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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03 22:09:40
Name Avari
Subject [일반] [육아] 37개월 딸이 크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늦게 어렵게 가진 딸이 무럭무럭 자라 37개월 보름정도 됐습니다.크게 아픈 적도 없고 이쁜짓이 늘어가니 좀 고되도 힘들지는 않다 라고 30개월 즈음에 써 놓았더군요. 지금은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어서 힘이 엄청 세지고 말빨도 늘어서 고달픕니다만 그래도 딸을 볼때면 웃는 얼굴 유지하려고 합니다.

유도분만 2박 3일 했는데 진통은 1도 안 느끼고 제왕절개 수술팀 퇴근 3시간 전에 수술 결정해서 태어난 제 딸은 시아버님의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아니라 아빠가 나왔다고. 그랬던 딸이 이제 슬슬 제 얼굴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큰고모할머니가 생각이 나면 어쩌라는 건지. 3대가 뒤꼭지까지 똑같은 이 웃픈 상황. 유전자의 힘은 강력합니다.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지만 제 딸도 만만치 않게 빨리 커요. 벌써 미운 네살이라니. 미워병 싫어병 혼내줄거야병 나도병 안해병 차례로 투병에 들어가 지금은 와병중입니다. 이거 백신 안 나옵니까?

연휴 동안 할아버지 본가 옆에서 밥도 잘 안 먹고 온 몸으로 민감함을 뿜뿜하더니 샤인 머스캣 한송이를 혼자 숨도 안 쉬고 우걱하는 게 귀여워 보이면 제가 중증인 거죠. 인정합니다. 엄마가 안 먹고 자기만 보고 있으니 하나 떼어 제 손에 쥐어줘서 감동했는데 다 먹어가서 다섯알 남으니 냉큼 그것도 입에 넣는 게 이쁘니 말입니다...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거겠죠. 대신 아빠 지갑은 지켜줄 수 없겠군요.

친정 조카가 일곱, 영유아보육학을 복수전공한 덕에 첫아이인데도  키우는 건 그닥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돌때쯤 물려받은 그림책을 네권 돌아가며 읽어주다 더 크면 어떤 책을 읽어줘야 되나 고민하게 되더군요. 제가 원체 책을 좋아한 데다 제 아이도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서 고르고 골라 책을 사 주었고 읽을 때는 동화구연사 못지 않게 읽었어요. 제 오바가 통한 건지 아이는 책을 무척 좋아하고, 타요에 충성하는 요즘도 좋아하는 책을 꺼내와서 탑을 쌓습니다. 노래도 안 하는 제 목에는 결절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말이 많아져서 귀가 따가워요..

엄마 껌딱지인 제 딸은 잘 때도 제 귀를 꼭 쥐고 잡니다. 아빠쪽 보고 누우면 바로 우는 소리가 들리고 돌아보면 못생겨져 있습니다. 엄마와 애착이 잘 되면 네다섯살때 잘 떨어진다 하니 그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설마 마흔 되서도 이럴까싶어 지금은 잘 받아줘요. 이게 아빠에게 위협적이었는지 아빠 꿈에서 15년 동안 엄마는 내꺼야 라고 했다는데 중2병이 얼마나 과격하게 오려고 그러나 무서워요.

오늘 보는 제 아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어릴 때죠. 오늘의 아이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가 제 보육 신념입니다. 제가 힘들어도 놀아줄 때는 엄마랜드로, 책을 읽어줄 때는 동화구연사로,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는 키즈 카페에 온 마냥 열심히 놀아줍니다. 그렇게 하니 제 속의 어린 아이에게도 위로가 되더군요.

결혼은 미친 짓이고 육아는 가치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개개인의 가치관을 획일적으로 판단내릴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린 새 생명이 생겨나고 탄생하며 성장하는 것은 절대적 가치를 매길만 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똥강아지 일등이신 우리 딸은 낮잠도 안 잤으면서 안 자겠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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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공원
21/03/03 22:14
수정 아이콘
160여 개월 딸아이 학부모 : 즐기실수 있을때 많이 즐겨 두세요
사춘기 여중생은 지옥입니다.
21/03/03 22:22
수정 아이콘
낮잠도 안 잤는데 밤에 안 자는 건 국룰 어긴 거 아닙니까?
나른한오후
21/03/03 22:25
수정 아이콘
22개월딸이 안아달라고 하루종일 보채는데
허리나가 겠..
미운네살및 그뒤 각종 병이 걱정되네요.
지금도 하는거 말리거나 뺏으면 눈물이 자동으로 뚝뚝.. 땡깡발동 패시브 스킬도 아니고 으아!!!
홍콩야자
21/03/03 22:29
수정 아이콘
22개월 부럽네요. 이젠 둘째도 너무 커버렸네요.
뒤뚱 뒤뚱 걷는 아기들 보면 셋째 생각이..
21/03/03 22:30
수정 아이콘
37개월이라...

