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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04 15:04:55
Name 아난
Subject [일반] 지젝의 '타이타닉론' (발췌 번역) (수정됨)
지젝의 ‘A Pervert's Guide to Family’
https://www.lacan.com/zizfamily.htm
에서 타이타닉론:

And the same goes for the most successful film of all times: is Cameron's Titanic really about the catastrophe of the ship hitting the iceberg? One should be attentive to the precise moment of the catastrophe: it takes place when the two young lovers (Leonardo di Caprio and Kate Winslett), immediately after consummating their amorous link in the sexual act, return to the ship's deck. This, however, is not all: if this were all, then the catastrophe would have been simply the punishment of Fate for the double transgression (illegitimate sexual act; crossing the class divisions).

그리고 동일한 것이 이제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중 가장 성공한 영화에도 해당한다: 카메론의 타이타닉은 정말로 배가 빙산에 충돌하는 대참사에 관한 것인가? 우리는 대참사의 정확한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두 젊은 연인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성행위로 그들의 연애 고리를 완성한 직후 배의 갑판으로 돌아갈 때 일어난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것이 다라면, 대참사는 단순히 이중 위반 (부정한 성행위; 계급 경계를 넘어서기) 에 대한 운명의 처벌이었을 것이다.

What is more crucial is that, on the deck, Kate passionately says to her lover that, when the ship will reach New York the next morning, she will leave with him, preferring poor life with her true love to the false corrupted life among the rich; at THIS moment the ship hits the ice-berg, in order to PREVENT what would undoubtedly have been the TRUE catastrophe, namely the couple's life in New York - one can safely guess that soon, the misery of everyday life would destroy their love. The catastrophe thus occurs in order to safe their love, in order to sustain the illusion that, if it were not to happen, they would have lived "happily forever after"...

더 중요한 것은 갑판에서 케이트가 연인에게 다음 날 아침 배가 뉴욕에 도착하면, 그와 함께 떠나서 부자들 사이에서의 허위적인 부패한 삶이 아니라 진실된 사랑이 있는 가난한 삶을 택할 것이라고 열정적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 의심할 여지없이 진정한 대참사이었을 것, 즉 뉴욕에서의 부부의 삶을 막기 위해 배는 빙산에 부딪힌다 - 우리는 곧 일상생활의 재앙이 그들의 사랑을 파괴할 것이라고 안전하게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대참사는 그들의 사랑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 후 내내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다.

But even this is not all; a further clue is provided by the final moments of di Caprio. He is freezing in the cold water, dying, while Winslet is safely floating on a large piece of wood; aware that she is losing him, she cries: "I'll never let you go!", and, while saying this, she pushes him away with her hands - why? Beneath the story of a love couple, Titanic tells another story, the story of a spoiled high-society girl in an identity-crisis: she is confused, doesn't know what to do with herself, and, much more than her love partner, di Caprio is a kind of "vanishing mediator" whose function is to restore her sense of identity and purpose in life, her self-image (quite literally, also: he draws her image); once his job is done, he can disappear.

그러나 이것조차도 다가 아니다; 디 카프리오의 마지막 순간이 그 이상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는 윈슬렛이 넓은 나무 조각 위에서 안전하게 떠 있는 동안 차가운 물에서 얼어 죽어가고 있다; 그를 잃을 것임을 깨닫자, 그녀는 “나는 절대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그를 그녀의 손으로 밀어낸다 - 왜? 한 쌍의 연인의 이야기의 밑에서 타이타닉은 또 다른 이야기,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응석받이 상류사회 젊은 여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혼란에 빠져 있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디 카프리오는 그녀의 연인인 것 훨씬 이상으로 일종의 “사라지는 매개자”이다. 그 기능은 그녀의 정체성 감각과 삶의 목적을, 그녀의 자기-이미지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또한 꽤 문자 그대로 그렇다: 그는 그녀의 이미지를 그린다); 일을 마치면 그는 사라질 수 있다.

