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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4 10:42:21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시사] 유럽연합이 바이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유럽연합 산하 ECFR(European Council of Foreign Relations, 유럽외교협회)가 미국과의 대타협(Grand Bargain)을 위한 10개의 액션플랜을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럽연합이 바이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 러브레터에 무슨 내용이 들어가있는지 한번 살펴보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덧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A-10-point-action-plan-for-transatlantic-transformation.png

(1) 보건분야: 유럽은 미국과 함께 WHO 개혁을 위한 공동 캠페인을 제안해야 하며, WHO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함. 
- 필자주: 최근 트럼프가 WHO를 탈퇴한 것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 제안인데, 바이든의 경우 WHO에 신속 복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해당 기구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양국 모두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2) 무역분야: 유럽은 OECD 차원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하며 미국에게 이에 대한 협력 촉구
-필자주: 유럽이 밀고 있는 어젠다 중 하나는 소위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에 대한 감독/과세 강화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격렬히 반발했는데, 바이든의 경우 어떨지 좀 아리송합니다. 바이든 캠프측 또한 빅테크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는듯 하지만, 미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조치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3) 안보분야: 유럽은 대서양 안보 관련 비용분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안해야 함
-필자주: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기준이란, 기존 국방비 지출이 아닌 다른 지표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건 부담스러우니까 안보를 더 포괄적으로 해석해서 다른 국방비 지출이 아닌 다른 노력도 안보에 기여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냐는 말인데,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는...그랜드바게인을 추구하는 것 치고는 다소 소극적인 제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4) 기후변화: 유럽집행위는 유럽-미국 간의 탄소배출 매커니즘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야 함
-필자주: 해당 분야는 다소 전문적인 분야라 뭐라고 평하기 어렵지만, 그린산업에 대해서 유럽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유럽의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는 아예 기후변화 부정론자였기 때문에 논의조차 할 수 없었지만, 바이든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럽과 일정한 정도의 합의를 가능해보입니다. 

(5) 민주주의와 인권분야: 유럽과 미국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함께 노력해야 함 
-필자주: 국내 민주주의 강화라고 함은 선거 관련 사이버 해킹, 가짜뉴스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고, 국외 민주주의 강화라고 함은 영국(비록 영국은 이제 EU회원국이 아니지만)이 제안한 D10을 구체화시키자는 말입니다. 보고서 원문에 직접 등장하는 말인데, D10 플랫폼 (기존 G7+한국,호주,인도)을 이용하여 사이버공간에 대한 민주적 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D10은 영국 단독 제안이 아니라 유럽연합 차원의 제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6) 중국: 유럽은 포괄적인 연합을 통해 금융 및 기타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함
-필자주: 보고서 원문에서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여 미국과 유럽이 공동으로 대안투자기금 등을 수립해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유럽은 해양안보 강화에 노력하고 대만에 대한 현상유지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프랑스가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에 해군파견 횟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7) 러시아: 유럽은 Three Seas 이니셔티브에 독일이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바이든에게 동유럽안보파트너십을 제안해야 함
-필자주: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노드스트림2 사업을 풀란드가 추진하고 있는 Three Seas 이니셔티브로 대체하고, 독일이 여기에 투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그 대신 동유럽안보파트너십을 강화하여 미국이 보다 확실하게 동유럽의 방위에 책임감을 갖도록 하자는 것인데, 노드스트림2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이 만큼 더 비용을 지불해라 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8) 중동: 유럽은 미국이 중동에서의 역할을 줄일 수 있도록 해당 지역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함
-필자주: 미국이 중동에 불필요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유럽이 확실히 인식하고 있고, 미국의 공백을 유럽이 대신한다는 것을 좋은 생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그 공백을 채울지는 명확하지 않은데, 그 공백을 채운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이를 위한 병력 및 투사력을 지닌 국가는 프랑스 말고는 딱히 없어보입니다. 한편 그렇게 하는 대가로 미국은 이란과의 JCPOA에 복귀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 또한 프랑스의 이니셔티브인 것으로 보입니다. 

