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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5 17:52
[악의 묘사 그 자체가 언제나 악의 승인을 나타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간단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점을 계속해서 느낍니다.
21/02/05 17:56
문제는 독자들조차도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죠. 독자들은 작품 내의 악의 묘사만을 보고 (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마음 속으로 악을 승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비트도 작품의 주제의식은 조폭 생활의 허망함이지만(실제로 끝까지 다 읽어보면 주인공의 조폭 인생은 허무하기 이를 데 없죠), 작품에서 묘사되는 조폭의 생활을 보고 '조폭은 멋있어!'라고 생각한 독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21/02/05 18:00
맞습니다.
일차적으로 계층방정님 말대로 그냥 예술작품에 나오는 행동들, 특히 주인공이 하는 행동들을 무비판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독자들이 많다 보니 이에 대한 반발로 '예술 작품에서 악의 묘사는 옳지 못하다'는 황당한 의견들 역시 생겨나죠. 최근에 '조커'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겠네요.
21/02/05 18:15
결국 창작자도 작품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테니 적절한 해설(적극적이진 않더라도 마지노선을 세우는 측면에서)을 작품 내에서 해주던가 아니면 작품 밖에서라도 해주는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요즘처럼 창작자와 대중의 거리가 가까워진 시대에는요.
21/02/05 18:24
멍청한 독자 몇이 지껄이는 소리들은 세월이 가면 잊혀질 거라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남는 건 남을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지, 동시대를 살아가던 별 의미도 없는 생명들의 헛소리들이 아니죠.
21/02/05 22:00
엄밀하게 말하면 예술가가 어떤 행위나 삶의 방식을 악이라고 생각하면서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악을 추구하는 인물을 다룰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예술가가 어떤 행위나 삶의 방식을 전혀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는데 비평가에게는 그 행위나 삶의 방식이 악으로 판단된다면 비평가는 해당 예술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그 때문에 떨어졌다고 평가합니다. 즉 악을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지 않음은 예술가 자신과 비평가 양자 모두에게 훌륭한 예술작품의 필요조건입니다. 저는 이렇게 얘기하지 않는 예술가도 비평가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작품 내적으로 악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습니다. 작가 자신은 어떤 행위나 삶의 방식을 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더라도 그 행위나 삶의 방식이 사회적 통념상 악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작품은 상영되지 않을 것이고 출판되지 않을 것이고 전시되지 않을 것이고 공연되지 않을 것이며 설혹 되더라도 조만간 그리될 것입니다.
21/02/05 22:09
뭐 당연히 평가야 떨어지는 거구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평가의 측면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아니 물론 크게 봤을 땐 다 평가의 측면이긴 한데... 그러니까 악을 지지하는 작품이라고 해서("예술가가 어떤 행위나 삶의 방식을 전혀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는데 비평가에게는 그 행위나 삶의 방식이 악으로 판단된다면"), 존재해선 안 될 것처럼 혹은 읽어선 안 될 것처럼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거죠. 아니 뭐 그것도 어차피 다 가치판단의 영역이긴 한데...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악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법은 있는 게 아니라 없습니다. 애시당초 반드시 훌륭한 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니까요. 당연히 메이저한 플랫폼에서는 상영되거나 출판되거나 게시되기 어렵겠죠. 근데 그런 곳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악을 지지하는지 아닌지도 판단하기 애매하니까요.
21/02/05 22:21
메이저하지 않은 플랫폼에서라도 안 됩니다. 사실 굳이 '예술적 가치' 운운할 필요조차 없고 따라서 '반드시 훌륭한 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다'라는 말도 필요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가장 철저히 보장되는 사회에서도 사회적 통념상 도덕적이지 않은 행위나 삶의 방식을 내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예술작품 폼을 잡든 아니든] 그 어떤 것이든 캔슬됩니다. 따라서 다시 말하지만 작품 내적으로 악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습니다. 해당 예술가나 해당 되는 것의 제작자에게 강제력이 행사된다는 의미에서 거의 문자 그대로 법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행위나 삶의 방식을 악한 것으로 인지하면서 그 행위나 삶의 방식을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는 예술가는 없습니다. 실제로 캔슬되는 경우 모두는 예술가가 작품 내적으로 자기의식적으로 악을 지지한 경우가 아니라 예술가에게는 악의 작품 내적 지지이지 않은 것이 사회적 통념상이나 특정 유력 집단의 통념상에서는 악의 작품 내적 지지로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악을 지지하는지 아닌지도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 경우도 실제로는 예술가에게는 악의 작품 내적 지지이지 않은 것이 사회적 통념상이나 특정 유력 집단의 통념상에서는 악의 작품 내적 지지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경우입니다.
