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심심하면 영어나 일본어로 된 영상을 자주 보는데, 가끔은 듣기만 하기보단 말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근데 사실 주변에 편하게 얘기할 외국인이란게 굉장히 찾기 힘들잖아요?
또 그런 사람을 만나도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해서 정작 외국어로 말 할 기회가 잘 없습니다.
그래서 뭐 앱으로 할만한게 없을까 찾았습니다.
시중에 언어교환앱이라 하면 보통 Hellotalk이나 Tandem이 제일 유명합니다. 둘 다 언어교환 파트너를 만들고 계속 교류해라! 라는 컨셉이지요.
근데 전 뭔가 저런게 별로였습니다. 제가 하고싶은건 단지 넘쳐흐르는 스피킹 욕구(?)를 위해 되든 안되든 막 씨부리고 싶은거지, 외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은게 아니었거든요. 어느세월에 프로필 꾸미고 친추 신청하고 서로 스케줄을 조율하고 얘기까지 합니까.
난 지금 당장 말하고싶어서 좀이 쑤신단 말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1.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말하고 끊을 수 있을 것
2. 고정된 파트너, 인간관계를 만드는게 아니라 그냥 대충 아무나하고 하는 것
이 둘이었습니다.
사실 클럽하우스를 하고싶었는데 안드로이드 유저라 못써서 딴 거 찾다가 찾았습니다.
잡설이 길었고 본격적으로 lingbe 이야기입니다.
lingbe는 간단하게 보이스 랜챗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모어, 배우는 언어를 설정한 다음 오는 콜을 받거나 내가 걸면 누군가와 연결이 됩니다.
콜은 lingos(이하 코인)라는 재화를 매개로 하는데 이미지 상단에 노란 동전이 저겁니다. 콜에 가렸는데 밑엔 보유량이 있습니다.
내가 네이티브에게 콜을 걸면 분당 10코인씩 내고, 반대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누군가의 콜을 받으면 분당 6코인씩 쌓입니다. [남을 가르쳐줘서 코인을 벌고 그걸로 너도 가르침을 받아라!]라는 거죠. 심플하기 그지없습니다.
네이티브 말고 학습자끼리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서로 분당 2코인씩 나갑니다. 그러니까 어느 콜이든 링비에서 세금 명목으로 4코인씩 떼가는거죠.
내가 콜을 걸고 싶을 땐 하단 중앙 New call을 누르고 언어를 고르면 되고, 받는 건 스샷에서 보듯이 위에 오는 알림을 누르면 됩니다.
통화가 끝나면 영원히 땡!은 아니고 유저평가 후 친추도 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면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까지가 소개였고 제가 느낀 장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1. 내가 하고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제일 큰 장점입니다. 뭐 남 스케쥴 이런거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냥 내가 심심할 때 바로 하면 됩니다. 물론 이상한 새벽시간대엔 잘 안잡힙니다만.
2. 딱히 장기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물론 친추해서 오래 교류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콜 끝나면 빠빠이입니다. 그러니까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요. 얘기하다 마음에 안들면 적당히 끊고 나가면 되고, 인간관계 유지하는데 굳이 힘을 안 빼도 됩니다.
3. 한국어는 꽤 수요가 많은 언어다.
사실 전 노래도 잘 안듣고 드라마도 안봐서 시큰둥했는데, 한류의 영향력이 꽤 큽니다. 켜놓으면 꽤 자주 콜이 와요.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 배우려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주로 동남아 쪽에서요. 콜을 받아 코인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개꿀이죠.
그리고 또 하나, 잘하는 사람도 은근 있지만 비기너 레벨이 많습니다. 결국 기초적인 한국어로 좀 얘기하다가 영어로 넘어가거나 한국어나 영어를 섞어 쓰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전 코인도 벌고 영어 말하기도 하니 일거양득이죠. 영어 원어민이 아니더라도 보통 영어는 다 잘해서 좋습니다.
4. 이상한 사람이 적다.
Hellotalk이나 Tandem같은 경우는 사용자가 많다보니 여러가지로 이상한 사람이 많은데, 링비는 플레이스토어 기준 50만 다운밖에 안 돼서 진짜 관심 있는 사람만 쓰는 느낌입니다. 랜덤 매칭에 말하기 기반이라 더 그럴 수도 있고요. 간혹 몇 마디 하다 바로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냥 바로 다음 콜로 넘어가면 그만이고요.
[단점]
1. 코인 벌기가 귀찮다.
내가 쓰는 코인은 분당 10개인데 버는건 분당 6개입니다. 대략 1.8배를 더 한국어로 이야기해야한단 것이죠.
얘기하다 코인 떨어지면 자동으로 끊깁니다. 신나게 일본어로 얘기하다 끊기니 참 허탈하더라고요.
영어를 자주 써서 좋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한국어를 도와주는 개념입니다. 특히 한국어 실력이 애매한 경우가 좀 힘듭니다. 말하고 싶은 걸 알아듣고 교정해주고, 말 할 때도 또박또박 쉬운 단어, 문장으로만 말하는게 참 어렵더라고요. 원어민이기에 오히려 초심자의 수준이 어느정돈지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그런 느낌.
아, 코인이 부족하면 현질하거나, 멤버십에 가입하면 콜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근데 굳이 돈 쓸거면 더 좋은 앱이 많기에.
2. 장기 연락에 불편
장점이라 해놓고 단점이라 하긴 뭣하지만, 어쨌든 얘기 하다 보면 괜찮은 사람이 있습니다. 근데 친구라도 연락하는데 콜비 깎아주고 이런거 전혀 없어요. 얘기 해야하는데 쌓인 코인양 가늠하면서 하는 것도 꽤나 귀찮은 짓입니다. 근데 이건 그냥 친해지면 딴 플랫폼으로 옮기면 되는 일이라 큰 문제는 아닙니다.
3. 잘 끊김
통화를 하다보면 중간중간 끊기고 재연결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연결이 안 돼서 기다리다 못해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상대 인터넷 문제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서버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4. 일본인이 적음
전 콜을 보통 일본인에게 거는데 연결이 잘 안됩니다. 시간대 문젤수도 있지만 딴 언어에 비해 확연히 적습니다. 여러번 걸어봤는데 사실상 제대로 한 건 한 명 뿐이네요. 아, 일본어를 연습하려는 외국인은 많습니다.
이정도 입니다.
이걸 하면서 느낀건... 제가 은근 수다쟁이라는 것과 사람과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거였네요.
특히 이래저래 신경쓸게 적으니 거리낌 없이 얘기해서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으윽, 마음의 준비가 부족해!' 같은 때도 막상 받고 얘기하다보면 신나서 한참을 떠들던 저를 볼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여러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꽤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좀 더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거의 안알려진 앱인데, 관심 있으면 한 번 써보세요. 가볍게 할만합니다.
당연하지만 광고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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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어 학습 관련 영상을 많이 보는데, 처음 그 썰 듣고 진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크크크크.
사실 저도 '외국어를 잘하고싶다!'라는 마음이 아예 없는건 아닌데 그냥 심심풀이 재미로 합니다.
재미만 있으면 꾸준히 하게 되고 결국 실력도 늘더라고요. 부담 안가지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언어나 습관 같은 게 조금씩 달라서 오히려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아요.
편한 사이끼리는 어느 순간 상대방에 대한 배경지식+기초적인 언어 지식+본래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발음, 언어들이 익숙해지는 레벨에 도달하면서 성장이 멈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