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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28 23:40:42
Name 나주꿀
Subject [일반] 성북동 외국 대사관저에서 인권 변호사 만난 이야기
대학에서 만난 외국인 절친이 있습니다. 북아프리카에서 온 학생인데, 아랍어,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를 할 줄 알아요.
취미는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인데 부르는 노래들이 좀 특이합니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선미의 가시나,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조수미의 나 가거든, 임창정의 소주한잔]
(무슬림이라 술도 안마시면서 감정선은 잘잡는게 킬포입니다)


그 친구가 어느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자기네 나라 독립 기념일날 파티가 있는데 구경가고 싶냐고.
어이구, 내가 살면서 다른 나라 독립기념일 파티에 언제 또 구경 가보겠나 싶어서 ‘그러마’ 했지요.
그런데 초청장을 받아보니 주소가 대사관로? 무슨 주소가 이래? 해서 찾아봤더니
진짜로 외교관이랑 재벌들이 모여서 사는 동네네요. 아, 살짝 쫄립니다.


파티 당일날, 어디 집구석에 낑겨져 있던 세미 정장에 몸을 구겨넣고(살좀 뺄걸),
나름 미용실도 가서 머리도 세팅했습니다 (너무 후줄근하게 하고 가면 나라망신일까봐)
실제로 가봤더니 부자동네 아니랄까봐 젊은이가 벤틀리를 몰고 나오네요. 후덜덜


대사관저에 들어갔는데, 그 당시엔 기생충이 개봉을 안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딱 기생충 박사장 집을 축소한 느낌입니다.
대체 서울에 이런 높은 담장에 넓은 정원을 갖춘 단독 주택을 마련하려면 뭘 해야 할 수 있을지 감이 안잡힙니다.


이제 제 친구는 오랜 만에 만난 자기나라 지인,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시켜주는데
아랍어가 오가니 아무것도 못 알아듣겠고 그저 사람좋게 실실 웃으며 따라다녔습니다.
분명 한국 한복판인데 나 말고는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요리사랑 직원밖에 안보입니다.
어쩌지, 저분들을 귀찮게 하긴 그렇고, 긴장되서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오랜만에 지인이랑 만나서 신난 친구 따라다니긴 눈치보이고


그런데 저 멀리서 외국인 여자와 외국 전통 복장을 한 한국남자 (느낌이 롤 전프로 엠비션님 닮았습니다)가 보입니다.
그 분도 저처럼 긴장된 기색을 보이면서 두리번 거리다가 저를 보고 반갑게 [‘한국인이세요?’]
억만리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한국인을 보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네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내를 따라서 파티에 오신 거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나라 이름대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만나서 결혼하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난민 관련해서 활동하시는 변호사신데 같이 일을 하다보니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집안에서 무슬림 여자랑 결혼한다고 이런 저런 말 안나왔냐고 여쭤보니 부모님이 쿨하셔서 괜찮았답니다. 
장인 장모님도 허락을 어떻게 하셨네요? 라고 여쭤보니 장인 장모께선 외국인 사위가 개종한걸로 아신다고….
(결혼식을 전통식으로 치루셨는데 5일간 했다고 합니다, 그쪽 전통으론 잔치에서 술이 없는 대신 원액 급으로 진한
커피를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는데, 사람이 술 안먹고도 저렇게 놀 수가 있나 싶더랍니다)

그 후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변호사님이 맡으신 난민 사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에서도 일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얼마전에는 엉터리 통역사 때문에 난민들이 추방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여쭤보니 난민 인정 신청 심사 과정에서 아랍어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을 통역으로 고용해서
(아랍권에서 살았던 경험은 있는데 학교에서 아랍어를 전공하진 않은 상황)
엉터리로 통역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면접 조서가 조작되어서 난민 심사가 반려돼버렸다고....
게다가 그 엉터리 통역을 한 그 학생은 사고를 치고 군대로 도망가 버린 상황.... 세상에.....

