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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 09:00
흠 제가 잘 알지는 못하는데 원래 정조하면 수원 화성 축성 이후 친위 부대인 장용영을 위시한 친위 쿠데타를 한 후 화끈한 개혁을 하려 했는데 한창 40대 나이에 죽는 바람에 무산 되었단 야사가 좀 있지 않나요? 경상도 남인 쪽으로 노론의 정조 독살설이 현대까지도 전해져 온 걸 보면 당시에는 상당수가 믿었던 것 같긴한데..
사실 개혁군주 정조가 대중에 각인 된 건 이런 배경을 가지고 쓴 영원한 제국이 소설로 나오면서 부터죠. 정조와 노론의 대립 구도도 유명해지고. 뭐 작가가 나중에 정조의 유신을 박정희 유신이랑 엮으려 한 뻘짓이 있긴 하지만
20/11/06 14:12
재위 기간 24년이었습니다. 48세에 사망했지만 다른 왕들과 비교하면 단명이 아닙니다.
뭘 해보려고 하다가 일찍 죽었다는 말은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20/11/06 09:10
개인적으로도 정조가 개혁군주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렇게 명군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의 능력이 뛰어났던건 알겠는데, 그만큼 본인이 다 휘두르려고하다가 비교적 일찍 죽는바람에 다 파토났다고 보고있고요. 그 결과가 세도정치부터의 흐름인거고... 그냥 적당한 보통 왕이었는데, 과대평가된 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06 09:48
반대로 말하면 영조말고는 뭐 딱히 엄청난 왕이 없어서 그런거 아닐가요? 조선이란 국체 자체가 역성혁명 유교국가에, 역대급 아시아 강국인 명청, 에도막부(강국이라긴 뭐하고 전쟁없는 일본)를 옆에 둬서...당대 평균보다 나으면 성군이요 명군인거죠 뭐
20/11/06 10:07
교과서에서 배운대로만 알고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조가 업적이 뛰어난 개혁군주는 아닌거 같네요. 그래도 정조의 능력으로 세도 정치를 몇십년 늦췄다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선 왕조 27명의 왕 중에서 태조, 태종, 세종, 영조 제외하면 명확히 정조 위에 둘 수 있는 왕도 없을 것 같구요.
20/11/06 10:12
정조는 본인 왕권 잘 수습해서 챙긴 마지막 전제군주 정도가 적당한 평가 같아요. 그 왕권을 위해 만들어둔 수단들이 세도정치의 무기가 되었으니 따지자면 조선이 막장으로 가는 흐름을 바꾸기보다는 그 흐름을 이어가는 중에 있던 왕이고...
공과와는 별개로, 했던 일들을 보면 아무리봐도 그냥 능력있는 성리학꼰대라...왜 개혁군주라고 하는지는 학생때부터 의문이었어요.
20/11/06 10:13
그만큼 정조보다 확실히 낫다고 할 수 있는 왕 자체가 몇 없다보니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는듯
게다가 대비되는게, 정조 죽고 나니 세도정치로 조선 몰락 가속화되니...더 돋보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을테구요.
20/11/06 10:48
유로파는 엉뚱하게 단종 능력치가 전체 조선 왕 중 공동 2위라(그래도 능력치 중간값인 합 9보다는 낮은 8. 그만큼 조선 왕이 죄다 능력치가 다 낮음) 그냥 생각없이 매겼을 것 같습니다.
20/11/06 11:20
어차피 세계사 수준의 시야에서는 존재감 0의 왕이고(사실 저는 한국사 전체로 봐도 큰 의미 없는 왕이라고 봅니다. 있으나 없으나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이벤트로 등장할 것도 아니고 대부분 1444년 그랜드 캠페인 하는 겜에서 걍 랜덤으로 정해도 되죠...
20/11/06 10:46
숙종 영조는 개인사때문에 저평가되고 정조는 고평가되는게 있다고봅니다. 근데 정조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왕이었다고보고 34년이나 제위했던 순조책임이 좀 크죠. 거기에 나름 기대주였던 효명세자 헌종이 연달아 요절하면서 나라가 완전히 골로갔고
20/11/06 10:54
정조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 왕도 딱히 몇 없고, 시대적으로 왕 혼자 캐리하기도 어려웠고, 뭔가 싹 해 보려다가 급사한 것도 맞고.. 엄청 후려쳐질 군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1/06 11:01
개인적으로 정조는 보통 왕이라 생각합니다만, 지금처럼 부각되는 왕인건 17c 이후 조선이 내세울 게 전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조반정 이후부터 조선은 처참하기 그지 없죠. 삼전도의 굴욕은 말할 것도 없구요. 뉴턴이 지상과 천상의 운동을 통합할 무렵인 17c에 조선은 상복을 두고 싸우는 병림픽을 하고 있었고(그것도 두 번이나) 산업혁명이 일어날 시기에도 당시 조선은 여전히 봉건국가였죠. 조선 후기를 파고들수록 대한민국이 계승했던 국가가 초라하기 이를 데 없어지고, 이는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역사학자 및 교육자들이 그래도 [평타 이상은 한] 정조를 부각시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1/06 11:19
사실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은 반식민지 위성국가 비슷한 상태에다가 주변국가들 급성장에 비하면 문자그대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 그 자체라서 사실 후기 조선왕들은 어느정도는 면피용으로 부각되는 것도 없잖아 있다 싶습니다. 예를들면 고종이 나라 말아먹었지만 망할나라가 일제한테 망한거다 이렇게 국사책에서 얘기는 못하니까요.
