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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30 20:08:00
Name 라쇼
Subject [일반] 방랑하는 검호 미야모토 무사시의 신념 독행도(獨行道) (수정됨)






미뤄두었던 무사시편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다가 무사시가 남긴 저서 오륜서와 독행도를 다시 읽게 되었네요. 무사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검호이지만 독행도를 처음 봤을 때 별로다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철학자의 깊이있는 사유와 비교하면 격이 떨어지는 무인의 단순한 사상은 차치하더라도 무사시 개인이 가진 신념이 훌륭한 마음가짐이구나란 생각보다 고독하고 완고하다란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유에서 무사시의 독행도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오늘 다시 읽게 되니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여전히 무사시가 독행도에 남긴 구절을 본받아야겟다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정도로 가혹하게 스스로를 몰아부쳤기에 수백 년 동안 역사에 기억될 무예가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엔 무사시가 과대평가된 검호다란 인식이 널리 퍼졌지요.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독행도에 적힌 글귀를 읽어보는게  무사시의 사상과 성품은 어떠했는 지 판단해보기에 좋은 자료라고 생각되서 본래 검호 이야기 무사시편에 올려야 할 내용을 따로 올려봅니다.

독행도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만년에 레이간도 동굴에서 오륜서와 함께 집필한 글입니다. 무사시는 죽음을 7일 앞둔 1645년 5월 12일, 수제자 데라오 마고노죠에게 오륜서와 독행도를 전해줍니다. 진본이 발견되지 않고 사본만 있는 오륜서와 다르게 독행도 두루마리에 적힌 21개 항목의 글귀는 무사시가 생전에 남긴 편지와 그림의 필체와 일치하기에 진본으로 인정받는 유물이지요. 무사시 평생의 신념이 담긴 독행도 21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 (一、 世々の道をそむく事なし)

하나、 몸이 편안할 궁리를 하지 않는다. (一、 身にたのしみをたくまず)

하나、 결단코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一、 よろすに依怙の心なし)

하나、 내 한 몸을 가볍게 여기고 세상을 중히 여긴다. (一、 身をあさく思世をふかく思ふ)

하나、 일평생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一、 一生の間、よくしん思はず)

하나、 사사로운 일에 후회하지 않는다. (一、 我事におゐて後悔をせず)

하나、 흑백 논리로 남을 시기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一、 善惡に他をねたむ心なし)

하나、 어떤경우라도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다. (一、 いつれの道にもわかれをかなしまず)

하나、 자신과 남에게 원한을 갖지 않는다. (一、 自他共にうらみをかこつ心なし)

하나、 연모의 정을 품지 않는다. (一、 れんぼの道思ひよるころなし)

하나、 어느것에도 편애를 두지 않는다.  (一、 物毎にすきこのむ事なし)

하나、 나의 집을 가지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一、 私宅におゐてのぞむ心なし)

하나、 내 한 몸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 (一、 身ひとつに美食をこのます)

하나、 후손에게 물려줄 값어치 나가는 골동품을 소유하지 않는다. (一、 末々代物なる古き道具所持せず)

하나、 흉한 징조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一、 すわが身にいたり物いみる事なし)

하나、 무기 이외의 다른 도구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一、 兵具は各別よの道具たしなまず)

하나、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一、 道におゐては、死をいとはず思う)

하나、 늙어서 재산과 땅을 탐하지 않는다. (一、 老身に財寶所領もちゆるなし)

하나、 신과 부처를 경배하나 의지하지 않는다. (一、 佛神は貴し、佛神をたのまず)

하나、 몸은 버릴지라도 명예와 긍지는 버리지 않는다. (一、 身を捨ても名利はすてず)

하나、 항상 검술의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一、 常に兵法の道をはなれず)








독행도는 고어로 쓰여진터라 의역이 조금 들어갔는데,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대강 이런 맥락이다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행도 21조 중에 20번째 글인 몸은 버릴지라도 명예와 긍지는 버리지 않는다(身を捨ても名利はすてず)는 오버워치에서 겐지의 대사로 나오기도 했죠. 미오스테테모 묘오리와스테즈라고 나지막히 읊조리는 대사가 은근 멋있었습니다. 그외에도 겐지 대사에 오륜서에 나오는 글귀가 몇개 더 나오더라고요. 블리자드가 생각외로 중증 와패니즈더군요 크크.


