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말이는 익명으로 죄인을 두들겨 패서 처벌하는 사형(私刑)이었습니다.
멍석으로 말린 사람은 누가 때리는 지 모르고, 차단된 시야로 인해 두려움은 증폭되죠.
어딘가 기시감이 들지 않습니까? 예 맞습니다. 익명, 다수가 잘못한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을 조리돌림하는 '총공' 그리고 '사이버 불링'.
멍석말이는 사형의 금지와 함께 사라졌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부활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선비세대의 문화에 반감을 가진 MZ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선비세대들의 문화를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감정 쓰레기통에 당위성을 얹은 '멍석말이적 정신'은 본인들을 정의의 집행자라고 믿게 하면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되었습니다. 도덕적 당위와 즐거움을 모두 챙긴 이 행위는 어쩌면 중독되기 너무 쉽죠. '멍석말이 중독'이 현 세대의 걷잡을 수 없는 증오의 불길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아닐까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니체-

니체는 여전히, 연전연승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 증오의 불길은 어떻게 꺼버려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마다의 도덕적 당위를 들고 매질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이야기도 먹히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억울하게 맞았고 너희는 정당하게 맞았다'의 간극은 절대로 좁힐 수 없으니까요. 한 쪽이 백기를 들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렇기에 불씨가 되어버린 '멍석말이적 정신'은 청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요원해보입니다. 사실 멍석말이는 정말 재밌는 스포츠거든요. 도덕감도 확보되고 감정도 해소되는 이 좋은 것을 아예 안하고 살기엔 너무 힘들죠.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은 자세가 아니죠. 문제를 제기했으면, 해결방안도 제시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따라서 '멍석말이적 정신' 청산에 대해서 저의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들은 억울한 멍석말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폭로전 중에는 가만히 팝콘을 뜯는 자세를 유지하는 침착함을 기르는 것이 첫번째이고,
사회적으로 두번째는 법적인 해결방식을 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소송제도 정비를 통해, 세번째로, 이러한 사이버 불링과 같은 사례에서 민사소송 위자료가 짭짤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멍석말이 하다 잘못해서 몇천만원 깨져서 인생이 무너진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면 자연스레 개개인의 침착함도 더 잘 유지되리라 봅니다.

멍석말이하다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되면, 혹은 거짓말로 멍석말이 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죠.
그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잡설이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폐지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서로의 언동에 관련한 문제는 형사적 해결보다 민사적인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