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대한 적이 다가온다 → 배트맨이 슈퍼히어로들을 모은다 → 빌런을 정지시킬수가 없어 → 죽은 슈퍼맨 살려내자

영화의 큰 줄기 자체는 2017년판과 다를게 없습니다만 그 사이사이의 디테일한 부분들에 꽤 많은 수정이 가해졌고 추가적인 것들이 들러붙다보니 4시간 좀 넘어가는 영화가 됐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2시간 좀 넘는 러닝타임에 있는대로 때려박는 수준을 넘어 과적상태가 됐는데 거기에 조스 웨던이 폭주해버리며 와장창 해버린 2017년판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영화 두편을 이어 붙이고도 허술한 이야기와 캐릭터성이 보완이 안되면 그건 그냥 답이 없단 소리이기도 하죠(...)

아무튼 늘어난 시간만큼 개별 캐릭터들, 특히 사이보그와 플래쉬의 캐릭터성이 많이 강화되었고 거기에 더해 액션장면의 퀄리티 또한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팀업무비로 캐릭터들의 역할 분배가 잘 이뤄졌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최후의 결전(...) 시퀀스에서 잘 드러나는데 2017년판이 고생고생하다 슈퍼맨이 등장하며 스테픈 울프부터 마더박스까지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반면 스나이더컷은 배트맨이 방어막 해제하며 진입로를 여는것을 시작으로 사이보그, 플래쉬, 아쿠아맨, 원더우먼 모두가 적절한 활약을 펼칩니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캐릭터 붕괴 등으로 답이 없던 2017년 저스티스 리그와 비교하면 확실히 볼만한 퀄리티의 영화로 올라섰다고 봐도 될듯 합니다.


2.
개인적으로 워너 경영진이 마블영화에 대적(?)하기 위해 잭 스나이더를 감독으로 뽑아든 것 자체는 그리 나쁜 판단이 아니었다 생각합니다. 마블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요소가 필요한것이 사실이고 그 점에서 90년대 장르영화에 주인공을 슈퍼히어로로 바꾸고 거기에 유머를 곁들이는 마블영화와는 달리 슈퍼 히어로의 초월적 능력에 주목해 슈퍼 히어로 하나가 산을 뒤집고 바다를 가르는 수준으로 액션의 스케일을 인정사정 없이 늘려버린 점은 분명히 마블영화와는 차별화 되는 세일즈 포인트라 할 수 있을겁니다.

문제는 이런 신에 가까운 슈퍼 히어로의 틈바구니에서 '인간'으로서 중심을 잡을 배트맨이 붕 떠버린다는게 문제죠. 마블영화의 경우 캡틴 아메리카와 토니 스타크 두 캐릭터가 양대 축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DC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그 비슷한 역할을 해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배트맨 vs 슈퍼맨에서도 배트맨은 결과적으로 쩌리가 되고 말았고 조스웨던 저스티스 리그에선 플래쉬와 농담따먹기나 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뱃찐따(...)가 되고 말았습니다.

스나이더 컷에선 배트맨의 활약도를 꽤 끌어올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을 해주지는 못합니다. 다크사이드가 등장하는 걸 보면 스테픈울프보다 더 센 놈이 나오면 배트맨은 뭘 할 수 있겠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유니버스 안의 양대 축 중 하나가 허약하니 전반적인 이야기를 끌고갈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인데 어쩌면 ​DCEU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에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