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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1 17:10
문득 가붕개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사회적 피로감을 낮추려면 개천 살기 좋은 쪽으로 어느 정도는 가야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사회적 피로감을 꼭 낮출 필요가 있냐? 그보다는 스트레스 오지게 받더라도 그냥 무한 경쟁 돌리고 인간 갈아넣고 해서라도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사회를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여태까지 그래왔던 까닭에 다들 결혼 안 하려고 하고 자식 안 놓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20/12/31 17:20
글에 넣으려다가 깜빡한 부분이 '반칙왕'이야기였습니다. 사회가 정글이라며 압박하는 상사 앞에서 피로에 맛이간 송강호가 프로레슬링으로 일탈하는 이야기였죠. 90년대부터 이어진 고도화된 성과주의에서의 피로감에 대해 마음속 힐링이 아닌 사회제도적인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주신 댓글과 같은 대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 같구요.
다만 이 지점은 사회 특성에 많이 좌우될 것 같습니다. 운명론적으로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에서는 개천만 살기 좋아도 피로가 풀어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즉 성과주의에서의 자신을 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향상심이 높은 사회에서는 개천이 적당히 살기좋아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으면 왠지 분노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한국사회가 후자에 가깝다고 보구있구요. 그래서 가붕개론을 사람들이 언짢게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면에서 개천정비사업 같은 정책은 캐치프레이즈라기보다 은밀하게 피로를 경감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2/31 17:24
그렇죠. 자기 자신 하나 돌보는 것도 힘든 때가 많다보니... 아 그건 그렇고 육아는 정말 피로한 일입니다ㅠㅠ 예전에 부모님들이 어떻게 기르셨는지 그때는 피로를 한이 될때까지 쟁여놓고 버티셨는지... 하루하루 반성하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20/12/31 18:09
시즌 한사이클 돌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컨설팅 책이 더 많어지는 추세인거 같던데..오랜만에 서점가서 그런 인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서점은 드문드문 가는데 힐링류 자기개발 류의 책들은 거들떠도 안보다 이번에 좀 둘러보다 보니..혼자 생각으로 했던 것과 비슷하네요. 태극의 음양처럼 휴식과 과업처럼 배부름과 배고픔처럼 돌고 다시 돌고..유행도 돌고..사람은 성장하고 늙고 한 해는 저물고 새해가 오고. 그러므로 해피뉴이어.
20/12/31 19:10
참 이게 웃긴게. 피로사회가 출판된 시절만 하더라도 타자화가 무너지는 사회였는데, 트럼프가 등장하고, 봉쇄무역이 다시 생기고, 코로나까지... 다시 타자화의 시대가 온 듯 합니다.
20/12/31 19:32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타자와 자기통제가 동시에 촘촘해지는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동해원은 짬뽕만 먹어봤는데 짬뽕밥도 먹어봐야겠네요
20/12/31 20:04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서문만 읽고도 이 시대를 한마디로 대표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 이후 이렇게나 사회가 망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20/12/31 20:11
저도 이 책이 신간일때 별 기대안하고 사서 읽었는데 정말 빨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사회적 현상을 다루다 보니 분명 단어나 문장이 쉽지 않은데도 쉽게 읽혔던 기억이 있네요. 스펙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정말 병적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스펙이 스펙에 머물지 않고 다수가 모든 평가에는 정답과도 같은 "획일화 된 스펙"을 지향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학 커뮤니티나 심지어 대학원 커뮤니티에 가도 자신의 정량 스펙을 나열하고 "이정도 스펙으로 XXX 회사(혹은 대학원)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넘쳐나는걸 보면 안타깝습니다..
21/01/01 07:43
예 심지어 스펙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데도 활용되고 있어서 더 깊게 삶에 들어온거 같습니다. 효율적인 건 아는데 개인소진 그리고 획일화에 영향을 미치다보니 걱정입니다
20/12/31 23:31
이 책을 쓰고나서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자의 <시간의 향기>와 함께 읽으면 더 좋습니다.
대학 매체철학 수업 때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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