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건의료에 대한 글을 올려드리는 여왕의심복입니다.
내일 오후 6시 30분 셀트리온의 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의 임상 2상시험 결과 발표가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치료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큽니다. 결과 발표 이후 여러 논란이 예상됩니다. 미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코로나 치료제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1.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한 세균성 감염과 달리 바이러스성 질환은 그 고유 특성으로 인해 치료제 개발이 어렵습니다.
-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백신으로 통제하거나 감염 시 최대한 인체의 기능을 유지시키며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극복(보존적 치료)하기를 기다립니다. 1980년대까지도 인류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해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거의 가지지 못했습니다. 대상포진이나 헤르페스성 질환에 사용하는 아시클로버 등이 그나마 일부 사용되었습니다.
-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생명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며 인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타미플루나 HIV감염에 사용하는 칼레트라 등의 약물을 개발하였습니다만 지금까지도 항바이러스성 약물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승인된 항바이러스 약제는 100개가 되지 않으며, 대상 감염병은 헤르페스, HIV, B형 간염, C형간염 등 일부 감염병에 국한됩니다.
-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C형간염, HIV 감염 등 일부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여러 약제를 조합하면서 바이러스 극복이 가시화되었습니다.
- 또 하나의 새로운 접근은 항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몸은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모든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과학자들은 상당부분의 기전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바이러스 치료제의 원리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완치된 사람에게 존재하는 항체가 담긴 혈장(혈장치료)이나 사람의 항체의 일부를 본딴 항체(항체치료제)를 만들어서 사람에게 넣어주어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자는 것입니다. 혈장치료는 이미 에볼라나 메르스 등에서 경험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 바이러스 항체치료제의 기본원리는 단일클론 항체인데, 이는 생명공학적으로 만들어진 항체를 정제한 것입니다. 즉 사람이 만들어내는 항체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여기저기를 인식할 수 있지만, 단일 클론 항체는 인위적으로 지정된 특정 인식 부위에 대한 항체입니다. 항체 치료제는 이미 항염증(류마티스성 질환 등), 항암제로 성공적으로 사용중입니다. 우리나라의 항체를 이용한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셀트리온입니다.
2. 코로나 치료제 현황 및 결과- 코로나19 범유행 후 각국가와 다양한 제약회사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있습니다. 치료제 개발은 2가지 전략으로 이루어졌는데, 기존에 있는 약물 중 효과가 있는 것을 찾아내거나(약물 재창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입니다.
(1) 약물 재창출- 약물 재창출은 초기에 활발하게 시도되었는데, 하이드록시클로로퀸(항말라리아제), 칼레트라(HIV감염 치료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외 TMPRSS2억제제(카모스타트) 등이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기존에 존재하는 약물 중 코로나19에 효과를 증명한 것은 드뭅니다. 클로로퀸과 칼레트라는 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습니다.
-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로 에볼라에 대해서는 특별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는 그 기전이 상당수의 바이러스에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포괄적이어서 코로나19에도 실험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초기의 약물 재창출 대상 중 거의 유일하게 효과를 증명하였습니다.
- 렘데시비르의 효과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데 미국에서 시행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입원기간 단축, 증상 개선등의 효과를 보였고 사망율 감소도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그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중증환자가 아닌 중증환자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덱사메타손은 직접적인 치료제는 아니지만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환자의 사망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증명되었습니다.
- 류마티스성 질환에 사용되는 토실리주맙, 바리시타닙 등의 치료제가 최근 시도되고 있는데, 중증환자의 경우 감염자체보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현상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여 이런 반응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현재까지 연구는 단독사용시 효과가 보이지는 않고, 렘데시비르와 병합시 효과가 좋아질 수도 있다 정도입니다.
(2) 신약개발- 신약 개발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혈장치료제는 여러 연구에서 중증환자 대상으로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혈장치료제는 경증환자 투약이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3) 항체 치료제- 항체 치료제는 현재까지 일라이 릴리(LY-CoV555), 리제네론(REGN-COV2)에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 경증 확진자에서 두 치료제 모두 입원과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중환자에 대해서는 일라이릴리는 효과가 없었고, 리제네론은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 경증환자가 중증이 되는 확률이 감소하고, 회복이 빨리된다는 것은 의미있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간접적으로 치명율을 낮출 가능성이 있고, 의료체계에 가하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 항체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적은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아직 규명이 필요합니다.
3.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가치 -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는 경증 확진자의 입원과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증명되고 있으며, 중증확진자에서는 그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치명률 감소보다 방역과 의료체계 유지의 관점에서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의 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중증환자- 중증환자에서 항체 치료제는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어야합니다.
(2) 무증상, 경증환자- 경증 환자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택에서 격리하며 치유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병원 입원 가능성을 줄이고 바이러스 농도를 줄이는 것은 의료체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약물 투여가 어렵습니다. 또 항체치료제의 효과는 병원의 입원 가능성만을 줄이는 것이고, 사망가능성이 자체를 줄이느냐는 다른 문제이므로 사망율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즉 경증인 상태에서 악화되고 사망하는 경우 자체를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항체치료제의 가치가 높지 않습니다.
- 우리나라는 무증상, 경증 확진자 중 기저질환이 없는 분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하며, 격리병상에 입원하는 확진자는 증상이 있거나 중증화의 위험요인이 있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항체치료제가 경증확진자에게 효과가 있다면 격리병상의 수요를 줄여 의료체계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또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는 환경이므로 투약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무증상 감염자의 증상발현 또는 전파력 감소에 대해 약간의 근거가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무증상 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므로 큰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증상 확진자에 대해 항체치료제 투여의 비용과 이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일부 언론 등에서 국산 치료제와 해외치료제의 성능을 비교하는 기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만 약제 간 직접 비교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연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는 평가할 수 없습니다.
(3) 접촉자- 밀접 접촉자에게 항체치료제를 투여하여 감염을 예방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감염병에서 노출 후 예방이라는 선택지인데 HIV, 수막성구균, 탄저균 등에 노출되었을 때 시행하는 방법입니다만, 별도의 연구로 증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백신이라는 확실한 선택지가 있기에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기는 어렵습니다.
(4) 일반 국민- 일반 국민에게 동시에 투약하여 바이러스를 근절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있지만, 이는 시행도 불가능하며, 효과도 없을 것입니다. 또 현재 천만명이상 투약된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매우 큰데, 신약 투약은 더 저항감이 클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고려는 제외되어야합니다.
4. 치료제의 방역에서의 가치-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항체 치료제가 해외 항체 치료제 2종과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면, 경증, 무증상 확진자에게 사용하여 의료체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망자 감소, 감염차단 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따라서 치료제 개발과 관계없이, 백신 접종, 사회적거리두기, 마스크 쓰기가 중요합니다. 항상 강조드리지만 코로나 19의 끝이 없을 수도 있으며, 만약 종식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받으셔야 그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일 셀트리온 2상 결과가 나오면 다시한번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PS. 항상 전문적인 정보를 쉽게 전달해드리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에게는 내용이 부실하다고 일반인에게는 어렵다고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더욱더 전문적이지만 쉽게 정보를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