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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7 22:00:34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 일본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 몇권 소개합니다. (수정됨)
일본과 우리나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매우 많은 아주 특별한 이웃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대한 이해도는 아주 낮은 수준이거나 혹은 거의 문맹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과거 전여옥 의원이 저술한 "일본은 없다"와 같은 책이 유행한 적도 있고, 가장 최근인 오늘날에도 "임진왜란 대비하지 않으면 다시 온다" 혹은 "알수록 이상한 나라 일본"와 같은 책들이 서점의 한 코너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반일감정 혹은 열등감을 배제한 대중서는 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에 일본의 역사 및 일본의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유익한 책 몇 권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 박훈,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서울대 박훈 교수가 저술한 책으로, 메이지 유신의 주역을 "사대부"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입니다. 근왕 내지 존왕을 중시하는 유교적 이념이 하급무사들에게 미친 영향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국학과 결합되어 강력한 세력을 형성, 기존 봉건적 체제를 뒤흔들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메이지 유신의 주역을 "서구화"와 "근대화"의 선봉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달리, 사실 이들은 "유가적 이념"을 주된 동기로 봉기한 "사대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2. 이시이 다카시, 메이지유신의 무대 뒤
일본에서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지만, 국내애 번역된 것은 2008년입니다. 메이지 유신을 둘러싼 서구열강의 각축을 설명한 책으로는 아마 이 책이 유일할 듯합니다. 영국이 왜, 어떻게, 무슨 경로로 메이지 유신을 추진한 세력을 지원했는지 추적하며 동시에 프랑스는 어떤 연유로 도쿠가와 막부를 지원했는지 설명합니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사츠마와 초슈 대 에도막부의 대결이라는 무대 뒤에 사실 이보다 더욱 거대한 열강들의 지원과 대립 그리고 이해관계 등이 있었다는 점을 다양한 주인공등을 통해 소개하는 책으로, 국제정치의 재미있는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3. 존 다우어, 패배를 껴안고
일본의 패전 직후의 전후사를 다룬 책으로서는 최고 걸작에 속하는 책입니다. 전쟁 직후 초토화된 일본의 모습, 폐허 속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민초의 모습과 어떻게든 천황제를 보위하려는 기성 정치인들의 발버둥, 아울러 점령군으로 들어와 일본에 다양한 실험과 정책 등을 집행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재일미군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책으로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현대일본이 어떻게 탄생하고 재건되었는지, 미군과 일본정치인 그리고 일본의 일반민중이라는 삼중의 프레임으로 조망하는 대단한 걸작입니다. 한글 번역본은 안타깝게도 현재 품절이나, 영어판은 여전히 판매중인 것으로 나옵니다.  

4. 김시덕, 일본인 이야기 1: 전쟁과 바다
국내에서 전국시대 일본의 모습을 국제적 시각과 로컬한 시각을 결합해 서술한 책으로는 아마 이 책이 유일할 것입니다. 서양의 대항해시대가 어떻게 전국일본에 영향을 주었는지, 특히 기독교가 일본사회에 끼친 여파가 얼마나 거대하였는지 등을 서술하고 있으며 동시에 일본의 내재적 문화가 외부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고 변용시켰는지를 보여줍니다. 아울러 우리에게 익숙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 한도 카즈토시, 쇼와사 1권(1926-1945), 2권(1945-1989)
나이 지긋한 일본인 교수 (1930년생) 가 저술한 책으로, 특히 그가 실제로 겪은 바를 소재로 그린 통사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담은 역사서이며 동시에 쇼와라는 시대가 무엇이었나에 대해 성찰하는 일종의 회고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각종 사건에 대한 해석은 대단히 주관적이지만, 나름대로의 통찰이 있습니다. 물론 쇼와시대 전반은 대단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편 패전 이후의 쇼와시대 후반은 성공적인 재건과 경제성장, 그러나 심화되는 불평등 등 여러가지 모순이 혼재한 그런 시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절판이나 대부분의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으므로 구하는 데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6. 가토 요코,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일본에서 꽤나 명망있는 교수 가토 요코가 저술한 책으로, 청일전쟁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의 주요 전쟁의 발발원인을 규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는 메이지 정치인들과 쇼와 정치인들이 매번 전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동시에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당대의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조망하고 있습니다. 매번 전쟁을 선택한 일본의 정치인들을 다소 비판적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없으며, 한편 각종 전략과 계산 그리고 당시 일본이 처했던 입장 등을 소상히 알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7. 야마무로 신이치,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
만주에 새워진 괴뢰국가 만주국에 대한 책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 또한 절판이지만 만주국에 대한 포괄적 통사로 이 책만큼 간소하면서 훌륭한 책은 국내에 따로 출판된 게 없습니다. 일본이 왜 만주국을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만주국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정책들을 집행했는지 등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만주국을 키메라라고 하는 이유는 만주국 안에는 정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혼재했기 때문입니다. 극우 군국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아나키스트, 중국인, 만주인, 일본인, 조선인 등 각자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만주국이란 공간에서 공존하고 갈등했습니다. 만주국의 역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사실 의미있는 게 국내의 여러 지식인들과 행정관료 군인 등 또한 과거 만주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또한 만주국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었죠. 