20/11/06 13:28
댓글달고 보니까 그렇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숙영정 라인이 상대적으로 잘한거지 절대적으로는 에도 막부랑 청에 비해 진짜 우물안 개구리 그 자체였죠. 물론 역사가들 입장은 다를수도 있습니다만.
20/11/06 13:36
우리나라 역사가들이면 최소 중국, 일본, 블라디보스톡 근방 러시아 역사까지 꿰고있을텐데 그들이 더 잘 알겁니다.
다만 후대의 자긍심을 위해 솔직히 말할 수 없는 것이죠. 뉴턴이 지상과 천상의 운동을 통합하는 놀라운 도약을 할 때 우리는 상복을 며칠입는지 갖고 싸우는 병림픽중이었죠. 그것도 두 번이나 전 아직도 예송논쟁과 그걸 포장하는 자들 보면 역겹습니다.
20/11/06 11:30
윗 댓글에도 썼지만 정조가 대중적으로 개혁 군주로 인기를 끌게 된 건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소설 이후에요. 이인화씨가 어른들이 모이기만 하면 "임금을 죽인 숭악한 놈들"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경상도 남인 후손 집안에서 자랐고, 성장 후 그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름 자료 조사 후 쓴 소설인데 나름 대박 납니다.
이 소설의 내용이 뭐냐면 수원 화성에 정조 친위대인 장용영 앞세워 친위 쿠데타를 준비하던 정조와 이를 눈치깐 노론이 정조를 독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이 독살을 막으려는 남인 측 주인공의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미스테리 추격전 같은건데... 뭐 결국 정조 독살로 이어지고 소설은 끝납니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배경은 정조 유신론인데 이 유신이 뭐냐면 나라를 완전히 새로 개국하는 정도로 새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정조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후 노론을 싹 정리해 버리고 노예제, 서얼제 폐지 등 위에 본문에 언급하신 급진 개혁을 한 방에 처리한다는 거죠. 소설상으로는 노론이 성리학 탈레반 기득권 층이어서 이런 개혁에 절대적인 반대 세력이었기에 정조가 친위 쿠데타로 제거 하려 하구요. 뭐 소설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저도 재밌게 읽었구요. 지금이야 흔햬 빠진 클리셰가 됐지만 당시로는 신권에 위협 받는 왕이란 구도가 참신했고 노론이 극보수 성리학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상당히 충격적이었죠. 이 소설이 나름 빅히트를 했고 이후 대박은 아니어도 연극,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알게 창작하는 분들에게 영향을 크게 끼칩니다. 이 이후 나오는 모든 대중적인 정조 관련 사극은 기본 전제가 이 영원한 제국을 따라갑니다. 왕권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하면서 수구적인 노론과 소수파 남인이나 북인 끼고 개혁을 하려는 왕 정조. 그리고 정조 독살설. 사실 제가 역덕이 아니어서 이 소설의 배경 상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고, 실제 독살이나 정조가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해도 정사에 남을 수는 없으니 진실은 알 수가 없겠죠. 물론 친위 쿠데타나 유신 같은 것도 작가의 상상력이겠지만, 단지 200, 300년이 지났음에도 집안 어르신이 모이면 "임금을 죽인 숭악한 놈들" 이야기를 하는 집안이 남아 있을 정도니 실제 정조 사후 경상도 남인들의 인식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서 흥미롭긴 합니다. 정조의 친위 쿠데타 설이나 유신 같은 것도 어른들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살을 붙인 거라 봐야 할거구요. 어차피 정말 만의 하나 사실이라 해도 정사에 남았을리는 없고... 어쨌든 이 흥미로운 설이 현재 대중들의 정조에 대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보심 됩니다.
20/11/06 17:01
아닙니다
영원한 제국이 나오기 이전부터 국사시간에 영정조 조선 후기 르네상스라고 배웠어요. 나름 성군이고, 사회가 안정되었으며, 당쟁도 줄어들었다고요. 이후 세도정치로 몰락 테크, 죽음에 대한 의문은 다루지 않았고요. 영원한 제국은 국사시간에 배우지 않았던(=대중들은 별로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정조 죽음의 수수께끼를 다루었고, 박정희 유신과의 연관으로 크게 부각되었을뿐이고요.
