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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08 19:48:51
Name This-Plus
Subject [일반] 층간 소음.
한 아파트에 20년 넘도록 사는 중이다.

부모님 집이고 내년에는 오랜 캥거루 생활을 끝내고 내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이다.

항상 조용한 아파트였다.

난 층간소음이란 걸 모르고 살아왔으니까.

인터넷에 올라오는 층간소음 분쟁글들을 볼때면 그냥 남 이야기요,

건물을 얼마나 거지같이 지었기에? 혹은 너무 예민한 거 아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작년에 오래 살던 윗집이 이사를 갔다.

20년이나 위 아래에 살았지만 점잖은 노부부였다는 것 밖에 아는 게 없다.

그분들이 나가고 다른 가족이 왔는데...

그 첫날부터 층간소음? 몰라? 내가 알려줘? 이런 인상을 받았다.

아하! 발망치가 바로 저거구나.

신세계였다.

무슨 가구를 다루는 집인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거운 가구를 끼이익 끄는 소리,

콰다당 내려놓는 소리 등이 보통이 아니다.

심지어는 그 뚝섬유원지 2호선 지상철 아래에서 느껴지는 우르르르르 하는 진동이

하루에 세 번 이상은 느껴진다.  

위층에서 뭔가를 찍는데

우리집 가구들이 마주 공명하며 우르릉 하며 떨리는 게 마냥 신기했다.

뭘 하면 저런 소리가 날까...

정중하게 쪽지를 한번 붙였지만 별 달라지는 점은 없었고

그렇게 1년동안 그냥 버텼다. 일단 내집이 아닌 부모님 집이고, 혹시 분쟁이 생기면

내가 없을 때 부모님께 피해가 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꽃이 지고나서야 봄인 걸 알았다던가?

그냥 전에 살던 노부부가 너무 그리웠다.

왜 난 그분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먼저 드리지 않았을까.

층간소음과 함께하는 삶이란 항상 일정량의 스트레스를 머리 한켠에 저장해두고 생활을 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예민해져간다.

나중에는 위에서 발망치가 가볍게 한 번 퉁 울릴 뿐인데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화가 치밀어오른다.

뭐 버틸만은 했다. 부모님 침실쪽엔 큰 영향이 없고 그나마 다행히 내 방 바로 위에서 주로 뭔가를 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엊그제 아래층에 어느 부부가 이사를 왔다.

잘은 모르지만 어머니 말로는 목사부부라나 그렇단다.

아래층이니 별로 신경은 안쓰이고 난 원래 발끝으로만 걸으니 피해를 줄 일도 없다.

...오늘 아침부터 컹컹커리는 개짖는 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x발.

시골에 가면 개들이 모여서 시원하게 컹컹거리는데 딱 그거랑 사운드가 똑같다.

아랫집 개짖는 소리가 왜이리 리얼하게 들리는걸까.

재택근무 시즌이라 평소보다 조금 더 잘 수 있는데

딱 그 '조금 더' 만큼을 못자고 강제로 일어났다.

그리고 아랫집 개는 두시간 가량을 계속 간헐적으로 짖어댔다.

아파트에 데리고 들어온 걸 보면 분명 큰 개는 아닐텐데 목청이 아주 우렁찬 놈이다.

순간 너무 화가나서 뒤꿈치로 바닥을 쿵! 찍었다.

스스로도 놀랐다.

평생 실내에서 이렇게 강하게 바닥을 찍어본 게 처음이다.

공동거주지에서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의 진동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죄책감을 느꼈지만 반대로 해방된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꼈다.

바로 이맛이었구나?

개는 잠시 멈칫하더니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고

나도 기다렸다는 듯 바닥을 양심없이 쾅쾅쾅쾅 찍어댔다.

스릴러 영화에서 싸이코패스 살인마들이 칼질을 할 때의 얼굴이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싶다.

심상치 않은 화음에 아랫집이 뭔가 조치를 취한걸까? 개는 조용해졌고 나도 그놈과의 항전을 멈췄다.

뒤꿈치가 얼얼하다.

