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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17 08:45:32
Name 강동원
Subject [일반] 느지막하게 귀멸의 칼날 보고 온 이야기 (스포일러!)
타지에 약 4개월간 장기 출장을 나가 있으면서 '설 전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마치고 복귀한다!!!'는 일념하에 미친듯이 일만하다가
기적같이 설 바로 전 날 일을 마치고 연휴를 보내고 이번 주부터 본사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안그래도 타지에 원룸 빌려서 숙박하며 현장 출퇴근만 하는데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서
방에서 폰으로 유튜브 / 트위치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생활을 마치고 나니 영화가 그렇게 보고 싶더군요.

안그래도 귀멸의 칼날을 만화로도 보고, TVA로도 정주행을 했던터라 이놈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퇴근 후 극장에 갔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마음 한 켠이 불편하긴 했는데 이게 막상 가보니 사람이 없어도 너어어어어무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일반관에서 봤는데 한 관에 사람이 저 포함 5명이 다였습니다. 본인(1인), 남자 대학생 친구(2인),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2인)
자리도 마치 서로 보고 잡은 것 처럼 뚝뚝 떨어져 앉아서 코로나 걱정은 많이 덜었습니다.

사람이 워낙 없으니 저 멀리서 친구사이 남자 둘이서 영화 시작 전 대화를 나누는 것도 들려오는데
한 명은 원작을 아는데 TVA만 본 것 같은 사람, 한 명은 원작도 애니도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 같더군요.
한 명이 배경 설명을 시작 전부터 열심히 해주는데 뭔가 나사가 하나씩 빠져서 "그게 아니야!!!"라고 소리치며 껴들고 싶었습니다... 허허허

그런 대화를 듣고 영화 도입부를 보니 '아니 이거 배경 설명은 하나도 없이 그냥 들어가는거야???'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저야 원작을 알지만 원작 모르고 온 저 친구는 이거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알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신경이 쓰이더군요.

대충 본격적인 스토리로 들어가면 [네즈코가 귀엽습니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그리고 하현1의 계획에 대해 관객에게 알려는 줘야 하는데 이게 하현1의 독백으로 처리가 되면서
본인의 계획에 대해 쓸데없이 설명만 줄줄 늘어 놓는데 결국 주인공한테 털리는 빌런의 정석적인 클리셰가 보이니까 좀 가소로워 보였습니다.
신중한 성격이다, 인간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다 이런 이유를 덧붙이긴 하는데 사실 원작을 알고 보나 모르고 보나
이런 빌런은 결국 입만 살아서 나불나불대다가 제풀에 픽 쓰러지는 놈이라는 게 너무 뻔히 예상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액션이야 뭐 유포터블이니까.
직선형인 열차다 보니 젠이츠 분량이 적은데도 등장 씬이 뇌리에 확 박히더군요. 브금도 그렇고.
염주의 강력함도 상현3과의 대결 전에 나름 잘 표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만화로 봤을 때는 하현1 썰어버릴 때 까지 아니 염주는 대체 뭐했냐 싶은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하현1과의 전투에서 탄지로가 꿈 속에서 자기 목을 썰어버리고 계속해서 현실로 돌아오는 부분의 비장함은 정말 잘 살린 것 같습니다.
근데 하현1의 싸움 방식이 너무 원패턴이라 그건 좀 아쉽긴 하더군요.

상현3과의 전투는 '유포터블 이 미친 놈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건 제가 뭐라 써 봤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꼭 보세요.

마지막에 상현3이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티티 할 때 탄지로가 도망치지 말라고, 니가 졌고 염주가 이긴거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데
초딩들 바락바락 악쓰면서 정신승리 하는 모습이 겹쳐져서 좀 깼습니다.
바로 농담과 함께 무게 잡아 주시는 염주님. 오오 마음을 불태워라 오오

