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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4 15:20
그 책은 지젝 입문서로 훌륭한 축에 드는데, 오역이 상당히 많아 원문을 대조해 읽어야 합니다. 알라딘의 그 책 페이지에
제가 오역 '일부'를 수정한 글을 올린 기억이 있네요.
21/01/04 15:42
걍 지젝의 상상력이죠. 별로 독창적이지도 안잖아요. 걍 디카프리오가 누드를 그렸음에도 정사장면이 왜 필요한가야 대해 대타자Autre 같은 것이 있다면 정사장면이 필요하다. 라고 말했던 것 정도는 흘려들을 수 있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들어가면 걍 일반 개인의 평론과 다를 거 없죠.
21/01/04 15:44
현실의 타이타닉 사건에서는 부르지아건 노동자건 가리지않고 남성의 80퍼센트는 죽었는데, 영화가 고찰하는게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차별 이야기라면 재미있군요.
21/01/04 15:50
사회문제의 근원이 계급갈등이냐 성별갈등이냐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죠. 타이타닉이 빈자를 아름답게 그리지만 그것조차 빈자에 대한 어떤 환상이 투영된 차별적 인식이며(마치 과거는 좋았다 또는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강조하는 인식처럼) 타이타닉 사고로 인해 디카프리오와의 아름다운 사랑은 기억 속에 영원히 머문다는 점에서 ‘상류층 판타지’라는 해석도 나름 생각할 바를 던져주는 것 같네요.
21/01/04 15:55
https://pgr21.net../freedom/88015#4020074
타이타닉 사건의 실제 사망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성자 분께서는 예전에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저는 부르주아든 노동자든 성인이든 어린아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생존확률이 어차피 비슷하다면 배려와 양보 따위 필요 없다고 봅니다.
21/01/04 15:58
이 당시만 하더라도 오히려 부르주아가 누리는 특권만큼, 책임감도 의식하고 있었기에 '아름다운 양보'가 가능했지요.
지금은? 부르주아의 특권을 인정하나요? 아니면 여자가 약자임을 인정하나요? 둘 다 아니죠. 그렇다면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든이의 목슴은 똑같은 1코인이 된 겁니다. 저도 만일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제가 제일 먼저 구조보트를 탈 겁니다.
21/01/04 16:02
저는 어린아이조차도 생존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약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 당연히 상대적으로 더 약자이긴 하겠지만, 배가 난파된 수준의 상황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아니 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대개 비슷비슷한 약자일 뿐이죠.
21/01/04 15:52
타이타닉이 몇년도가 배경인가요?
그시절의 마인드로 감상을 해야지 21세기 마인드로 감성을 하면안된다고 봅니다.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져서
21/01/04 16:18
에이 그건 아니죠. 심하게 들어가면 플라톤도 당시 상황 맞춰서 읽어야 하죠. 열려있는 작품에 의견 내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꼭 어거지로 독자의 개념에 맞추는 건 자연스럽지 않죠
21/01/04 16:20
지금 시대에서는 이해가 안가는게 한둘이 아닙니다.
타이타닉 뿐만 아니구요. 당장에 일년전 일도 이해가 안가는거 투성인데 100년전이면 뭐...
21/01/04 16:25
네. 그러니까 드린 말입니다. (역사, 공동체도덕. 공통 상식)을 괄호치고 봐야 할 텍스트도 많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자신과 어긋난 텍스트는 읽을 수조차 없어요.
21/01/04 17:46
배우신 분의 불편함이 폐부를 찌르는 게 재미있네요. 다른 사람이라면 글쓸때 어디서 연구비 지원 취소 통보라도 받았나 할텐데 지젝에게 그런 일은 없을 테고..저에게는 거대한 농담같기도 합니다. 크크
21/01/04 20:24
지젝에 꽂혀서 열심히 책 사다보던 때가 있었는데...(심지어는 제가 다니던 학교에 세미나 하러온 걸 직접 보러가기도 했다는...) 벌써 그게 20년이 넘었네요. 올리신 글은 처음 보는 글인데... 그때는 엄청난 감동이었는데...지금 다시 읽으면 이렇게 상투적인 느낌을 받게될까...아니면 내가 변한건가...하는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젊은 날을 추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1/01/04 21:44
그 아래 정성일 선생 글이 상투적이죠. 정성일 선생 글도 흔한 타이타닉 감상에 비하면 깊이가 있는데, 지젝 글은 그 글을 상투적인 글로 느끼게 하죠. 한 층 더 파고 내려가니까.. 지젝이 인기 - 물론 이 인기는 보편적인 인기가 아닙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 중에서도 그를 거의 경멸하는 이들도 적잖습니다 - 있는 이유는 흔한, 즉 상투적 생각을 비판하고 말을 재밌게 해서인데, 지젝의 글이 상투적이라 느껴진다면 두 가지 이유가 가능하죠. 본인이 지젝보다 더 독창적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지젝식의 생각이 맞게 느껴지건 틀리게 느껴지건 본인에게 너무 낮익어서 그 생각이 많은 다른 이들에게는 여전히 낮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괄호 속에 들어가 있거나.. 이 둘 다 아니라면 저로서는 마더님이 '상투적인'이라는 말을 사전적이지 않은 의미로 쓰고 계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듯 하네요..
21/01/04 21:54
제가 지젝보다 독창적인 생각을 할 리는 없구요. 하하. 지젝 텍스트를 읽던 기억이 너무 익숙해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자나도 오늘 아침 집사람이 뜬금없이 챨스부코스키 책 하나를 읽는다고 꺼내 놓는 바람에 '이 오래된 책을 왜 갑자기 신년에?' 라고 물어봤는데... 아마도 비슷한 느낌으로 상투적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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