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유별났던 이런 저런 화재 사고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해군은 5척의 루비급 공격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길이 73.6 m, 수상 배수량 2,385 톤, 수중 배수량 2,640 톤인 이 핵 잠수함은 4문의 21인치 어뢰 발사관을 장비 하고 있고, 14발의 어뢰 (L5, F17) 혹은 엑조세 잠대함 미사일을 적재해 해상에서 45 ~ 60 일 동안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추진 방식도 다른 나라들의 원잠들과 다른 원자력 터빈 일렉트릭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추진 방식을 사용했던 예는 폭주 잠수함으로 불리던 구소련의 알파급과 중국의 한급 정도입니다.
현역으로 취역해 있는 원자력 잠수함들 중 가장 작은 크기를 지닌 것이 루비급 잠수함입니다.
프랑스의 공격 원자력 잠수함 도입은 1950년대부터 추진돼 1958년에 초도함이 발주 될 정도로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었지만, 1959년 드골 정권에 의해 취소 되어 20년 정도 밀려 버립니다.
공격 원잠의 도입이 확정되어 개발에 들어간 1970년대에 프랑스 정부는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최대한 빨리 도입할 수 있도록 당시 프랑스 해군이 운용 중이던 아고스타급 재래식 잠수함을 최대한 "참고" 해 루비급 잠수함을 건조했습니다.
※ 수중 소음 방사 문제 등이 지적되어 선형을 비롯해 대폭 개량한 5번함 Amethyste 함 건조 후 1 ~ 4 번함도 같은 개량을 받았습니디.
루비급은 1번함 S601 Rubis 함이 1983년 취역 하는 것을 시작으로 6번함 Perle 함까지 6척이 취역해 툴롱과 로리앙의 2개 전대에 나눠 배치 되어 있었습니다.
※ 루비급은 3번함을 제외하고 함명이 모두 "보석" 이름입니다.
루비급 잠수함의 운용 방식은 1척의 잠수함에 2개의 승무원 팀이 교대로 승함하는 식으로, 함의 로테이션은 1척이 1년반 ~ 2년이 걸리는 장기 유지 보수 공사를 받고, 1척이 중간 기간 유지 보수, 1척이 훈련, 2척이 트리옹팡급 SSBN 의 호위 임무를 맡는 식의 로테이션 입니다.
그런데 작년 6월 12일 오전 10시 35분, 툴롱항 조선소에서 유지 보수 작업 중이던 6번함 Perle 함의 선수 부분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합니다. 다행히 유지 보수 중이었기 때문에 원자로와 연료봉, 어뢰 발사관, 소나 등이 탈거 되어 있었지만, 이 화재는 14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진화 되었습니다.
프랑스 해군은 루비급보다 2배 이상 대형화 된 후계 공격 원잠을 2008년부터 2년에 한척씩 취역시켜 루비급 잠수함과 1 : 1 로 대체하려 했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건조가 계속 지연되어 루비급의 운용 연한을 2025년에서 10년 더 연장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화재 진화 후 Perle 함의 작업을 맡고 있던 국영 DCNS 사는 고장력강과 내압 선체가 고온의 화재에 14시간 동안 노출되어 있어 선체 굴절의 우려가 있고, 잠항시에 수압을 견디는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고 밝혔습니다.
루비급의 후계함인 쉬프랑급 잠수함 1번함 Suffren 함은 2019년 8월에야 진수되었고, 이에 따라 가장 노후화가 심했던 루비급 2번함 Sapir 함은 2019년 퇴역해 해체 처리 중이었습니다.
※ 쉬프랑급은 개발 단계에서 바라쿠다급으로 불리던 공격 원잠으로, 1번함은 2022년 취역 예정입니다.
루비급 6번함 Perle 함은 함의 손상이 심해 폐함 처리 될 것으로 보였지만, 작년 10월 22일 프랑스 국방부는 장고 끝에 2019년 퇴역한 루비급 2번함 Sapir 함의 전방 선체와 화재 손상이 덜한 Perle 함의 후방 선체를 결합해 새로 탄생하는 Perle 함을 재취역 시킨다고 밝혔습니다.
DCNS 사도 두척의 분해 조립 작업을 하며 원래 6번함 Perle 함이 받기로 했던 유지 보수 작업도 진행해 원래 취역 예정이었던 2023년까지 취역시킬 수 있다고 밝힙니다.
※ 루비급 중 가장 마지막으로 건조된 Perle 함은 원래 쉬프랑급의 6번함이 진수하는 2029년 퇴역할 예정 이었습니다.