21/02/05 22:33
위에서 나온 작품들, 소프라노스나 롤리타 같은 것들은 지금 나와도 캔슬 안 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대중들이 보기에는 적어도 롤리타 같은 건 애매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유명한 작품들 아니더라도, 웹소설 사이트 같은 데 가 보면 인종차별 뉘앙스가 강한 소설들 수두룩합니다. 로리콘, 쇼타콘 미화하는 소설이나 화간, 그루밍 미화하는 소설들도 수두룩하구요. 평가 운운하시는데 이런 것들은 비평가들의 평가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제가 봤을 땐 아직도 너무 메이저한 플랫폼 위주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온갖 작품들이 상업적으로 팔려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생업이 아니라 취미로 제작되는 것들도 부지기수이며, 메이저는 고사하고 음지에서 유통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작품 내적으로 악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법은 있는 것이 아니라 없습니다. 그저 조건의 여하에 따라 있는 경우들이 있고, 그런 게 양지에서 주류로 통하니까 하시는 말씀이겠죠. 뭐 애초에 그런 주류적인 레벨에서 이야기하신 걸로 이해는 합니다만.
그리고 네 저도 "사회적 통념상이나 특정 유력 집단의 통념상에서는 악의 작품 내적 지지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경우"를 이야기한 것인데요. 댓글 수정하셔서 저도 추가로 적습니다.
21/02/05 22:51
'작품 내적으로 악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법은 있다'로 저는 '어떤 행위나 삶의 방식을 악한 것으로 [인지]하면서 그 행위나 삶의 방식을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는 예술가는 없다'를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작품 내적으로 지지할 수는 있으나 [자기의식]적으로 그리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경우들에서 해당 작가들이나 그 작품들 감상자들은 '그게 뭐가 악이야'라고 또는 나는 '그런 것을 권장할 의도가 없었다'라고 생각/주장할 것입니다. 그 생각/주장은 그리 소박하거나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작품 내적으로 지지하는 지 여부'는 대중예술조차 못되는 포르노그라피 수준의 작품이 아니라면 늘 조금이라도 애매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주장은 통합니다. 그러나 물론 애매하다는 것은 요즘같은 캔슬 문화 시대에는 안전판이 아닙니다. 애매하긴 하지만 여전히 감상자들에게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유력한 집단으로부터 받으면 주류에서든 아니든 캔슬될 위험에 처합니다. 물론 캔슬에도 여러 수준이 있기는 합니다.
21/02/05 22:58
저는 그 자기의식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악을 지지하는 작품이 없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다만 편의상 사회통념적으로 악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지지하는 경우를 얘기한 거죠. 그런 경우 캔슬될 위험에 쳐하는 것까지는 당연한데 꼭 그렇지만도 않고 그걸 감수하고 만드는 경우도 많으며 그렇게 그럭저럭 많이 만들어져서 소비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반드시 작품 내적으로 악을 지지하면(자기의식적으로는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안 된다는 법은 있는 것이 아니라 없습니다. 어쩌다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현실적으로도 그렇단 겁니다. 사회통념상 불온한 것들은 당연히 그러한 위험에 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통념상 악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작품 내적으로 항상 지지해선 안될 만큼 언제나 그 위험이 크다고 할 수는 없으며 그게 당위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이 계실 뿐이구요.
21/02/05 18:18
하도 사고 많이치는 장르를 오랫동안 들으니 어느정도 내성이 생기는거 같더라구요.
아티스트가 사고친 경우 => 듣는건 듣는건데 배우지는 말자.. 가사 내용적으로 좀 그런 경우 => 듣는건 듣는건데 어디 추천은 하지 말자..(?) 뭐 이런식으로요 크크
21/02/05 21:36
오히려 현대 들어서 작가의 인성과 작품을 분리해서 보는 이론이 더 발전했고 그게 작품을 올바로 평가하는 법임을 알게 된 거죠... 실제로 문학과(제 경우엔 영문학과지만 다른 어문학도 유사합니다)에선 작가의 인성이니 뭐니 거들떠도 안 봅니다.
21/02/05 21:54
학술적으로야 나뉘긴 합니다만, 그런건 해당 분과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작품을 올바로 평가하는 법이 학술적으로 존재하는 일은 가능할겁니다만, 사회일반에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은 학술적 기준이 아닐 공산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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