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싫었다. 감히 내가 너를 먹여살리는데, 이 새끼들은 내가 지 밥을 책임져주는데도 감히 나를 지와 동류로 여긴다고 한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진짜 싫다.
그러던 중 유투브로 어느날 꼬부기아빠 채널을 알게 됐다. 열라귀엽더라. 먼치킨이라는 종도 그때 알게 됐다.
그뿐이었다. 이 건방진 놈들을 실제로 접하기는 싫었다.
그러던 중 인사발령을 받았다.
음, 내가 발령을 받은 곳은 내 직장 중 상당히 외곽이며, 직장의 산하기관 같은 성격을 가진 별도 사업자를 가진 곳이었기에
자체 계약직들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다.
발령을 받고 가니 그 곳 주차장에 고정 2생명체와 부고정 1생명체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밥을 주는 이까지도(계약직 여직원)
처음엔 신경도 안썼다.
동물 자체를 좋아하기에 가끔 보이는 길냥이(위의 고정생명체와 부고정생명체)들이 귀엽기는 해도 그냥 있구나하고 지나갔고,
그들또한 길냥이답게 매우 경계심이 심했으며, 절대 다가오지 않았다. 계약직여직원은 가끔 먹이를 줬지만 그뿐이었다.
근데 그 계약직분은 기간만료로 퇴사를 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길냥이들은 버릇때문인지 계속 주차장을 찾았다. 어느순간 그러다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다른 계약직남직원(거의 갓 대학을 졸업하며 자기도 고양이를 키우는)도 가끔 밥을 주었는데,
어느날 주말출근을 했을때 야옹 거리는 걔들이 눈에 띈것이다.
그러다가 밥을 주게 되었다.
이놈의 길냥이들은 정말 배은망덕했다.
밥을 내가 주는데도
지들 배고프면 야옹거리다가도.
내가 나타나면 쏜살같이 어디론가 도망가고,
내가 마치 지들 식량공급배달부 같았다.
그렇게 2년여가 흘렀다.
위에 적은 고정2녀석은 난 노랑이, 하양이로 부른다. 하양이는 노랑이엄마다.
그리고 부고정1녀석은 난 놀부라고 부른다. 하양이남편이자 노랑이 아빠다(위에 말한 남직원이 그렇게 알려줬다. 진실은 모른다.)
노랑이녀석은 첨에 엄청 찡찡거리더니 한 1년쯤 지나고서 맘을 열었다. 다가가도 안 도망가기 시작한....것이라고 착각했으나 딱 1개월간
엥기더니 지금은 매우 도망간다. 거의 만질수 있는건 한달에 1번 될까말까...
문제는 하양이다. 성깔이 진짜 드러운게 분명 내가 밥을 주는데도, 심지어 배가 고프면 야옹거리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엄청난
하악질을 해댔다. 색깔도 하예서 이쁘고 사실 울음소리도 매우 귀여워서 얘랑 노랑이가 허락만 한다면(=안도망간다면) 집에 잡아서 키우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년(....)이 하악질을 덜하기 시작했다.
밥을 준지 2년만에...드디어 몸을 허락하시 시작.
언젠가. 등을 쓰다듬었는데, 아니 몸에 손이 갔는데 하악질을 안하던 그 희열을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등도 쓰다듬고, 머리도 쓰다듬고 가끔 꼬리도(...) 쓰다듬다보면 누가 들어도 화가 난 야옹 소리를 하는 하양이가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다.
사실 그 이후로도 나름 지딴에는 선을 넘었는지 손바닥 1회, 손등 1회의 기스자국이 있기는하다.
(한번은 하이파이브도 아니고 손바닥 안녕했는데 내 손바닥을 갈겼고, 한번은 배를 찌르다가 내 손등을 갈겼다)
그래도 2년반이라는 시간동안 밥을 주다보니 맘을 허락하긴 하는가 싶어 기쁘긴 하다.
어느새 정도 들어 설이나 추석연휴같은 장기연휴가 끼면, 본가를 내려가서도 다시 이곳(청주)로 차를 타고와서 밥을 주고 가기도 한다.
어느새 맛집으로 소문났는지, 비거주 고양이도 늘었고(있는 곳이 교육기관 비스무리라 길냥이들이 매우 많다.)
다리건너 시장 길냥이인 꼬짧이(주인행세해서 내가 매우 싫어함), 본사에 가까운 길냥이인 턱시도(츄르를 손가락에 짜면 손가락을 핥아먹는다. 매우 쫄보라 누구에게나 치인다). 체구도 왜소하고 가장 겁쟁이인 고등어(고등어고양이고 상당히 자주오지만 진짜 소심하다)
그리고 이번 주말부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외눈이(눈이 하나더라,....)
교육기관같은 곳이다보니 학생들한테 이쁨도 받고, 아마 급식소 짬도 많이 먹다보니 길냥이가 상당하다.
그래도 이 길냥이들은 스트레스 받아서 밖에 바람쐬러나오다보면 위안이 되주곤 한다. 특히 하양이는 정말 털도 너무 보드랍고
울음소리가 정말 귀엽다. 길냥이들 수명이 길지 않다고 하는데, 이 놈들이 얼마나 살진 모르겠다. 사실 두달전에 너구리(...........)가
출몰해서 상당히 긴장한 적도 있었는데 이젠 없는 것 같다. 내가 다시 본부쪽으로 언제 발령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얘들이
살아있을까? 아니면 내가 간 이후에도 얘들이 살아있을까? 모르겠다.
특히 노랑이 너, 너만 좀 더 나한테 안도망가면 둘다 잡아다가 집에서 키우고 싶은데....오늘도 찡찡거리더니 눈만 마주치면 도망가더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