-----------------------------------------------------------------------
[엉터리 통역, 난민]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시면 관련 기사가 나올겁니다. 
저도 나름 이런 문제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고 생각했는데 당시에 큰 영향이 없었던 걸로 압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후속 기사가 없는 걸 보면 흐지부지 돼버렸을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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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이슬람권 난민들에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은건 알지만
그래도  난민 심사에서 제대로 된 통역은 붙여주는게 이 나라의 최소한의 [가오]는 살리는 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서도 'Translations are sacred'[통역은 신성하다]라고 했죠.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신을 새겨놓고 통역으로 장난질을 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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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자바
20/12/29 00:48
수정 아이콘
15년 전에 난민 관련 NGO 교육 받을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나 보네요...
난민이라는게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최소한 심사는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나주꿀
20/12/29 11:51
수정 아이콘
후속 기사를 더 찾아봤는데 시민단체에선 이 사건이후로 면접시 영상녹화 의무를 요구하고 있네요.
핫자바
20/12/29 12:16
수정 아이콘
그건 하는게 낫다고 봅니다...
달과별
20/12/29 22:04
수정 아이콘
아니 이게 안 되고 있다구요? 충격이네요. 사실 외부에선 들은 적도 없지만 한국의 난민 신청 제도가 나름 잘 되어 있다는 회원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0/12/29 01:20
수정 아이콘
통역에 대한 검증이 없이 고용한 것도 그렇지만 그 학생은 말도 잘 모르면서 왜 또 일을 덜컥 수락했는지 모르겠네요 거 참 크 스펙 한 줄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건지 원
나주꿀
20/12/29 11:49
수정 아이콘
엉터리 통역의 절망편이죠. 희망편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귀도가 한 통역이 있습니다
20/12/29 01: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해당 사건은 통역알바도 문제였지만 담당 난민 면접관이 허위 조사를 작성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난민 사건은 요새 꽤 돈이 되는 사건이라(불법체류 중에 난민 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난민 변호를 하는 사람들이 꼭 인권 변호사인 건 아니지요.
20/12/29 03:12
수정 아이콘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임료를 많이 줄 수는 없지 않을까요? 시민단체에서 주려나요
20/12/29 03:25
수정 아이콘
박리 다매입니다. 난민 신청건수가 매년 수만건이고, 시간끌기 목적으로 난민신청과 거부처분취소소송을 할 경우 변호사는 거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수임료로 몇십만 원씩만 받더라도 이득이지요. 다만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건수가 좀 많이 줄었을것 같네요.
20/12/29 07:29
수정 아이콘
말씀 감사합니다.원래 관심 있는 분야였는데 밥벌이도 된다니 더 관심이 생기네요 크크
20/12/29 08:4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나주꿀
20/12/29 11:38
수정 아이콘
이런 쪽 사건에 대해선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돈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제가 가진 생각이 언더도그마 이런식으로 치우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쵸코버터
20/12/29 03:02
수정 아이콘
능력이 안됨에도 돈을 받고 하면 그건 사기죠. 사기를 치고 군대로 도망갔군요.
나주꿀
20/12/29 11:44
수정 아이콘
다른 건 몰라도 그 사람은 아마 통역이나 번역쪽은 다시 발 안붙였음 좋겠습니다.
맥스훼인
20/12/29 07: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해당 건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난민소송보면 가관이긴 합니다. 난민요건 안되는게 명확한 사람들이 브로커 끼고 체류기간 연장 목적으로 난민신청 및 소송하고 일부 변호사들도 이에 가담하다보니 법정이 코미디화되더라구요.
행정소송 많이할때 시간남으면 한번씩 옆 재판부 방청했었는데 다들 독립투사에 민주화투사인데다가 제출자료 수준도 좀 그렇습니다. 체류 기간연장이 목적으로 하다보니 진짜 난민인정을 받기보다 기일 계속 더 받기위해(소송 지연을 위해) 말도 안되는 증거 신청도 많구요.. 뭐 그중에 진짜도 있을수 있겠지만요
핫자바
20/12/29 11:26
수정 아이콘
실제 활동한 사람들도 자료가 없기는 마찬가지인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한국 독립운동 생각해보면 점조직이면 자료가 남기가 어렵지요.
결국 전문가들을 쓰거나 현지조사가 필요할 수 있는데... 예산이 문제;;;
그러니 서류만 보는데, 서류만 본다는게 알려지니 헛점을 노리고 브로커들이 들어와서 더 난장판이;;;
맥스훼인
20/12/29 12:00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 중 진짜 투사들이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자료도 당연히 부족할거라 생각합니다만 너무 말도 안되는 것도 많이 제출하더라구요.
어디 인터넷 기사 프린트한건데 번역해보니 원고 주장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 물어보니 아 다시 제출하겠다...며 기일 연장한다거나.. 난장판이긴 합니다
핫자바
20/12/29 12:13
수정 아이콘
제가 단체 활동?하던 10~15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기는 합니다;;
브로커가 난무할줄이야...
이건 심사관 늘려서 심사기간 줄이고, 지역전문가를 많이 채용하고, 현지조사를 수시로 나가는게 답이라고 봅니다.
결국 다 돈이죠.
맥스훼인
20/12/29 16:48
수정 아이콘
뭐 제도의 뜻은 좋아도 현실은 항상 그렇지는 않으니까요.
듣기로는 베트남 태국 이런 애들조차 난민신청 브로커들이 있더라구요
달과별
20/12/29 22:07
수정 아이콘
다시 제출한다는 요청을 받아주는게 사실이라면 그것도 어이가 없네요. 난민 신청 사유와 상관 없는 서류를 제출하는 식으로 재판을 방해하는게 뻔한데 당하고 있다니요. 사실이라면 한국의 난민신청자 문제는 한국측 책임도 매우 크다고 봅니다. 이러면서 정작 진짜 난민인 경우도 기각하더군요.
나주꿀
20/12/29 11:40
수정 아이콘
현실은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른가 보네요.
법정에 인권 이런 단어 들어가면 영화 변호인 같은 분위기가 먼저 생각나서 그런가...
20/12/29 08:40
수정 아이콘
1. 그 건은 제가 들은 얘기가 맞다면 심사관이 심각했습니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각 사무소에서 차출(보내는 쪽에선 당연히 일 잘하는 사람을 보내진 않죠. 그렇다고 다 그런 건 아니고 집이 그 쪽이라 보내기도 합니다)해 태스크포스를 급하게 꾸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쯤 그 쪽으로 갔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인사 때 그 쪽이 완전히 폭파수준으로 갈리기에 웬일인가 했죠.
그리고 관련 심사건들은 전부 재심삽니다. 흐지부지가 아니라. 덕분에 땡잡은 사람들 많죠. 가짜난민신청했는데 저 덕에 훨씬 더 버티게 됬으니.

