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1/24 22:34:16
Name 헤일로
Subject [일반] 머리 깨질 듯한 치킨집 포스 알바 (수정됨)
방학동안 알바를 하고 있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네요.
치킨집 알바를 하고 있는데 오픈 조 입니다. 주6일 5시간(주말 못 쉼)하고 있어요.
영업을 하기 전 닭 손질을 하고 영업시간이 되어 다른 알바들(튀기는 알바, 소스 버무리는 알바)가 오면 제가 포스를 키고
팀장님 오기 전 까지 주문을 받습니다.
예전에 편의점 알바를 한 기억을 통해 '아 이정도면 되겠네'했는데 치킨집 포스 알바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치킨집 포스 알바가 어떤 건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약간 국어영역 문제풀이 같을 수가 있어요.)


먼저 저희 치킨집은 '요기요, 배민, 쿠팡이츠' 3대 배달앱과 자체 전화로 주문을 받습니다.
여기서 배민과 전화는 포장과 배달주문이 가능하니 사실상 주문이 들어오는 종류는 5가지 입니다.
홀이 없기 때문에 배달이나 테이크 아웃(포장)만 가능합니다.

그럼 포스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총 몇개일까? 생각해보시면..
먼저 배민, 요기요, 쿠팡 3개의 프로그램과, 자체 배달기사 호출하는 프로그램인 '공유다' 그리고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사 '가격입력 프로그램',
할인쿠폰 입력 프로그램 까지 해서 6개가 돌아갑니다.

머리가 벌써 복잡해지시나요?

여기서 더 복잡한건 '서로 연동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배민의 경우 연동이 됩니다. 배민 배달접수를 하면 주방에서 치킨을 튀기기 시작합니다. 해당 치킨이 포장 될 때 '공유다' 배달 프로그램에서 배달기사를 호출하면 배달기사가 옵니다.
쿠팡의 경우 연동이 되지 않습니다. '공유다'프로그램이 아닌, 자체 쿠팡 프로그램에서 호출을 해야 합니다.
요기요는 골 때리는게.. '공유다'프로그램에 배달할 주소를 입력해서 직접 '배달표'를 짠 다음에 배달기사를 호출 해야 합니다.

가장 복잡한 것은 '전화배달주문'입니다.
먼저 전화가 올 경우 '네~ 00치킨입니다' 받은 다음 고객이 말하는 매뉴를 '가격입력 프로그램'에 입력을 합니다.
여기서 고객이 말하는 주소를 '공유다' 라는 다른 프로그램에 주소를 입력해서 '배달표'를 짜야 합니다.
그리고 이 '배달표'는 고객이 결제할 총 금액을 입력해야 합니다. (배달기사가 주소지에 가서 결제할 금액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입력 프로그램'에서 선택한 매뉴들의 가격의 합이 나오니까 그대로 입력해야 하면 되지 않냐?..하시는데 안됩니다.
'공유다'에 주소를 입력하면 그 거리에 맞춰 산출된 배달요금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4,900원.. 여기서 치킨집이 2,000원을 부담하니 고객이 낼 요금은 2,900원 이지만, 올림해서 3,000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유다의'배달표'에는 '주문한 매뉴의 가격 총 합 + 치킨집이 부담한 후에 올림한 배달요금'을 입력해야 합니다.

'전화포장주문'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배달표'를 짤 필요가 없으니, '가격입력 프로그램'만 쓰면 됩니다.


여기서 할 일이 더 있습니다. 위의 주문접수 뿐만 아니라, 포장하러 오신 분에게 결제하기, 배달기사에게 알맞은 치킨포장된 메뉴 주기(배민과 공유다는 주소지, 쿠팡은 번호로 서로 확인합니다),
포장매뉴가 다 만들어졌을 경우 고객에게 '포장완료문자' 보내기, (전화포장주문의 경우 전화를 해줘야 합니다.) 아직 다 만들어진 매뉴를 고객이 혹은 배달기사가 찾으로 올 때 해당매뉴가 어느단계(튀기기, 버무리기 포장하기)에 있는지 파악하고 알려주기, 직접 점포에 온 고객에게서 주문 받기(여기 치킨집은 홀이 없어서 포장, 배달만 됩니다.) 등등을 모두 포스담당하는 알바가 해야 합니다.