윗집은 새벽 2~3시에도 가구인지 운동기구인지로 찍고

아랫집에서는 컹컹 짓는 개소리가 솔솔 올라온다.

이 가공할만한 샌드위치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일 아침에도 개소리에 잠을 깨면 엘리베이터에 개짖는 걸 제어해달라고 쪽지를 남겨볼 생각이다.

층간 소음 이거 아주 x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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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1/02/08 19:5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연구를 안해서 드러나지 않았을뿐 높은 자살율에 크게 기인하는게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수 있지않을까.. 생각해요
단비아빠
21/02/08 20: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 전에 비슷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층 아파트들은 저기 위쪽 층들은 바람이 세게 불면 약간씩 흔들린다고 하면서
이렇게 흔들리는게 높은 스트레스를 주어 높은 자살율이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자살율 얘기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하여튼 저도 평생 층간소음이란걸 모르고 살다가 최근에 좀 느껴보고 있는데..
의외로 상상을 초월하긴 하네요...
근데 그 층간소음을 내고 있는게 바로 우리 애들이라 참 화내기도 뭐하고...
요즘은 수시로 애들한테 뛰지 말라고 하고 있네요.
내 애가 내는 소리인데도 이리 짜증나는데 모르는 사람이 내는 소리는 진짜
견디기 힘들었겠죠.
그동안 밑에 살던 사람들한테 어마어마하게 민폐를 끼치고 살았었구나
반성하고 있습니다.
This-Plus
21/02/08 20:12
수정 아이콘
뭐 저의 경우 이제는 자는 시간만 조용하면 대만족하는 지경입니다...
태랑ap
21/02/08 19:59
수정 아이콘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258610?ntype=RANKING
층간소음으로 윗집문을 도끼로 부순분도 계시네요
집유받으셨는데 확실한건 층간소음은 이제없을듯
This-Plus
21/02/08 20:02
수정 아이콘
으앗...
ParaBellum
21/02/08 20:07
수정 아이콘
다음부터는 고무망치를 사용하세요. 개랑 싸울려고 뒷꿈치를 너무 혹사시키셨네요..
머나먼조상
21/02/08 20:09
수정 아이콘
아랫집하고는 딜교가 되는데 윗집하고 안되는 상황이네요
담배 안피시면 글쓴분도 짖는 개를 한마리 들이셔서 상호확증파괴를...
This-Plus
21/02/08 20:11
수정 아이콘
원래 몇년 전까지 별 생각없이 창문열고 폈는데
그게 윗집으로 간다는 걸 알고부터는 그냥 끊고
액상형 전담으로 바꾸고 제 방이랑 차에서만 피네요.
이제 와서 다시 연초 피울수도 없고 아오 ㅠㅜ
이디어트
21/02/08 20:35
수정 아이콘
저도 윗집에 새로 이사왓는지 올해부터 발망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른들 소파에 있다가 화장실갈때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아니고 애들이 다다다다 뛰는 소리인데 저 집은 아랫집에 미안해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나더라구요
진짜 윗집에서 울리는건가 싶어서 잠깐 그 집앞에 올라가보니 현관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고음의 애기 짖는 소리가 들려서 저 집도 힘들겠구나 하고 내려왔습니다 우는 소리가 아니고 땡깡부리는 소리였습니다. 화나니까 여기다간 짓는소리로..

와이프는 잘 못 느끼던데 저는 티비볼때 내가 의도하지 않는 소리가 난다는게 너무 짜증나고 위에선 신경쓰는것 같지 않아 짜증났습니다
경비실을 통해 연락좀 해달라했지만 여전하고..
이제는 저도 그냥 티비소리 크게 키고 집에 와이프없으면 노래 크게 부르면서 최대한 발망치 안들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직접 찾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정부에서는 아파트 좀 튼튼하게 짓게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왜 서민들끼리 서로 불편해야하는지..