아무튼 정말 간만에 본 영화였는데 만족하고 나왔습니다.
같이 본 사람이 있었으면 붙잡고 한 시간은 떠들고 싶었는데 충동적으로 혼자 보러 간거라 꾹꾹 담아뒀다가 여기다 쏟아내고 갑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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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
21/02/17 08:58
수정 아이콘
신도림가서 핸드폰 샀는데 배송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뭐할까 하다가 아무런 정보없이 봤는데... (심지어 주인공이랑 주인공 동생 사연도 영화 관람 5분전 카톡 지인찬스로 알았음) 염주라는 등장인물이 재밌고 귀엽고 멋있고 다 하더군요. 삼인방은 개그컷연출이 영 취향이 아니라.. 비호감... 징징거리는거 시끄러 죽겠네 하면서 봤습니다. 볼만하더라고요
강동원
21/02/17 09:0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봤으면 별 생각 없이 봤을텐데 뒤에서 막 배경설명을 열심히 하는 걸 듣고 나니
보이는 모든 장면에서 '아니 저걸 설명도 없이 막 들어간다고?!?'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그래도 한 30분만 지나면 대충 그런거 필요 없고 오 개쩐다 오오오 이렇게 되긴 할 것 같은데
뜬금없는 개그 씬이 한 번씩 툭 툭 건드릴 것 같고... 크크크
마오카이
21/02/17 08:59
수정 아이콘
전 두번 봤는데 1회차 때는 그냥 가슴찡한 소년 만화였다면 2회차 때는 희생으로 지켜낸 하루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고이더라구요.

특히 엔딩 크레딧에 웃고있는 쿄쥬로를 보니 ㅜㅜ
강동원
21/02/17 09:03
수정 아이콘
아아아 영화 끝나고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시간이 애매해서 바로 나왔는데 역시나군요. ㅠㅠ
이쥴레이
21/02/17 09:00
수정 아이콘
관객 100만이상은 되겠지 했는데 역시 코로나랑
Tv 시리즈 장편이다보니 관객 유입에 한계점이 있네요.
강동원
21/02/17 09:04
수정 아이콘
원작이나 TVA를 보지 않고는 접근이 쉽지 않은 스토리라 결국 입소문으로 퍼져나가기는 힘들 것 같더라구요.
물론 코로나도 있겠지만.
시린비
21/02/17 09:01
수정 아이콘
탄지로 너무 펑펑 울어... 이것이 일본의 신파인가!
여하튼 뭐 솔직히 스토리로만 보면 이야기 중간의 한 단락일 뿐이고 장르적 성취?를 이뤘다고 하긴 뭐하겠지만
액션도 좋았고 볼만했던것 같습니다.
강동원
21/02/17 09:13
수정 아이콘
일본에서 말도 안되는 흥행때문에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감도 있는데
'액션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평작'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2/17 09:06
수정 아이콘
만화를 딱 여기서 끊었는데 여기서부터 애니로 다시 보면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강동원
21/02/17 09:14
수정 아이콘
TVA도 다시 보세요! 하현5랑 싸우는 연출도 미쳤습니다!
21/02/17 09:58
수정 아이콘
출하직전 만화를 애니제작사가 살렸다던데 유포터블이 대단하긴 하나봅니다 후기들 대부분 찬양하네요
덴드로븀
21/02/17 10:01
수정 아이콘
평소에 일본애니에 관심이 없거나 본적이 없다면 모를까 최소 10년이상 일본애니 중 재밌게 본작품이 여러개라면 이번 귀멸의칼날 극장판은 꼭 보셔야 합니다.
21/02/17 10:05
수정 아이콘
귀칼 애니를 안보고 봐도 괜찮나요?
덴드로븀
21/02/17 10:20
수정 아이콘
본편 애니를 보고가야 3배더 재밌습니다. 다 보고 왔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진행시키다보니 사전정보 없으면 저놈들 왜저래?? 라고밖엔 크크
12년째도피중
21/02/17 21:47
수정 아이콘
원작 만화본은 보든 안보든 상관없는데 이전 애니판은 보고가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강동원
21/02/17 10:17
수정 아이콘
솔직히 원작 만화는 진짜 별로입니다.
타지에서 할 게 더럽게 없으니 전자책으로 결재해서 본거라...
하지만 유포터블은 신입니다.
덴드로븀
21/02/17 10:00
수정 아이콘
평소에 저랑 상당히 비슷하게 평점이 나오는 이동진 평론가가 귀멸의칼날 극장판에 별을 3개반이나 줬길래 뭐지뭐지 하고 더 기대했는데

