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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 16:14
와 이거 조금만 다듬으면 수능 비문학 지문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영역 풀던 생각나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었네요 크크
20/12/10 16:36
그 직관이 인간들 사이를 관통할지는 몰라도 종들 사이를 관통할지는 모르겠네요. 포유류면 또 몰라도 어류를 보고 그걸 알 수가 있으려나. 알 수는 있어도 쉽지는 않을 듯. 어쨌든 직관이 그 어떤 사이들을 건너가긴 할 텐데 그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앎의 깊이도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직관적으로다가 그렇게 느껴지네요. 제가 해석하기에 물고기를 보고 즐겁다 함은, 차라리 동일시라고 하는 유아적인 주관의 세계상을 말해주는 것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20/12/10 16:46
그렇죠. 사실 장자의 그 '느낌으로 안다'는 엄밀한 의미의 직관이 아니라 그 느낌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은 특정한 세계상을 전제로 합니다. 그 세계상이 없는 사람들은 느끼기는 할 지언정 그 느낌을 믿기까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그 세계상을 동물행동학의 연구성과들은 물론이고 양자역학까지도 끌어들여 순전히 사변적이지는 않은 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20/12/10 21:46
그레이버는 현대에는 화이트헤드와 퍼스로 대표되는 범심론 전통에 서 있습니다. 의식, 도덕성, 자유의 기초는 유희행동을 함에 있다, 유희행동은 인간 외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아원자 소립자 수준에 이미 유희행동의 원시적 맹아로 개념화될 수 있는 현상이 있다고 상정할 때 가장 복잡하게 조직화된 물질적인 것들에 존재하는 의식, 도덕성, 자유가 어떻게 발생하는 지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형식이 가능해진다, 그것들의 발생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형식은 데카르트적 이원론 아니면 출현론인데 둘 다 문제가 있다, 네오 다윈주의에서는 의식, 도덕성, 자유의 존재가, 따라서 발생도 아예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 이런 식으로 얘기가 진행됩니다. 실상 데카르트적 이원론은 지지자들이 극소수이고 지배적인 설명형식은 출현론입니다. 그런데 슬쩍만 봐도 그레이버식 범심론적 설명형식은 출현론의 개선판, 즉 저차 수준들에 고차 수준에 존재하는 것의 맹아가 있다는 식으로 보완된 출현론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프리초프 카프라도 <물리학의 도> 같은 책에서 이런 식으로 얘기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최근 20여년간 가장 유행하고 있는 철학 조류는 객체지향존재론=사변적 실재론=신유물론인데, 얼핏 보기에 그레이버식 범심론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이 주제에 관심 깊은 분들은 그것들과 카프라식 얘기가 그레이버식 범심론과 기둥 줄거리가 같다고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2/11 09:53
<물리학의 도>는 읽어보진 못해서 모르지만 그레이버가 이야기한 것들은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이나 얀치의 <자기조직하는 우주>에서 언급한 것과 뿌리를 같이하는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카프라가 묶이는 학문 부류가 소위 심층 생태론인데 지구생리학, 가이아 이론 등도 여기에 포함되고 그래서 주류과학계에서는 과학을 가장한 범신론이라고 비판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증명할 수는 없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요즘 환원주의나 네오 다위니즘에 비판적인 계열의 생물학자, 생태학자치고 카프라의 영향을 아예 안받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최신 철학의 사조에 대해서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11 09:00
물고기가 즐기고 있단 것 자체가 공감이 안 가면 어쩝니까.
오히려 제가 보기엔 천적의 사냥을 피하기 위한 무한의 회피기동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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