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미국 SEC는 소위 기관들에게 '13F'라고 불리는 보유지분현황보고서를 분기마다 공시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이를 통해 A라는 기관이 뭘 샀고, 팔았고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1) 13F가 공시되는 SEC EDGAR 시스템 사이트, 2) 자료를 깔끔하게 가공하여 제공하는 사이트, 두 방법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개인들의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측면에서 저는 후자를 추천합니다. 물론 시간이 많고, 13F를 투자 참고자료로 귀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남이 만든 자료보단 본인이 직접 자료를 확인하고 가공하는 게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긴 합니다.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고요.


위 그림은 13F 자료를 가공하여 제공하는 'whalewisdom'이라는 사이트에서 정리한 버크셔해서웨이의 20년 4분기 13F의 캡쳐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버핏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 버라이즌, 쉐브론, 마시 앤 맥레넌이 새롭게 편입되었습니다. 버라이즌과 쉐브론은 단숨에 버크셔 보유 탑10에 들어가는 의미있는 비중으로 말이죠. 버라이즌은 우리나라 기업에 대입하자면 SK텔레콤, 쉐브론은 우리나라 기업 중 오일을 직접 채굴하는 곳이 없으니 비교하기가 어렵고요.

버핏이 비공개로 매수한 종목이 있다고 알려졌을 때 세간에서 그 후보로 테슬라, 구글, 엑손모빌 등 참 많은 예측이 있었는데요. 결국 "버핏은 여전히 버핏이었다"로 끝났습니다. 추가적으로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사인 T모바일도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존 보유 비중 대비 대폭(117%) 늘렸네요.

2. 금융주 중 은행주 매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팔지 않고 있으나 웰스파고와 US뱅코프의 비중을 줄였고, JP모건과 M&T뱅크는 전량 매도하였습니다. 사실 최근 버핏의 행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노우플레이크, 배릭골드 투자가 아닌 은행주 매도라고 봅니다. 버핏은 은행주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인식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죠. 다른 베팅을 보면 리플레이션 사이클을 염두해두는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은행주를 매도하는 것을 보면 버핏의 은행주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일시적인 매도일 수도 있습니다.

3. 화이자, 배릭골드도 전량 매도하였습니다. 특히 배릭골드는 금에 부정적이었던 버핏이 금광회사에 투자했다는 스토리로 작년에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버핏의 변화로 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버핏 영감님의 단타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주가 추이를 보니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을 것 같고, 가치투자계의 반인반신도 단타를 종종 친다는 안주거리 정도로 남을 것 같네요.


정리해보자면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여전히 "버핏은 버핏이다"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크셔 포트폴리오 탑10의 전체 비중이 약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보유 비중 순으로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크래프트하인즈, 버라이즌, 무디스, US뱅코프, 다비타(신장투석 전문), 쉐브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