하현과의 전투는 끝날때까지 뭐야 이게 왜 일본에서 난리가 난거지? 하면서 물음표가 한가득이었다가

상현3 출현후는 뭐... 어우야
결국 후반 30분이 너무 잘뽑혀서 전 별 4개반 줬습니다. 크크
일본에서 센과치히로를 충분히 넘을만했구나 싶더라구요.
강동원
21/02/17 10:16
수정 아이콘
제목이 무한열차지만 사실 무한열차는 메인요리 전에 먹는 삼삼한 전채요리죠. 허허
21/02/17 10:11
수정 아이콘
일본 애니 특징이죠. 스토리는 설명추으로 전개되고, 쓸데없는 비장미에 소리 꽥꽥지르고, 결론은 소년들이여 의지로 마음에 불을 태워라~
강동원
21/02/17 10:14
수정 아이콘
그런 뻔한 전개에도 아직 불타오르는 마음을 가졌다면 추천합니다! 크크크
모르는개 산책
21/02/17 10:41
수정 아이콘
그게 싸나이 가슴을 울립니다..
아케이드
21/02/17 12:44
수정 아이콘
그게 소년만화죠
21/02/17 10:13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태양을 왜 피하는건가요?

드라큘라같은 설정인건가요?
강동원
21/02/17 10:14
수정 아이콘
넵 혈귀는 태양에 닿으면 죽습니다.
21/02/17 10:16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웃긴놈들이네요 그럼 달빛받으면 30프로정도는 약해지던가
21/02/17 11:04
수정 아이콘
뭐... 많은 흡혈귀 설정이 그렇듯 달빛은 그냥 넘어가는거죠 크크
강동원
21/02/17 11:29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창작물을 즐기려면 이과적 마인드는 조금 덜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크크크
21/02/17 11:29
수정 아이콘
문과인데 ㅠㅠㅠ 크크크
다레니안
21/02/17 11:23
수정 아이콘
작화도 수려하지만 bgm이 정말 미쳤더라구요.
아카자 전투 bgm은 거진 2주 넘게 계속 듣고 있습니다.
천혜향
21/02/17 14:51
수정 아이콘
유치짬뽕요소는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만화는 애들이 보는거니까요.
하나의 작품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가 귀멸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는 스토리.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동.
러브와 피스는 역설적이게도 절망속에서 가장 빛나는 법.
과하지 않은 액션분량 그리고 삶의 의미와 무게.
인생에 대한 작가의 철학.
이것들의 합이 귀멸의 흥행요소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생 뭐 별거있나요
같이 밥먹고 술먹고 웃다가 잠들면 그만인것을...
12년째도피중
21/02/17 21:48
수정 아이콘
이게 안맞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이게 여자작가이기도 하고....
여자사람 덕들은 남자들이 좀 거슬려하는 부분들을 플러스로 잡는 경우가 많더군요. 여덕들 감상문 보고 그런 생각의 차이를 느낀 일이 꽤 많음. 그리고 대히트를 하려면 자고로 아이들과 여덕들을 잡아야 되는 법입죠. 남정네들 따위... 특히 아재들 따위...
21/02/19 14:57
수정 아이콘
전투장면은 진짜 멋졌는데 탄지로 너무 많이 우는거랑 마지막에 소리지르는건 참기 힘들었어요
클로로 루실후르
21/02/19 21:03
수정 아이콘
저는 탄지로가 절규할때 가장 감명깊었는데...
중년의 럴커
21/02/20 08:35
수정 아이콘
4DX로 결국 봤는데 별로였네요. 주인공이 너무 많이 울고, 마지막 정신 승리는 좀..아닌듯 싶네요.
상현출현 이후 액션도 기대보다는 약했어요. 강철연 마지막 전투장면이 훠얼씬 좋았고, 주인공이
안울어도 시청자가 울게되는 극적인 구성도 훨씬 높았다고 봅니다. 게다가 그건 tv 판이었잖아요.
아마 동일한 예산에 동일한 기술력을 주고 그 마지막 전투에서 결말까지 극장판으로 만들었다면 상
상이 되질 않네요. 게다가 호헨하임. 같은 여자 작가라도 무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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