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발단
주말에 퇴근하고 기분좋게 새로온 3080과 1000W 파워를 셋팅하고 모니터를 켰습니다.
잘 쓰던 메인 모니터가 처음 약 10분간은 잘 나왔는데 어느순간 절전모드로 들어가서 돌아 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혹시 해서 케이블도 바꿔서 끼워 보고 전원도 바꿔서 끼워보고 멀티탭도 새걸로 사서 끼우고 했는데도 말이지요.
검색해보니 이런 경우 보통 전원문제나 AD보드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하네요
3년을 넘게 사용한 B사 모니터 였고 보증수리 기간도 지난 터라 모니터 사설 수리 업체에 수리 접수를 했습니다.
1. 전개
[월요일]
오전 11:00에 수리를 접수합니다. 바로 기사가 연결되네요
- 기사 : 오늘 오후 2시까지 방문 주겠다
- 나 : 알겠다.
그런데 오후 2시 반이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어서 먼저 전화를 해봤습니다.
- 기사 : 다른 곳 수리 일정이 늦어져서 오늘 안에 못 갈 것 같다.
- 나 : 알겠다. 언제 가능하신가?
- 기사 : 내일 오전 9시까지 가겠다.
- 나: 알겠다.
[화요일]
9시면 온다는 기사가 오전 9시 반이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네요?
이번에도 먼저 전화를 했습니다.
- 기사 : 늦잠잤다. 미안하다.
- 나 : (황당...) 그럼 언제 오신다는 것인가
- 기사 : 30~40분 쯤 더 걸릴것 같다.
- 나 : 알겠다.
10시 좀 넘어서 다행히 도착은 했습니다.
이리저리 보더니 가져가서 수리하겠다고 하고 가져갑니다.
그리곤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더니 오후 3시 반 까지 아무 연락이 없네요?
이번에도 먼저 전화했는데 전화도 안받습니다. 진행상황좀 알려달라고 문자를 남겼는데 답도 없어요
약간 화가 난 상태라 콜센터 통해서 기사가 연락이 안된다고 항의 하니 그제서야 전화가 옵니다.
- 기사 : 보드 문제이고 부품 재고가 없어서 알아보는 중이다. 기다려달라.
- 나 : 알겠다.
2. 위기
[수요일]
- 기사 : 알아봤는데 부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35만원인데 수리하시겠나?
- 나 : 그럼 수리하지 않겠다(해당 모니터 중고가가 30~40만원선). 모니터만 달라.
- 기사 : 알겠다. 내일 돌려드리러 가겠다.
- 나 : 내일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 못 받는데 오전에 오실 수 있나? (오전에 받으려고 오전 일정을 오후로 미룸)
- 기사 : 알겠다. 12시까지 가겠다. 대신 공임비는 줘야 한다
- 나 : 알겠다.
[목요일]
대충 감이 오셨겠지만 12시를 넘어 1시가 되었는데 아무 연락이 없네요?
화를 꾹 눌러참고 역시나 먼저 전화를 겁니다.
- 나 : 언제 오시냐
- 기사 : 오늘 오후에 가겠다.
- 나 : 오후에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때문에 일정 어레인지를 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냐
- 기사 : 아직 조립도 못했다. 수리하다보면 늦어 질 수도 있는거 아니냐
- 나 : 한두번이 아니지 않나. 왜 일정이 바뀌면 연락을 줘야지 왜 자꾸 약속을 어기나
- 기사 : 내가 언제 약속을 어겼냐
(1차 딥빡)
- 나 : 월요일도 그랬고 화요일도 늦잠자서 늦었고 연락도 없더니 오늘 3번째 아니냐
- 기사 : 나는 기억이 없어 잘 모르겠다. 바쁘면 바쁜 사람이 먼저 전화 주면 되는거 아니냐. 왜 나한테 짜증이냐
(2차 딥빡)
- 나 : (후.........) 다 됐고 내일 모니터나 돌려달라
- 기사 : 몇시에 가면 되냐
- 나 : 몇시까지 올건지 실제 가능하고 지킬수 있는 시간을 얘기해라
- 기사 : 낮 12시까지 가겠다.
- 나 : 알겠다.
3. 절정
[금요일]
낮 12시. 이번엔 드디어 먼저 전화가 옵니다.
- 기사 : 몇 호였죠?
- 나 : (??? 지난 번에 왔었고 기록도 있을텐데...) 0000호 입니다.
- 기사 : (경비랑 주차 문제로 얘기중) 0001호 라구요?
- 나 : (참자....) 0000호 입니다.
- 기사 : (경비랑 주차 문제로 다시 얘기중) 0002호죠?
- 나 : (하아...... 싸우지 말자... 싸우지 말자) 0000호 라구요. 그리고 문앞에 놓고 가시면 됩니다.
물론 저는 집에 있었지만 그 사람 얼굴 보면 짜증이 폭발할 거 같아서 두고 가라고 했습니다.
- 기사 : 그럼 못드리는데요. 돈 먼저 주셔야 해요
뭐지...?? 수리 된 물건이 손상 없는거 확인해야 돈 주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같은 호수를 1분안에 세번이나 물어 본 시점에서 더 이상 이 사람과 말을 섞기가 싫었습니다.
- 나 : 돈 계좌로 드릴테니까 놓고 가시라구요
- 기사 : 아니 그걸 어떻게 믿어요
- 나 : (???) 계좌로 드리면 바로 확인하시면 되잖아요
- 기사 : 하아... 그럼 계좌 찍을테니 보내고 바로 문자 하세요
(후우.....) 돈은 바로 입금을 했고 다행히 문 앞에 모니터를 놓고 갑니다.
곧바로 인증샷을 보내왔는데 사진을 본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모니터가 문에 반쯤 걸쳐져 있더군요. 모르고 문 확 열면 십중팔구 깨질 각으로........
욕이 턱까지 나왔지만 다행히 사진을 먼저 보고 난 터라 모니터를 잘 챙겨서 들어왔습니다.
이제 이 모니터는 사망 선고만 남았겠지요
4. 결말
화는 많이 났지만 더 이상 엮이기 싫기도 하여 콜센터 항의 같은건 접어두기로 합니다.
폐기하려고 스티커 붙이는것도 알아봤는데 주말이라 귀찮아서 잠시 미뤄뒀어요
[일요일]
이참에 버리기 전에 처음으로 모니터 분해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납땜도구도 있겠다 콘덴서 부푼 뭐 그런정도면 초등학교때 라디오 조립하는것마냥 바꿔 끼우면 될테니
어차피 버릴거 망하더라도 츄라이 츄라이라도 할 요량이었습니다.
일단 뚜껑을 열고 다 분해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콘덴서가 부푼건 없었습니다.
3년 넘게 열심히 달려온 이 친구에게 더이상 제가 손 쓸수 있는 게 없던 것이죠.
하릴없이 선들만 다시 원래대로 원상복구하고 조립이라도 잘 되었는지 전원만이라도 켜보았습니다.
??? 켜집니다. 잘 되네요 ???
..........
다시 한 번 그 모니터 기사의 얼굴이 생각났지만 어쨌든 모니터가 살아 돌아왔으니 일단 분을 삭혀봅니다.
그렇게 제 모니터는 바깥구경을 잠시 한 뒤 다시 책상위로 잘 복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