20/11/06 18:24
아 말씀하신대로 저도 국사 시간에 배우긴 했습니다만 좀 피상적이었죠. 영정조 시기가 조선의 마지막 태평 성대고 화성 짓고 능력있던 왕 정도. 제가 말씀 드리고 싶었던 건 수구 노론과 대립하던 강력한 개혁 군주, 그래서 개혁의 강도도 굉장히 세 보이는 정조의 인상이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 계기가 영원한 제국이라는 거구요. 작가가 박정희 빠라고 커밍 아웃하고 영조 유신 = 박정희 유신 이런식으로 들고 나온 건 제 기억에 소설 히트 치고도 최소 3에서 5년 뒤입니다. 게다가 이 부분은 작가만 묻히게 되고 대중적 영향도 별로 없었죠.
20/11/06 12:02
근데 정조가 세도정치를 미뤘다는 평가를 받네요..
오히려 세도정치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지 않나요? 기존의 당파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바람에 말이죠. 본인의 능력이 뛰어날때야 능력좋고 왕권이 강하니 아무 문제가 없는데, 후계가 나이어릴때 죽어서 더욱 그랬기도 하고 말이죠.
20/11/06 13:20
현재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안된다고 봐요. 뭐 딱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백성을 궁휼히 여기고 개혁을 완성하고 뭐 이런건 요즘 관점에서나 맞는 말이고 실질적으로 왕정제 국가에서 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권을 잘 컨트롤하면 그 자체로 좋은 왕입니다. 예를 들어 숙종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독단적이고 난폭하며 환국을 밥먹듯 했지만 평가가 나쁘지 않죠. 영정조 이후로 제대로 신권을 제어한 왕이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정조는 그 자체로 괜찮은 군주라고 봐야합니다.
20/11/06 15:12
후계 문제는 정조가 약간 면피할 면이 있는게 여색을 밝히지 않아 후궁도 별로 없고 왕손도 늦게 본데다가 무예도 잘하고 매일 활쏘기 만발을 맞출만큼 운동 능력이 있는 왕인데 40대 후반에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건 예상 밖이었죠.
본인이야 노론이던 어디던 드센 신하들 상대로 노련한 정치 싸움을 할 수 있는 철혈 군주지만 왕손이 너무 어린 통에 본인은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니 외척으로 뒷배 만들어 주려다 세도 정치 테크를 타게 되죠. 그나마 정조 바로 뒷대에는 세도 정치가 그렇게 막장은 아니었는데 좀 똘똘한 세자만 나오면 단명을 하니..... 조선이 망할 운명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20/11/06 15:36
뭐..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인물을 평가할때는 결국 결과를 놓고 판단할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손문제란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후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좀더 일찍부터 했어야..... (....) 개인적으로는 조선멸망의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 정조라고 생각합니다. 후계문제도 그랬지만, 기본적으로 문체반정을 통해서 보여지는 모습이 상꼰대라;;;; 고종쯤가면 이미 돌이킬 수 없었고, 그나마 가능성있던 유일한 시기가 정조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정조 본인이 워낙 잘나서 그렇기도 하고요. 이래저래 적어주신것처럼 세자들이 자꾸 죽어나간것도 있고 그런거 생각해보면, 운명이었나 싶기도 하죠.
20/11/06 18:30
어찌됐던 결과론 적으로는 조선 후기가 막장이 된게 세도 정치의 씨를 뿌린 정조 때문인 건 100% 인정합니다. 문체 반정은 솔직히 잘 모르지만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정치적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어찌 됐던 정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건 그 사후 조선이 막장 테크를 타게 되는데 조선을 살릴 수 있던 마지막 기회가 허망하게 날아가서겠죠. 정조 당대에 서얼 철폐, 노비 철폐 같은 대 개혁이 이루어졌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 알려진 이미지로 봐서는 할 수도 있었을거 같은데 뭐 그런 기대요.
20/11/06 13:27
대중적으론 세종 바로 밑에 급 명군으로 평가되는걸로 체감되는데 그거까진 과대평가고 그렇다고 암군으로 평가될 정도는 당연히 아니고 그럭저럭 좋은 왕 정도가 맞는 평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0/11/06 15:41
정조 사후 3년 뒤의 수탈은 정조 책임인데, 사후 1년에 공노비 해방은 정순왕후 업적...
그냥 둘 다 정조의 영향 아닌가요? 노비 해방을 정조가 죽기를 기다렸다가 1년만에 뚝딱 해치웠다기 보다는 준비 과정 중에 왕이 급사했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요.
20/11/06 19:17
준비과정중 왕이 급사 -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달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공노비 해방에 대하여 집권층의 통합적 합의가 이미 완료된 상태였는데, 정조는 정책 시행이라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고요.
조선시대 후기에서 영조는 정말 오랫동안 집권했지만, 그 시대에 요구하는 민생에 관한 개혁과제를 시행하려고 노력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정조가 영조만큼이라도 정치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0/11/07 13:21
그 뭐냐 자본주의 맹아론 같은 겁니다.
조선을 어떻게든 미화하려고 찾고 찾다보니 아직 세도정치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그래도 이정도의 희망의 싹은 있었다 정도로 부각되었는데 그 뒤가 너무 암울하다보니 과하게 조명되고 미화된 왕이죠. 왕권 강화는 했는데 시스템을 그 상태로 놔두고 일찍 죽어서 세도정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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