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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8 08:17
아랫글에서 다루는 논의에 포괄된다는 점에서 본문보다는 댓글로 쓰시는 게 적당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글을 쓰셨으니 쓰신대로 받자면..
지적하신대로 일진회는 단순한 친일파 패거리라고 쉽게 치부하기는 힘들죠. 그보다는 동학잔당 분파 중 일부가 어떻게든 생존하고 세를 확장하기 위해 합당 파트너를 찾고 찾으면서 일진회라는 명맥만 간신히 남은 거진 페이퍼조직에 가까운 곳의 명의를 빌려서 친일색채를 띤 대중운동을 했고, 족보상 동학 인사 중 안 엮인 인사가 없다 이 정도. 그래서 항일 애국적인 개화 민족주의와 친일 흥아론 사이의 경계가 늑대와 개의 시간만큼 흐릿하다는 말을 할 수는 있고요. 물론 그 안에서 구별이 불가능한 것까진 아니지만 애국자와 친일파가 연속적인 스펙트럼상에 있었으며 서로 다 통하는 처지였다고 할 수는 있죠. 안중근만 해도 동양평화론에서 러일전쟁 가지고 쓴 대목 보면 거의 LCK가 중국팀 상대로 펜타킬 낸 것에 흥분한 김동준마냥 넋놓고 일본 격찬하죠 크크. '야 근데 간지나게 이겨놓고 우리에게 이러면 쓰냐'라고 쓴소리 하기는 합니다만 동양평화론이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교과서 같은 데에 발췌 잘 안 되는 이유가 괜한 게 아니기는 하죠.
21/03/08 08:20
손병희의 변화는 상당한 세월에 걸쳐 이루어졌지요.
글쓴님의 변화는 상당히 짧은 시간에 걸쳐서 생겼구요. 손병희만큼 급변하는 외적 변화와 내적 고찰에 따른 것인지, 그저 상황만 바뀌면 자발없이 이리저리 바뀌는 것인지, 앞으로는 또 어찌 변할지, 손병희보다 더 궁금하긴 하군요.
21/03/08 08:30
밑에 어떤분이 댓글로 이광수가 떠오른다고 하시던데...
예전 좋은 역사글을 써주시던 분이 갑자기 돌변해서 조국을 비난하고 일본을 찬양하는 행적을 보며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21/03/08 08:46
이광수도 있고 윤치호도 있겠죠.
이 분 글을 쭉 봐오고 공감대도 꽤 많이 느끼고 있지만 바로 아랫글은 아 이건 좀... 하는 느낌이네요. 저 책이 일본이 한참 1873년 쯤, 강화도 조약으로 저 책에서 경계하던 제국주의적 행동을 하기 전에 쓰여졌다면야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진 책이라고 보겠지만 정작 저 책은 1893년, 제국주의화가 진행된 일본이 청을 명백히 적대국으로 삼고 조선을 삼키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던 시절에 쓰여졌단 말이죠. 말 그대로 사고를 치고 그 사고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거짓 명분을 쌓는 모습으로밖에 안 보여요. 그저 저 번역한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본이 이미 그들이 싫어한다는 서구의 힘 중심의 세계관에 취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특유의 깨끗한 척 보이기를 위해 대동이라는 보기좋은 허울을 뒤집어 써 보자는 것 뿐인듯 합니다. 현재의 우리도 일본의 행동을 마냥 고운 눈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저 글에서처럼 겉과 속이 다르고 행동과 말이 다른 것을 지금도 계속 보고 있기 때문인데, 글쓴분의 저 아래 글은 그런 시각을 가진 분들의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아예 기름을 부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21/03/08 09:05
근데 뭐 그럼 우리는 겉과 속이 똑같냐? 싶습니다. 그냥 국제정치는 그런 거라는 걸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더 치밀하게 겉과 속을 속여가며 살아남을지를 고민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21/03/08 09:16
말씀하신 것도 맞아요. 당장 21세기의 우리만 하더라도 북한 관련의 스탠스를 보면 입으로는 동등하게 통일되어야 할 동포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경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식민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실로 적지 않기도 하고...