요즘은 발망치 소리 들리면 두층 위로 이사가서 복수해야지 라는 생각만 하고 맙니다 그냥ㅠ
This-Plus
21/02/08 20:38
수정 아이콘
아내분께는 내색 안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모르던 사람도 어쩌다 한 번 느끼면 그때부터 귀에 각인이 돼서
스트레스 시작이거든요.
임전즉퇴
21/02/08 20:36
수정 아이콘
대체 뭘 하는 것일까요..
이정재
21/02/08 21:56
수정 아이콘
여우별
21/02/08 22:0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발뒤꿈치에 힘주고 쾅쾅쾅쾅 찧는 모습이 상상되어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부대찌개
21/02/09 00:13
수정 아이콘
야아아아!! 개~짖는 소리좀 안나게 하라~~!!
좋은데이
21/02/09 02:15
수정 아이콘
본가갈때마다 윗집 애들 관리못하는 젊은 부부때문에 화나더군요.
무슨 밤 12시 가까이 애들이 미친듯이 뛰어다녀..
벌점받는사람바보
21/02/09 03:12
수정 아이콘
법으로 규제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대 이게 행복도랑 연관이 좀 있는듯
Augustiner_Hell
21/02/09 03:44
수정 아이콘
전 가끔 일어나는 층간소음 살인사건 이해합니다.
그리고 꽤나 많은 경우 죽일만 했고 죽을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의 일방성이라는게 어마무시하거든요
벽빵아 사랑해
21/02/09 08:13
수정 아이콘
피해자들 많군요
그런데 정말 다 이해하는데 드그르르르륵 굴리는 소리는 정말 뭔지 미치도록 궁금합니다
Grateful Days~
21/02/09 08:15
수정 아이콘
바퀴있는 유모차나 무게 약간 있는 공 굴리는 경우 진짜 그런소리 납니다..
21/02/09 08:50
수정 아이콘
이해합니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고 1년 조용히 지냈는데 작년에 윗집에 이사들어오더니 개짖고 쿵쾅거리고 난리도 아니네요. 초인종은 얼마나 크게 해놨는지 집에 손님 오는걸 저희집에서도 알 정도 입니다. 올해안으로 제가 이사가려고 준비중입니다.
This-Plus
21/02/09 13:00
수정 아이콘
이사간 집도 그러면 진짜 화나실 듯...
좋은 이웃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브라이언
21/02/09 09:57
수정 아이콘
분양받은 아파트 바로 입주못하고, 우선 전세 줄 계획인데..
내집 보호와, 주변 거주민들을 위해 개 키우는 집은 세주면 안되겠네요
21/02/09 09:59
수정 아이콘
저도 윗집 한번 찾아갔다가 그뒤로 발망치 진동이 더 쎄졌기에 반 포기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이게 심장에 너무 안좋아요 ㅠㅠ
This-Plus
21/02/09 12:58
수정 아이콘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 정말 짜증나네요 흐흐.
스트레스 수치로 치면 진짜 높은 수준인 듯.
플레인
21/02/09 10:08
수정 아이콘
층간소음은 적응이 되는게 아니라 당할수록 예민해지죠. 저는 윗집과 대화를 하려다 실패하고 전쟁을 치른 후 휴전 상태(소음이 많이 없어졌으니 사실상 승리라고 생각..) 인데, 예전 생각하면 진짜 스트레스가.. 힘내세요 ㅠㅠ
메디락스
21/02/09 12:52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도 층간소음 글 올라오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20년 동안 아파트 살았지만 층간소음은 느껴본 적이 없다. 아랫집이 예민한 것도 있지" 라고 하시는 분들이 이 글 좀 봤으면 하네요.
요기요
21/02/10 04:43
수정 아이콘
꼭대기 빌라입니다.
문제는 아랫층 집들 발망치나 소음들이 다 위로 올라오더군요. 한번씩 괴롭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이곳이 생애 살았던 곳중 가장 견딜만합니다. 옛날에 지내왔던 곳들은 죽을만큼 괴로웠음..
로또 1등이 된다는 미친 망상을 꿈꾸며.. 1등 되면 부동산이고 나발이고 월세를 살아도 소음 없는 곳으로만 전진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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