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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11 01:55:01
Name bos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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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나에게 7년의 기억(서울 아시안 게임/올림픽)


게시판을 보니까 한국의 집권 정당이 어떤 조직을 만드는 법을 밀어붙여 통과시키고 그 조직의 대장에게 7년의 임기를 갖게했다는 (확실한지 모르겠지만) 것에 난리가 난것을 보고난후, 586의 끝자락 세대에서 느꼈던 나의 7년의 세월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81년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난 저녁에 티비를 보는데, 갑자기..서독 (독일이 아니고 서독) 바덴바덴이라는 (지금도 뉴저지 포트리에 이 통닭팔던 술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곳에 있던 회의장에서 누군가가 "쎄울 코레아~"라는 이상한 억양의 발표를 하니까 일단의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던 광경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난 왜 이 장면이 왜 이렇게 기억이 쌩쌩할까? 다른 것들은 잘 잊어버리면서..라고 생각해 보니까,

그후로 티비에선 이 장면을 하루에도 몇번씩 무려 7년 동안 방송했던 것 같았다...달콤한 설탕도 조금씩 살짝 먹을때나 달콤한 것이지..매일같이 숟갈로 7년을 퍼먹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더 이상의 달콤한 맛이 아닐것이다..그랬다..."선진 민주 정의 사회 구현" 이라는 슬로건과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의 성공을 위하여란 멘트와 함께...그 당시엔 정치인, 공무원, 연예인, 모두들 저렇게 말했다. 마치 교회에서 모든 기도의 끝이 "아멘" 이듯. 티비들은 지겹게 저 장면들을 반복했고 구호를 반복했었다..밥먹고 티비에서 마징가/짱가/웃으면 복이와요 바아햐는 소년에겐 정말 지겨웠다..

어쨌든 아시안게임과 팔팔 올림픽은 나의 청소년 시절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었고 그 7년의 세월은 정말 길기도 하였다..

87년 대학에 입학하니..이젠 전두환 각카께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앞으로 더 대통령 하시겠다고해서 난리가 났다...그 긴 7년을 하시고도 모자라신 단다 (4.3 호헌조치)...빡돌은 난 6월 어느날 서울역에서/명동에서/신촌에서 최루탄 먹어가며 "독재타도" "호헌철폐" 를 외치고 다녔다...

며칠전 "Lord & Taylor" 라는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고 땡처리 한대서 새로 이사갈 집에 깔 카펫들을 사러 갔다가 카펫을 파는 여자분과 얘기를 했는데, 우리가 한국인이란 것을 알더니, 자기 88 올림픽때 서울 갔었다길래...나랑 와이프랑 모두 올림픽때 그 곳에 있었다고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7년이란 숫자가 갑자기 이런 기억을 끄집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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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20/12/11 08:15
수정 아이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오랜만에 떠오르는 이름이네요...흐흐...
20/12/11 08:49
수정 아이콘
알라빌떼 세울!

제가 저말 따라하던 게 생각나네요.
20/12/11 09:38
수정 아이콘
저는 아라빌드 세울! 이라고 들렸었네요.
나온뒤에 들리는 환호소리와 함께....

티비에 주구장창 나왓었죠 정말....
사술생
20/12/11 08:58
수정 아이콘
86/88 이라는 슬로건이랑 '서독'이라는 국명... 그리고 호헌조치. 저에게는 교과서나 남아있는 영상자료와 육성으로만 이어지는 옛 일이지만 생생한 증언을 들으니 마치 제가 그 시간대로 간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AaronJudge99
20/12/11 09:06
수정 아이콘
이야 좋은글 감사합니다 크크
metaljet
20/12/11 10:01
수정 아이콘
올림픽이야 말로 K-국뽕의 원조격이지요. 제 기억에도 한동안 TV방송 종료 시그널 애국가 영상으로 저 바덴바덴 장면이 계속 나왔던것 같습니다.
답이머얌
20/12/11 11:47
수정 아이콘
동갑이군요.(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저도 지겨웠습니다. 근데 그런 태도 가진 사람은 일종의 '반골'이었던 분위기였지요. 단군이래 최대잔치를 벌리는데 삐딱선 탄다고 말이죠.

그래도 어쨌거나 지겨워서 문제였지, 덕분에 역설적으로 87년 6.10 호헌철폐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면도 있지요.

88년 올림픽 앞두고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국민 학살을 벌리긴 거의 불가능했지요. 그랬다간 앞서 80년 모스크바때 미국 및 서방 참가 거부, 84년 LA때 소련 및 동구권 참가 거부에 이어 88년 서울 미소 양국과 추종국들 참가 거부로 아마 동네 잔치로 벌어졌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근데 사실 관계가 틀린게 87년 호헌조치는 전두환이 더해먹겠다고 한게 아니라, 직선제로는 선거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우니까 현행 헌법(거의 유신헌법)에 따른 선거, 즉 체육관 선거를 통한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겠다는(전두환측 계획으로는 노태우에게 간선제로 여유로운 대선 승리) 의지 표명이었으니까요.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느끼는게, 댓글도 별로 없고, 명확한 사실관계의 착각에 대해 지적하는 분도 없다는데서, 이미 별로 관심이 없는 아주 얘전 고리짝때 얘기가 된 것 같습니다.
20/12/12 07:29
수정 아이콘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빠른 69년생입니다. 다시 돌아보니, 님이 말하신대로 직선제 안하기로 하고,그냥 하던대로 민정당 후보랑 야당 후보랑 체육관 선거(간선제) 하겠다고 4.13 호헌 발표를 한것이 맞습니다. 저도 이제 그 기억들이 가물가물 하네요.
현시대를 사는 분들에게 80년대 후반의 "민주화" 운동을 얘기하는것은 마치 우리 어릴때 "4.19" 의거 (요즘은 혁명이라 하나요?)를 얘기하는 것과 같은 시대적 간격인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도 서서히 늙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다음 글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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