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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05 14:24:14
Name 라쇼
Subject [일반] 유도 사상 최강. 영상으로 알아보는 사이고 시로의 기술들 (수정됨)
유도의 태동기, 최강의 유도가라 일컬어지던 사이고 시로 이야기 하편을 쓰다가, 기술 설명과 영상이 들어가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더군요. 전편에서 사이고 시로가 양부에게 전수 받았던 아이즈 번 비전 유술에 대한 설명도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따로 글을 써봅니다.

사이고 시로는 16세가 되던 해 아이즈 번의 수석 가로 사이고 타노모의 양자로 들어갑니다. 이후 타노모에게서 아이즈 번 오토메 유술의 최상승 비전 기술 오시키우치(御式内)를 배우게 되죠. 오토메 유술(御留柔術)이란 각 지방 다이묘들의 영지에 전해지는 고유한 유술을 말합니다. 이른바 고위 사무라이 가문의 비전 무술이란 거죠. 그 중에서도 아이즈 번의 오시키우치는 다이묘 최측근 가신들이 주군을 지키기 위해서 수련했던 기술이었으며, 외부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고 합니다.

오시키우치는 주로 앉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격해오는 상대를 역관절기로 제압하는 기술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다이묘 앞에서는 항상 무릎을 꿇은 상태로 움직여야하는 관행 때문이었다고 하는 군요.

그럼 일단 영상부터 보고 계속 얘기해보죠.















위 영상은 아이키도의 전신인 대동류 합기유술의 기술 시범입니다. 오시키우치는 사이고 시로가 실제로 외부에 사용했었다는 기록도 없고 실전된 무술이기에 어떤 기술이었는 지 알 길은 없죠. 하지만 메이지 시대의 무술가 타케다 소가쿠가 창시한 대동류 합기유술에서 오시키우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타케다 소가쿠는 사이고 시로와 마찬가지로 사이고 타노모에게서 아이즈 번 오토메 유술을 전수 받습니다. 오토메 유술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수련한 경험을 보태어 완성한게 바로 대동류 합기유술이죠. 이 대동류 합기유술은 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대에 이르러 아이키도로 변형됩니다. 그리고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아이키도는 수제자 시오다 고조에게 이어지는데, 이 시오다 고조라는 인물은 만화 바키 시리즈에서 등장인물로 나오는 시부카와 고키의 실존 모델이죠.




image.jpg




바키 1부 토너먼트에서 시부카와 고키가 잭 해머와 대전하던 중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무릎 꿇고 앉은 정좌 자세에서 잭 해머를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화적 과장이 들어간 연출이지만 시부카와가 선보인 이 기술의 원전이 바로 오시키우치인데요. 본래는 주군 앞에서 일어서는 불경을 저지를 수 없기에 앉은 자세로 적을 물리치는 무술이었지만, 정좌라는 정적인 자세로 압도적으로 거대한 상대를 제압하는 시부카와 고키의 달인 포스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 사이고 시로는 방어에도 뛰어났습니다. 그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사뿐히 착지하는 고양이에게서 발상을 착안하여 고유한 낙법을 만들어냈죠. 강도관의 동문들과 대련하거나, 양심관 유술과들과 시합을 벌이면서도 사이고 시로는 절대 기술을 당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메치기가 들어가도 등으로 떨어지지 않고, 몸을 회전시켜 발 앞쪽으로 착지했다고 하죠. 그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다음 영상에서 확인해 봅시다.













위 영상은 아이키도 6단 시라카와 류지 사범의 기술 시연입니다. 정통파 아이키도라고 보긴 좀 어렵고 유술과 타 무술의 그래플링 기술을 받아들여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이는게 특징이죠. 기술을 받아주는 쪽이 합을 맞춰주기에 저렇게 휙휙 넘기는 거라 실제로 가능할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시원시원한 움직임이 보기는 좋네요. 앉아서 메치는 기술과 파쿠르에 가까운 아크로바틱한 몸동작이 고양이와도 같았다던 사이고 시로의 신법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올려봅니다.







야마아라시


야마아라시 강도관 시범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술은 뭐니뭐니해도 사이고 시로의 필살기 야마아라시겠죠. 근데 야마아라시 시연 영상은 어째 앞서 올린 영상에 나오는 기술보다 심심해 보이는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실제로 사이고 시로가 사용했던 야마아라시가 아니라, 스승 가노 지고로와 동문 강도관 사천왕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한 기술이기 때문이죠.

