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줄 이 없이 저 혼자 아름다운 것으로 충분한 아름다움, 이 세상이 아닌 새파란 얼음 저 밑 검도록 깊은 곳 속의 아름다움, 무감동하게 흘러가는 삶의 시간들의 끝 간곳에나 있는 아름다움, 시체의 가슴을 꽃병삼아 편히 쉬라고 이별을 고해야 할 아름다움, 삶으로부터의, 세계로부터의 이 아름다움의 이탈들, 이 이탈들을 혹은 초연하게 혹은 애닯게 혹은 유쾌하게 노래하는 데카당한 시들의 아름다움..
출전: 루이스 비스만, <독일 현대시 개론> (예문,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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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잔에 부쳐 (에두아르트 뫼리케)
오, 아름다운 등잔아, 너는 여전히 꼼짝않고
여기 가벼운 사슬에 우아하게 매달려 이제는
거의 잊혀진 안방의 천장을 꾸며주고 있구나.
너의 하얀 대리석 쟁반, 그 가장자리를
빙 두른 황금빛 초록 청동의 송악 꽃다발 문양,
그 위에 즐겁게 한 무리 아이들이 원무를 춘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웃으면서도,
진지함의 부드러운 정신이 전체 모습 주위에 서려 있다.
하나의 참된 예술 형상이다. 그 누가 너를 보아줄까?
그러나 아름다운 것은 제 속에서 복되이 빛을 발한다.
2
겨울 밤 (고트프리트 겔러)
세상 사이로 날개짓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하얀 눈은 가만히 눈부시게 빛을 내며 누워 있었다.
별들의 천막에는 구름 한 조각 매달려 있지 않았다.
꽁꽁 얼어버린 바다에는 물결 하나 일지 않았다.
깊은 곳에서 바다 나무가 솟아올라와,
그 우듬지가 얼음에 닿아 얼어버렸다.
나뭇가지를 타고 물의 요정이 올라와,
새파란 얼음 사이로 올려다보았다.
검도록 깊은 곳과 나 사이를 갈라놓은
얇은 유리 위에 나는 서 있었다.
바로 나의 두 발 아래서 나는
요정의 하얀 아름다움을 뚜렷이 보았다.
울먹이는 슬픔을 속으로 삭이며 그녀는
딱딱한 덮개를 여기 저기 만져 보았다.
나는 그 검은 모습을 결코 잊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3
접어 놓은 노 (페르디난트 콘라트 마이어)
접어 놓은 나의 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물방울들이 천천히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나를 화나게 한 것도, 나를 즐겁게 한 것도 없다!
고통 없는 오늘 하루가 나의 발 밑으로 흘러간다!
나의 발 아래는 - 아, 불빛의 시야에서 사라져 -
벌써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꿈꾸고 있다:
빛 속에는 아직도 나의 많은 누이들이 있는가?
4
작은 과꽃 (고트프리트 벤)
익사한 술꾼이 수술대 위로 힘겹게 받쳐졌다.
누가 그랬는지 그의 이빨 사이에는
짙은 자색의 과꽃이 끼워져 있었다.
피부 속으로
긴 칼을 집어넣어
흉부로부터 시작하여
혀와 구강을 잘라냈을 때,
그 꽃을 내가 건드린 모양이다. 그 꽃이
옆에 있는 뇌를 향해 미끄러져 떨어졌으니까.
시체를 꿰매면서 나는 죽은 사람을 위해
가슴에 난 구멍 속
대팻밥 사이로 그 꽃을 싸 넣어 주었다.
네 꽃병 속에서 실컷 마시거라!
편안히 쉬거라,
작은 과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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