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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20 22:21:03
Name kien
Subject [일반] 자유의지주의-아인 랜드와 이영도
“내 삶에,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에 걸고 서약하노니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 것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움츠러든 아틀라스(번역: 꺼라위키)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글귀라고 봅니다. 이 글을 쓴 작가는 자유주의/자본주의 찬양의 끝판왕격이라, 상기 작품은 내내 자유의지를 찬양하면서 인간들끼리의 관계는 상호 의지를 존중하는 거래로 돌아가는 사회를 이상향으로 그려내고 있고 반대로 타인에게 요구만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탓만 하는 사람들을 비판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내가 원하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구속이나 타인의 반응에 종속된 개인을 나약한 인간으로 취급하고 작품 내내 비판합니다.

이영도 소설에도 꽤 자주 나오는 내용인데, 타인의 굴레와 도덕이라는 사회적 관념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새로운 자신만의 선을 만들어가야 한다 등은 이영도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입을 빌려 설명이 되죠. 특히 마새 시리즈들이 해당 주장이 꽤 많이 나오죠. 


자유의지주의를 설파하는 아이돌 
"내 의지에 간섭하지마라!"

그러니까, 본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내가 결정했고, 내가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등의 주장은 이들이 보기에는 나약한 주장인 거죠. 무릇,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면 타인의 의지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의 내면을 파악해서 자신의 욕구와 의지에 따라야 한다는 게 자유의지주의의 핵심주장입니다.

그런데 아인 랜드식 이상 사회가 비현실적인 이유는 아인 랜드가 원하는 수준의 자유의지주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인간이 거의 없다는 것 입니다, 아인랜드의 소설에서 기업가를 무슨 만능초인처럼 그려두었지만, 현실에서 위와 같은 수준의 능력/정신력을 가진 인간은 찾기가 힘듭니다. 그 베트남의 스님처럼 몸이 불타는 와중에 표정도 안 일그러트리면서 버티는 경지에 이르신 분들이야 오욕칠정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관계나 사회문화에 대해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위의 아인랜드의 소설의 줄거리를 보면 여주인공의 연인이 여주인공을 자신의 의지로 구하러 가는데, 주변의 동료들중 한 명이 "자네가 어떻게 우리를 버릴 수 있는가?!" 라고 하다가 바로 말실수했다고 정정하죠. 왜냐면 아인랜드의 핵심사상은, 어떤 사람이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일은 타인이 막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주인공의 연인은 내가 결정한 거니 님들은 참견하지 마세요, 저는 구하러 갑니다! 이러고 길을 떠납니다.

이영도 드래곤 라자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는데, 이쪽에서는 반대로, 운차이가 도망쳤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후치는 그 안에 있는 나의 이름으로 그에게 돌아오기로 요청한다고 말하죠. 묘한 대구를 이루는 상황이죠.

물론 아인랜드도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은 거래 등을 통해서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랑/우정 등도 서로가 동시에 원한다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거 아니냐? 라는 식으로 서술해놓기는 합니다.



내 맘은 내 거 그러니까 좋아한다고 자유니까 네 맘은 네 거 맞으니까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문화에 어느 정도의 일침을 가하는 책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내가 원하기 때문에라는 대답 대신에 그것이 도덕이니까/사회가 원해서라는 식의 인식이 자주 보이는데, 어느 정도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의 의지로 행했다고 정의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물론, 스스로의 의지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공자가 말하는 중용의 도를 지키면서 타인과 자신사이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아야 하겠죠.

ps. 옛날에 봤던 책이라 나무위키도 좀 보면서 참고 했는데, 비평글이 인상이 깊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14살 꼬마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소설이 두 개 있다: 반지의 제왕과 움츠린 아틀라스다. 하나는 말도 안되는 영웅들에 대한 집착을 발생시키는 유치한 판타지로, 당신을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감정적으로 결여된 사람으로 만들 것이며, 다른 하나는 오크가 좀 나온다.

ps2. 니체의 초인처럼 이런 쪽 사상이 무언가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좀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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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바꾸다
21/03/20 22:22
수정 아이콘
뭐 자유의지가 존재는 하느냐부터 요즘 논쟁인거 같지만...최소한 있다고 여겨야하긴 하겠죠...
21/03/20 22:39
수정 아이콘
저런 사상들 다 멋있긴해요
근데 나는 그런 초인이 아니더라고요
패트와매트
21/03/20 22:56
수정 아이콘
이영도 작품 진짜 좋아하는데 유일하게 걸리는게 심심하면 나오는 니체사상 부분입니다...
여수낮바다
21/03/20 22:56
수정 아이콘
자유의지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되어야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눈마새 피마새 등등 이영도 소설 다시 땡기네요 흐흐
퓨쳐워커
21/03/20 23:05
수정 아이콘
이영도소설에서는 자기만의 선을 만들다가 선넘으면 골로 가죠. 호라이즌이라던가 할슈타일 후작이라던가 비아스 미케로우라던가...자신만의 선을 강조하면서도 지킬건 지켜야 된다 정도랄까...
도라지도라지
21/03/20 23:21
수정 아이콘
눈마새 후반부엔 갈로텍이 니체 철학을 줄줄 읊는 듯한 부분도 있죠. 이영도가 그런 태도를 긍정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드래곤라자는 넥슨 휴리첼을 통해 타인을 도구화하는 태도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열변하는 소설이기도 하고요.
21/03/21 01:56
수정 아이콘
비평글이 상당히 재치있네요!!! 크크크 당연히 전자가 반지의 제왕이라고 생각했는데
21/03/21 10:38
수정 아이콘
반지의 제왕은 강인한 의지를 가진 초인이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 아니라, 평범하고 순박한 개인의 선량함, 동정, 그리고 우연이 악을 쓰러트리는 내용에 가까워서 대척점에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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