19세기의 지구건 21세기의 지구건 실제로는 실리를 따지면서 입으로는 명분을 잘 둘러대서 국제적으로 어그로를 끌지 않는 동시에 이득을 취하는 게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았죠. 아마 글쓴 분도 넓게 보면 그런 견지에서 저 아랫글을 올리셨던 게 아닌가 싶고.
21/03/08 09:02
당시 손병희의 행적은 '친일'이 아니라 '용일(用日)'로 봐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야규 마코토 교수의 글을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sichunju/750
21/03/08 09:15
어리석은 손병희, 감희 일본같은 강대국을 이용하며 줄타기를 하려 했으나 결국 나라잃은 실패자
정도로 해석하면서 역사의 누군가에게 현대의 누군가를 대입시키기위한 근거를 마련해나가시는 건가요? 지난 게시글 댓글에서는 안타까웠는데 이번 게시글에서는 안쓰러움을 넘어서 포기와 무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군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만은 꾸준히 어느 지점에 맥이 닿도록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자면 참...... 이 게시판에도 교수와 관련 학계 학자들이 상당수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포네그리프라도 갖고 있지 않다면 역사를 아는게 당신만이 아닐텐데요
21/03/08 10:45
손병희야 당시 종교집단 수장이었는데 손병희가 뭘 어떻게 하든 한일합방을 막을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주도적인 위치도 아닙니다.
을사오적으로 대변되는 관료들의 판단 하에 일본에 병탄이 된 것인데 그런 기득권 고위 관료들과는 별개로 친일적 사고가 당대 지식인이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었던 지푸라기 같은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21/03/08 09:15
손병희나 안중근 뿐만 아니라 아나키스트 박열 같은 이도 기타 잇키에게 잠시 의탁하기도 했고... 쑨원과 흑룡회의 관계도 잘 알려져 있고 친일이나 반일이냐 단순 흑백으로 그 시대 공간의 사람들을 재단하려는 것은 지금 PGR러 들을 친중이냐 친미냐(혹은 종북이냐 반북이냐)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부질없는 일 아닌가 하네요
21/03/08 09:24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이유는 강조하신 1번 이유와 더불어 영미의 지원이 결정적 아니었나요?
2번이유는 그야말로 조선인 다운 형이상학적인 논거네요. 굳이 강조까지 하실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21/03/08 09:40
제가 역사에대한 조예가 깊지않아 이분글을 잘 보고있었는데, 다른분들의 피드백을 보고있자니 한쪽으로 치우치는건 역시 참 위험하구나 라는 생각이듭니다. 주관적이거나 잘못된생각에 빠지는건 쉽구나 라는 생각도 같이요.
21/03/08 10:54
개인적으로는 친일과 친일반민족을 역사교육때부터 잘 구분해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은 구분이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냥 친일=친일반민족 으로 동치시키는 순간 설명이 안되거나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는 내용이 너무 많아요. 뭐 이점에 있어선 한국도 한국인데 진짜 친일 반민족에 매국을 한 중국 공산당은 나중에 어떻게 평가하려나 싶기도 하구요.
21/03/08 11:04
제가 좋아하는 강사님은 그 마지노선을 러일전쟁으로 보시더군요.
러일전쟁 이전까진 희박한 가능성에라도 걸어보는 거고, 러일전쟁 이후로는 [진짜]인 사람들이구요.
21/03/08 13:04
거기에 선을 정하는 것도 사실 따지기 시작하면 애매한 일이긴 합니다만
그 정도 선이라도 긋는게 어딘가 싶습니다. (수정) 누구 때문에 그런 기준을 정했는가를 곰곰히 생각하니 딱히 선을 긋는 것도 아니겠군요. 아마 안중근일테니까요.
21/03/08 10:58
한 젊은 지식인의 흑화를 처음부터 실시간으로 지켜보는것 같아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너무 폭주하진 마시고 다른사람의 피드백을 차분히 생각해보시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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