This is why his last words, before he disappears in freezing North Atlantic, are not the words of a departing lover's, but, rather, the last message of a preacher, telling her how to lead her life, to be honest and faithful to herself, etc. What this means is that Cameron's superficial Hollywood-Marxism (his all too obvious privileging of the lower classes and caricatural depiction of the cruel egotism and opportunism of the rich) should not deceive us: beneath this sympathy for the poor, there is another narrative, the profoundly reactionary myth, first fully deployed by Kipling's Captain Courageous, of a young rich person in crisis who gets his (or her) vitality restored by a brief intimate contact with the full-blooded life of the poor. What lurks behind the compassion for the poor is their vampiric exploitation.

이것이 얼어붙은 북대서양에 빠져 사라지기 전 그가 한 마지막 말이, 떠나가는 연인의 말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정직하고 충실하라는 등등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그녀에게 당부하는 설교자의 마지막 메시지인 이유이다. 이것은 카메론의 표면적인 할리우드 마르크스주의 (그의 너무나 명백한 하층계급 특별취급 및 부자들의 잔인한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의 희화화적 묘사) 가 우리를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자들에 대한 이 공감 밑에는, 빈자의 활기 넘치는 삶과 잠시 친밀한 접촉을 함으로써 생명력을 회복하는 위기에 처한 부유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인 키플링의 <용감한 선장>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배치된 또 하나의 내러티브가, 뿌리 깊은 반동적 신화가 있다. 빈자들에 대한 [부자들의] 연민의 배후에 숨어 있는 것은 그들의 뱀파이어 같은 착취이다.