유도의 창시자 가노 지고로나, 강도관 사천왕들도 사이고 시로 못지 않은 유도의 고수였을텐데 어째서 야마아라시를 사용하지 못하고 기록으로만 남겼을까요. 가노 지고로는 경시청 유술 대회에서 사이고 시로가 야마아라시를 시전하여 양심류의 최고수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감탄합니다.

"사이고 시로 이전에 야마아라시 없고, 사이고 시로 이후에 야마아라시 없다!"

야마아라시가 남들은 사용할 수 없는 사이고 시로만의 고유한 기술이었던 까닭은 바로 손처럼 기다란 발가락에 있었습니다. 어릴 때 흔들리는 배 위에서 고기잡는 일을 도우며 균형감각과 강력한 발가락 힘을 길렀기에, 양 발을 손처럼 사용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위 영상에선 그저 밭다리 후리기처럼 발로 상대의 발목을 툭 차는 모습이지만, 사이고 시로의 야마아라시는 상대의 다리를 참과 동시에 발가락으로 꽉 쥐어잡은 채로 내다 꽂았습니다. 야마아라시에 걸리면 제대로 기술을 방어하지도 못하고 낙법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이죠. 사이고 시로만이 가능했기에 현대 유도엔 사용되지 않는 환상의 기술이지만, 이따금 사이고 시로처럼 발가락이 길고 손처럼 자유롭게 사용하는 천재 유도가가 실제 시합에서 야마아라시를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과연 창작물에만 나오는 무적의 유도가 스가타 산시로가 현실에서도 나오는 날이 올 지 궁금하네요.


간단하게 영상만 올리자고 한게 글이 길어졌네요. 사이고 시로 이야기 후편도 쓰는 중이라 올리는데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본문에 영상을 보시면 후편을 읽을 때 보다 더 생생하게 사이고 시로의 유도 기술이 연상될거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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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5 14:33
수정 아이콘
바키에 나오는 모든 무술 중에
만화와 실제가 가장 차이가 적은게 아이키도인것 같아요.
물론 극진공수도나 검도 같은 다른 무술들이 거의 어벤저스처럼 묘사되어서 그렇기도 하지만...크크

아이키도는 정말 문외한이 봤을때 신비로운것 같습니다.
21/02/05 15:33
수정 아이콘
시부카와 고키와 시오다 고조는 거의 동일인물 급으로 그려놨으니까요 크크크. 아이키도가 그냥 슬쩍 건드려도 지혼자 넘어가는 연무 영상 때문에 중국무술처럼 실전성이 없는 거품 무술이란 오해를 사기 쉬웠죠. 바키 최흉사형수 야나기 류코의 실존 모델인 야나기 류켄을 쓰러뜨린 이와쿠라 츠요시란 격투가가 시오다 고조도 야나기처럼 사기꾼이다라고 주장하며 도전했다가,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시오다 고조를 진짜 달인이라고 인정한 일화도 있었죠. 아이키도야 말로 유도의 이상향인 유능제강의 철학을 구현한 무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연아
21/02/05 15:03
수정 아이콘
야마아라시 = 태풍메치기
공태랑 나가신다 유도편을 보신 분이라면 다 아실 겁니다. 크크크.
21/02/05 15:34
수정 아이콘
전에 쓴 글에서도 신 공태랑 보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에로한 개그격투만화지만 유도 고증이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공태랑이 사이고 시로의 고양이 낙법을 사용하기도 했었죠.
김연아
21/02/05 15:42
수정 아이콘
유도편의 유도 고증은 엄청 뛰어났던 것 같아요.
장헌이도
21/02/05 15:05
수정 아이콘
신공태랑 나가신다가 생각납니다..
서지훈'카리스
21/02/08 09:02
수정 아이콘
저도 이거
은때까치
21/02/05 16:52
수정 아이콘
베가본드 정도만 알던 꼬꼬마가 라쇼님 덕분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뜹니다.....!
평양냉면
21/02/05 17:22
수정 아이콘
저희 아들이 아직 3살인데... 좀 크면 태권도장 대신 유도관을 보내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습니다. 다만 태권도장의 보육(?)인프라가 너무 뛰어나서 와이프는 무조건 태권도라고 하네요. 크크
스토리북
21/02/05 20:19
수정 아이콘
"그럼 니가 애 볼래?" 한마디면 끝날 논쟁이긴 하군요 크크크크
21/02/06 01:53
수정 아이콘
다이몬 고로가 왜생각났죠 저는
21/02/06 11:19
수정 아이콘
저는 수라의 각이 생각나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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