화관 6000원 할인 행사중+극장 후기 [63] 24HOURS9200 20/11/04 9200 3
88635 [일반] 교수의 자녀와 조카가 장학금 몰아 받아.news [65] 메디락스12303 20/11/04 12303 1
88630 [일반] RTX 3060TI 12월로 연기?(루머) [20] SAS Tony Parker 7153 20/11/04 7153 0
88629 [일반] 과천 지정타 10억 로또에 57만명이 신청했습니다. [59] Leeka14140 20/11/04 14140 5
88628 [일반] 9년 9월 9일 [9] 퀀텀리프8491 20/11/04 8491 3
88627 [일반] 이슬람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141] 이스칸다르15055 20/11/04 15055 5
88626 [일반] 학산문화사, 추억의 명작만화 콘테스트 이벤트 [4] 及時雨7251 20/11/04 7251 4
88624 [일반]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84] 폴린의자장가13764 20/11/04 13764 8
88622 [일반] 죽을꺼면 확실하게, 빨리 죽어라. [10] M270MLRS12106 20/11/03 12106 11
88621 [일반] <그알주식게임> 제작 후기 - SBS 창사 30주년 특집: 그것이 알고싶다 [20] 시드마이어13958 20/11/03 13958 12
88620 [일반] 장서가의 조건. [29] 카미트리아7850 20/11/03 7850 3
88618 [일반] 최근 헬스계에서 핫한 2분할 논쟁(feat. 승모근) [53] 알테마27154 20/11/03 27154 7
88616 [일반] 70년대이후 중국과 한국 출생아수 비교 [52] 오사십오11398 20/11/03 11398 1
88614 [일반] 몇 편의 무협소설 추천 글. [46] Getback16503 20/11/03 16503 9
88612 [일반] 노래는 회한에 가득 찬 게 좋더라고요 [21] Farce10362 20/11/03 10362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