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17 00:58:41
Name 아마추어샌님
Subject [일반] 데이터 죽음의 5단계 (수정됨)
조금은 느려진 아이맥. 아이디 해킹. 부트캠프 버벅임. 쌓여있는 프로그램들과 정리하기 귀찮음
네.
포멧의 시절이 저에게도 다가왔습니다. 포멧 포맷, 포멧 포맷.
포맷이죠. 뭐 그리 중요한건 아닙니다. 어차피 영어단어. 그리고 한국어로 읽은 땐 사실상 같은 발음!
그런 생각을 하면서 cmd+r을 눌러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신나게 파티션 날리고 자료날리고! 펑펑!

일해라 애플을 수 없이 외치던 중 저는 떠오른게 하나 있었습니다.

[사진 폴더를 백업하지 않았습니다.]
- 나머지 자료는 아이클라우드로 인해 백업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아아아아
4x아
아x4
사진이 아사한건가...
전기를 못 먹고 아아...
아니 잘못된 전기를 먹고.
아니 그러면 아사한 것이 아니라 중독사?





데이터 죽음의 5단계

1. 부정
어 이게 꿈인가? 아니 설치를 중단하면 다시 부팅 되겠지.
좀전에도 부팅 했었잖아!

이미 깨끗해진 ssd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2. 분노
이 XXX!!
I go!
눈 앞에 있던 맥북을 잡았다가 놓았습니다.

잘못은 아이맥이 했는데 애먼 맥북을 잡을 뻔 했습니다. 아니 제 손이 잘못했죠. 어서 작두를.

3. 협상
어딘가에 백업해놓은 자료가 있을거야!

분노의 시기를 지나 하드디스트 쌓아 둔 것들을 뒤졌습니다.
전원 안들어온 하드디스크가 무슨 수로 백업을 해줄까요.

4. 우울
최대 20년치 사진이 사라졌네.

이제서야 우울해지더군요. 2006년도 사진이니까 사실 14-15년 정도 사진일 뿐입니다

5. 수용
어차피 사진 많이 안찍었고, 혼자 산 인생이고 풍경사진 이잖아. 추억 나눈 사진도 아니고 없어져도 아쉬워 할 필요 없지. 인생 그렇게 살았는데 추억할게 뭐 있어.

순식간에 인생 헛산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저는 대체로 이런 순서대로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이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역시 실물이 있어야되!

살아있는 맥북을 통해 쇼핑몰로 들어갔습니다. 디지털 즉석사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지름신 품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가 순간 답답한 마음에 PGR21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쳤습니다.


여러분 백업 잘하세요. 눈물납니다.
저는 왜 이시간에 포맷했을까요. 잠이나 잘것이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덴드로븀
20/12/17 01:03
수정 아이콘
iOS 라고 엄청 이상한 파일시스템을 아닐것 같은데 사진이 들어있던 저장장치를 윈도우가 깔린 컴에 옮겨서 데이터복구를 해보면 되지않을까요...?

그리고 왜 [구글포토] 신님께 손을 내밀지 않으셨단 말입니까...ㅜㅜ

그러나 사진은 결국 또 찍으면 됩니다.
또한 [구글포토] 신님은 내년 6월까지만 가엾은 중생들이 내민 손을 공짜로 잡아주신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아마추어샌님
20/12/17 01:09
수정 아이콘
로우포맷을 한건 아니지만 이미 데이터가 덮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ssd 용량은 작고 설치가 꽤 지난 시점에야 제가 그걸 발견거든요.
사실 포맷만 했다면 복구 시도를 했었을텐데.

새사람이 되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께서 무의식으로 흑역사이니 날려라는...

일단 앞으론 구글 포토신님과 함께 해야겠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믿음이 부족했었습니다.

사실 사진폴더에 중요했던건 탈모여부 체크한다고 시기별로 찍어놓은 머리사진입니다.
나주꿀
20/12/17 01:07
수정 아이콘
떠나보낸 자료에 애도를 표합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를 보면 전기가 없어서 아이패드에 저장된 가족 사진을 못 보다가 복구된 전력으로 그 사진을 보게 된
게리 올드먼이 나오죠, 그걸 보면서 역시 디지털의 보관성은 실물에 못 미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 그리고 요 며칠새 저작권이슈로 X허브에서 대량의 자료가 날아갔는데 (누군가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소실에 버금간다고....)
사람들이 "누구 이 동영상을 모르시나요" 이러면서 이산 동영상 찾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아마추어샌님
20/12/17 01:1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인터넷의 바다는 넓기에 이산가족은 언젠간 만날것입니다.
AaronJudge99
20/12/17 18:30
수정 아이콘
아 맞아요 어쩐지.....
ㅠㅠㅠ 배우 이름으로 검색을 해도 전에 나왔던 보물들이 싹 날아갔더라구요 슬펐습니다
CoMbI COLa
20/12/17 02:33
수정 아이콘
제가 그런식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간직해오던 사진이 날아간 이후로는 상당한 시간 텀을 두고 포맷을 진행합니다. 최소 1주일의 유예(?) 기간을 주죠.
아이러니하게도 인화된(디카던 아날로그던) 사진들은 여전히 빛 바래지 않고 잘 살아있는데, 0과 1의 데이터라 영원할 것 같았던 사진들은 다 사라졌습니다.
아마추어샌님
20/12/17 17:19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인화된 사진들은 잘 살아 있더라구요. 지금 신에게는 폴라로이드로 찍은 즉석사진만이...
저도 유예기간을 두고 항상 움직여야 할것 같습니다.
리자몽
20/12/17 11:06
수정 아이콘
추억의 일부가 사라져서 상심이 크시겠네요