(9) 아프리카: 유럽과 미국은 금융지원/투자/원조에 대해 공동계획을 수립하여 아프리카를 지원해야 함
-필자주: 이 제안이 나온 맥락은, 보고서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는 어떻게 보면 유럽 앞마당이기 때문에 유럽이 보다 그 파급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미국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과 유럽이 공동으로 자원을 pooling하고 어떤 공동의 플랜을 만들 수 있다면 중국의 팽창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겠죠. 여기에 대한 유럽-미국 양국간의 합의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 전략적 주권: 유럽은 전략적 주권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각 회원국은 이를 위한 특별대사직을 임명해야 한다. 
-필자주: 이 분야는 미국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유럽내부의 문제입니다. 유럽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가 필요하다는 말이고, 유럽의 주권이 무엇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미국에게는 공동으로 무엇을 제안할지 등을 토의하는 장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전략적 주권의 가장 열렬한 주창자는 프랑스이므로, 이 항목을 삽입한 것은 역시 프랑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동의 외교를 수립하기 위한 별도의 직책이 이미 존재하는 마당에 또 전략적 주권 태스크포스를 만들자는 것은 좀 썡뚱맞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체면을 위해 삽입한 조항인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모르는 더 큰 그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유럽연합은 차기 미국 행정부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이를 어떻게 구체적인 액션플랜으로 전환할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미국과 협력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이 대부분 대서양주의의 강력한 지지자들이며 또 유럽과의 인연이 사상적으로나 인적으로나 아주 깊이 연결되어 있으니 이들의 기대도 허황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2021년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눈여겨보는 게 좋을 듯하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특히 D10의 향배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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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강됴리
20/12/04 11:13
수정 아이콘
D10은 Democracy 10 인가요

미국과 EU의 외교인데 대 중국 메시지가 세가지나 들어가있네요 일대일로 관련, 아프리카 투자관련, 넓게봐선 대중국 견제용 민주진영연합까지
깃털달린뱀
20/12/04 11:42
수정 아이콘
국제관계에서 어떤 사안의 중요성은 어떻게 파악하시나요?
겉으론 거창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그냥 양해각서마냥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사소해 보이는 것도 핵심적인 것인 경우도 많으니까요.
외알못 입장에서 이번 것도 사실 중요하게 보면 중요한 내용이 많지만, 어찌보면 그냥 공허한 청사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EU나 UN의 산하 조직 중엔 실제로 힘을 가진 조직이라기보단 그냥 권고나 성명 내는 수준에 그치는 단체가 많은 경우가 있으니까요.
아리쑤리랑
20/12/04 12:12
수정 아이콘
단기적 사안과 장기적 사안, 전술 / 전략으로 구분하셔서 판단하시고 실효가 있는것인지 아니면 겉만 거창하고 알맹이는 없는것인지 봐야되는데 그건 각 조약의 내용을 다 꿰뚫고 거기에 나오는 용어와 맥락에 대한 이해도 같이 첨부되야죠.
아리쑤리랑
20/12/04 12: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많은 분들이 중국의 코로나로 인해서 가장 타격을 입은건 미국이라고 보시지만 현재 경제/산업 공급망 기준에서 보았을때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이미 뉴욕타임즈에서도 어제즈음 그걸 다룬 사설이 게재되었듯이 유럽의 경우 이미 구축해놓은 산업 공급망을 중국이 다 뚫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병으로 이미 약화된 유럽을 완전히 잠식해버릴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고요.