무사시는 독행도에 연모의 정을 품지 않겠다고 맹세했듯이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가문의 대가 끊기지 않기 위해 미야모토 이오리를 양자로 들이긴 했죠.

요시카와 에이지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와 배가본드에는 무사시를 사랑하는 오츠라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이 오츠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원형으로 추측되는 실존인물이 있었죠.

구마모토현에 있는 무사시의 무덤엔 작은 관음보살상이 놓여 있다고 합니다. 그 조각상에는 데라오 가문의 모 여인이라고 이름이 적혀있죠. 말년의 무사시는 수제자 데라오 마고노죠의 가문에 몸을 의탁했는데, 데라오 일족 중 한 여인이 무사시의 수발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무사시는 그 여인의 정성어린 보살핌에 감사함을 표시했다고 하네요. 무사시는 먼저 죽은 데라오 가문의 여인의 유골을 자신의 무덤에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깁니다. 그리고 자신이 조각해둔 관음상을 세워둔거죠. 요시카와 에이지는 무사시 무덤에 있는 관음상의 사연을 듣고 오츠라는 히로인을 탄생시킵니다.

여기까지가 일본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인데 저도 사실의 진위는 잘 모르겠군요. 본문에 영상을 링크하고 싶엇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나오더라고요. 아쉽습니다. 무사시 무덤에 있는 관음상에 얽힌 사연이 사실이라면 제아무리 강철 같은 차가운 심장을 지녔던 무사시라 하더라도 인간의 연심을 모두 끊어버리진 못했나 봅니다. 그런 사연을 떠올리니 무사시의 독행도도 조금 다르게 보이더군요. 평생을 검술에 매진해온 철인 같은 구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본인의 나약한 감정에 괴로워하면서도 부단히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쓰는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집니다.

끝이 안보이는 무사수행의 방랑길. 친구도, 연인도, 심지어 신과 부처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리라 맹세해보지만 끝내 마음 속엔 인간적인 나약함을 버리지 못해 번민하는 청년 무사시를 상상해 봅니다. 그런 고독한 수행길이 검호 미야모토 무사시를 만들어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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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쿠카카
20/12/30 21:27
수정 아이콘
미야모토 무사시는 과대평가된 사람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정작 유명 검호랑 붙었다고 한 기록도 없고...
일본 닌자의 대명사로 핫토리 한조가 된 것처럼
사무라이의 대명사로 미야모토 무사시가 뽑힌거라 생각합니다.
20/12/30 21:36
수정 아이콘
모쿠카카님의 의견에 반박을 달아서 기분을 상하게 할까 걱정이군요. 나무위키에 잘못 퍼진 정보를 신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무사시 뿐만 아니라 모든 검호들이 유명한 네임드끼리 시합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야규 무네노리, 오노 타다아키, 이토 잇토사이, 츠카하라 보쿠덴등 유명한 검호들은 서로 대결하지 않았죠. 오히려 언급한 검호보단 인지도 낮지만 요시오카 일문과 사사키 코지로와 대결해서 이긴 무사시가 검호중엔 네임드 매치를 많이한 케이스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1737년에 적토암류섬이란 연극공연도 생기지 않았겠죠. 무사시가 최강의 검객이라고 부풀려진 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있던 업적까지 깎아내릴 검호는 아닙니다. 전일본검도연맹이 야규 무네노리와함께 특별현창으로 검도전당에 올린게 무사시에요.
피알엘
20/12/30 22:50
수정 아이콘
찾아서 알아모고 싶네요.
FRONTIER SETTER
20/12/30 22: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굳은 신념이 느껴집니다. 혹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에 대한 극한의 몰아세움이...
20/12/30 23:27
수정 아이콘
다시 보니까 무사가 아니라 선승의 계율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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