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교회 온라인 모임에서 오갔던 이야기 중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가 방역의 타겟이 되는 상황에 대하여 분개하시는 분들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 답변 드렸던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나름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현재 직장에서 코로나-19 방역 TFT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작성하려고 노력하였으며, 오히려 교회에 대하여 약간 우호적인 스탠스에서 작성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1. 발단

교회 온라인 모임 중 목회자 그룹을 중심으로 중직자 분들의 말씀 중에 현재 방역 당국의 현장 예배 제한 조치를 지키고는 있지만,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까우며, 회사도 정상 운영을 하는데 교회에만 너무 가혹한 조치를 취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저는 왜 교회가 방역의 타겟이 되어야하는지 설명해야 했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2. 코로나-19 확산 경로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코로나-19의 확산 경로는 비말 감염입니다. 비말 감염 확산이 이루어지기 쉬운 환경은 밀접 접촉으로, 비말이 퍼질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마스크 없이 장시간 대화를 하거나, 신체(손) 접촉을 통해 비말이 호흡기로 전파되는 경우 전파 위험도가 매우 높고, 밀폐된 공간에 밀접 접촉이 일어날 경우 전파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반대로 밀접 접촉을 피하기만 하면 전파의 위험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저희 직장 내 감염 사례를 조사한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성 상 밀접 접촉이 빈번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장소에서는 확산의 범위가 매우 넓었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확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3. 집단 별 코로나-19 확산 위험 평가

이런 확산 경로를 고려할 때 전파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은 가족입니다. 가족 간에는 마스크 착용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가족 간 감염 전파가 일어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비난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가족 간 전파는 어쩔 수 없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족 다음으로 전파 위험이 높은 집단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다음의 특성들 때문입니다.
- 예배 시 밀폐된 공간에서 최소 1시간 이상 모여 있는 점
- 여러 사람이 마이크를 돌려 사용하는 점
- 찬송, 통성기도 등 비말을 더 멀리 전파시키는 행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
- 성도 간 교제를 중요시하는 문화로 가족에 준하는 유대감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점

특히 3~4번째 특성은 교회가 유독 강조하는 특성으로 다른 종교에 비해 교회의 확산 규모가 크게 일어나는 원인입니다.
일반 직장과도 구분되는 것이 우리가 직장에 모여 함께 노래부르거나 빈번하게 악수를 하지는 않지요.
또한 교회를 베이스로 변형시킨 이단이나 사이비종교에서 확산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이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4. 현장 예배 제한에 대한 의견

아직도 현장 예배를 강조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라고 하신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모여서 예배 드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웃을 해치는 경우 우리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웃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면 하나님은 싫어하실까요?
저는 현장 예배를 지양하는 것이야 말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실 것입니다.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본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냥 지나가고, 멸시 받던 사마리아 사람은 보살펴주고 치료해주었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왜 그냥 지나갔을까요? 제 생각엔 제사를 드리러 가느라 그랬을 것 같습니다. 제사장은 제사를 주관해야하고, 레위인은 제사를 돕는 사람들이거든요. 나에겐 하나님께 제사라는 중요한 일이 놓여있으니 이웃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겠지요.
하지만 무엇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인지는 성경에 분명히 나와있습니다.


5. 결론

물론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렸다고해서 그 분들이 완전히 수긍하셨냐 하면 아닙니다. 다만, 교회 안에 퍼지고 있는 방역에 대한 음모론과 현장예배 확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저희 교회만이라도 코로나 확산 위험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아질 때 까지 방역 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다음 차례는 백신 접종에 관한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