전 폰 바꾸다가 약 2~3년간의 기록이 영구적으로 날라간 이후 구글 포토를 발견해서 거기에 모든 사진/동영상을 백업하고 있습니다

무료로 잘 쓰고 있었는데 내년부터 돈 받는다는게 아쉽긴 한데 구글은 망할꺼 같진 않아서 서비스 이용할려고 합니다

그리고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오래가는건 아닌거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사진은 사진으로 뽑아 놓는것도 좋은거 같습니다
아마추어샌님
20/12/17 17:19
수정 아이콘
넵 저도 중요사진은 앞으로.. (쿨럭)
저도 구글신의 품을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339 [일반]  하루키 ‘쥐 4부작’, 그래서 또다시 섹스 이야기 [13] 글곰7617 20/12/17 7617 12
89338 [일반] 밑에서 나무위키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해악은 유튜브가 더 심한게 아닌가 합니다. [30] 성아연8211 20/12/17 8211 7
89336 [일반] 미국 코로나 환자 수는 정말 끝도 없이 올라가네요 [79] 엘피10695 20/12/17 10695 2
89335 [일반] 용병의 역사 1 - 고대편 [11] 트린7921 20/12/17 7921 14
89333 [일반] 새벽에 듣는 소련 메탈, 아리야 - 당신은 자신의 꿈에 무슨 짓을 한거요 - 1989 [3] Regentag6104 20/12/17 6104 5
89332 [일반] 태극기는 과연 마건충이 만들었는가? [30] 수부왘11300 20/12/17 11300 15
89331 [일반] 나무위키 팬덤의 사유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6] 현아추9827 20/12/17 9827 1
89330 [일반] 데이터 죽음의 5단계 [9] 아마추어샌님6607 20/12/17 6607 1
89326 [일반] [인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누구인가? [18] aurelius10515 20/12/16 10515 18
89325 [일반] [성경이야기]찌질한 야곱 [16] BK_Zju10389 20/12/16 10389 11
89323 [일반] 멕시코의 현실 테이큰 아줌마 이야기 [23] 메디락스8666 20/12/16 8666 18
89322 [일반] 이코노미스트, "한국, 코로나19 장기 경제 손상에 가장 덜 취약해" [107] 덴드로븀13006 20/12/16 13006 10
89321 [일반] 위례 공공분양. 전용 84 기준 2900만원도 예비로 탈락.. [26] Leeka10008 20/12/16 10008 3
89318 [일반] 넌 해고야!-오늘 하루에만 용역 셋 자른 이야기. [38] 공기청정기10113 20/12/16 10113 37
89316 [일반] [단편] 새벽녀 - 6 [6] aura7071 20/12/16 7071 6
89315 [일반] 여성의 '공익' 모집과 일반 행정직 공무원 감축 [73] 공항아저씨12839 20/12/16 12839 3
89312 [일반] 해운대구 아파트 분양. 258세대중 40세대가 조작 당첨자로 밝혀져 [55] Leeka12782 20/12/16 12782 8
89311 [일반] 펌)겨울왕국 소설에 나오는 설정들 몇개 정리 [3] 판을흔들어라5908 20/12/16 5908 0
89310 [일반] 에어팟 맥스가 꽤나 호평입니다. (영문 리뷰) [89] 랜슬롯13881 20/12/16 13881 2
89309 [일반] [도서] 일본첩보의 역사: 1895~2013 번역이 되었음 좋겠네요 [7] aurelius7115 20/12/16 7115 4
89308 [일반] 전원 착검! 군용 격투술 [8] 트린8128 20/12/16 8128 16
89307 [일반] 카카오페이지에서 판타지 소설 신작 연재합니다. [34] 트린10230 20/12/16 10230 17
89306 [일반] 군대 학력제한이 폐지됩니다 [132] 하얀마녀12291 20/12/16 12291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