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은 프로그래머입니다.
나름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항상 일이 많이 있는건 아닙니다.
일이 있을 때는 한달이고 두달이고 폭풍처럼 바쁘지만 없을 때는 엄청 한가합니다.
일이 없을 때 열심히 개인 공부를 하거나 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아닙니다. 일이 없을 때는 놉니다.
논다는 말은 집에서 쉰다는 뜻이 아니라 뇌를 쓰지 않고 시체처럼 있는다는 뜻입니다.
뇌를 슬립 상태로 유지하면서 그냥 눈앞에 닥친 일들만 적당히 처리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최근 그런 바쁜 시간과 한가한 시간이 극단적으로 구분되어 장기간화되면서 재미있는걸 스스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다.
그것은 제 몸무게의 변화입니다.
명백하게 한가할 때는 몸무게가 증가하며, 바뻐지면 몸무게가 떨어진다.
그 차이는 무려 5Kg이 넘었습니다.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에 전혀 변화가 없는데 이정도로 몸무게 차이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의심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일을 하면 체중이 빠질까? 일이 끝나면 다시 살이 찔까?
제 일의 특성상 몸을 움직이는게 아니므로 일을 한다고 해서 운동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운동같은거 전혀 안합니다.
식사? 전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많이 먹는 스타일입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밥먹으면 보람이 느껴져서인지 더 많이 먹죠.
잠을 덜자서?
물론 퇴근 자체는 좀 늦어지지만 취침 시간 기상 시간같은 것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마 한가지 원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뇌의 활동입니다. 제 몸에서 일한다고 좀더 많이 활동한 기관은 뇌뿐인걸요.
실제로 우리의 몸에서 칼로리를 가장 많이 소모시키는 기관은 뇌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뇌는 신체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20% 정도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검색해본 결과 기존의 학설은 우리의 뇌는 공부를 하거나 활동을 할때 좀더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경험적으로 보았을때 맞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을때 배가 고파지는걸 경험해보신 분들 없으실까요?
이것은 뇌가 단시간에 많은 열랑을 소모하면서 혈당치가 낮아져서 이것이 배고픔의 신호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있기는 합니다. 쉬운 문제를 풀던 어려운 문제를 풀던 머리를 쓰는 강도와 열량 소모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학설 중에 어느 쪽이 맞을까요? 저는 전자가 맞다고 봅니다.
일단 전자는 경험적으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연구는 대비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의 경우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경우와 눈만 뜨고 아무 생각도 안하는 경우를 비교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쉬운 문제를 푼다고 해서 뇌를 덜쓰는걸까요?
인간의 뇌는 그렇게 단계별로 동작하는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CPU로 예를 들자면 슬립에 들어가느냐 아니냐 즉 ON이냐 OFF냐만 구별될 뿐이지 켜지면 일정한 클럭으로 작동하는 옛날 CPU인 것입니다. S1, S2, S3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슬립 상태가 조절되거나 클럭 자체가 가변 조절되는 최신형 CPU는 아닌 셈입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분명 인간의 뇌는 사용할 때와 안할 때를 구분해서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뇌를 사용하면 많은 양의 칼로리가 추가로 소모됩니다.
즉 상시로 뇌를 사용하는 상황이 되면 살이 안찔 수도 있다는게 아닐까요?
상시로 뇌를 사용하는 상황이란 어떤 상황일까요?
예를 들면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서 뭔가를 걱정하는 상황도 뇌를 사용하긴 사용하는 것 아닐까요? 사람들은 대개 그런 상황이 되면 살이 빠집니다.
하여튼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고 머리를 써라. 그러면 칼로리가 소모되어 살이 빠질 것이다... 라는 얘기인데 이건 반대로 얘기하면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의미도 되서 살짝 기분이 나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살긴 살은 것 같으니 딱히 반박도 못하겠네요.
하여튼 기왕 머리를 지속적으로 자발적으로 계속 해서 사용하려면 좀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면 안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꿈과 야망을 가지고 계속해서 그걸 실천할 방법을 궁리한다던가?
열심히, 치열하게, 뇌를 on시킨 시간을 오래 유지하면서 살면 진짜 살이 빠질까요?