좋을때 입니다 ^_^
하우두유두
21/03/03 22:30
수정 아이콘
30개월딸 방금 재웠네요. 고추밭에 맴맴 떳다떳다 비행기 산토끼 한 수십번 불렀네요 크크
내년엔아마독수리
21/03/03 22:36
수정 아이콘
이제 개월수도 가물가물하네요. 43개월이었던가...?
아내가 빠른 직장 복귀를 원해서 무려 8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겼었는데 어느새 왕고가 되어 졸업했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갈아 온 똥귀저귀의 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근데 이 콩알만한 게 진짜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거 맞냐...
2021반드시합격
21/03/03 22:42
수정 아이콘
각종 어린이병들 보니
네이버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생각나네요 크크크
혹시 안 보셨으면 강력 추천합니다
육아의 이응도 모르는 제가 봐도
재미있고 감동이더라고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글쓴님도 남편분도 따님도
건강하게 넘기시길 바랍니다.
Grateful Days~
21/03/04 07:40
수정 아이콘
최고의 육아웹툰이죠.

웹툰 출처에 논문이 좌라라락..
고분자
21/03/03 22:54
수정 아이콘
과일 채소 잘먹는 애들이 부럽네요 응급실가는일없이 건강히 잘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꺄르르뭥미
21/03/03 23:03
수정 아이콘
다섯돌 방금 지난 아들을 키우는데 세돌에서 네돌 사이가 귀여움의 전성기같습니다. 즐기세요!
구동매
21/03/03 23:28
수정 아이콘
10살8살 아들 둘인데
살면서 가장 아쉬운게 있다면
우리 아들들 어렸을때 (지금도 이쁘지만)
이쁜지 모르고 지나온거에요 (그떄도 지금도 엄청이뻐했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며 보내세용
금방갑니다 시절...
나래를펼쳐라!!
21/03/03 23:48
수정 아이콘
15개월 아들 하나 있습니다.
저 언제 고달퍼지나요??
21/03/04 00:36
수정 아이콘
아내 배 속에 아기 있습니다. 떨리는군요.
This-Plus
21/03/04 00:55
수정 아이콘
470개월 된 아들입니다.
울엄마는 이제 별 재미가 없다고 하시네요...
포졸작곡가
21/03/04 01:02
수정 아이콘
37개월 따님 집에 계십니다...

맨날 아빠 미워~ 저리가~!! 으앙~!!
아이고배야
21/03/04 02:10
수정 아이콘
태어나 모든 효도를 다한다는 4살까지의 시기군요 부럽읍니다..
21/03/04 03:29
수정 아이콘
11살 8살이지만 아직까진 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 크크크
21/03/04 04:32
수정 아이콘
만 6살 딸, 만 3살 아들 둘인데, 더 좋을때는 둘째가 어느 정도 커서 누나랑 같이 놀만 할 때 둘이 알콩달콩 놀면서도 금방 서로 투닥투닥 소리지르며 남탓하는 현실남매를 보여주면 그냥 웃음만 납니다 크크 하나만 낳았으면 이러한 훨씬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몰랐을 것 같아서 아내랑 둘째 낳아서 정말 너무 다행이다를 매일 반복합니다 크크
지니팅커벨여행
21/03/04 08:24
수정 아이콘
저도 큰 딸이랑 둘째 아들이 3살차이 나는데 둘 아니었으면 개인 시간은 애 중학교 올라갈 때까지 없을 뻔 했네요.
둘째가 어렸을 땐 큰애랑 맨날 놀아 줘야 해서 단 5분도 스마트폰 볼 시간 조차 없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둘이 놀게 하고 방에서 게임도 하고 그럽니다 크크크
바로 지금이 둘이서 재미있게 노는 법을 알려줄 절호의 기회예요!
Hammuzzi
21/03/04 05:04
수정 아이콘
통잠을 자본적없는 130일 아기엄마 입니다. 잠퇴행기, 분유 정체기 덕에 접종때 날밤새고 이후 일주일 간 잠을 한시간반이상 자고있지 못하고있는데요, (지금도 밤 10시서부터 1시간 마다 깨서 우는 애 겨우 재웠고요) 힘들어서 미쳐버릴것 같은데 애가 너무 예뻐요. 중증인가요 크크
스컬로매니아
21/03/04 06:22
수정 아이콘
엊그제 갓 돌 지난 남아 키우는 입장에서 요 근래 자게 육아글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육아전쟁에서 언제나 을 입장인 부모님들 다들 힘냅시다
[결혼은 미친 짓이고 육아는 가치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개개인의 가치관을 획일적으로 판단내릴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린 새 생명이 생겨나고 탄생하며 성장하는 것은 절대적 가치를 매길만 합니다.]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21/03/04 07:17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보면 셋째 뽐뿌가 오지만, 이미 서비스업으로 전직해서...

정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엄청난 일이에요. 전국의 엄빠들 화이팅입니다.
Grateful Days~
21/03/04 07:42
수정 아이콘
딴사람들한테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야지.. 이렇게 이야기는 안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나이들어서 이제서야 49개월짜리 애를 키우니 체력은 달리지만 저녀석이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네요.
벌점받는사람바보
21/03/04 09:18
수정 아이콘
나이 먹으니까 애들이 귀엽게 느껴지긴 하더군요 크크
21/03/04 10:02
수정 아이콘
151일차 부모입니다 좋은 글과 좋은 댓글들 보면서 힘이 많이 됩니다 육아선배님들과 동지님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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