Perle 함의 재생 수리비는 1억 2,000만 € 로 (1,606억원) 추정되고 있으며, 화재 사고를 일으킨 DCNS 사가 가입한 보험금을 받아 5,000만 € 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 상륙함 (LHD) 은 타라와급의 확대 개량형으로 8척이 건조된 만재 배수량 4만톤급의 대형 상륙함입니다.
HY 100 고장력강으로 제작되어 있는 와스프급의 비행갑판은 249.6 m 길이에 폭 39 m 로 동시에 9기의 CH-53E 헬기가 이륙할 수 있습니다.
표준 상태에서의 항공기 배치는 AV-8B 혹은 F-35B 6기, AH-1 W / Z 공격 헬기 4기, MV-22B 틸트로터기 10기, CH-53 E / K 대형 수송 헬기 4기, UH-1 N / Y 베놈 4기이지만, 실전에서 운용 되었던 사례를 보면 제해 임무시에는 22 ~ 24 기의 AV-8B 를 운용할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륙 병력은 1,810명을 수용하며, 함체 하부 웰독에는 3척의 LCAC-1 호버크래프트 상륙정을 탑재, 운용 합니다.
와스프급의 6번함 본험 리차드 함 (Bonhomme Richard) 은 1998년 취역해 2012년부터 일본 사세보항을 모항으로 전개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1월 F-35B 운용을 위한 개량을 마친 1번함 와스프함과 교대해 모항을 샌디에고로 변경하고 유지 보수와 F-35B 운용 등을 위한 대규모 개량 작업을 받게 됩니다.
작년 7월 12일 오전 8시 30분, 개량 작업을 받던 본험 리차드함에서 폭발을 포함한 화재가 발생합니다.
마침 유지 보수 개량 작업 중이라 함정의 소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하고 본험 리차드함은 4일간 블타 오릅니다.
본험 리차드함은 비행갑판을 포함해 함의 60% 가 손상 되었고, 수리 기간이 5 ~ 7년, 수리 비용이 25 ~ 32 억$ 가 필요할 것으로 견적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와스프급의 사실상 마지막 배였던 7번함 이오지마함의 건조비가 당시 14억$ 였고, 항공기 운용 능력을 강화한 후속급인 아메리카급 강습 상륙함 ( LHA ) 의 건조비가 41억$ 입니다.
수리냐 폐함이냐를 고민하던 미 해군은 결국 작년 11월 30일 본함을 퇴역 처리하고 해체하기로 결정합니다.
(해체는 9 ~ 12 개월 동안 진행되며 3,000만$ 의 예산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 본험 리차드함이 겨우겨우 소화 완료된 7월 16일 이후에도, 7월 18일 노퍽 해군 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와스프급 3번함 키어 시지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고, 7월 20일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의장 공사 중이던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2번함인 케네디함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와스프급과 비슷한 체급으로 여겨지는 함정이 중국이 건조 중인 075형 강습 상륙함 입니다.
이 함은 상하이의 푸동 중화 조선소에서 동시에 2척이 건조 중입니다.
만재 배수량 35,000 ~ 40,000 톤급인 075형 강습 상륙함은 와스프급과 같이 선체 하부에 웰독이 구획되어 있어 726형 공기 부양 상륙정 3척을 탑재하고, 071형 도크 상륙함의 2배인 최대 1,600명의 상륙 병력의 수용이 가능합니다.
※ 수륙 양용 기계화 합성 대대 (800명), 공중 강습 대대 (400명) 와 부수 장비 탑재가 표준 운용 방식일 것으로 보입니다.
함체 길이의 2/3 에 달하는 항공기 격납고도 구획 되어 있어서 Z-8J 수송 헬기 8기, Z-9 범용 헬기 12기, WZ-10 혹은 Z-19 공격 헬기 8기를 탑재해 운용할 계획입니다.
작년 4월 11일, 상하이 푸동 중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075형 강습 상륙함의 1번함도 화재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는 용접 작업 중 불똥이 인테리어 자재에 튀어 일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화재로 075형 강습 상륙함 1번함의 해상 시험과 취역이 늦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작년 9월 해상 시험을 시작 했고, 3번함의 건조가 진행 중입니다.
※ 미국 해군이 8척의 와스프급을 건조해 취역시키는데 25년이 걸렸는데, 중국은 만재 배수량 25,000 톤급의 071형 도크 상륙함 (LPD) 8척과 075형 강습 상륙함 8척을 취역 시킬 예정입니다.
071형 LPD 는 13년 동안 6척이 취역했고, 현재 나머지 2척이 곧 취역할 예정이어서 15년 만에 8척이 취역하는 셈이고, 075형 강습 상륙함도 2019년 이후 1년에 한척씩 진수하는 페이스로 건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