--
* 정성일의 타이타닉론과 비교해보시압: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39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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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타
21/01/04 15:12
수정 아이콘
슬라보예 지젝인가요? 집에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라는 책이 있는데..읽다가 포기했네요 ㅜㅜ
21/01/04 15:20
수정 아이콘
그 책은 지젝 입문서로 훌륭한 축에 드는데, 오역이 상당히 많아 원문을 대조해 읽어야 합니다. 알라딘의 그 책 페이지에
제가 오역 '일부'를 수정한 글을 올린 기억이 있네요.
21/01/04 15:42
수정 아이콘
걍 지젝의 상상력이죠. 별로 독창적이지도 안잖아요. 걍 디카프리오가 누드를 그렸음에도 정사장면이 왜 필요한가야 대해 대타자Autre 같은 것이 있다면 정사장면이 필요하다. 라고 말했던 것 정도는 흘려들을 수 있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들어가면 걍 일반 개인의 평론과 다를 거 없죠.
21/01/04 15:48
수정 아이콘
아니 솔직히 영화와 현실의 사태를 구분 못 했을 때 생기는 비평쪽 초보의 실수 아닌가요?
류지나
21/01/04 15:44
수정 아이콘
현실의 타이타닉 사건에서는 부르지아건 노동자건 가리지않고 남성의 80퍼센트는 죽었는데, 영화가 고찰하는게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차별 이야기라면 재미있군요.
김재규열사
21/01/04 15:50
수정 아이콘
사회문제의 근원이 계급갈등이냐 성별갈등이냐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죠. 타이타닉이 빈자를 아름답게 그리지만 그것조차 빈자에 대한 어떤 환상이 투영된 차별적 인식이며(마치 과거는 좋았다 또는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강조하는 인식처럼) 타이타닉 사고로 인해 디카프리오와의 아름다운 사랑은 기억 속에 영원히 머문다는 점에서 ‘상류층 판타지’라는 해석도 나름 생각할 바를 던져주는 것 같네요.
실제상황입니다
21/01/04 15:55
수정 아이콘
https://pgr21.net../freedom/88015#4020074
타이타닉 사건의 실제 사망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성자 분께서는 예전에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저는 부르주아든 노동자든 성인이든 어린아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생존확률이 어차피 비슷하다면 배려와 양보 따위 필요 없다고 봅니다.
류지나
21/01/04 15:58
수정 아이콘
이 당시만 하더라도 오히려 부르주아가 누리는 특권만큼, 책임감도 의식하고 있었기에 '아름다운 양보'가 가능했지요.
지금은? 부르주아의 특권을 인정하나요? 아니면 여자가 약자임을 인정하나요? 둘 다 아니죠. 그렇다면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든이의 목슴은 똑같은 1코인이 된 겁니다. 저도 만일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제가 제일 먼저 구조보트를 탈 겁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1/04 16:02
수정 아이콘
저는 어린아이조차도 생존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약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 당연히 상대적으로 더 약자이긴 하겠지만, 배가 난파된 수준의 상황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아니 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대개 비슷비슷한 약자일 뿐이죠.
피지알맨
21/01/04 15:52
수정 아이콘
타이타닉이 몇년도가 배경인가요?
그시절의 마인드로 감상을 해야지 21세기 마인드로 감성을 하면안된다고 봅니다.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져서
김재규열사
21/01/04 15:57
수정 아이콘
구글신에게 물어보니 이 글은 2006년에 쓴 걸로 보입니다.
21/01/04 16:18
수정 아이콘
에이 그건 아니죠. 심하게 들어가면 플라톤도 당시 상황 맞춰서 읽어야 하죠. 열려있는 작품에 의견 내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꼭 어거지로 독자의 개념에 맞추는 건 자연스럽지 않죠
피지알맨
21/01/04 16:20
수정 아이콘
지금 시대에서는 이해가 안가는게 한둘이 아닙니다.
타이타닉 뿐만 아니구요.
당장에 일년전 일도 이해가 안가는거 투성인데 100년전이면 뭐...
21/01/04 16:25
수정 아이콘
네. 그러니까 드린 말입니다. (역사, 공동체도덕. 공통 상식)을 괄호치고 봐야 할 텍스트도 많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자신과 어긋난 텍스트는 읽을 수조차 없어요.
재활용
21/01/04 17:46
수정 아이콘
배우신 분의 불편함이 폐부를 찌르는 게 재미있네요. 다른 사람이라면 글쓸때 어디서 연구비 지원 취소 통보라도 받았나 할텐데 지젝에게 그런 일은 없을 테고..저에게는 거대한 농담같기도 합니다. 크크
21/01/04 18:01
수정 아이콘
뭐 지젝의 마인드면 그의 글을 농담으로 치부하는 게 영광이라 생각하겠죠. 다른 사람들의 진짜 철학 연구 글들은 읽히지도 못하니까요.
21/01/04 20:24
수정 아이콘
지젝에 꽂혀서 열심히 책 사다보던 때가 있었는데...(심지어는 제가 다니던 학교에 세미나 하러온 걸 직접 보러가기도 했다는...) 벌써 그게 20년이 넘었네요. 올리신 글은 처음 보는 글인데... 그때는 엄청난 감동이었는데...지금 다시 읽으면 이렇게 상투적인 느낌을 받게될까...아니면 내가 변한건가...하는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젊은 날을 추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1/01/04 21:44
수정 아이콘
그 아래 정성일 선생 글이 상투적이죠. 정성일 선생 글도 흔한 타이타닉 감상에 비하면 깊이가 있는데, 지젝 글은 그 글을 상투적인 글로 느끼게 하죠. 한 층 더 파고 내려가니까.. 지젝이 인기 - 물론 이 인기는 보편적인 인기가 아닙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 중에서도 그를 거의 경멸하는 이들도 적잖습니다 - 있는 이유는 흔한, 즉 상투적 생각을 비판하고 말을 재밌게 해서인데, 지젝의 글이 상투적이라 느껴진다면 두 가지 이유가 가능하죠. 본인이 지젝보다 더 독창적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지젝식의 생각이 맞게 느껴지건 틀리게 느껴지건 본인에게 너무 낮익어서 그 생각이 많은 다른 이들에게는 여전히 낮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괄호 속에 들어가 있거나.. 이 둘 다 아니라면 저로서는 마더님이 '상투적인'이라는 말을 사전적이지 않은 의미로 쓰고 계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듯 하네요..
21/01/04 21:54
수정 아이콘
제가 지젝보다 독창적인 생각을 할 리는 없구요. 하하. 지젝 텍스트를 읽던 기억이 너무 익숙해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자나도 오늘 아침 집사람이 뜬금없이 챨스부코스키 책 하나를 읽는다고 꺼내 놓는 바람에 '이 오래된 책을 왜 갑자기 신년에?' 라고 물어봤는데... 아마도 비슷한 느낌으로 상투적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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