아, 물론 포장하는 사람이 실수를 할 수 있으니, 포장도 제대로 했나 확인도 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하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저녁 5시 쯤 되면 주문 수가 엄청나게 옵니다.
(이 때가 되면 주방에서는 치킨 7개를 동시에 튀기고 있습니다.)
전화주문을 받고 있는데, 배민에서 주문이 또 오고, 포장하는 알바는 '00치킨 나왔다'고 하며, 배달기사가 문 앞에서 '00매뉴 배달하러 왔습니다.'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 옵니다. 이렇게 되면 '아 내가 이 알바를 하지 말아야 하나~' 생각이 아주 깊게 들더군요..
일도 막 꼬이기 시작합니다. 한참 전화주문을 받고 나니, 치킨은 나오기 전 3~4분 전에 배달기사를 호출해야 하는데, 이미 지연되었고..
'포장완료' 문자는 아직 보내지 못했고..등등

그리고 오늘도 팀장님한테 혼났습니다. 이래가지고 되겠냐~ 라고요.. 물론 화 내시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하여튼 힘이 정신적으로 너무 많이 들고.. 정말 일머리라는게 이런 곳에서 필요한 거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내일은 지적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1/24 22:41
수정 아이콘
저는 배달보다 포장주문을 많이 하긴 하는데 포장주문을 하면 사장님이든 알바든 너무나 좋아합니다.
가격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이런 문제도 있었군요.
헤일로
21/01/24 22:46
수정 아이콘
배민이나 쿠팡으로 배달하는건 괜찮습니다(여기 점포 입장에선). 이미 다 매뉴와 배달거리, 가격까지 짜여져서 영수증이 나오니까요.
문제는 전화배달주문입니다. 고객입장에서는 매뉴랑 주소만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화주문 받는 입장에선...
Prilliance
21/01/24 22:54
수정 아이콘
수능 비문학 지문으로 써도 되겠네요 크크크 저도 예전에 이런저런 알바들을 해보면서 한가한 것보다는 바쁜 알바가 낫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저렇게 복잡한건 좀 그렇겠네요. 그래도 곧 익숙해 지실거에요 화이팅!!
헤일로
21/01/24 23:34
수정 아이콘
넵. 감사합니다.
유료도로당
21/01/24 23:01
수정 아이콘
와 이건 일머리만 있다고 바로 될만한 레벨이 아닌것같은데... 실수 여러번 하면서 꽤 장시간 훈련해야 익숙해질만한 업무네요. 화이팅입니다.

문득 저런 배달요식업장을 위한 통합관리프로그램 같은걸 개발하면 잘될것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크크
VictoryFood
21/01/24 23:03
수정 아이콘
결국 한 주문에 돌아가는 건
1. 프랜차이즈 가격입력 프로그램 - 언제나 돌아가야 하는 메인 프로그램
2. 배달앱 프로그램 - 앱을 통한 주문이 들어왔을 때
3. 배달업체 프로그램 - 배달 주문이 들어왔을 때
이렇게 3가지인거군요.

