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임상시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출시된 백신의 안정성과 부작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잊어버리고, 유효성과 효과 측면만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신의 효과를 평가할 때 여러 가지 층위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1) 항체 생성률 : 해당 백신 접종 후 접종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의 항체가 얼마나 더 생성되는가
2) 실제 예방률 : 백신 접종을 통해 접종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감염과 발병이 실제로 얼마나 더 줄어드는가
3) 위중증 감쇠 : 비록 감염과 발병 자체를 막지 못하더라도 접종받은 집단이 동일 조건의 접종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중증이나 사망으로 빠질 확률이 얼마나 줄어드는가

동일하게 RNA 바이러스 계열에 속하는 독감(Influenza)에 대한 백신 유효성의 경우, 1) 항체 생성률의 경우 80~95%에 달하는 높은 유효율을 보이지만, 2) 실제 예방률에 대해서는 아주 편차가 커서 시기와 통계에 따라 80% 이상이 되기도 하지만 50% 한참 미만에 머물기도 합니다. 특히 노령의 기저질환자들의 경우 독감 접종을 받았다 해도 실제 감염과 발병을 막을 확률이 절반을 넘기기 어렵다는 통계를 많이 봅니다. 즉, 독감 접종 맞아봐야 걸릴만한 상황에서는 걸린다는 것입니다. 논란의 코크란 리뷰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이 사실상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Influenza_vaccine#Effectiveness

다만 3)의 위중증 감쇠 효과에서, 독감 이환 시 위중증으로 빠지기 쉬운 노령 환자나 소아 환자들이 접종을 받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위중증으로 유의미하게 덜 빠진다는 통계가 주류입니다. 즉 걸릴 독감 걸리기는 해도 사망하거나 영구후유증이 남을 확률은 확실히 감소하고, 바로 거기에 독감 백신의 진짜 효용이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건강한 경증 환자들은 독감 백신을 통해 그냥 감기 초기 수준의 아주 미약한 증상으로만 넘어갈 수 있어 환자의 고통과 대증치료 비용을 줄이는 광범위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전세계 모든 이들의 희망이 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의 유효성이라는 게 위 2)와 3) 층위에서도 준수할 것인지, 최소한 동일 RNA 바이러스 계열에 속하는 독감 백신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인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개발사 측 통계가 상식적인 수준보다 너무 좋아서(?) 오히려 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도 사실입니다. 전 세계에 넘쳐나는 돈이 백신 개발에 상당 부분 흘러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우리의 일상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너무 좋은(?) 효과가 실제로 구현되기만을 기대해야 할 텐데요. 만약 실제로 그렇게 효과가 뛰어나다면 그 이유는,

1) 인간에게 감염 가능한 COVID가 계절성 독감에 비해 아직까지 변이가 덜 된 상태여서 (변이가 많은 독감의 경우 어떤 세부종이 매해 유행할 것인가 예측이 크게 엇나가면 백신 접종 효과가 반토막 나기도 합니다)
2) 현재 양산되고 있는 계절성 독감 백신 제조 기술과 확연히 차이나는 신기술이 COVID 백신에 적용되고 있어서 (혹은 이미 있던 기술인데 현재 양산되고 있는 독감 백신에 적용하기에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못 쓰고 있었다든가)
3)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독감 접종에서는 좀처럼 안 하고 있는 2회차, 3회차 접종까지 가이드라인의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어서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만약 이러한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다면, COVID 백신 접종의 유효성이 독감 백신 접종의 유효성보다 확연하게 더 뛰어날 이유가 없거든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해 2) 실제 예방률에 관련하여 발병 확률을 그렇게까지 낮추지 못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3) 위중증 감쇠에 대해서만 확실히 유효하여, 발병한다 해도 벤틸레이션을 요하거나, ICU에 들어가거나, 사망하거나, 호흡기 신경계 혈관계의 영구장애가 남는 확률만 확실하게 떨어뜨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백신의 역할은 다 한 게 아닌가 하는, 조금은 타협적이고 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백신에 대해 사람들이 거는 기대는 그 정도가 아니잖아요.

가이드라인대로 백신 맞고 나면, 마스크 안 쓰고 다녀도 실제 유병률이 막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엄청난 수준을 원하고 있잖아요. 코로나 확진자 바로 옆에서 밥 먹고 웃고 즐겨도 나는 백신을 맞았으니 안 걸릴 확률이 90%일 것이다! 라는 일종의 철벽의 방패를 기대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체감되는데,

그게 조금만 생각해봐도 완전 비상식적인 희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막상 뚜껑 까보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실망할 수 있고, 또 그 실망이 눈덩이처럼 굴러서 작년 3월과 비슷한 광범위한 패닉으로 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불안함도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백신을 일종의 구세주처럼 여기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백신이 실제로 사람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인지 전전긍긍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