8. 이안 부루마, 근대 일본: 1853~1964 
네덜란드인 (지금은 영국인인가..아무튼) 역사가가 지은 책으로 일본의 근대화 여정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입니다. 미국 페리제독의 출현에서 패전 그리고 고도성장까지. 일본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아주 짧은 분량으로 (페이지 수가 229쪽밖에 안됩니다) 긴 시간을 훌륭히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아주 인상깊었던 구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워딩은 생각이 안나지만) "근대 일본의 여정은 미국 군함으로부터 시작해서 미국 군함에서 끝났다" 입니다. 페리제독이 이끈 군함으로부터 근대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고, 그 여정의 결말이 항복협정을 조인한 미국 군함 위에서 끝났다는 점을 빗대어 말한 것이죠. 일본 근대사에 대한 다이제스트판으로는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봅니다. 

9. Kenneth Pyle, "Japan in the American Century" (2018) 
아직 번역본은 없는 책인데 번역본이 꼭 나왔으면 하는 책입니다. 얼마 전 교보문고에 가보니까 일본어로 번역된 판이 있더군요. 다만 가격이 6만원이 넘는....미국의 일본사 전문가 케네스 파일 교수가 저술한 책으로 페리제독부터 아베신조까지 150년에 걸친 미일관계를 다른 통사입니다. 저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목차를 보아하니 대단히 흥미로워보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부자연스러운 친밀함"이라는 미묘한 표현으로 단정하면서, 미일 양국을 비슷한 시기에 떠오른 신흥국가로 보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처럼 묘사합니다 (최소 서론 부분을 읽어보면 말이죠). 일본의 개항과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미국의 원조,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간의 경쟁, 세계대전과 일본의 패전, 그리고 미국에 의한 일본의 점령과 미일동맹, 일본식 자본주의와 미국식 자본주의의 경쟁과 플라자 합의, 그리고 아베정권의 부상과 21세기 미일동맹의 향배 등..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미일관계에 대한 대중적인 통사가 국내에는 따로 없는 것 같은데, 이 책도 어서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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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파일날
20/12/07 22:04
수정 아이콘
1번과 3번 좋은 책이죠. 박훈의 글은 성리학을 버려서가 아니라 성리학으로 메이지유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패트릭 스미스의 <일본의 재구성>도 좋아합니다. 90년대에 나온 책이라 책 말미에 민주당이 정권 잡아서 일본 정치가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이야기한 모습이 지금와서 보면 좀 아련하긴 하지만요. 한국 출판계도 일본에 대한 인식이 점점 <국화와 칼>에서 벗어나고 있어서 좋습니다.
패트와매트
20/12/07 22:06
수정 아이콘
한국인이 쓴 일본책은 거의 거르는 편인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20/12/07 22:34
수정 아이콘
내년 목표로 일본사 공부를 좀 잡아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깃털달린뱀
20/12/07 22:39
수정 아이콘
1번 보니까 그 얘기 생각나네요. 조선에서 일본에 열심히 성리학을 전파했더니 걔네가 존왕파 돼서 정한론 외치더라는..
7번 만주국 책은 읽어 봤는데 책 자체는 재밌는데 '만주국은 단순 일본의 괴뢰국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사안이 복잡히 얽힌 복합체였다'라는 시선이 좀 거슬렸습니다. 세상에 복잡하지 않은 사회는 없는데 그걸 다 고려하고도 만주국은 그냥 일본의 괴뢰국이었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일본의 괴뢰국이란 틀 안에서 허용된 다양성이었을 뿐.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구미가 당기는게 꽤 많네요.
20/12/07 22:46
수정 아이콘
국화와 칼도 추천요.
coolasice
20/12/07 22:59
수정 아이콘
저도 이거부터 나올줄 알았는데...
