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제목대로 새 책을 냅니다.
장르는 판타지, 제목은 마궁사 비트입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주7일 연재합니다. 아래는 해당 작품의 링크입니다.
http://page.kakao.com/link/56014796
서두에 꺼냈듯 저는 역사 속에서 가보지 못한 길, 가지 않은 길이 항상 궁금하고 관심이 가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많이들 그러시죠?
사귀었다가 헤어진 연인, 가지 못했던 직장 등등.
역사로 보면 대체역사란 요새 꽤 인기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테마를 서구에서는 What if, 즉 만약에라고 부르는데
책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만약에 1, 2>가 꽤 볼 만합니다. 해당 도서는
1. 크리스천 없는 세상 - BC 701년 예루살렘 공방전. 아시리아 제국군 vs 유대인(승)
2. 민주주의는 없다 - BC 480년 살라미스 해전. 페르시아 제국 해군 vs 아테네 해군(승)
6. 종교 개혁의 불씨가 사라지다 - 1242년 몽골제국군의 회군.
11. 미국 독립, 무기한 연기되다 - 1776년 롱아일랜드 퇴각. 영국 대륙원정군 vs 조지 워싱턴의 산하 군대
16. 히틀러, 중동을 평정하다 - 1941년 히틀러 군대의 중동 침공
18. 붉은 군대, 유럽을 불 밝히다 - 1944년 오버로드 작전.
처럼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계열 창작품으로는 나치 관련 도서들이 인기이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높은 성의 사나이>일 거예요.
이 책은 1962년에 발표된 필립 K. 딕의 장편 대체역사소설의 제목입니다. 필립 K. 딕은 영화화된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화된 소설 『페이첵』,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 단편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등의 작품을 낸 소설가이죠.
『높은 성의 사나이』는 2차 세계 대전을 추축국이었던 나치와 이탈리아, 일본 제국이 승리한 가상의 세계를 제시합니다.
소설은 1933년에 실제로 있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당선인의 암살 미수 사건이 성공해서 그가 없고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된 후의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고립주의를 채택해 2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습니다. 태평양 전투와 유럽 전투 참전, 영국과 소련에 무기를 공여한 랜드리스 정책 등이 없으므로 나치는 손쉽게 소련을 점령하고 영국을 고립시킵니다. 중동을 점령한 나치는 이어서 영국 본토에 상륙합니다. 영국은 화염방사기 사용과 가스관 폭파 등 격렬한 저항을 하지만 결국 독일에게 굴복해 독일의 괴뢰국이 됩니다.
유럽을 정리한 히틀러는 일본제국과 연계해 1945년경 미국 침공을 감행합니다. 동부는 나치 독일, 서부는 일본제국이 침공해 미국은 1947년을 끝으로 조건부 항복합니다. 따라서 동부는 독일, 서부는 일본이 분할 통치하며 중부 지역은 이후 무법천지가 되는 중립 지대로 남습니다.
소설 속 세계는 나치가 추구하던 이념과 과학 기술 등이 모두 성공한 세계입니다. 실제 역사의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핵폭탄을 가진 나치는 수소폭탄을 개발한 채 일본제국과 신경전을 벌입니다.
발전된 원자력 과학을 바탕으로 한 우주 개발이 성공하여 달은 이미 독일의 식민지이며, 금성과 화성 같은 태양계를 탐험하는 중입니다.
한편 일본제국은 독일과 세계를 양분했으며 독일 다음 가는 세계 제2위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소설 속 소설인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묘사합니다. 이 소설 속 소설은 놀랍게도 우리의 현실을 많이 반영해서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해 일본을 물리치고 히틀러를 전쟁 범죄자로 처단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는 일종의 불온서적으로서, 나치 비밀경찰은 압수에 혈안이 되었고 이 책을 가진 것만으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는 무서운 물건입니다.
가상의 역사와 현실을 대비해 현실의 문제점을 차분히 그린 본작은 1963년 휴고 과학소설상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이후 나오는 나치 관련 가상 역사 세계들은 해당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80년대 말에 복거일의 장편소설 『비명을 찾아서』가 출간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복거일은 일본이 한국을 계속 지배한 가상의 1980년대를 그린 이 작품의 서문에 『높은 성의 사나이』를 참고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2015년에는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는데, 넷플릭스와 비슷한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단 큰 설정만 가져다 쓰고, 세부적인 이야기는 다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마블의 좀비 월드나 요새 화제가 되는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도 만약에와 다차원을 합한 유명한 물건들입니다.
해서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입장, 다음 웹툰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에서도 스팀펑크 세계관 안에 셜록이 있었다면 어떻게
살았는지를 창작해 본 입장에서 이번에는 판타지라는 자유로운 장르 속에서 펼쳐 보았습니다.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아면서 궁수인 비트는 고아원을 졸업하자마자 다양한 암살 시도를 겪는다.
범인은 나 자신, 바로 다른 차원에서 온 수많은 비트들이었다.
세계를 점령한 나치풍 대한제국, 일본이 한국 대신 동서로 분열된 통일한국, SF와 같은 과학력을 가진 미래의 지구 등 다양한 차원에서 온 비트 들은 판타지 차원의 비트를 노리고 차원 이동했다. 비트는 생존을 위해 힘을 갈구하면서 악마와 타협하고, 타협의 산물로 마궁사라는 직업을 얻어 사투한다.]
검색어가
[판타지;다차원;밀리터리;대한제국;통일한국;차원이동]인 작품답게 순수 판타지보다는 이것저것 섞어 차린 뷔페에 가깝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뷔페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마궁사 비트>는 오랫동안 준비해서 비축분을 쌓은 작품입니다. 사연도 은근히 많아요.
해당 작품은 2002년 재미로 문피아에 연재하다가 C사에서 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는데 마침 겸업 금지 때문에 출간되지 못했던 작품입니다. 이후 글을 써보겠노라 회사를 관두면서 D사의 출간 제의를 받습니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였어요. 원래는 주인공 비트의 시점인 1인칭으로 썼다가 3인칭으로 전부 바꾸라고 해서 고민 중 취업하느라 또다시 미뤄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2020년 이번에 새로 다듬고 보강해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전 7권 예정이에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슬픔, 공포 등을 버무릴 이번 작품, 열심히 연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