1은 언제나 입력해야 하고, 1+2 로 입력하거나 1+3으로 입력하거나 1+2+3 으로 입력해야 하구요.
배민의 경우는 2번에서 1번과 3번의 연동이 어느정도 되는 거 같은데 다른 앱은 아직 좀 약한가 보네요.
헤일로
21/01/24 23: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1은 전화로(포장, 배달)할 때만 입력하면 됩니다.
2에서 이미 가격표가 나오거든요.
물론 2 중에선 요기요의 경우 3(공유다)에 입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경우의 수는
2(쿠팡), 2+3(요기요-주소입력, 배민-연동), 1+3(전화 배달), 3(전화 포장)
이렇게 되네요. 쿠폰입력은 여기에서 추가하면 더 복잡해서..
21/01/24 23:08
수정 아이콘
일 잘하는 사람은 구조를 빨리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달달합니다
21/01/25 00:22
수정 아이콘
배달, 배달기사 앱들 다 호환+연동되는 프로그램(포스기) 개발하면 떼돈벌듯
기억의파편
21/01/25 00:34
수정 아이콘
저도 공유다와 요기요를 쓰는데, 연동시켜 주던데요..?
로드바이크
21/01/25 10:18
수정 아이콘
이정도 작업이면 로직자체는 단순한 것 같은데요. 기계시키면 잘 할 것 같은
카푸스틴
21/01/25 15:52
수정 아이콘
알바로 봤을땐 단순하기보단 꽤나 신경쓰일거 같습니다. 사실 알바란게 생업도 아니고 알바 시간동안에만 단순노동력 제공하는건데
여행가요
21/01/26 17:03
수정 아이콘
이제 알바생들 생각해서 전화주문은 되도록 지양해야겄네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0190 [일반] 제 기준에 가장 의아한 3대 미제사건 [36] 프리템포13936 21/01/27 13936 7
90188 [일반] 데카당한 시들의 아름다움.. [3] 아난5790 21/01/27 5790 1
90187 [일반] 전용면적 기준, 평당 1억이 넘는 아파트들은? [27] Leeka8763 21/01/27 8763 0
90186 [일반] 한교연, 한국교회 향한 악의적 '여론몰이' 중단 요청 [205] 푸비딕19011 21/01/27 19011 10
90185 [일반] [보건] EU, 일본 여행허용국가서 제외예정 [89] 어강됴리12532 21/01/27 12532 0
90184 [일반] 현장에서 본 covid19 환자들 [37] WOD11331 21/01/27 11331 83
90183 [일반] 러시아의 반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제2의 레닌이 될 수 있나 [6] 김재규열사8629 21/01/27 8629 6
90181 [일반] 광주 TCS 국제학교 100명 확진…각지서 모인 학생들 집단감염 [101] 바둑아위험해12912 21/01/27 12912 5
90180 [일반] 코스피 차트로 보는 대한민국 27년 [34] 단비아빠11981 21/01/26 11981 13
90179 [일반]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주식 투자 이야기 [32] iPhoneXX13362 21/01/26 13362 20
90178 [일반] 컴퓨터 조립, 구하기 어렵다는 것들로만 막차타기. [32] 분당선9440 21/01/26 9440 0
90177 [일반] 점입가경 or 설상가상: 변호사시험 [69] 인민 프로듀서15100 21/01/26 15100 21
90176 [일반] 갤럭시 탭도 이제 카카오톡이 됩니다! [50] 나주꿀13525 21/01/26 13525 3
90175 [일반] 'IEM국제학교' 39명 홍천서 확진…전국 확산 우려 [215] 푸비딕18478 21/01/26 18478 4
90174 [일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정액으로 내는 것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110] VictoryFood15231 21/01/25 15231 10
90171 [일반] 현재 경기도 지역별 대장 아파트 가격을 알아보자 [144] Leeka18623 21/01/25 18623 3
90170 [일반] 이번에 확진자 다수 나온 IM선교회가 전에 있던 숙소 5m거리네요. [31] 성야무인13608 21/01/25 13608 3
90164 [일반] 케이스 팬과 그래픽 카드 출시소식 [17] SAS Tony Parker 9074 21/01/25 9074 1
90159 [일반] 머리 깨질 듯한 치킨집 포스 알바 [13] 헤일로15938 21/01/24 15938 15
90158 [일반] [코로나] 대전 교회 관련 단체 집단감염 125명 발생 [179] Rorschach18159 21/01/24 18159 6
90157 [일반] [번역]설탕은 왜 중독되는가, 설탕은 어쩌다 80%의 식품에 들어가게 됐나 [77] 나주꿀13044 21/01/24 13044 28
90155 [일반] 내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싶다. [22] 깃털달린뱀7478 21/01/24 7478 11
90154 [일반] 때마침 일어난 일: 러시아 전역에 나발니 석방을 위해 수만명이 집결 [23] 아난9601 21/01/24 960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