그럼 뇌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뇌의 구조는 약 10%의 뉴런 세포와 나머지 90%의 각종 신경아교세포로 이뤄져있다고 합니다. 이중 신경아교세포는 뉴런 세포를 자리잡게 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동작한다고 하며 우리가 소위 말해서 뇌를 쓴다고 할때 딱히 추가적으로 활동하거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뇌를 사용한다는 것은 뉴런 세포 그 자체가 활동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뉴런 세포의 활동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이미 시냅스가 접속된 뉴런 세포끼리 신호를 주고 받는 것, 그리고 뉴런 세포끼리의 시냅스 연결을 바꾸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것저것 뭔가 하는게 더 많은 시냅스 연결 변경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즉 뇌를 사용해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은 뉴런 세포간의 시냅스 연결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시냅스 연결이 변화되지 않으면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는 것이죠.
그럼 뇌의 시냅스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컴퓨터에는 뉴런 세포간의 시냅스 연결을 흉내내서 만든 신경망(뉴럴 네트워크)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저도 소싯적에 취미로 신경망 프로그래밍을 해서 이것저것 (주로 주식 차트)를 학습시켜본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의 경험을 되새겨 생각해보자면 신경망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한가지, 또는 비슷한 데이터만 반복해서 입력시켜 학습하는 경우 시냅스의 연결 패턴은 어떤 한가지 모양새로 수렴하며, 그 연결 강도는 점점 더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으면 시냅스의 연결 패턴은 바뀌지 않습니다. 최적의 연결 패턴에 도달하지도 못하죠.
전 한 회사의 주식 차트를 신경망으로 반복 학습시키면 시킬수록 신경망이 더욱 똑똑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또는 비슷한 데이터를 반복시키면 시킬수록 신경망의 연결 모양새는 변하는게 아니라 어떤 한가지 모양새로 고정되어 연결강도가 강해지기만 했고 나중에는 다른 데이터를 입력해도 현재 유지된 시냅스간 연결강도가 너무 강해져서 더 이상 연결 구조가 바뀌질 않더군요... 그 신경망은 버리고 다시 학습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연결 강도가 지나치게 고착화된 시냅스간의 연결은 충분한 많은 양의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해서 학습시키지 않으면 어지간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겁니다.
이걸 실제 뇌에 비춰 추측해본다면, 뇌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시냅스간의 연결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면, 같은 데이터의 반복 입력은 도움이 되지 않을겁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자극, 새로운 입력이 있어야만 시냅스간의 연결에 변화가 발생할 것이고 그래야만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이 빠지겠죠.
더군나 인간의 뇌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시키기만 하면 되는 편리한 물건이 아니겠죠. 설사 눈앞에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입력되지 않습니다. 뇌의 시냅스 패턴은 바뀌지 않고 에너지 소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어릴 때의 뇌는 신체가 받아들인 칼로리의 35%까지도 소모한다고 합니다.
그런 것이 나이가 들면 20%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죠.
이것은 그만큼 어릴 때의 뇌가 유연하고 시냅스 연결의 변화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걸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나이가 먹은 우리의 뇌는 이미 시냅스 연결 패턴이 고착화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지금까지와 어제까지와 다를 바 없이 오늘을 생활하는건 고정된 시냅스 패턴을 유지하면서 그저 신호를 흘려보내는 것일뿐..
어린 시절처럼 열린 마음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나갈 수 있다면 우리 뇌의 에너지 소비양을 기존의 20%에서 35%로 올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입력과 자극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 제일은 아마도 [창조]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는 할 수 없었던, 또는 해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우리의 뇌를 활동시키게 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활동이 아닐까요?
그러한 노력이 결국 우리를 날씬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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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주 옛날에 아무도 안찾아오는 개인 블로그에 끄적였던 글인데
다시 읽어보니까 너무 웃겨서 공유할까 하는 마음에 올려봅니다.
내가 이런걸 썼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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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많이 나아간 생각을 지금 하고 계신가요? 전공자 아닌 이상 저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을것 같은데요. 그래서 퍼오신거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뇌가 쓰는 칼로리를 가장 많이 할당 받는 곳이 컨텍스트 스위치일까요 씨피유 점유율을 극한 메모리도 극한 네트워크도 극한일까요 흐흐..확실한건 뭔가에 신경을 많이 쓰면 빨리 허기진다는 것...자세한 조사는 특이한 실험을 자주하는 특정국가(주로 영국?)가 해줄거라 봅니다!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 그런 경험을 하고 있거든요. 새로운 글을 작성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가벼워지고 활성화되는 느낌. 뇌 활동도 운동이구나 느꼈습니다. 일상적인 매너리즘 속의 일은 해당이 안되어요. 생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치매도 방지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