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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19:45
아무래도 야만의 교정에서 상처 입은 채 자란 분들이 저 포함 많이 있는듯 합니다. 돌이켜 보면 분명 좋았던 기억도 많은데 당시의 야만성에 매몰돼 간혹, 아니 영영 잊어 버린 것 같습니다.
21/03/18 20:06
저세상 미친 필력이 담긴 글이네요 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읽었습니다.
좋은 글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보내는 데 익숙한 직업이 좋은 직업일 수는 없어.] ㅠㅠ
21/03/18 20:02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저도
초-중-고 거치면서 열 분 넘는 담임 샘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스승의 날에만)연락 드리는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한 분 뿐입니다. 당시에는 분명 젊디젊은 청춘의 미남쌤이셨는데 어느새 제 모교에서 교장선생님 하고 계시더군요. 허허허 에피소드가 워낙 많은데 하나만 꼽자면, 어느 날, 아이들이 기억 안 나는 뭔가 사고를 쳤고 흔히들 생각하시는 그 다들 눈 감고 손 들어, 포함 뭐 이것저것 했는데 끝끝내 범인이 안 나왔습니다. 그러자 샘은 아이들 다 책상 위로 올라가라 그러고 손 들고 벌 서게 했어요. 어찌 보면 흔한 광경이죠. 그때 한 친구가, 정말 용감한 친구가 '선생님, 질문할 게 있습니다.' 라더군요. 샘 왈 '뭔데?' (샘 아직 빡쳐 있으셔서 목소리 안 좋았음 크크) 근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벌을 서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겁니다. 그때 저는 '?!?!'싶어 눈까지 번쩍 떴다가 황급히 다시 감았는데요, 잠깐의 침묵 후에 선생님은 니 말이 맞다며 모두 다 손을 내리게 한 후 놀랍게도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구체적인 워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당신이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러고는 집에 가기 전 종례 시간에 한 번 더 사과를 하셨습니다. 나중에 학급 문집에서도 편지글로 또 사과를 하셨더군요. 제가 저보다 어른인 분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 본 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 한 번 뿐으로 기억합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고, 얼굴도 까먹지 않습니다 크크크 쌤은 본인의 그 사과를 기억하실랑가 모르것지만 제게는 평생 참스승의 본받을 모습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아타락시아1님의 말씀 한 마디, 행동 하나도 맡고 계셨던, 맡고 계신, 맡으실 반의 어느 친구에게는 평생의 배울 점으로 간직되리라 생각합니다 :) 선생님, 힘내세요.
21/03/18 20:18
전 중3 때 담임이 좋았습니다.
왜 좋았냐면.. 저 때만 해도 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 선생님들은 그 어린 학생들 앞에서 매번 술을 드셨어요. 그것도 학부모가 준비한 음식을 드시면서..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장면인데.. 매년 그래왔으니 그 땐 비정상이라고 생각치 못했어요 그런데 중3 때 담임은.. 학부모가 억지로 준비한 음식과 술을 마다하고 본인 스스로 게임을 준비해와서 저희와 놀아주었어요. 정말 센세이션 했어요.. 그땐 마냥 그 시간이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한 본인은 다른 선생님들께 얼마나 눈총을 받았을까 엄청 용기낸 것이고.. 그게 신념이었구나 라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생님~ 전 아직도 그때 무슨 게임 했는지도 생각이 납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소풍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고 어떤 기억을 공유해야하는지 처음 알려주셨어요.. 감사합니다.
21/03/18 20:46
원래 세상에 옳고 그름은 없죠. 직업 그 자체로는 욕 먹어 마땅한 것도 없고 칭찬받음이 당연한 것도 없습니다.
본디 모든게 가치중립적이며 각 개인의 경험에 따라 호오가 정해질 뿐입니다. 따라서 누가 초등교사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욕한다고 아타락시아님이 상처받을 필요도 없고 누가 초등교사를 존경한다고 아타락시아님이 자랑스러워할 일도 아니죠. 그 사람의 "초등교사"는 당신이 아니니까요. 물론 저도 이 간단한 생각을 잘 지키진 못합니다. 흐흐..
21/03/18 22:39
저도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스승님이 있습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요!!! 아이들이 초등학생인 학부모로써 PGR 회원이신 선생임 모두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1/03/19 07:41
매일 지나치는 작은, 살짝만 뛰어도 3초면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지켜봤을 때, 초록불을 기다리는 사람은 근 3개월 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들 배웠을 수밖에 없는 소양일 텐데,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안타깝고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서 빨간불에 멈춰서는 사람을 발견한 것 같아 괜히 혼자 감동이고 행복하네요. 그러니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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