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서치>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마치 마이크 트라웃이 메이저리그에 신인상을 타던 시절의 충격을 받았다고 코멘트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그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못만들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충분히 범작과 수작 사이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차간티 감독에 대한 제 기대감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실망감이 큰 편이네요.
[1. 여전히 뛰어난 연출, 일상을 스릴러로 만드는 매력]
- 여전히 차간티 감독의 연출은 뛰어납니다. <서치> 는 컴퓨터 디스플레이라는 좁은 공간에 적절한 화면 배치와 뛰어난 호흡으로, 어마어마한 연출을 자랑했습니다. 자연스러운 디스플레이 배치를 통하여 이색적인 공간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죠. 이번 작품에서도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클로이가 하반신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클로이의 시선에서 영화가 대부분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은 마치 본인들이 휠체어에 앉은 것처럼 답답한 느낌을 받습니다. 늘 주변은 좁고, 얼굴~상반신만 클로즈업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서 관객들은 클로이와 같은 답답한 감정을 받게 됩니다.
이 영화는 화면만 놓고 보면 정말로 무미건조합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특유의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매력이 유지됩니다. 차간티 감독의 <서치>란 작품이 단순히 운은 아님을 몸소 증명합니다.
[2. 아쉬운 각본, 용두사미도 아닌 구렁이 머리에 뱀꼬리 정도]
- 하지만 각본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초반에는 차간티 감독의 뛰어난 연출, 사라 폴슨과 키에라 앨런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특별한 각본 없이도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영화를 한 30분쯤 보다보면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눈치가 좀 빠른 분들은 10분만 봐도 이 영화의 느낌을 다 파악할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결말에 치닿을수록 익숙한 냄새는 내가 늘 맡던 그 음식의 냄새임이 점점 드러납니다. 늘 보던 흔하디 흔한 스릴러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이앤 역의 사라 폴슨의 연기력이 그 공백을 겨우 메울 뿐입니다. 그리고 결말에 도달했을 때 관객은 무언가 이야기가 마무리되거나 여운이 남기 보다는 '음... 뭐... 그렇지...' 하는 짧은 여운만이 남게 됩니다.
- 이 영화가 수작의 반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각본에서 뭔가 특별한게 필요했다고 봅니다. 러닝 타임도 충분히 넉넉합니다. 이 영화는 90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분 정도는 넉넉하게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한다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다른 점이었던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이라는 특수적 한계' 라는 점을 이용하거나, 두 모녀의 관계를 더 부각시킬만한 장치 활용 정도가 있겠네요.
사실 이런 생각은 감독도 충분히 했을거라고 보기는 합니다. 제가 <서치>에서 기대했던 감독이라면 절대로 이 생각을 안했을리 없죠. 제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10분 정도 컴퓨터를 하면서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이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 MSG 는 없을까?' 하고 말이죠. 그런데 사실 마땅한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각본 자체가 무언가 특별한 요소를 집어넣기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무언가를 집어넣으면 무리수 남발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았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요소를 넣으면 후반부에 뒷심이 딸릴 확률이 높았으니까요.
(지루한 각본을 무마하기 위해서 중반부부터 무리수를 남발했다가 영화 스토리가 산으로 간 <인비저블 맨>,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잔뜩 채웠다가 애들이 놀렸다고 삐진 초딩의 잔혹유쾌 복수극이 되어버린 <더 보이>가 생각나네요.)
[3. 그냥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 그냥 뭐... 이 영화는 감독이 코로나 기간동안 심심해서 저예산으로 연출 실력에 기름칠한 영화 정도로 여기고 싶습니다. 나중에 대형 자본으로 화려하게 데뷔해서 명작을 만들 차간티 감독을 다시 한 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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