특히 전통산업 부분에서 그러하죠. 미국의 경우 이미 신산업에서 고지를 상당부분 점해놓아서 중국과 먹이 경쟁이 덜한 반면 유럽은 현재 중국의 수출 공세에 바로 위협을 받는 포지션이거든요. 그래서 전 내년에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나 무역 규제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유럽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거의 200조에 달하고 있고요. 하여간 유럽은 지금 중국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20/12/04 13: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산업망에서 중국과 유럽이 겹치는게 있나요? 유럽이 경쟁력 있는 제품이나 산업이 중국과 그닥 엮여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아리쑤리랑
20/12/04 14:16
수정 아이콘
이탈리아의 제조업이 풍비박산난것만해도 중국때문이고 고부가가치 전통산업에서 독일이랑도 겹칩니다.
20/12/04 14:24
수정 아이콘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있는데 만약에 이뤄진다면 주요 흑자국 두곳에 제한이 걸린다는 얘기인데 타격이 크겠군요 그래서 쌍순환인가 하는건가
아리쑤리랑
20/12/04 14:33
수정 아이콘
바로 절연되진 않더라도 서서히 서방과 중국의 경제 연결고리가 약화될것은 공산당이 보기에도 뻔한지라 대비를 하는거죠. 공산당의 최우선 목표는 공산당의 존립이지 중국이란 국가의 번영이 아니니까요.
20/12/04 14:37
수정 아이콘
이번 마스크 외교도 그렇고 결국은 중국이 자기들 자살골을 넣는군요 결국 방대한 자국시장 규모만 믿고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이렇게 밀어붙이는 걸까요?
아리쑤리랑
20/12/04 15:10
수정 아이콘
덩치를 키우면 자기들이 어쨌거나 버틸수 있거나 나중에 자신들을 필요로해서 다시 협상을 청할거라는 꿍꿍이라서요
옥수수뿌리
20/12/04 20:24
수정 아이콘
하도 뉴스에서 미국 병원 난리난거만 보여주다보니 (물론 고통이 심하긴 한다만) 미국이 가장 치명타로 다들 아는데 진짜 내상은 따로 있었군요.

하긴 유럽국가들은 다들 고령화도 심하고 산업구조가 너무 구식인터라 그동안 쌓아놓은 영광으로 산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는데 그 틈을 이용해서 중국이 잠식하고 있고 또 거기에 코로나로 지역경제가 파탄나고 있으니 (당장 상황이 좋다는 독일조차 중심가 상가들 문닫아서 공실이 장난 아녜요) 아주그냥 분노가 엄청나겠군요.
20/12/04 12:4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돈 되는 건 같이하고, 돈 안되는 건 니가 해라
로 읽히네요...
VictoryFood
20/12/04 13:23
수정 아이콘
결국 미국보고 돈 쓰라는 얘기네요.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가 인기를 얻은 요인이 미국돈 안 쓰겠다 였는데 다시 미국이 돈 쓰면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고 하면 미국인들이 다시 트럼프를 선택할지도요.
Liberalist
20/12/04 13:23
수정 아이콘
유럽이 안보 면에서는 여전히 날먹하려는걸로밖에 안보인다는건 제 편견에 찬 생각일려나요...;; 트럼프가 너무 과하게 때리기는 했습니다만 유럽 주요국들 국방 예산 편성이라든지 대러시아 외교 시에 취했던 조치라든지 생각해보면 자기네들이 누리는 스피커 볼륨에 비해 자기네가 갖고 있는 자산을 너무 안 쓰는건 맞는 것 같은데요.
훈수둘팔자
20/12/04 13:31
수정 아이콘
어차피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3국, 캅카스 지역 등등 전통적인 자기 앞마당에서도 제대로 힘 쓰기 힘든 약체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면서 유럽에서도 대러 견제는 차라리 폴란드 및 비셰그라드 그룹을 키워주는 것으로 해결볼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영프독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려는 거겠죠.
담배상품권
20/12/04 13:35
수정 아이콘
대놓고 미국한테 빌붙어서 날로먹겠다는 심보인데요?
20/12/04 13:47
수정 아이콘
2와 관련해서 빅테크업체들이 조세회피가 더 쉬운 점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조세 회피하는 능력이 기술 혁신만큼 발달되어 있다고 느낄만큼 창의적으로 회피하는데 이런 건 막게 만들어야죠.기본적인 세율도 더 부과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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