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은 남자(?) 욕심이 많은 남자였습니다. 한 마디로 인재를 구하는 욕구가 쩔어줬던 남자인데 그래서 조조, 유비 못지 않게 신하들과의 미담도 많은 군주입니다. 예, 뭐 말년의 그 일 때문에 가려지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오늘은 손권이 탐하려다가 실패한 남자에 대한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갈량이 강동에 도움을 청하려 갔을때 제갈량은 손권에게 강노지말의 고사를 들어가며 손권을 설득하고 손권은 제갈량의 말에 동의하며 유비와의 동맹을 결의합니다. 아마 한동안은 강동에 제갈량이 머물렀을 것인데 손권 진영에서는 이제 막 출사한 이 젊은 선비 제갈량의 재능을 눈 여겨 봤던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오나라의 중신 중의 중신인 장소부터 제갈량을 은근히 떠 봅니다. 제갈량을 손권에게 추천한 것이죠, 물론 제갈량은 거기에 머물기를 거절합니다. 손권은 분명 도량이 있는 어진 군주지만 내 기량을 다하게 할 사람은 아니다(유비만이 내 능력을 온전히 다 쓸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손권을 띄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군주 유비를 높이는 식으로 말이죠. 또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가진 젊은 제갈량의 패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손권 자신도 제갈량에 대해 등용을 시도해봤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이릉대전 당시 제갈근이 유비와 내통한다고 의심을 받자 '제갈근더러 아우를 오에 등용케 하라고 했지만 제갈근은 아우가 유비에게 신의가 있다고 거절했는데 제갈근 역시 나한테 그러하므로 나를 배신할리 없다'라고 일축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제갈근이 의심을 받으니까 내가 제갈량을 등용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라고 옹호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사 삼국지와 화양국지에 따르면 손권은 유비가 형주를 차지한 이후 촉을 함께 치자고 유비에게 권유합니다. 정사 삼국지 선주전에서는 '아, 아무튼 못 가 안돼 돌아가라고' 유비 측이 극구 반대해서 손권이 군사를 물린 것만 기록되어 있는데 화양국지에 따르면 이때 손권의 요구 사항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형주를 영유하기에 이르러, 다시 많은 이들을 수하에 두게 되자 손권은 사자를 보내어 공동전선을 펴서 촉을 토벌하자고 요청했다.
또 (손권이) 말하기를
'저는 한 가문이 되어 융성해지길 원합니다. 제갈공명의 동복 형은 오나라에 있으니 서로 합치게 하십시오' - 화양국지 유선주지
예, 그러니까 손권은 유비에게 사자를 보내서 이런 말을 한 겁니다. '촉을 같이 칩시다! 그리고 한 가문이 되어 융성해지길 원하는데 제갈량 형 제갈근이 오나라에 있으니 제갈량을 오나라에 있는 형과 합치게 하면 안 될까여?' 이 편지를 본 유비나 그걸 같이 보고 있었을 제갈량이나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군요.(...) 하여간 제갈량은 당연히 오나라로 안 갔고 그대로 익주로 들어가 촉한 건국에 매진합니다.
하여간 제갈량을 매우 탐했던(?) 손권은 제갈량이 촉한의 승상이 되어 유비의 탁고를 받고서도 빠심을 주체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태평광기에 남아 있습니다. 황제로 즉위 한 이후 어느 날에 손권은 제갈근의 아들이자 제갈량의 조카인 제갈각에게 물어 봅니다.
손권이 일찍이 제갈각에게 물었다.
"그대를 승상(제갈량)과 비교하면 어떤가?"
제갈각이 답했다.
"신이 그를 이깁니다."
손권이 말했다.
"승상이 유조로 보정(輔政)을 제수받아 나라는 부강해지고(國富) 형벌은 맑아지니(刑清) 비록 이윤이 황천의 격이 되고(格於皇天) 주공이 사표에 빛나도(光於四表) (제갈량을) 멀리 넘어갈 방법이 없다.(無以遠過) 또한 (제갈량은) 그대의 숙부가 되는데 어찌 그를 이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제갈각이 답했다.
"진실로 폐하의 밝은 말씀과 같사오나, 다만 (그는) 더러운 군주를 섬기는 데에 이르렀고, 거짓 임금의 비위를 맞추었고, 천명(天命)을 어둡게 하였으니, 즉 맑고 큰 조정을 섬기고(清泰之朝) 천하의 임금을 찬양하는 신과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 태평광기 제갈각편
예, 그러니까 제갈각이 숙부를 이긴다고 답하니까 갑자기 손권 이 양반이 급 발진이 걸렸는지 '니가 니 숙부를 이긴다고? 야, 제갈량이 정치하는걸 보면 이윤이나 주공 단이 와도 제갈량을 넘어설 방법이 없는데 니가 니 숙부를 어떻게 이김?' 이라고 대놓고 면박을 준 겁니다. 제갈각이 특유의 기지로 손권을 띄워주면서 잘 마무리 합니다만 제갈각 입장에서도 아니 이건 무슨 답정너인가 싶어서 내심 황당하긴 했을 겁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손권의 인재욕심이 이상한 쪽(?)으로 기운 일화 가운데는 남의 남자(?)인 제갈량을 탐했다는 기록도 있다더라는 얘기 되겠습니다. 그만큼 손권이 인재욕심이 많은 군주였다고도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