20/12/08 00:49
수정 아이콘
이게 국룰 아닙니까
김연아
20/12/08 10:53
수정 아이콘
이건 거의 월룰 크크
20/12/07 22:51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이거 진짜 괜찮은 책입니다
커피마시쪙
20/12/08 14:37
수정 아이콘
2222
20/12/07 22:5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도 괜찮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괜찮은책이죠 한국사람이 썻다는 한계가 있긴하지만, 한국사람만이 쓸수있는 포인트를 짚어내서 좋았어요
CapitalismHO
20/12/07 23:59
수정 아이콘
집에 있어서 읽어봤는데 책표지를 다 한자로 쓴 올드한 책임에도 지금에도 통할만큼 통찰이 잘돼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근데 책이 어디갔나 모르겠네요.. 분명 어딘가에 있을 책인데, 이사만 가면 꼭 책 몇권은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Jedi Woon
20/12/07 22:56
수정 아이콘
현재 연재중인 굽본좌의 '한중일 세계사' 도 추천할만 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서구를 대하는 차이와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도들도들
20/12/07 23: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Regentag
20/12/07 23:46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바로 주문했습니다.
주말동안 읽어봐야겠어요.
커피마시쪙
20/12/08 14:3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Regentag
20/12/07 23:49
수정 아이콘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도 추천합니다.
일본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이 어떤방식으로 행해졌고 무었이 문제였는지 잘 설명한 책입니다.
동경외노자
20/12/08 00:40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의 저자 가토요코 도쿄대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논란이 되고있는 학술회의 지명을 거부당한 6인중 한명입니다.
Regentag
20/12/08 01:20
수정 아이콘
이 건인가 보군요.
[본색 드러낸 스가, 진보교수 6명 '학술회의' 임명거부 파장]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00
20/12/08 00:58
수정 아이콘
김시덕 선생님이 쓰신 서울선언 재미있게 봤습니다. 또 그 분이 쓰신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도 재미있는 책입니다.
20/12/08 01:24
수정 아이콘
김시덕 선생님 책 반갑네요
벌점받는사람바보
20/12/08 01:58
수정 아이콘
요즘 실용서적 말고는 아예 책을 안본거같아요 --
이번년도 끝나기전에 두어권은 봐야겠네요
BibGourmand
20/12/08 02:20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리우스 잰슨 '현대 일본을 찾아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존 다우어는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긴 했는데 영어라서...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가 가장 끌리네요.
aurelius
20/12/08 11:09
수정 아이콘
마리우스 젠슨의 저서들 모두 대단히 훌륭하지요. 주일미군 출신 교수인데, 과거 주일미군으로 복무한 후에 학계로 진출하여 일본 전문가가 된 미국인 교수가 적지 않습니다.
BibGourmand
20/12/08 11:22
수정 아이콘
그런 백그라운드가 있었군요. 주한미군 출신 한국 전문가는 보기 힘드려나요..
20/12/08 02:51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이 책은 저도 추천합니다.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한 원고를 책으로 편집한 것이어서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곰곰 생각할 여지를 주는 면이 있습니다.
커피마시쪙
20/12/08 14:38
수정 아이콘
근데 학생들 수준이 엄청나던데요...ㅜ
역덕들인가...?
20/12/08 15:43
수정 아이콘
사립학원 역사동호회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의 원고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역덕... 들이겠지요 흐흐
20/12/08 05:15
수정 아이콘
전 종전의 설계자들 추천해요. 이거 진짜 읽으면서 빠져들었네요
메르카바
20/12/08 05:59
수정 아이콘
가토 요코의 책은 정말 강추입니다. 일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잘 나와요. 같은 저자의 <왜 전쟁까지>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요즘처럼 민족주의가 강해진 시대에 옆나라 사례에서 배울 게 있더라구요.
Enterprise
20/12/08 06:31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선임에게 빌려서 추천해주신 책 중 쇼와사와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두 권을 읽어봤는데 모두 유익했습니다.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20/12/08 07:39
수정 아이콘
읽고 싶은데.현재는 다 절판이네요 에구
판을흔들어라
20/12/08 08:41
수정 아이콘
6번은 다른 곳에서 언급하는 거 봤는데 꽤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이제는 '국화와 칼'은 고전이 되어버린 걸까요
CapitalismHO
20/12/08 09:36
수정 아이콘
1946년에 쓰인 책이니 좀 오래되긴 했죠. 크크.
20/12/08 10:20
수정 아이콘
4번 일본인 이야기 1권은 시각도 좋고 흥미도 있는데

2권은 솔직히 조금 지루했습니다
예니아빠
20/12/08 17:11
수정 아이콘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이광훈 /. 조슈번과 사쓰마번 그리고 메이지 유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책입니다. 상당히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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