2. 통역문제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아랍어의 경우 쓰는 지역이 워낙 넓은지라 아랍어 쓰는 사람들끼리 대화가 안되는 일이 숱한데다가, 가방끈 짧으면 아랍어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3. 그리고 난민소송은.....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아마 관련 자료 공개되면 볼 만할 겁니다. 역풍 장난 아닐걸요? 당장 난민법 폐지하고 싸그리 추방시키라고 난리날 겁니다. 난민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비공개정보로 막아준 덕에 꿀빠는 사람 많죠.
인권변호사도 그래요. 저도 옛날엔 나와 길은 다르지만 그들의 진정성은 인정했었습니다만, 생각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나주꿀
20/12/29 11:43
수정 아이콘
2. 저도 그날 대사관에서 처음 알게 된 게, 나라별로 아랍어가 생각보다 많이 달라서
'공용' 아랍어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이 공용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3. 그날 만났던 변호사 분도 가끔씩 현타가 온다고 말하셨습니다. 생각보다 가짜 난민도 많고, 답이 안나오는
이상한 사람들도 난민 신청을 많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달과별
20/12/29 22:02
수정 아이콘
한국 밖에서 일하는데 가짜 난민 비율은 높을 때가 30% 됩니다. 이상한 사람보다는 난민협약이나 고문협약 대상이 아닌 것으로 와서 추방되는 분들이 많지요. 최근에는 공산권 국가의 국립병원의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자녀분을 데리고 오신 어머님이 기억에 남네요. 당연히 협약 대상자가 아닙니다. 한국이 남용하는 난민신청자들을 막으려면 빠르고 정확하며 공정한 난민심사 제도와 불법 노동자 고용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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